
야생화가 만발한 오지산행 계방지맥
백석산(1,364.6m), 잠두산(1,243m)

산행일시
: 2006년 8월 29일 10시 10분 - 17시 30분 산행시간
: 7시간 20분
소 재 지 :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 진부면 산행거리 : 약 18km(하 산로, 임도 6km포함)
화요 맥 산악회 날 씨 : 안개 뒤 흐림 참여인원 : 16명 회 비 : 25,000원

모처럼 화요 휴일을 맞아 장거리 산행을 계획하면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지만 주 5일 근무로 토. 일요일에 많은 산악회들이 일정을 잡고 있어 찾기가 쉽지 않은데 백두산으로 황산으로 산 꾼들을 유혹하는 해외여행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실망스러운 눈길로 검색을 하던 중 잠두산과 백 석산을 종주하는 오지산행이 이름도 생소한 화요 맥에서 떠난 단다.

내 식성에 딱 맞는 곳이라 서둘러 예약을 하고 의정부에서 천호 역까지는 지하철을 3번이나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으로 일찌감치 집을 나서
선잠을 보충하기위해 눈을 감고 있었더니 태릉 역을 들어서며 급정거를 하며 주위가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말 못할 사연을 안고 한 많은 생을 마감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볼모로 삼았으니 죽은 사람의 애도보다는 약속시간이 늦는다는 이기심이 현대인들의 각박한 인심을 대변하고 만다.
수습을 하는 동안 초조한 기다림 속에 가까스로 출발을 하여 군자 역에서 다시 한번 갈아탄 뒤 천호 역 6번 출구로 올라서며 버스에 오르게 된다. (7시 20분)

안면이 많은 김 대장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주위를 둘러보니 00 산악회에서 함께 산행을 한 구면들이라 반색을 하는데 너른 버스에 단출한 인원이지만 산에 대한 풍부한지식과 경험으로 자부심이 가득한 60대의 노장들로 대간과 정맥을 모두 섭렵하고 이름도 생소한 계방지맥을 위해 구성된 모임이라고 소개를 한다.

지난번
계방산 - 백적산 구간에서는 당일산행으로는 무모하게도 9시간의 산행을 했다는 무용담으로 500산을 넘은 백전노장의 기를 팍팍 죽이고 있는데
오늘의 산행 일정이 모릿재에서 중왕산의 진입로인 헬기장까지 주능선 12km에 하산로 6km를 합해 18km에 7시간에서 8시간을 예상하고 있다니
일반 산행으로 알고 참여한 것을 후회하며 개념도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탈출로가 없으니 난감하기 그지없다.

속
타는 나의 심정을 헤아리기라도 하려는지 안개까지 자욱하게 고속도로를 휘어 감고 문막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한 다음 장평 나 들목을 빠져나와
31번 국도를 따라 신리에서 모릿 재로 향하는 지방도는 2차선으로 포장이 되어 있지만 지난번의 폭우로 폐허의 잔재들이 그대로 쌓여있어 천재지변의
무서운 재앙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예정보다 빠른 10시 10분 모릿재의 터널 입구에서 시작하는 산행은 우측의 절개지를 치고 오르면 터널의 산등성이로 올라서는데 북쪽으로는 백적산으로 가는 길이고 우리의 행선지는 고압 철탑이 있는 남쪽 방향으로 간밤에 내린 빗물을 머금은 물봉선화가 함 초 롬이 붉은 빛깔 고운자태로 반색을 한다.


물 봉선화
모릿재의
고도가 777m로 웬만한 산보다도 높지만 1,243m의 잠두산을 오르자면 470m의 고도차를 극복해야하는 급경사로 오늘의 산행구간에서 가장 힘든
곳이니 처음부터 코가 땅에 닿도록 안간힘을 쓰게 된다.

오르내리는 기복도 없이 계속 올려 딛는 발걸음은 썬 크림과 육수의 혼합물이 눈 속으로 줄줄 흘러내리며 쓰라린 고통을 안겨주는데 달콤한 진액을 빨기 위함인지 날 파리까지 합세를 하여 극성을 부리니 이중삼중의 고통 속에 가쁜 숨소리만이 고요한 숲 속에 메아리친다.

고도가
1,000m를 넘어서며 등산로 주변에는 가로누운 고목들이 즐비한데 천수를 누리고 흙으로 돌아가는 등걸에는 푸른 이끼가 돋아나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홀씨 뿌려 싹을 티 운 버섯 또한 자리를 지키며 개미들도 집을 짓고 평화로운 삶을 누리는데 약육강식의 논리 속에 이기심으로 가득 찬
우리 인간들의 근성이 언제나 돌아오려나.


가까스로 기어오른 벼랑위의 작은 공터 판독하기 어려운 삼각점이 자리하고 대구의 바우 산악회에서 달아놓은 표지판이 아니라면 어찌 이곳이 정상이라 하겠는가? (11시 25분 - 5분 휴식)

전망
좋은 조망 터
대 간길 갈라저 비로봉을 만들고 서쪽으로 한강기맥 달려가며 계방산 자락에서 남쪽으로 가지 치며 백적산을 빗어놓고 남서로 뻗어 내린 금당산과 거문산이 절구봉까지 이어지지만 계방지맥 원줄기는 백석산을 지나 중왕산 청옥산을 거쳐 영월의 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78km의 산맥을 이루고 있으니 강원도에서도 오지속의 오지인 평창과 정선을 아우르며 동쪽으로 흐르는 빗물은 동강이 되고 서쪽으로 흐른 물은 서강이 되어 영월에서 만나 남한강의 원 줄기가 되는 것이다.

물 한 모금 사진 한 장으로 추억을 만들고 백석산을 향해 발걸음을 내 딛는데 동쪽으로는 완만한 분지를 이루고 서쪽으로는 수 십 길 단애를 이루니 간담이 서늘한 절경으로 갈참나무 물푸레나무 하늘을 가리고 푸른 융단 산죽 밭이 질펀하게 펼쳐지는 천상의 화원에서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람결에 발걸음도 경쾌하다.

10여 분간 산죽 밭을 질러가는 분지도 끝이 나고 완만한 오름길에는 주황색의 동자꽃, 핏빛으로 물든 엉겅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진분홍의 이질풀, 어청 한 꿩의 다리, 질경이까지 앞 다투어 피어나는 야생화의 천국으로 우리의 마음을 활짝 열어 제친다.

싱그러운 바람결에 땀방울도 잦아들고 야생화의 진한 향기에 취해 콧노래가 절로 나는데 풀 섶에 버려진 물병들과 쓰레기 1,000m가 넘는 고지대에 산 꾼이 아니고 오는 사람 누구인가?



우리의 양심을 팽개친 현장에서 저며 오는 가슴앓이를 하는 중에 산 돼지들의 밭갈이 현장을 지나게 된다.
인기척에 놀라 우리의 거동을 살피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한데 백석산 전체가 그들의 영역이고 보면 잠시잠간 스쳐가는 우리에게 관용을 배풀어 주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산 돼지들의 밭갈이
울창한 수림에 포로가 되어 진땀 흘리며 깔딱 고개 올려치면 하늘이 활짝 열리는 백석산 정상. 오늘의 구간 중에 가장 높은 곳으로 건너편의 금당산에는 거창한 정상석이 자리를 잡고 있던데, 너른 헬기장 한구석에 판독하기 어려운 삼각점만이 외로움에 졸고 있지만 시원하게 터진 조 망 터. (12시 25분 - 5분 휴식)

백석산 정상의 삼각점

백석산 정상에서 바라본 잠두산, 마루금이 계방산의 한강기맥

정상에 외로운 배낭하나
12km
주능선의 중심부에 우뚝 솟은 정수리는 일망무제로 막힌 곳이 없고 질펀하게 펼쳐지는 분지위에는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야생화의 천국으로 대덕산, 덕
유 평전, 점봉산의 곰배령, 방태산으로 이어지는 야생화의 명성에 손색이 없는 원시상태의 신비의 베일을 벗고 있다.

엷은 운무가 건너편의 산자락을 가슴에 묻고 희미한 윤곽이 눈앞에 삼삼하니 중왕산, 가리왕산, 거문산, 금당산도 신기루가 되어 꿈속에서 어른거린다.

지근거리에 있는 봉우리가 더 높아 보이지만 이곳이 정상이라니 고개가 갸우뚱거리는데 15분간의 행보로 정수리에 올라서니 반 평 남짓한 공터에는 고고한 자작나무 자리를 지키고 이곳 또한 전망이 좋은 곳이다.


마루금에 중왕산
서둘러 내려와 갈림길에서 식사를 하고( 12시 45분 - 15분간 식사) 영암사 쪽으로 100m를 진행하면 산죽 밭이 무성한 우측으로 신기한 비박바위를 만나게 되니 해 저문 산정에서 길을 잃은 길손이 하루저녁 쉬어가기 안성맞춤 이라 100m를 전진하면 일반 산행 팀들이 들머리로 이용하는 마랑치에 도착하고 영암사를 거쳐 던지골로 내려가는 갈림길이다.(13시 10분)

비박 바위

마랑치 갈림길


이곳에서 모릿재 까지는 일반산행 팀들이 겨울에 즐겨 찾는 곳으로 등산로도 뚜렷하고 안전하지만 우리가 가야할 남쪽 능선은 인적이 끊긴지 오래되어 잡풀이 무성하게 앞을 가리고 방치된 헬기장엔 키를 넘는 다래넝쿨, 억센 가시 산딸기, 살갖을 베어내는 억새의 시달림에 괴로움의 연속이지만 개방지맥 종주하는 자부심으로 수풀을 헤친다.

수 십 년 된 돌배나무 지난번 폭우로 한쪽 팔을 잃었지만 의연한 자태는 여전하고 한입베어 물어보니 시큼한 맛으로 입안에 군침이 흐르고 첩첩산중 오지산행에 아름드리 고목이야 흔한 것이지만 서너 아름 족히 되는 떡갈나무 당할 자가 그 누구더냐?

가지 꺽인 돌배나무
우람한
체구에 준수한 풍모는 모든 나무들의 수령으로 또 한그루 암수 되어 자식까지 거느리니 백석산의 터줏대감은 떡갈나무가 분명하고 널찍한 공터에는
쉬어가기 좋을 씨고.(14시)

백석산의 터줏대감 떡갈나무

고목나무에 생명을 이어가는 난초
한 겨울의 러셀보다 곤혹스러운 길라잡이
김 대장의 뒤를 따라 리본 달고 다래넝쿨 헤쳐 갈 때 일광욕을 위해 달려 나온 독사와의 눈 맞춤은 섬뜩한 현기증으로 모골이 송연하고 악전고투 힘겨움에 1,348봉에 올라서니 버려진 헬기장엔 다래넝쿨 키를 넘고 풀 섶을 헤쳐 가며 삼각점을 찾아내니 2005년 복구된 도암 26번이라 미로와도 같은 쟝글 속에서 용케도 제길을 찾아 왔다는 안도감에 자부심을 느낀다.(14시 18분)

1,348봉의 삼각점

백석산의 전경

시원한 얼음물로 갈증을 달래며 또 다시 고행의 연속이라 하늘 가린 수림 속에 너풀대는 취나물이 지천으로 깔려있어 한 여름 내내 약초꾼도 지나지 않는 오지속의 비경으로 장 글속을 헤치며 올라선 정수리 (15시 15분 - 15분간 휴식)

지천으로 흐드러진 취나물
1,243봉이 분명한데 무성한 숲을 헤치며 삼각점을 찾아보지만 끝내 포기하고 6시간동안 메고온 서울 막걸리. 조롱박에 한잔씩도 안 되는 양이지만 주고받는 술잔 속에 웃음꽃이 피어나고 무사히 헤쳐 나온 무용담으로 잣나무가 무성한 숲길을 지나 1,192봉의 갈림길에서 우리의 발걸음이 멈추고 만다. (16시 -15분간 독도)

하늘을 뒤덮은 잣나무 늪 속에서 이리저리 길 찾기에 분주하지만 우측으로는 하일동으로 내려가는 길이고 남쪽으로 직진을 하면 중왕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인데 길이 험한 하일동을 피하고 잣나무 숲이 무성한 주능선으로 의견의 일치를 보아 직진을 하는데 간벌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반가움과 너른 공터 헬기장에 도착하며 12km의 쟝글 여행도 마감을 하게 되는데 버스가 기다리는 도치동 까지는 임도 따라 6km가 남았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듯 하다.(16시 20분)

숲의 터널을 뚤고


이끼긴 고목에도 황금버섯 피어나고

헬기장의 임도길
비가 내리려는지 낮게 드리운 구름이 중왕산 자락을 휘감아 돌고 우리 일행은 서둘러 하산을 하는데 모두들 질러가는 계곡으로 내려서고 지난번 폭우로 계곡이 유실되었으면 갖은 고생을 하게 된다는 지레짐작으로 길이 멀더라도 탄탄대로임도 길로 나 홀로 나서게 되었다.


쑥부쟁이라고 하는데?
중랑천 고수부지에서 시속 7km의 속보 기록을 갖고 있는 자신감으로 걸어가는 임도 길은 비포장이지만 신바람 나는 하이워킹으로 산굽이를 돌아가는데 길옆으로 조성된 소나무 숲은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장관으로 늠름한 기상은 하늘을 찌르고 아름드리 거목의 곧은 절개는 수십m로 웃자라 대궐의 들보 감으로 손색이 없으니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는가하는 의아심으로 감탄을 하게 된다.



하안미 소나무숲
끝이 없는 임도는 산굽이를 세 번이나 감아 돌며 이어지고 길옆에 힌 대리석으로 조형된 소나무 숲 비석을 만나며 의문이 풀리는데 *하 안 미 소나무 숲* 으로 명명된 비석에 의하면 제4회 아름다운 숲 전국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는 자랑으로 힘들여 내려온 임도가 아니면 이런 귀중한 사료를 어찌 볼 수 있겠는가?



6km가 넘는 임도를 한 시간에 완주하고 경방기간에 입산을 금지하는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도치동 마을에 도착하며 7시간 20분의 산행도 마감을 하고 대화 시장 목로주점에서 마시는 동동주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감로주로 줄 거운 여흥으로 이어진다.(17시 30분)

계방지맥의 장대한
마루금금
'강원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춘지맥 꼬깔봉을 찾아서 (0) | 2006.11.17 |
---|---|
신년 하례는 민족의 성지 태백산으로 (0) | 2006.10.10 |
민둥산의 단풍놀이 (0) | 2006.08.26 |
오지산행- 빗나간 대학산 (0) | 2006.08.03 |
평창의 진산 금당산으로 (0) | 2006.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