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산 (1, 120 m)의 억새여
산행일시 : 2004년 10월 17일 13시 10분 - 16시 30분 산행시간 : 3시간 20분
소 재 지 : 강원도 정선군 남면 시산문학회 날 씨 : 맑음 참여인원 : 35명
석촌호수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운것은 일년만에 만나는 정다운 벗들이 있기에.........
언제 만나도 줄겁고 솜사탕처럼 달콤한 만남이기에 박물관에나 가 있어야할 30인승 미니버스에 짐짝 실리듯 불편한 속에서도 활짝 피어나는 우정속에 시산의 가을 나들이는 무르익는다.
만산홍엽으로 물든 강원도의 산과 계곡으로 향하는 행락 인파와 민둥산의 억새축제에 참여하는 차량들로 휴일의 고속도로는 몸살을 앓고 있는데 한술 더 떠 어설 푼 운전사의 길라잡이는 가까운 거리 제쳐두고 강원도 평창과 정선의 골짜기를 두루 섭렵하며 마냥 돌아가고 있으니 초가을 짧은 해가 머리위로 치켜 오르고 갈 길 바뿐 우리의 마음이 후 꾼 달아오른다.
목적지가 가까워 올수록 차량행렬의 꼬리가 길어지며 서행을 하는데 증산 역을 4km남겨두고는 주차장이 되어버리니 답답한 차안에서 웅쿠리고 있는 것 보다는 시원한 공기 마시며 걷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차량이 즐비한 갓길로 내려서 아침마다 중랑천에서 하이워킹으로 단련된 솜씨를 발휘하며 30여분을 걸어가는데 거짓말처럼 밋기지 않겠지만 버스에 타고 있던 일행들보다 십 여분 먼저 증산초등학교 운동장에 도착하였다.
이곳 또한 축제의 물결 속에 인산인해를 이루며 증산역이 생긴 이래 최대의 인파가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니 포항에서 부산에서 대전에서 정선에서 모여든 벗들과 합류를 해야겠지만 찾을 길이 막연하고 같은 차를 타고 온 일행들을 파악하기도 난감한 일이라 등산도 하기 전에 제풀에 지쳐 곤혹스러운 표정들이다.
오후 1시 10분부터 시작된 등산은 수많은 인파들이 장사진을 이룬 가운데 소나무가 무성한 숲 속으로 들어서면 급경사 오르막길에 오고가는 사람들의 발길에 채여 흙먼지가 풀풀 날리고 길섶에 주저앉은 인파들로 짜증나는 산길이 계속된다.
하늘은 높고 시원한 바람 불어오는 쾌청한 날씨에 비지땀 흘리며 임도에 올라서니 숨 막혔던 숲 속의 답 담함도 넓은 시야 속에 말끔히 사라지고 저자거리 난장판을 뒤로 한 채 물 한 모금 마실 겨를도 없이 서둘러 정상을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나무그늘아래 쉼터에 재옥이 아우가 아들과 함께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반가운 해후를 하고 한상철 감사와함께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데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행렬 속에 답답함을 참을 길 없어 그들을 추월하는 샛길은 가시 덤풀 우거진 고난의 길이지만 고속도로의 정체된 구간에서 버스 전용차선으로 달려가는 기분으로 큰 어려움 없이 억새밭이 무성한 산등성이에 올라선다.
7부 능선인 이곳부터 사방천지 수 십 만평의 광활한 대지위에 펼쳐지는 억새의 군무는 힘들여 올라온 보상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으며 따사로운 가을의 햇살아래 산들바람 물결 따라 파도치는 민둥산의 억새여
수수대보다도 굵은 밋둥 에서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무성한 풍채, 출렁이는 황금물결 그속으로 연인들의 밀어가 숨어드는데 우리의 작은 몸을 감싸 안으며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지니 어머니의 따스한 품속에서 어리광 부리며 가슴속에 응어리로 풀어보고 싶어라.
정상의 양지바른 억새 숲 속에 시산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두모여 먹 거리 마실 거리 풀어헤치니 산해진미 진수성찬 눈길이 황홀해 출출한 시장기에 체면 차릴 겨를 없이 주거니 받거니 푸짐한 잔치 상에 여흥이 절로 나고 석양노을로 붉게 타오르는 태양은 분단장한 억새꽃을 한 아름 안겨준다.
여 덜 개의 구덩이가 있다하여 팔구덩이로 부르던 것이 밭 구덕으로 바뀐 무공해 고 냉지 채소밭 사이로 내려오는 하산 길은 억새의 환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고향으로 돌아온 포근함 속에 훈훈한 인정을 주고받으며 상큼한 흙냄새에 흠뻑 취해본다.
억새와 갈대는 생김새와 꽃이 피는 시기가 비슷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점이 너무도 많아 억새는 산이나 비탈에서 자라고 굵은 뿌리가 옆으로 뻗어나가며 키가 1,2m정도로 적은 편이고 은빛이나 힌 색의 꽃을 피우는데 갈대는 물가에 무리지어 살며 뿌리 옆에 잔뿌리가 많으며 2m이상의 무성한 키에 갈색이나 고동색의 꽃으로 피워 올린다.
봄의 진달래와 가을의 억새밭이 찰떡궁합인 것은 무성한 나무숲을 싫어하는 특성으로 양지바른 언덕이나 산 정상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민둥산의 억새와 함께 제주의 산굼부리, 영남알프스로 대변되는 사자평의 너른 평원, 산정호수의 명성산, 광천의 오서산, 대구의 비슬산, 장흥의 천관산이 유명한데 지형적인 특성으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아무리 좋은 꽃구경도 시장함만 못하여 정선이 자랑하는 추어탕으로 포식을 하고 전국에서 모인 벗들과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며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지옥의 길이다.
하지만 차안에서의 여흥은 시산 회만의 전유물로 노래도 없고 춤도 없지만 삼행시 짓기의 숨은 실력들이 웃음꽃을 피워 올리며 정식회원은 아니지만 재치 있는 유머와 예리한 표현으로 우리를 감동시킨 구독자 여러분과 백두산악회의 맴버들에게 감사의 갈채를 보낸다.
갑신년의 가을 정기산행도 임원들의 노고와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무리 없이 마무리를 지어 다행스러우며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면 모처럼 만의 장거리 여행에 좀더 안락한 버스와 산행을 선정 할때 축제의 기간을 피해 우리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참고 : 민둥산 가는 길은 중부, 영동, 중앙고속도로를 경유하여 제천 나 들 목에서 영월을 지나면 곧바로 증산역이 있는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는데 영동고속도로 만종분기점에서 직진하여 하진부에서 평창군을 거쳐 정선읍내를 지나 빙빙 돌아가니 1시간 이상 더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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