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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누리길

연천2구간

일   시: 2013년 9월 16일

경유지: 임진대교 - 고구려보루길 - 허브빌리지 - 군남조절지 - 로하스파크 - 신망역 - 대광리역( 24.8km)

 

                          제2구간: 임진대교 -군남조절지 - 대광리(24.8km)

강가에서 피어오르는 새벽안개가 산등성이를 넘어오며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진다. 전곡에서 55번 버스로 10여 분만에 왕진면사무소에 도착하여 누리 길은 임진대교 밑으로 이어진다. 달그락 달그락 강가의 자갈을 밟으며 이슬 맺힌 강아지풀과 나팔꽃의 싱그러움에 취해 발걸음이 느려진다.

 

잠시 후 강둑을 벗어나며 고구려보루길이 시작된다. 왕징면 무등리와 북삼리 간을 연결하는 울창한 숲길을 개설하여 휴식공간을 마련하고, 고구려 무등2보루와 고성산보루를 지나며 역사의 흔적을 더듬어 볼 수 있는 3.4km의 보루 길은 DMZ라는 지역특성상 자연환경이 비교적 잘 보존된 곳이다.

 

노약자들도 산책하기에 좋은 숲길은 피톤치드가 무한정 쏟아져 내리는 삼림욕장이다. 비 그친 아침이라 더욱 싱그러운 향내가 온몸을 감싸는 보루 길은 도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축복이요 활력이 넘치는 길이다.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한 시간 동안 삼림욕장을 지나고 나면 허브빌리지에 도착한다.

 

임진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에 만들어진 꽃동산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대통령장남이 소유하고 있는 휴양지이다. 2006년 임진강변에 1만7000평 규모로 조성한 허브 빌리지는 지중해허브, 한국허브 등 8개정원에 20여종의 난대수목과 수령이 300년을 넘는 올리브나무도 볼 수가 있다고 한다.

 

군남홍수조절지와 허브빌리지를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북삼대교에 올라서면 아름다운 임진강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겸재 정선이 아름다운 풍광에 반해 진경산수화 ‘웅연계람(熊淵繫纜)’을 남겼다는 곳. 66세의 정선이 임진강에서 뱃놀이를 하고 그린 그림이다. 북삼대교를 건너 군남홍수조절지로 연결되는 자전거도로는 코스모스가 만발하여 강과 어우러진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가 펼쳐진다.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임진강의 특성상 북의 황남댐에서 불시에 방류한 물이 임진강을 범람하면서 주민들의 피해가 극심하여 이에 대비할 목적으로 건설된 군남홍수조절지가 위용을 드러낸다. 두루미가 날개 짓 하는 두루미테마파크를 지나 전망대에 올라서면 화천의 평화댐과 함께 민족의 아픈 현실을 대변하는 텅 빈 저수지를 바라보며 마음이 숙연해진다.

 

자유롭게 휴전선을 넘나드는 두루미의 날개 짓처럼 평화의 북소리가 북녘 땅으로 울려 퍼지는 조형물과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의 소원을 하얀 돌에 새겨 쌓아올린 소망나무에 돌 하나를 가지런히 올려놓고 세 번째 구간을 향해 발걸음을 이어간다.

 

군남홍수조절지에서 동쪽으로 보이는 숲속으로 이어지는 누리 길은 군 작전도로를 따르게 되는데 이곳도 4.8km에 이르는 숲속을 통과하는 곳이라 고즈넉한 오솔길에서 자연을 벗 삼아 사색을 즐길 수 있는 명상의 길이다. 중간 중간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능선에 올라서면 산 비알에 율무와 콩밭이 질펀하게 펼쳐진다.

 

요즘에는 이름조차도 생소하게 잊혀져가는 율무는 벼과에 속하는 1년생 초본식물로 현대의학에서 밝혀진 효능뿐만 아니라 옛 고전문헌에서도 율무에 대한 기록이 많이 전해질 정도로 좋은 약재로 활용되고 있다. “본초강목”에 의하면 율무는 비장을 건강하게 하고 위를 돕고 폐를 보하고 열을 내리게 하며 풍과 습을 없애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율무의 가장 대표적인 효능으로는 항암작용을 들 수 있다. 율무는 다른 곡류에 비해 단백질이 많은 편이고 탄수화물은 대부분이 녹말이며 찰기가 있어 율무추출물에서 종양을 억제하는 물질이 발견 되면서 율무의 항암작용에 대한 효능을 입증하고 있다. 다양한 효능에도 불구하고 임신 중인 여성이 율무를 많이 먹게 되면 유산의 위험이 있다고 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소변을 자주 보는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겨울이면 수 백 마리의 두루미가 찾아오는 연천은 주변에 두루미가 좋아하는 율무농사를 짓는 곳이 많아 철원과 함께 겨울철새들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두루미는 강이나 습지에서 물고기와 다슬기 개구리와 식물의 풀뿌리를 먹이로 하는 잡식성 이다.

 

콩이라면 우리나라 음식에서 쌀만큼 중요한 농산물이다. 장을 담그고 기름을 짜고 두부를 만드는 원료이다. 콩은 원산지가 만주와 한반도이다. 그만큼 우리 땅에서 자라는 신토불이다. 이 콩 중에 파주장단 콩이 가장 유명하다. 지금은 파주시 장단면이란 지명으로 그 이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전쟁 전에는 경기도 장단군이었다.

 

일제는 장단지역에서 생산하는 재래종 콩 중에서 ‘장단백목’이라는 장려품종을 선발하여 한반도 전역에 보급할 정도로 장단 콩이 유명하였다. 콩의 주산지인 장단군이 대부분 민통선 안에 있는 관계로 군내면, 장단면, 진동면, 진서면 등 4개면에서 민통선 안에 경작지를 개발하여 장단콩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 시간 동안 숲속을 통과하고 나면, 연천군에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로하스파크로 내려선다. 태풍전망대 가는 중간지점에 수많은 장독대와 새로 지은 한옥이 시선을 끌고 있다. 이곳은 연천군에서 특산물인 콩으로 된장을 담고 君에서 생산되는 율무와 인삼 등 농작물을 소개하는 공원으로 조성하여 볼거리 먹거리를 충족시켜주고 주민들의 소득증대에도 기여한다는 취지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지지부진한 사업으로 애물단지가 되었다가 백년밥상이라는 회사와 손을 잡고 사업을 재추진중이라고 한다.

 

누리 길은 옥계삼거리에서 동쪽으로 보이는 잘록한 계곡으로 들어서면서 군자산과 망곡산을 이어주는 산책로와 연결된다. 망곡산은 구한말 고종황제와 순종황제가 국상을 당했을 때, 관내유림과 향민들이 이 산에 올라 궁궐이 있는 서울 쪽을 바라보며 시들어가는 국운을 애통해하며 통곡을 한 뒤로 망곡산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자작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청화산 등산로를 3km가량 진행하면 연천읍 상리에 도착한다. 평화로운 농촌들녘에는 여름내 피땀 흘린 보람으로 황금벌판을 이루고, 오곡백과가 무르익어가는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가장먼저 찾아간 곳이 신망리 간이역이다. 역무원도 없이 동리 어르신들이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역 대합실에는 색다른 풍경이 시선을 끈다.

 

대합실 한쪽 벽을 채우고 있는 독서실이다. 다양한 종류는 아니라도 신망리 주민들의 사랑방구실을 하는 간이역과 독서실이 인상적이어서 필자의 저서인 수필집한권을 기증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선다. 우리의 소득이 2만 불 시대라고 하지만, 도농 간의 격차가 점점 벌어져 이곳 신망리도 4-50년 전의 모습과 달라진 것이 별로 없는 정체된 곳이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이 정성들여 가꾸어온 코스모스 길이 그 옛날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3번 국도가 지나는 가로수 아래로 탐스럽게 피어난 코스모스가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차탄천 자전거 길에는 온통 코스모스 천국이다. 휴전선이 근접한 지리적인 여건으로 푸대접을 받아온 곳이지만, 꽃을 가꾸는 사람들의 순박한 심성이 우리의 마음을 순화시킨다.

 

대광교에서 누리길은 왼쪽의 차탄천을 따라 진행된다. 신서하수종말처리장도 지나고, 도신교와 방이교를 건너 오늘의 목적지인 대광리에 도착한다. 대광리는 경원선이 지나는 작은 마을이지만 보신탕 애호가들에게는 빼 놓을 수 없는 명소이다. 수도권의 전철이 노인들에게 공짜표가 되면서 보신탕을 찾아 몰려든 인파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동의보감에는 오장(五臟)을 편안하게 하고 혈맥을 조절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여 기력을 증진시키고, 양기를 도와서 양물(陽物)을 강하게한다고 적혀있다. 예로부터 우리조상들이 개고기를 즐겨 왔으며, 지금도 더위가 시작되는 초복부터 영양가가 풍부한 보신탕을 먹고 더위를 이기려는 사람들이 많다.

 

25km를 걸어온 여독을 풀기위해 서울보신탕집을 찾아 보신탕 한 그릇을 비우고 나니 온몸의 혈기가 넘치는 기분이다. 평화누리길 경기도 지역 182km도 신탄리 구간이 남아 있는 셈이다. 다음 구간을 생각하며 대광리역에 들어서니 이곳도 신망리역과 마찬가지로 역무원이 없는 간이역이다. 경원선 열차 안에서 차표를 구입하는 색다른 경험을 하며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농촌들녘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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