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2012년 6월14일
경유지: 화원시장 - 사문진교 - 간경리 - 88낙동강교( 88올림픽고속국도) - 달성보 - 박석진교 - 현풍 -
엘레강스모텔 투숙( 약 25km)
7 . 달성 습지
이른 새벽 숙소를 나선다. 백년 만에 찾아온 가뭄과 때 이른 더위로 한 낮이면 30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지라. 기온이 서늘한 오전에 답사를 하고 오후에는 휴식을 하자는 생각으로 일정을 서두르게 되었다. 화원시장이 있는 중심가에서 고령으로 통하는 길을 따라 구마고속도로 굴다리를 지나면 낙동강이 보이는 사문진교 주변으로 화원유원지가 펼쳐진다.
신라 경덕왕이 재임시절 아름다운 풍광에 반하여 9번이나 찾아왔다는 설화가 전해질만큼 낙동강 푸른 물과 강변에 펼쳐진 백사장이 수려하여 대구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곳으로, 해질녘이면 서산일락의 붉게 타오르는 태양이 낙동강 물을 붉게 물들이는 일몰 장면이야말로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없는 진풍경이다.
화원동산 정상에는 신라시대 군량미 창고가 있었던 곳이다. 조선시대에는 팔공산으로 봉화를 올렸던 봉수대 터가 있고, 유원지에는 각종위락시설이 있으며 대구에 수영장이 별로 없던 20여 년 전만해도 두류공원과 함께 화원유원지 수영장이 시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곳이다.
사문진이란 모래밭(백사장)을 걸어가서 배를 탄다는 의미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이곳 사문진 나루는 낙동강을 거슬러온 배들이 정박하며 물물교환을 하던 곳이며, 강 건너 고령에서 생산한 특산물을 대구로 운송하던 중요한 길목이었다. 하지만 사문진교가 건설되며 나루터의 명성도 사라지고 대구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발전한 것이다.
간경리제방을 따라 진행되는 자전거 길은 기세곡천을 거슬러 간경2교를 돌아오는 U턴 구간이다. 구마고속도로와 88고속도로가 분기하는 화원나들목을 바라보며 신당리 제방으로 들어서면 낙동강을 중심으로 광활한 평야가 전개된다. 극심한 가뭄 속에서 농민들의 가슴이 타 들어가도 이곳만큼은 물 걱정 없이 擊壤歌가 울려 퍼지니, 아마도 4대강 살리기의 좋은 본보기가 아닌가 싶다.
논에서 논농사를 짓지 않고 연을 재배함은 일반적인 상식이 아니라 사연을 물어보니,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격변하는 국제정세에 따라 쌀농사로는 경쟁력이 없어 이지역의 특성에 맞는 연 재배를 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높은 강바닥을 준설하여 깊은 강심을 만들고, 든든한 달성보를 막아 사시사철 넘쳐흐르는 옥포평야에서 하늘을 처다 보지 않고 과학영농으로 내일의 부를 축적하는 농민들이 부럽다.
안동댐 192km, 부산 하구언 193km의 이정표에서 보듯이, 옥포생태공원이 낙동강 자전거 길에서 중간지점이다. 안동댐에서 출발 할 때만해도 385km의 낙동강이 멀어만 보였는데,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옛 말이 실감난다. 인천 아라 뱃길에서 527km를 걸어왔으니, 어느새 절반을 지나온 셈이다. 부산하구언으로 달려가고 푼 마음을 진정하며, 뚜벅뚜벅 황소걸음을 이어간다.
강정보에서 달성보까지 18km 구간을 달성습지라 부른다. 옥포생태공원은 강둑만 높였을 뿐, 인위적인 작업을 가미하지 않아 자연그대로 습지를 보존하고 있다. 왕 버들 늘어진 수초 사이로 무성한 갈대가 물고기들의 천국을 만든다. 친화적인 생태공원에는 수변동식물들이 자유롭게 살아가고,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인도조차 만들지 않아 강변에 둥지를 튼 노고지리가 제 세상을 만나 날개 짓이 한창이고, 드넓은 고수부지에는 백일홍, 현호색, 양귀비를 비롯한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부챗살처럼 활짝 펼쳐진 옥포제 5km와 논공제를 지나는 지루함도 위천리에 도착하며 낙동강교(88고속도로), 고령교, 성산대교 아래 펼쳐지는 담소원에서 자연 속으로 동화된다. 봉화산 기슭을 돌아가는 낙동강 굽이 길에, 인공구조물위로 질주하는 차량들과 너른 강변에 흐드러진 개 망초의 꽃물결이 강바람을 타고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남서쪽으로 흐르던 낙동강이 동남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달성보로 가는 중에 오실나루 터를 지난다. 고령 지역은 토양이 비옥하고 물산이 풍부하여 관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대구시장에 팔기 위해서는 강을 건널 수밖에 없다. 낙동강 연안에 있는 고령군 성산면 오곡리와 달성군 논공읍 사이를 나룻배로 왕래하면서 사람과 물건을 운반하던 곳이 오실나루터다.
달성보가 모습을 드러낸다. 멀리서 보아도 웅장한 달성보는 논공읍 하리와 경북 고령군 개진면 인안리를 잇는 다목적 보로 낙동강을 향해하는 뱃머리를 형상화한 외관을 갖고 있다. 가동보 162m와 고정보 418m로 총 연장 580m 길이에 높이 9.5m의 규모로 유량조절이 가능한 회전식 수문을 갖추고 있다.
달성노을공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곳이 천년별빛 광장이다. 달성보를 지키는 12성좌 별자리를 형상화한 광장에는 야간조명과 분수체험이 가능하다. 나래센터로 명명된 전망대에 올라서면 달성보를 비롯한 주위경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다리 중간에 있는 전망데크는 낙동강을 운행하는 달성보의 뱃머리를 형상화하여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지역경제의 밝은 미래를 보장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달성보 공도교를 건너 고령 땅으로 들어선다. 활등처럼 휘어진 제방 길 5km를 지나면 박석진교 아래 개진강변공원이 시작된다. 낙동강 둔치에 조성된 연잎마당에서 싱그러운 연잎들이 싱싱하게 자라고, 조류관찰 탐방로가 강변을 따라 갈대숲속으로 이어진다. 박석진나루 또한 사문진나루와 오실나루처럼 고령의 특산물을 대구에 납품하면서 달성군 현풍을 오가던 뱃길이다.
자전거 길은 박석진교아래 둔치로 연결되지만, 오늘의 숙소를 현풍으로 정한만큼, 박석진교를 건너 현풍 땅으로 들어선다. 일찍 시작한 만큼 오후의 가마솥열기를 피할 수 있어 마음이 홀가분하다. 강 언덕에 자리 잡은 정자에 올라서니 강 건너 고령 땅의 개진제방이 부챗살처럼 휘돌아 서쪽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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