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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낙동강 천리 길 . 3

 

일   시: 2012년 4월 12일 (목요일)

경유지: 상풍대교 - 경천대 - 자전거 박물관 - 도남서원 - 상주보 - 오상리. 죽암제방 - 중동교 - 물량제방 - 낙단보 -

            낙단교( 약 29km)

 

                                                  3. 삼백의 고장

상풍대교를 찾아가는 길에 퇴강나루를 지난다. 낙동강 천 삼 백리는 태백산 기슭의 황지연못에서 시작되는 물길을 말하는 것이고, 낙동강 칠 백리란 부산 을숙도에서 거슬러 오르는 배들이 이곳 퇴강나루에서 짐을 풀어 한양으로 운송하는 물류센터로서 기능을 유지하던 곳을 지칭하는 것으로, 강 언덕에는 기념 표지석이 있다.

 

인심 좋은 운전기사 덕분에 풍양까지 가지 않고 상풍대교에서 내려, 시간과 거리를 절약할 수 있으니 이 아니 좋은가. 화창한 날씨에 강바람까지 불어오니 날아갈듯이 가벼운 몸짓으로 자전거 우회도로를 따라 효갈리를 지나 곧바로 상주 땅으로 들어선다. 낙동강의 주인이 이곳 상주이고, 상주의 옛 이름이 낙양이다. 동쪽은 낙동, 서쪽은 낙서, 남쪽은 낙평, 북쪽은 낙원이라고 불렀으니. 낙양의 동쪽을 굽이쳐 흐르는 강이 바로 낙동강인 것이다.

 

삼백의 고장 상주는 산수가 수려하고 오곡이 풍성하여 살기 좋은 고장이다. 동쪽으로 낙동강이 흐르고 서쪽으로 한반도의 골간을 이루는 백두대간이 지나며, 비교적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중화지구대가 화령재에서 추풍령까지 이어진다. 기후가 온화하고 토질이 비옥하여 사과, 배, 포도를 비롯하여 삼백으로 명성이 높은 감나무가 이곳 상주의 특산물로 유명하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상주는 삼한시대에 사벌국이라는 소국이 있었고, 낙동강을 중심으로 일어난 6가야 중 고령가야의 왕릉이 함창읍에서 발견되었으며, 신라시대에 상주(尙州)라는 이름으로 행정구역이 설치되었다. 경주와 상주를 따서 경상도로 부를 만큼 유서 깊은 상주는 1392년(태조1)경주로부터 관찰사영이 상주로 옮겨와 경상도의 정치. 행정의 중심지가 되기도 했다.

 

추풍령으로 교통의 중심축이 옮겨간 뒤로 역사의 뒤안길로 돌아선 상주는 1958년 시로 승격되어 인구 십만여 명이 오순도순 살아가는 친환경적인 도시이다. 이 고장의 특산물인 쌀, 곶감, 누에고치를 삼백이라 하여 상주의 상징이 된 것도, 우리 조상들이 수 천 년 간 생활해온 의. 식. 주의 기본 필수품이기에 더욱 각광을 받는 것이다.

 

곧게 뻗은 회상제를 따라가는 강가에는 물오른 수양버들이 초록색옷으로 갈아입고, 붉게 물든 진달래가 함박웃음으로 반겨준다. 나무테크로 만든 다리를 건너가면, 상주가 자랑하는 관광명소 경천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완만하게 흘러온 낙동강이 산자락을 파고들며 수직단애를 만들어내니, 하늘로 솟아오른 절벽사이로 노송이 어우러지고 푸른 강심을 따라 깊이를 알 수 없는 담소와 반대편으로 금빛 모래사장이 펼쳐지는 그 이름도 아름다운 自天臺를 하늘을 떠받든다는 뜻으로 敬天臺라 부르고 있다.

 

또한 이곳은 임진왜란때 전공을 세운 정기룡장군이 어린 시절 용마와 더불어 수련을 쌓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며, 금흔리에 있는 충의사는 장군의 위패를 모신사당이다. 벚꽃이 흐드러진 주차장에서 벼랑사이로 아슬아슬하게 산책로가 연결되고, 정상의 정자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시원하게 펼쳐진다. 아름다운 무대는 정면에서 보는 것이 제격이라 회상제를 따라가는 자전거도로가 경천대 제일의 관람석이 되는 셈이다.

 

明鏡止水와 같이 푸른 강심을 가로지르는 경천교는 회상나루터가 있던 자리다. 상주시 중동면과 사벌면을 이어주던 회상나루에 전통 나루터와 주막 체험, 강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낙동강 新나루 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낙동강 유역에 존재했던 100여개 나루 중에서 역사와 문화. 생태자원이 풍부한 안동 개목나루, 상주 회상나루, 구미 비산나루, 고령 개경포나루 등 4개 나루를 중점적으로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경천교는 상주가 자랑하는 자전거행렬이 다리를 건너는 모습이다. 자전거의 도시 상주는 매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도시와는 다르게 쾌적한 환경을 자랑하며, 산수가 수려한 명승지를 오래도록 보존하기위해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으로 자전거타기 캠페인을 벌이며 자전거의 천국으로 자부심을 갖는다. 다리를 건너 정면으로 보이는 건물이 자전거 박물관이다.

 

「꿈이 있는 행복도시. 세계속의 으뜸 상주⌟ 슬로건을 앞세운 자전거 박물관이 주위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멋진 조형물로 시선을 끈다. 이명박 정부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완료하고, 자전거도로 준공기념으로 상주시민들과 함께 시승한 자전거가 전시된 곳에는 이색적인 자전거들이 진열되어있다.

 

자전거란 사람의 힘으로 페달을 사용하여 움직이는 구동장치와 조향장치, 제동장치가 있는 두 바퀴 이상의 차를 말한다. 1818년 독일의 칼폰 드라이스 남작이 발명하고, 1818년 프랑스에서처음으로 특허를 얻어 세계최초의 자전거로 인정을 받았다. 우리나라에 자전거가 들어온 시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1896년 예조시랑 고휘성이 장안을 활보하고, 서재필박사가 독립문 신축현장을 다니며 타고 다닌 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평탄한 곳에 도시가 형성된 상주는 경주와 함께 경상도의 뿌리인 만큼 교통과 행정의 중심지이고, 낙동강을 끼고 있는 곡창지대로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 그 당시 高價였던 자전거가 다른 지역보다 빨리 보급되었다고 한다. 경북선 개통을 기념하여 1925년 상주역 광장에서 조선8도 전국자전거대회를 개최하여 상주가 낳은 자전거 영웅 박상헌을 배출하며 자전거 붐이 일어나고 전국제일의 자전거 도시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상주의 자전거 보유대수가 8만5천대에 이른다고 하니, 인구와 맞먹는 엄청난 숫자로 학생들이 등교하는 시간이면 도로를 가득 메운 자전거 행렬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벚꽃이 만발한 호반을 따라가면 경천섬유원지 조성사업이 한창이고, 선비의 고장 상주를 대표하는 도남서원이 양지바른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영남의 명현 9위를 제향하는 도남서원은 1606년 정경세 등이 영남 5현인 정몽주, 김굉필, 정여창, 이언적, 이황을 제향하기위해 무심포에 세운 서원으로 그 뒤 노수신, 류성룡, 정경세, 이준이 추가 배향되었다. 1871년 서원 철폐령으로 훼철된 것을 1992년 지역유림의 힘으로 강당 등을 세웠다.

 

드디어 상주보가 모습을 드러낸다. 낙동강 최상류에 신설된 상주보는 자전거의 도시 상주의 특징을 살려 보 기둥에 자전거를 새겨 넣은 것이 특징이다. 총 1845억 원이 투입된 상주보는 연장 335m, 높이 11m로 저수용량이 2870만 톤에 달한다. 전동식가동보가 설치돼 수위조절과 홍수조절 능력이 원활하고 1500㎾급 소 수력발전소 2기를 설치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다목적 기능을 갖고 있다.

 

상주보에서 차 오른 물이 비봉산 자락을 품에 안고 경천섬유원지와 경천대까지 명경지수와 같은 호수가 생겨나며 낙동강 제일의 경승지를 빗어내니, 경천대와 자전거 박물관, 경천섬에 도남서원까지 상주시민들의 멋진 휴식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상주보는 竹岩亭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가장 아름답다.

 

산과 호수, 하늘이 어우러진 비경이 인공 구조물의 부실공사로 말썽을 빚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누수라는 치명적인 결함이 백년대계를 바라는 국토사업에 큰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많은 시간과 물자를 낭비하여 보수공사를 한다고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으니 부실공사라는 오명을 씻어버리고 완벽하고 튼튼한 토목공사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상주보에서 500여 m를 내려오면 병성천이 낙동강으로 합류한다. 국수봉 남쪽계곡에서 발원하여 청리면에서 신흥동과 경계를 이루며 상주시를 관통하는 길이 30여 km에 이르는 지방1급 하천이다. 낙동강을 바라보며 우뚝 솟은 병풍산에는 견훤의 아버지 아자개가 웅거했다는 병풍산성이 있고, 하천변에는 삼한시대 사벌국의 고분군(경북기념물 125)이 있다.

 

상주보에서 시작되는 죽암제는 병풍산 자락으로 강물을 밀어내고, 반원형으로 생겨난 백사장에 강둑을 모아 문전옥답을 만들었으니, 바둑판처럼 정리된 농경지가 오상리 마을의 보물단지다. 곧이어 강창 나루에 도착한다. 중동면 죽암과 낙동면 신상을 잇는 나루로서 외지에서 중동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라 할 수 있다. 지역주민의 오랜 숙원인 강창 잠수교가 1992년 가설되며 나루로서의 기능도 사라지고, 애환과 추억이 서린 이곳에 지난날의 명성을 기리고저 기념비를 세웠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하천을 사행천이라 한다. 산의 지형에 따라 구불구불 몸을 뒤틀며 기어가는 뱀처럼 낙동강의 물줄기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듬어 안고 흘러가는 영남의 젖줄이다. 강을 사이에 두고 생활습관도 다르고 행정구역도 갈라지게 마련인데, 무슨 연유인지는 몰라도 상주시 16개면 중에서 유독 중동면만 낙동강을 건너 홀로 떨어져있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죽암제를 지나 중동교까지는 지방도를 따라 7km가 넘는 길이 이어진다. 서울 가는 시간이 촉박하여 조바심을 하던 차, 자전거도로 개통을 앞두고 마무리 점검을 하던 중동면장님의 호의로 중동교까지 편하게 이동할 수가 있었다. 중동교는 토진나루터가 있던 곳이다. 중동의 신암과 낙동의 물량을 잇는 나루로서 상주, 의성, 예천 지방의 왕래가 빈번하고, 강심이 깊은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토진 나루를 이용하다가 1982년 중동교가 개통되며 나루터로서의 명운도 끝나고 말았다.

 

중동교를 건너 남쪽으로 물량제를 따르면, 강 건너 수암종택(풍산유씨 우천파)이 있는 산기슭이 수직절벽을 이룬다. 이곳에서 낙동강으로 합류하는 위천은 경상북도 군위군, 의성군, 청송군이 경계를 이루는 매봉에서 발원하여 군위군 중심부를 섭렵하고 소보면의 협곡을 지나 구천면과 안계면의 경계를 이루며, 단북면 남쪽에 넓은 평야를 형성하는 유로연장이 110.7㎞에 달하는 큰 하천이다.

 

참고로 고로면 유역은 매년 태풍이 오면 많은 피해를 입는 상습홍수 피해지역이어서 2003년 착공한 화북댐(높이 45m, 길이 330m, 저수량 4900만t)이 준공을 앞두고 있다. 댐이 준공되면 군위, 의성, 칠곡군 등지에 하루 10만 5000톤의 생활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물론, 연간 2870㎿h의 전력을 생산하여 댐 주변지역의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가 된다.

 

물량제가 끝나는 지점에서 만나는 옛길과 산길은 수암종택에서 시작하는 낙동강 생태문화 탐방로의 일부분으로 3km를 진행하면 낙단보가 모습을 드러낸다. 아직까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낙단보는 낙동강 3대 정자인 관수루(觀水樓)의 처마를 모방하여 의성, 상주, 구미 세지역의 자연과 역사, 문화가 융합되고 사람이 어우러지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형상화하여 설계되었다고 한다.

 

총 연장 286m, 높이 11.5m, 저수용량 3,430만톤의 친환경 다기능 보로, 1,500㎾급 소 수력발전소2기가 설치되어 연간 1,472만kWh의 전기를 생산한다. 시공과정의 부실공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낙단보는 문화관 부지 조성공사과정에서 고려시대 마애불이 발견돼 전국의 주목을 받았고, 문화재 훼손 문제로 조계종과 문화재청이 1년 동안 갈등을 벌였던 현장이다.

 

오늘의 목적지인 낙단교에 도착하면, 노송이 어우러진 강 언덕에 관수루 2층 누각이 반겨준다. 관수루는 낙동강 연안에 있는 안동의 영호루, 밀양의 영남루와 함께 낙동강 삼대누각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려 중엽 강 건너에 건립되어 여러 차례 중건하였지만, 강물에 떠내려가 유실된 것을 1990년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여 복원하였다고 한다. 의성군 안계에서 출발하는 동서울 행 직행버스(16시20분)에 오르며, 삼백의 고장 상주의 경내를 지나오는 답사 길도 무사히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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