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 갑 및 출판 기념회
일 시: 2005년 1월 22일 (음 12월 13일)
장 소: 도봉구 방학동 동성 웨딩홀
토요일 오후의 약속시간이 많으실 터인데 귀중한 시간들을 접어두시고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이셨으니 감개무량하고 정말로 감사합니다.
마음은 아직도 청춘인데 벌써 회갑을 맞게 되고 보니 실감도 나지 않을뿐더러 도포자락에 흰 수염 기르고 떠들썩하게 굿판을 벌이는 회갑잔치도 옛말이 되고 일가친척 모시고 조촐하게 하루를 보내는 것이 보람 있는 일이라 생각되어 출판기념회를 겸하여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음력으로는 갑신 생으로 섣달 열 나흗날이고 양력으로는 을유년 정월 스무 이렛날이 제가 태어난 날인데 보름 만에 한살 더 먹는 서러운 나이 보다는 속이 꽉 찬 을유 생으로 좀더 젊게 살고 싶어 앞으로는 양력 생일로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되돌아보면 60년이라는 세월이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었습니다.
한평생을 살아가자면 누구나 우여곡절이 많겠지만 해방 동이로 태어난 저는 어린 나이에 6.25를 만나 어머니를 여의는 불행 속에 형수님과 새로 들어오신 어머님의 손에서 자라 가난의 질곡 속에서 보리 고개를 헤쳐 나오기 위한 몸부림으로 월남의 정글에서 사선을 넘나들며 청춘을 불사르고 인생을 열어가는 길목에서 안경을 천직으로 오직 앞만 보고 걸어온 외길 인생이 우리 집안의 형제들에게 대를 이어가는 전문직종의 효시가 되었지요.
격랑의 소용돌이 속에서 거센 파도를 헤쳐 나오며 반백의 중년이 되어 되돌아보는 뒤안길은 너무도 무미건조한 삶의 연장으로 허무와 회의로 점철된 시간들 이었습니다.
허리둘레 37인치라는 대명사로 피로에 지친 몸은 시간만 나면 잠을 자게 되고 건강의 적신호로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을 느끼며
이제부터라도 내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간절하지만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나온 제가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택한 것이 등산인데 처음에는 그나마 엄두가 나지 않아 약수터를 오르내리며 워밍업을 하고 3개월 만에 수락산 정상을 오르면서 산의 매력에 빠져 건강도 되찾고 하면 된다는 자신감으로 삭막하던 가슴속에 꽃을 피우게 되고
동두천의 소요산을 시작으로 산을 오를 때 마다 산행일기를 쓰며 사진을 찍어 앨범을 만들고 이산 저산 오르며 해를 거듭 할수록 새로운 삶의 보람을 느끼며 십여 년간 350여 산을 오르며 그려온 글들이 시산으로 햇볕 을 보고 문학공간으로 등단을 하여 수필가로 활동하며 문인들과의 교제로 견문을 넓히고 벅찬 감회와 활기찬 모습으로 제2의 인생을 열어가게 되었지요.
시간 관계상 간단히 책에 대한 설면을 드리고 시한수를 낭독 하겠습니다
책의 제목을 보시면 바람과 구름이 머무는 곳 바람風, 구름雲을 합하면 風雲兒가 되고 항상 제 마음이 산과 함께 하고 있다는 뜻으로 本來 저의 성격이 소심하고 내성적이라 산을 오르며 호탕하고 활동적으로 살아가겠다는 신념으로 풍운아로 예명을 하고 지금은 산악회에서 분위기 맨 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답니다.
수필집과 카렌다에도 올라있는 겨울산은 시류 따라 움직이는 인간들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그린 것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백담사의 유배지에서 은둔생활을 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지은 시로 시산 문학회의 대표시로 선정이 되어 연하장으로도 발표가 된 것입니다.
겨 울 산
마지막 잎 새마저 이별을 하고
매서운 북서풍에 매를 맞아도
내 마음은 슬프지 않습니다.
한창시절
매미도 쪽 박새도
지상의 낙원이라 합창하며
부귀영화누리더니
물기가 잦아들고 원기가 쇠약하니
모두 등 돌리고 떠났습니다.
가슴 아린 슬픔도
시간 속에 녹아들고
시류 따라 움직임은
자연의 섭리이니
명년 삼월 꽃이 피면
돌아온다고
태양의 속삭임이 들려옵니다.
인간이 홀로 살아갈 수 없듯이
한평생 제2의 고향으로 알고 살아온 도봉동 에서의 생활 터전을 정리하고 황량한 벌판위에서 망연자실 하고 있을 때 두 손 내밀어 보듬어 안는 아우 연묵이의 형제애는 목마른 대지에 단비를 뿌리고 신정동의 생활이 들꽃 향기 피어나는 꽃동산의 밑거름이 되었으니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며 비록 이 자리에 참석은 하지 못하였지만 지랑 스러운 아우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
사실 말은 쉬울지 모르지만 형제간에 한자리에서 생활을 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진대 십년을 하루같이 단 하루도 언짢은 내색 없이 대하는 동생의 고운 마음씨에 큰 감동을 받으며 부창부수라는 말이 있지요. 자리를 빌 어 제수씨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도봉동의 생활을 청산하고 방황하고 있을때 용기를 불어 넣어주며 능력 없는 남편을 끝까지 믿고 의지하며 집안의 대소사를 챙기며 산으로만 달려가는 남편에게 불평 한마디 없이 새벽 같이 일어나 도시락을 건네주는 그 손길이 백만 원군이 되어 호연지기 기르며
거친 토양위에 꽃을 피우고 자아실현의 원동력이 되었으니 부부라고 하지만 그 고마움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여 보 고마워요 사랑해
아직까지 짝을 채워주지는 못했지만 모두가 튼실하게 자라 당당한 사회인으로 제몫을 하고 있는 저의 자식들을 소개하겠습니다.
맨 먼저 명숙이는 규모는 작지만 내실이 튼튼한 외국인 회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그곳에서 인정을 받아 이달 말에 동유럽의 슬로바키아에 2달 일정으로 파견근무를 하게 되며 옆에 있는 건실한 청년은 명숙이와 장래를 약속한 대구가 고향인 안동 권씨의 혁민 군으로 현재 한진 그룹에 근무하고 있으며 금년가을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예정이 되어있습니다.
다음 둘째 미숙이는 전공을 살려 디자인 쪽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교재중인 유정모 군은 현재 修鍊醫 로 제주에서 근무 중이라 이 자리에 참석을 못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재형이도 규모는 작지만 아담한 회사에서 사회의 햇병아리로 제몫을 다하고 있으며 옆에 있는 규수는 부평이씨 가문의 둘째딸 신애 양으로 대학을 함께 다니며 사귄 캠퍼스 커풀로 양쪽 집안의 어른들이 허락을 하여 장래를 약속하고 있지만 앞차에 막혀 대기 중에 있는 상태입니다.
얘들아
제대로 해준 것 도 없이 힘없는 애비지만 바람막이 울타리가 되어 너희들이 살아가는 동안 거친 파도를 막아주는 방파제가 될 것을 다짐한다.
저에게 은혜를 베풀어주신 모든 분들을 일일이 열거하지는 못하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남 은 여생을 제2의 인생이라 생각하며 선한 마음으로 살아가렵니다.
감사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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