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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안개속을 헤메다 돌아온 화주봉


                                                                        

                                                                                         안개속의 금강 휴계소


 

안개속을 헤메다 돌아온 백두대간 화주봉(1,207m)

 

산행일시 : 2006년 3월 18일 10시 25분 - 15시 15분     산행시간 : 4시간 50분

산행거리 : 약12.7km    날   씨: 흐린뒤 갬(대간길은 안개)

소 재 지 : 충북 영동군 상촌면, 경북 김천시 부항면    M 산악회    

토요산행      참여인원 : 38명     


 

우두령의 야생동물 이동 통로


주말마다 굳은 날씨

산 꾼들의 가슴에 멍울이 들고

이리 갈까 저리 갈까 

비를 피해 산을 찾으며

잔 머리를 굴려 보지만

강원도는 겨우내 가뭄 탓으로

입산 통 제령이 내려 들어갈 수 없고

전국이 우산의 꽃밭으로 일색이니


 

갈수도 안 갈수도

산 꾼을 자처하는 처지에

약한 마음은 자존심 상하고

여름비야 시원해서 좋지만

봄비는 감기 들기 딱 이라

인간사 하늘에 맡기고

이른 시각

집을 나선다.


먹장구름이 하늘을 가려도

백두대간 종주길 에

미친 산 꾼들

꾸역꾸역 집결장소로 몰려들고

처음 나온 운전기사 알바를 두 번 하고도

예정된 시간대로 목적지에 도착을 한다.




720m의 우두령

화주봉과 황악산의 고산준령 쉽게 넘으라고

소의 잔등처럼 허리를 낮추어서

질 매 재라고도 한다지만

정상에는 야생동물의 이동통로로

관문을 열었으니 보기에도 장관이라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 두고 볼 일이지만

자연을 보호하자는 발상에는 가상한 일이 아닌가?


짙은 운해 산허리를 감아 도는데

야생동물 통로 따라 대간길이 열리고

지난밤에 내린 비로 진흙탕 비알 길에

속에는 얼음 깔린 복병으로

두 다리가 후들후들

엉덩방아 찧는 소리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가쁜 숨 몰아쉬며 정상으로 향할 적에

어둠 속에 삼각점(영동 464) 814봉이 확실하다.




앙상한 다래 숲 온몸을 할퀴고

무박으로 가는 길은 동이 트는 희망으로

힘 드는 줄 모르는데

어둠 속을 기면서도 비만 오지 말라고

간절한 기도 속에 속 앓이를 한다.

사방천지 자욱한 안개 속을 헤 메며

순식간에 헬기장을 지나고도

1,162봉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앞사람의 거친 숨소리를 따라

암흑 속을 달린다.




앞을 가리는 다래넝쿨



 

눈과 안개의 포로가 되어

완만한 오르막에 거칠 것이 없지만

五里霧中

답답한 공간 속에 포로가 되어

개념 도를 본다고 알 수 가 있나

수많은 리본들이 홍수를 이루지만

표시하나 없는 야박한 인심


                                           화주봉 정상

1시간 만에 화주봉 정상에 올라서도

이곳이 화주봉 이라고는 상상도 못하며

정상을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30여m의 벼랑길에 로프가 걸리고

미끄러운 바위와 씨름을 하며

힘들여 올라선 곳이 1,175봉


                                           30여m의 벼랑길

낙락장송 휘늘어진 최고의 전망대

안개 속에 모든 사물 묻어 버리고

허망한 마음을 달래보지만

그 보다 더 큰 실망은 30분전에 

화주봉 을 지나왔다는 사실


수 십 년 산길에 오 백산을 넘으면서

이런 낭패를 당하기는 처음이라

내 자신 한심스러워 울분을 토하는데

정상석이 없다기에 코팅 표지기를 준비하여

고이 간직하고 있었는데

정상은 저 멀리 모습을 감추고

주인 잘못 만나 배낭 속에서 잠을 자고 있으니

안타까운 마음을 어이 하리




앞서가는 사람 뒤쳐지는 사람

돌아볼 겨를 없이

나 홀로 산행 길에 마음을 열고

신선들이 노니는 안개 속을 헤치며

속세의 찌든 때를 훌훌 털어 버리고

휘적휘적 걸어가는 발걸음에

안개속의 솔바람이 몸을 휘어 감는다.

 

통통하게 물이 오른 진달래 천국

약산의 진달래로 시작되는 삼천리에는

대구의 비슬산, 창녕의 화왕산

마산의 무학산, 장흥의 천관산,

여수의 영취산까지

방방곡곡 야산마다

붉게 타오르는 진달래로

금수강산이라 하지 않던가?

오호라 좋을 씨고


 


                                       진달래 천국

 

1,111m 높기도 하지만

어느 곳은 이름도 없이

정상을 비껴가는 설움 속에

울고 있는데

질 매 재 사이에 두고 

이름석자 거창하게 황 악 산으로 문패 달고

천년사찰 직지사를 품에 안고 풍악을 울리며

수많은 인파 속에 문전성시 이루니

이 모두 우리 인간사와 무엇이 다르랴.


 

                                                 안개속의 밀목재

헬기장(1,089봉) 하나 훌쩍 넘어

서서히 내리막길

단독 종주 대간 꾼과 반가운 인사 나누고

한없이 내려딛는 발걸음은

급경사가 아니라도

밀목재 가 가까운 듯

세찬 바람 속에 고개 마루 당도하니

좌우로 오간흔적 낙엽 속에 묻혀지고

사방을 둘러봐도 물먹은 늪지대라

앉을 자리 편치 않아 엉거주춤 선자세로

안개 속에 밥 말아먹고

서둘러 자리를 뜬다.


                                     최 ㅇㅇ 여사의 산행길

이산저산 오르며 어설픈 글 솜씨로

산 행기를 엮어가며 사진까지 곁들이니

고맙게도 읽어주는 독자들이 있어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이리 저리 메모하며 산길을 오르는데

최❍❍여사와 조우하여 인사를 나누고 보니

진실한 팬인지라 이 아니 반가운가?


                                           1,123봉에서

오르고 또 오르며

거친 숨소리 하늘에 다다르고

천근만근 무거운 발길

빙판길에 미끄러저도

오순도순 정담으로 지친 몸을 달래며

삼각점(영동 459)이 뚜렷한

1,123봉에 올라서니

이제까지 보지 못하던 이정표가 선명하고

오늘의 고행 길도 이곳에서 끝이 난다.




쉬엄쉬엄 내려서며

이야기꽃이 만발하고

너른 분지 삼미골재

이정표와 리본들이 홍수를 이루는데

삼도봉 오르는 나무계단은

하늘로 오르는 징검다리로

안개 속에 끝이 없고


                                   안개속에 선녀가 되어

물한리와 해인 마을이 다정한 이웃으로

충청도와 경상도의 분수령을 오가며

호랑이 담배 피는 시절부터

오순도순 살 아 간 다 네.


                               리본들이 홍수를 이루는 삼미골재

대간길이 끝나도록 못 보던 조릿대

한겨울 눈 속에도 독야청청 곧은 절개

소나무와 바위, 해와 달

조석으로 변하는 세상인심 속에

너희들이 있으니 외롭지 않다.


                                             진흙탕 길

미니미골 내려서면 우렁찬 무지소

겨우네 쌓인 눈 녹아내리고

민주지산 오르는 갈림길을 지나면

정다운 물한리 그림같이 펼쳐지고

밭두렁 논두렁 동구 밖에도

감나무 고목들이 마을을 살찌우며

자식들 뒷바라지 톡톡히 한몫 한다네.




물한리 주차장에 도착하며

확인한 만보기 18,523 발 자 욱

대 간길 치고는 짧은 여정에

진입로 까지 합해도 12,7km에 불과 하지만

5시간 동안 안개 속을 헤매며

진흙탕길 빠져나오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시골집 마당에도 감나무

바짓가랑이 등산화가

흙투성이로 둔갑을 해도

산으로 향하는 열정은 막을 수 없네.


                                         잘생긴 소나무 마을의 상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