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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밀재와 눌재에는 청화산과 조항산이 있다

 

백두대간 25 소구간 청화산(984m), 조항산(951m)

소 재 지 : 경북 상주시 화북면, 문경시 농암면     충북 괴산군 청천면     

  

지난번 현포리에서 복성이재까지 백두대간을 당일산행으로 참가하여 짧은 거리에 무리하지 않고  주위를 둘러 볼 수 있는 여유로움과 체력안배로 즐기는 산행의 묘미를 만끽하며 앞으로는 가급적이면 당일산행을 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두 번 째 백두대간 길에 나선다.


대간 길이라면 순서대로 진행을 하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휴일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짬이 날 때 마다 참여를 하다보니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도깨비 춤추듯이 구간을 걷게 되어 산만한 감이 있지만 나름대로의 의미를 두고 그동안 걸어온 대간 길도 만만치 않으니 중간 중간 끼워 집기를 하게 된다.


오늘은 공교롭게도 속리산 국립공원의 경계를 벗어난 늘 재에서 밀 재를 통과하는 구간으로 출발지인 늘 재는 괴산군 청천면과 상주시 화북면을 잇는 32번과 49번 지방도가 지나는 곳으로 고개

마루에는 한강과 낙동강의 분수령 표지판이 있어 우리의 인생살이도 순간적인 판단에 따라 가는

길이 사뭇 다른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교훈을 안겨주며 350년 된 엄나무는 당집과 함께 고개 마루의 수호신으로 오가는 길손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10시 5분)


동쪽의 울창한 숲 사이로 만국기가 나부끼는 표지기 따라 탄탄대로 대간길이 열려있고 처음부터 급경사 오르막에서 거친 숨을 토해내며 안간힘을 쓰지만 옷깃을 파고드는 초겨울의 스산한 바람에 땀방울도 잦아들고 경쾌한 발놀림으로 정국 기원 단이 조성된 전망 좋은 암 봉을 지나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이어지는 암 능 구간에는 로프도 걸려있고 벼랑 끝 전망대에 올라서면 속리산의 연봉들이 화려한 불꽃을 피워 올리며 화북면의 전경이 한눈에 펼쳐지는데 발걸음을 재촉하여 헬기장을 지나면 곧바로 청화산의 정상에 올라서게 된 다  (11시 8분)


정수리는 암봉의 좁은 공간 속에 아담한 돌비석과 시원한 전망으로 우측은 경북 문경시 농암면과 좌측으로 충북 괴산군 청천면이 마루금 따라 이어지는데 늘재 3.5km 조항산 8.3 km의 이정표가 친절히 길 안내를 하고 있다.


휴식도 잠시 길을 재촉하는데 2분 뒤 삼거리에서 직진을 하면 시루봉으로 가는 길이고 좌측으로 90도 방향을 틀어 급경사 비알 길을 내려가면 시원하게 뚤 린 산마루에는 그 흔한 소나무 들은 간곳이 없고 울창한 졸참나무가 숲을 이루는데 한여름 무성했던 잎들을 모두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이 삭풍에 떨며 도끼자루에 안성마춤인 물푸레나무도 군락을 이루며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아래 펼쳐지는 완만한 능선 길은 발길에 채이는 낙엽소리에 환상 속으로 빠져든다.


11시47분 글씨는 보이지 않지만 말뚝 삼각점이 있는 858봉에서 우측으로 진행을 하면 급경사 암릉길이 가슴을 서늘하게 하지만 용케도 벼랑사이로 마루금이 이어지고 헬기장을 겸하고 있는 801봉 오름길에서 또 한번 급경사 된 비알을 만나 안간힘을 써야한다.


801봉을 올라서면 碧空아래 조항산의 자태가 완연하고 좌측으로 의상저수지를 바라보며 걷다보면 건너편으로 양지바른 주능선의 헬기장에는 선두그룹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휴식하는 정경이 평화로우며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달려가니 의상 저수지 쪽으로 탈출로가 있는 갓 바위 재에 도착을 하여 공터가 있는 헬기장에서 선두그룹과 합류하려는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가는 야속함속에 일요백두 팀의 주력 앞에 미력한 내 자신을 되돌아보며 세월의 무상함을 다시 한번 실감하며 전위봉을 향한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힘들여 올라온 전위봉에서 바라보는 조항산은 저만치 뒤로 물러나 있고 피라밋의 꼭지점처럼 뾰족한 첨봉으로 하늘높이 솟아있어 더 이상 오르기에는 힘겨운 난코스로 체력을 보충하기위해 간식을 들며 휴식을 하고 아슬아슬한 암릉길에서 혼신을 다하여 올라선 곳이 난공불락의 조항산 정상이다. (13시 10분)


정수리에는 아담한 표지석이 산 꾼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오랜 세월 만고풍상의 시련 속에서도 오가는 산 꾼들의 길잡이로 제 한 몸 다 바쳐 희생을 하고 이제는 온몸이 문드러지고 글씨마저도 지워져 볼품없는 몰골로 길 한 모퉁이에 외롭게 서있는 비목이 애처럽게 보이는 것은 내가 살아온 삶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먼저 올라온 선두 그룹이 왁자지껄 잔치판을 벌리며 정상주 돌리기에 여념이 없지만 아직도 갈길이 7km나 남은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 일행 4명은 서둘러 하산을 하는데 올라온 높이만큼 내려가야 할 길도 급경사 암릉길로 곤두박질치는데 내려딛는 계곡은 끝없이 이어지고 뒤돌아보는 조항산이 하늘위로 치솟는다.


가까스로 고모치에 도착하니 발치에서 솟아나는 옹달샘이 멀고도 험한 대간 길을 열어가는 산 꾼들에게 신이 내려주신 선물이요 생명수로 새로운 용기를 불러일으키지만 앞에 보이는 889봉이 태산준령과도 같이 가슴을 짓누르는데 어차피 넘어야할 길이라면 정면으로 돌파하는 것이 최선책으로 사진 한 장 찍는 것으로 휴식을 마감하고 오르막길에서 내가 즐겨 사용하는 거북이 행진으로  무상무념의 경지에서 된 비알을 기어오른다.


주위에 펼쳐지는 암릉길은 조물주가 빗어놓은 아름다운 정원으로 층층이 쌓아올린 누대위에 솟대바위가 휘늘어진 낙락장송의 그늘아래 자리 잡고 벼랑 끝에 앉아있는 독수리바위는 마귀할미 퉁시 바위로부터 새끼들을 지키려는 모성애로, 정상에 우뚝 솟은 장군바위(집채바위)는 삼라만상을 굽어보지만 애석하게도 경관 좋은 무릉도원에 흠집 내는 훼방꾼들이 마루금을 파괴하는 가슴 아픈 현장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옮긴다.


고진감래로 889봉의 너른 암반에 자리를 잡고 바라보는 대간 길의 지루한 능선들, 조항산도 저만치 물어나 앉고 오르내림이 심한 오늘의 구간들을 용케 지나왔다는 자부심에 새로운 용기가 나며 예상보다 빠른 행보로 선두그룹에서 이탈하지 않았다는 것은 앞으로의 여정에도 청신호로 자신감을 갖게 된다 (14시 15분)


앞에 바라보이는 대야산(상대봉)의 화려한 자태는 한 발짝 건너뛰어 국립공원으로 지정을 하게 된 연유를 알 수 있겠고 작은 동생 민 대머리 중대봉의 위풍 또한 당당하지만 형만한 아우 없다는 옛말대로 형님의 위세에 눌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으니 애석한 일로 중대봉의 40m 대슬랩은 백두대간의 전 구간에서도 뒤지지 않는 스릴 있는 곳으로 마루금에서 비껴나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5시; 대간길의 마루금을 마감하는 밀 재는 대야산 오름길의 길목으로 이곳부터 속리산 국립공원이 다시 시작되는데 오른쪽으로는 다래골로 이어지는 그 유명한 용추계곡으로 사시사철 많은 인파로 붐비는 관광명소 이지만 우리의 여정은 왼쪽의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 농바위골로 하산을 하게된다.


십리길이 빠듯한 농 바위 계곡은 인적이 드문 한적한 곳으로 자연의 운치를 그대로 간직하고 그 흔하디흔한 조릿대의 숲길을 이제야 만나는 반가움에 모든 나무들이 잎 새를 떨 구고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지만 독야청청 푸르름을 더하고 중대봉 갈림길인 성황당 고개 마루에 마을 이름의 유래를 갖고 있는 농바위(일명 흔들바위)를 지나 장수촌으로 유명한 삼송리에 도착하며 17km의 오늘일정도 대단원의 막을 내리며 힘들고 고단한 육신이지만 마음만은 대간길을 내달리는 줄거움으로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15시 5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