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46구간 높고 높은 고적대
고적대(1,354m), 갈미봉(1,260m)
산행일시: 2005년 8월 28일 10시 50분 - 18시 산행시간 : 7시간 10분 산행거리 : 약 18km
소 재 지 : 동해시 , 정선군 , 삼척시 송암 산악회 회 비 : 23,000원 날 씨 : 맑음 인원 : 46명
무소불위(無所不爲) 열대야도 처서(處暑)뒤에 기가 죽어 조석(朝夕)간에 선들매로 산을 찾기 좋을 씨고.
당일산행 없던 시절 무박으로 넘나드는 댓재에서 백복령까지 도상거리 26km, 13시간이 기본이라 길고긴 대간 길에 이보다 더 힘든 곳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내노라하는 건각들도 엄두가 나지 않고 중도에서 포기하는 자 얼마나 많았던가?
당일산행으로 3구간으로 나누다보니 마루금이 8km에 들머리와 날머리가 10km라 그래도 예전보다 수월하니 너나없이 도전하고 자신감에 자아실현(自我實現)으로 태산준령(泰山峻嶺) 넘는 것을.
중부, 영동, 동해 고속도로 푸른 물결 바라보며 들머리인 이기동을 찾아갈 때 6-70년대 조국 근대화의 초석이 되었던 쌍용양회 광산을 뒤로하고 개천 따라 구불구불 산속으로 파고드니 궁벽한 산골마을 팬션이 웬 말인가?
황토맨션 앞마당에서 시작된 산행 길,
가파른 시멘트도로 마을길을 돌고 돌아 타박타박 걸어 갈제, 삼복더위 지났어도 한낮에는 불볕더위 등줄기에 후줄근히 땀이 흐른다. (10시 50분)
산비알에 듬성듬성 하늘아래 첫 동네 관로동.
터 밭에 너울너울 콩잎들이 춤을 추고, 녹이 슨 양철지붕, 춤이 낮은 토담집, 안마당에 호두나무 주렁주렁 달린 열매 풍성하게 익어가고, 삽살개가 달려 나와 짖어대는 평화로움.
잘 나가던 청년시절 소도 때려잡을 힘이건만 등이 굽은 老 부부 고추 따기도 힘에 겨워 무상한 세월 속에 속절없이 늙어가니 우리네 인생살이 애 달다 어이하리.
쑥부쟁이 무성한 묵정밭을 가로질러 노송의 그늘 속으로 들어서니 시원한 솔바람에 땀방울도 잦아들고, 산모랭이 돌고 돌아 계곡에 내려서면 수정 같은 맑은 물 넘쳐흐르고, 가파른 북사면을 기어오르면 3km들머리도 이기령 표지 앞에 멈추어서고 백복령 가는 길과 고적대 갈림길에 정선군 임계면 도전리에서 시작된 임도와 동행을 한다. (12시 07분)
아름드리 노송의 그늘 속에 완만한 대간 길,
정성스레 다듬어진 등산로에는 가즈런이 놓여있는 디딤돌이 정겨우며, 통나무 계단은 대간길의 유실을 막아주는 보호수단으로 그들의 노고에 찬사를 보내며 산죽 밭의 물결 따라 발걸음도 가볍다.
가파른 고개 너머 울룰 창창 철쭉 숲,
가는 여름 아쉬움에 매미소리 요란하고 벌목으로 트인 공간 자작나무 눈부시고,
무성한 숲 속에는 이름 없는 옹달샘, 갈증 난 산 꾼에겐 다시없는 안식처로 벤치까지 놓여있어 쉼터로서 안성맞춤, (12시 50분)
1,142봉
가파른 암 봉 피해 우회로를 지나지만 너덜지대 자갈밭에 앙살 맞은 철쭉나무, 심신이 피로한 길손에게 심술 굳은 대간 길, 버려진 헬기장을 찾을 길 없지만 평평한 안부에 자리를 잡고 시장 끼를 해결하는 식사시간이 즐겁다. (13시 25분 -15분간 식사)
무성한 신갈나무 그늘 속에서 갈지자 오름길에 경련이 일고 가까스로 올라선 갈미봉 정상.
널찍한 공터에 전망이 볼품없는 정수리는 삼국지 산우회의 표지판이 참나무 등걸에 매달려있다. (13시 50분)
물 한 모금 사진 한 장으로 휴식을 끝내고 서둘러 하산 길로 접어들어도 완만한 대간 길 줄거움 속에 사원 터 갈림길 지나며 급경사 내리막길 곤두박질치며 높고 높은 고적대 바라만 봐도 기가 질린다. (14시 20분)
철쭉나무 사이로 간간이 나타나는 전망대 바위에서 시원하게 가슴을 쓸어내리고
가파른 벼랑길에 무릉계곡 안고 도는 대간 길 따라 건너편의 두타산과 청옥산이 구름위에 걸렸고 흐느적 거리는 발걸음에 고적대는 아득하다.
고진감래(苦盡甘來), 벅찬 감동,
정수리에 올라서니 표지석과 삼각점이 반갑게 안겨오고 동해시, 삼척시, 정선군이 분수령을 이루는 기암절벽 위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첩첩산중 굽이치는 산간오지에 우뚝 솟은 두타산 두루뭉실 청옥산 잘록한 허리에 박달봉이 정겹다. (14시 55분)
급경사 내림 길에 마주치는 대간꾼들, 지친 몸에도 밝은 미소로 인사 나누고 가는 방향은 달라도 마음은 한 가지 백두대간 줄기 따라 호연지기 기르며 고운심성으로 살아가리라.
기암괴석 눈요기에 가을을 재촉하는 바위틈의 들국화
지나치는 눈길이 미치지 못해도 은은한 향기 속에 고운 자태 뽑낸다.
소리 소문 없이 망군대를 지나 연칠성령 도착하니 무성한 숲 그늘에 아담한 돌탑이 반겨주며 나무 가지마다 대간의 염원이 담긴 리본들이 홍수를 이룬다. (15시 25분 5분 휴식)
삼척시 하장면과 동해시 삼화동을 오가는 고개 마루는 너른 분지에 야생화의 천국을 이루고 직진을 하면 청옥산을 지나 댓 재에 이르지만 우리의 행보는 천하절경 무릉계곡으로 하산길이 열려있다.
산행 개념도 에는 날머리로 6.6km라 하지만 관리공단의 이정표에는 무릉계곡 12.3km로 안내하고 있으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정말로 아리송해.
대간 길에 지친 산 꾼,
서둘지 말고 조심해서 내려가라고 애교 섞인 교훈으로 과장이 좀 심하기는 하지만 인심한번 듬뿍 써서 보내주는 멧세지로 받아주면 그만이지.
가파른 벼랑길이 갈지자로 이어지고 너덜지대 자갈밭길, 뿌리 뽑힌 나무등걸 모두가 걸리적 거리는 장애물로 돌부리에 걷어 채인 발가락이 심한 통증으로 자즈러지는 비명소리 계곡으로 울려 퍼지고 칠성폭포 지나며 시원한 물소리에 뛰어들고 싶은 욕망을 억제하며 7.5km나 남아있는 주차장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16시)
고적대의 산 그림자 무릉계곡 쓸어 덮고 바빠지는 마음만큼 발걸음도 빨라지고 대피소를 지나 나타나는 계곡에는 너른 암반을 휘감아 도는 폭포와 담소, 푸른 숲이 어우러진 명경지수에 갈길 바쁜 몸이지만 삿다 누르기에 정신이 없고 솔바람 불어오는 문간재 정상에서 나누어 마시는 동동주는 시선들의 놀음이 아니겠나? (16시 42분 10분간 휴식)
3분 거리에 있는 신선봉을 마다하고 하산하는 일행들을 뒤로하고 발길을 돌리는데 양지바른 암반위에 천하명당 자리 잡고 바람결에 날릴 새라 돌무더기로 눌렀더라.
너른 암반 누대위에 홀홀 단신 낙락장송. 명당자리 터를 잡고 애국가에도 등장하고 뭍사람들의 모델로서 사진 속에 기억되니 무엇이 부러울까?
건너편의 기암절벽 층층단애, 소나무와 어우러진 신선들이 노닐던 곳 천하제일 경승지를 그냥 지나친 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얼마나 배가 아풀까? (17시)
흐믓한 마음으로 느긋하게 걷는 발길 하늘 문 앞에 당도 하였더라.
하늘높이 솟아오른 철사다리 타고 올라 통천 문을 통과하니 관음사로 가는 길에 수백수천 철계단 끝이 없어라.
전망대 바위가 벼랑 끝에 걸리고 건너편의 두타산성 12폭포 저녁놀에 반사되어 쏱아 지는 물줄기는 황금빛 암반위에 선경으로 펼쳐지고, 바위틈에 둥지를 틀고 모진풍상 이겨내며 소중한 생명을 이어가는 낙락장송의 고고한 자태는 쉽게 포기하는 인간들에게 커다란 감흥을 안겨준다.
나는 새도 오르지 못할 기암절벽 그 사이에 웅지를 틀고 불심을 키우는 관음사.
땅에서 솟았는가? 하늘에서 떨어젔나?
불사를 일으키는 굴삭기의 굉음소리 산천에 가득한데 신기하다, 신기해 (17시 35분)
들머리 날머리 대간길도 완주하고 신선봉에 올라 천하절경 바라보며 하늘 끝 관음사를 두루두루 섭렵하고 명경지수 맑은 물에 몸을 담그니 백두대간 산행보다 천하절경 무릉계곡 그 속으로 빠져들어 한 세상 살고 싶다 (18시 주차장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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