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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남원의 88고속도로 - 복성이재

 

백두대간 8소구간 시리봉(778.8m)을 가다


산행일시 : 2004년 11월 20일   11시 25분 - 13시 50분     산행시간 : 4시간 25분 

 (휴식시간 25분 포함)

소 재 지 : 전북 - 남원시 운봉읍.  아양면,  장수군 번암면  (현포리에서 복성이재) 

산행거리 : 약 15,4km

송암 산악회    날  씨 : 안개후 맑음    회   비 : 23,000원    인   원 : 35명 


백두대간에 미처 한창 돌아 갈 때  산악회의 최대장이 하는 말 젊은 사람들이나 하는 일을 무모하게 도전 하다가 몸이라도 망가지면 평생 불구가 되어 후회를 하게 되니 이쯤에서 접어두라는 간절한 호소에 지레 겁을 먹고 당일산행을 하던 중 한북정맥과 한강기맥을 종주하며 아직까지 체력이 녹슬지 않았다는 자신감에 늘 마음 한구석에 도사리고 있던 백두대간의 종주에 대한 미련을 저버릴 수가 없어 다시 나서며 삼년 만에 밟아보는 마루금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정다움으로 감회도 새롭거니와 새로운 도전 앞에 전의를 불태우며 신발 끈을 졸라맨다.


백두대간 이라면 무박으로 십여 시간씩 소요되는 장거리 코스로 인식이 되어왔지만 요 근래 구간마다 진입로가 많이 개설되고 주 5일근무로 등산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로 다양한 아이템이 개발되어 당일산행으로 실시하는 산악회가 늘어나며 더욱 각광받는 코스로 부각되고 있다.


오늘의 구간은 남원의 고남산을 지나 권포리의 통안재 에서 복성이재까지 15km에 달하는 코스로  천호동에서 7시 20분에 출발하는 송암 산악회 버스에 올라서니 대간 길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며 예상보다 빠른 11시15분 고남산의 동쪽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권포리의 마을회관에 도착하여 십여 분간 몸을 풀고 마루금의 통안재를 향해 포장길을 오르며 고남산의 높디높은 봉을 넘지 않는다는 안도감에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통안재에서 우측으로 들어서면 나뭇가지마다 표지기가 요란스레 붙어있고 빽빽이 들어선 송림사이로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지는데 바닥에는 황금색 솔 갈비들이 수북이 쌓여 양탄자 위를 걷는 포근함 속에 경쾌한 발놀림으로 운봉 403, 98년 개설되었다는 삼각점을 지나 산행시작 1시간 만에 매요마을에 도착하게 되는데 마루금은 밭으로 변하고 마을의 돌담길 따라 매요교회를 바라보며 진행을 하다 지금은 폐교가 되어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지만 운성초등학교 뒤편의 농로를 따라가게 되는데 가을걷이가 끝난 들녘 에는 김장용 무우가 출하를 위해 산적되어 목가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유치삼거리에서 왼쪽의 송림사이로 진입을 하게 된다.


유치 삼거리는 남원시 운봉읍과 장수군 번암면을 왕래하는 도로가 백두대간의 주능선을 가로 지르고 있는데 이곳에서 2km 거리에 있는 운봉읍 화수리 비전마을은 판소리 동편재의 본향으로 시조인 송흥록 선생님의 생가와 인간문화재인 박초월 선생님의 생가가 있어 예향의 도시 남원의 뿌리가 이곳임을 알려주고 있다


하늘도 보이지 않는 울창한 소나무 숲길은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로 가쁜 숨을 몰아쉬게 되지만 초겨울의 찬바람과 피톤치드의 싱그러움 속에 경쾌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간벌을 한 마루 금에서 시원하게 뚤 린 88고속도로를 바라보며 백두대간으로 영호남이 분리되어 있지만 동서화합으로 새로운 문화가 꽃피우기를 기대해본다.


포근한 비단길위에 탄탄대로 열려있는 이 길은 백두대간 중에서 가장 편안하고 수월한 구간으로 다리에 힘이 오를만하면 평지가 나오고 완만한 내리막길의 연속으로 지리산의 험준한 고산준령을 넘어온 건각들에게 다리쉼을 하며 금상첨화로 산행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을 만났으니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시속 4km가넘는 속도로 마루 금을 넘어간다.


618봉의 양지바른 기슭에 자리 잡은 묘 잔등에서 간식을 겸한 휴식을 하고 88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사치 재를 지나게 되는데 우측으로 50m거리에 있는 굴다리를 이용하면 안전하게 통과를 할 수가 있다.(13시 30분)


88고속도로를 경계로 지형적인 변화가 뚜렷하게 구분이 되는데 지금까지는 무성한 송림 사이를 지나 널널하게 휘파람을 불어가며 삼림욕을 즐기는 구간이지만 고속도로의 맞은편은 가파른 경사면에 수 만평의 억새밭이 황금물결을 이루는 구간으로 후줄근하게 땀을 흘리며 올라선 헬기장은 지리산 서쪽의 산맥이 하늘 금을 그으며 오늘 우리가 걸어온 대간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로 발아래로 지리산 휴 계소가 그림같이 펼쳐지고 있다.


무성한 억새들의 꽃바람 속에 된비알을 기어오를 때 억센 싸리나무가 종아리를 후려치고 앙살 맞은 가시덤불이 사정없이 할퀴어대며 억새의 비수로 살점을 그어대는 고행의 대간 길에 심술 굳은 꽃비까지 가세를 하니 갈길 먼 나그네의 발걸음에 쥐가 품이 나는데 수 십 년 된 나무들이 숯 검 뎅 이 나무등걸로 알몸을 들어 낸 채 검은 재를 풀풀 날리고 수 만평의 울창한 삼림이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하고 말았으니 가슴 아픈 현실을 바라보며 산을 찾는 우리들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통감을 한다.


637봉에 올라서면 억새들의 춤사위도 끝이 나고 소나무 사이로 군락을 이루고 있는 철쭉나무 숲을 헤치며 새맥이 재를 지나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후줄근하게 땀을 흘리며 가뿐  숨을 몰아쉬게 되는데 오늘의 산행 중에 유일하게 이름표를 달고 있는 시리봉은 대간 길의 헬기장에서 300여m 비껴있는 탓으로 모두 그냥 지나치게 되는데 나 홀로 그곳을 다녀오기에는 용기가 나지 않아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일행들을 따르기에 여념이 없다. (14시 50분)


이리구불 저리구불 대간 길의 산마루가 북으로 치달으며 힘들여 올라선 정수리는 고진감래도 무색하게 15km 종주 길에 가장 높은 칠백 팔십 일봉이건만 이름표는 고사하고 삼각점 하나 없이 홀대를 받고 있으니 무수하게 달려있는 표지기로 위로를 받으며 전망 좋은 쉼터로 피로에 지친 산꾼들 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고 봉화산으로 향하는 대간 길의 파수병으로 오늘의 종착점인 복성이재가 발아래 펼쳐진다.


복성이재로 향하는 내리막길은 철쭉나무가 앙살 맞은 곁가지로 온몸을 훌쳐대는 터널을 이루며 신라와 백제의 격전장이었던 아막성터는 세월의 무상함속에 허물어져 흔적만 남아있고 정성들여 쌓아놓은 돌탑들이 백두대간의 험난한 여정을 무사히 넘게 해달라는 소박한 꿈을 심어놓은 곳이다.


소나무향에 취해 삼각점이 있는 601봉을 꿈결에 스치고 장수군 번암면 논곡리의 복성이 마을과 남원시 아양면 성리의 상성마을을 잇는 2차선 아스팔트길의 복성이재에 도착하니 웅진관광이 우리를 기다리고 15km의 종주 길도 4시간 25분 만에 완주를 하고보니 앞으로의 구간에도 자신감을 갖게 된다.


돌아오는 길의 성리마을은 흥부마을로 제비가 하늘을 나는 형상의 연산등, 부자가 살았다는 장자골, 놀부가 화초장을 지고가다 쉬었다는 화초장 바위거리를 비롯하여 많은 시설물이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