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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강남의 일번지 대모산

 

             

              대모산(293m), 구룡산(306m), 우면산(293m)


산행일시; 2003년 6월 28일   산행시간; 4시간 50분   산행거리; 약 12km

소 재 지; 서울시 강남구 서초구 관악구 , 경기도 과천시     


구질구질하게 내리는 장맛비는 사람들의 마음을 착잡하고 우울하게 만든다.

아무리 산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비 맞으며 집을 나선다는 것이 찜찜한 일이라 얼른 내키지를 않는다. 그렇다고 어렵게 얻은 휴일을 그냥 보내기에는 아쉬움과 허전한 마음이 앞선다. 이궁리 저궁리 끝에 산책삼아 강남에 있는 산을 다녀 오기로 작심을 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지고, 서둘러 짐을 꾸려 동이 터오는 새벽에 집을 나선다.


하필이면 전국의 국철들이 파업을 시작하는 날이다. 이른 아침부터 오지 않는 전철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만원을 이루고 모두들 땡감씹은 얼굴로 투덜투덜 몰멘소리를 한다. 왜들 이러는지 정말!


I,M,F,보다도 어려운 경기로 실업자는 넘쳐나고, 카드빛으로 일가족이 자살하는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이때, 서로 제몫 챙기기에 급급 하다보니 골탕먹는 것은 서민이요 볼모로 잡힌 국민들만 분통이 터진다.  30여분을 기다린 끝에 짐짝실리듯 만원 전철에 몸을 싣고 1시간 30분만에 수서역에 도착하여 8번출구로 올라서니 아니 이럴수가! 

 

땅속을 지나오는 동안 가슴을 짖누루던 먹장 구름이 모두 사라지고, 찬란하게 떠 오르는 태양이 우리에게 한 줄기 빛을 안겨준다. 간밤에 내린 빗물로 산뜻하게 목욕한 나뭇잎들이 윤기를 더하고, 오뉴월에 활짝 피어나는 싱그러운 햇살아래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 길을 오른다.


대모산과 구룡산은 강남의 개포동과 일원동의 주민들이 즐겨찾는 삼림욕장이다. 도시의 공해속에 고통받는 시민들이 잠시라도 시원한 그늘 속에서 활력을 찾을수있는 안식처라 할 수 있다. 산책하는 사람, 조깅하는 사람, 모두가  자연의 품에 들어오면  선량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복마전을 이루고 있는 저자거리로 나서기만하면 야수로 변하여 살기가 등등하니 이무슨 조화란 말인가?


울창한 숲속의 공터마다 갖가지 운동시설이 갖추어 있고, 길목마다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를 하는 대모산. 완만한 오솔길을 지나면 급한 경사도 나타나고, 가쁜숨 몰아쉬며 후줄근하게 땀을 흘리고나면 헬기장에 오른다. 

 

시야가 탁 트이는 암반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한강의 기적을 일군 강남 일번지.

마천루의 빌딩들이 하늘로 솟아 오르고, 숲 사이로 길게 뻗은 탄탄대로를 달리는 차량들이 홍수를 이룬다. 유규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문화민족임을 지구촌 구석구석에 알리며 성공적으로 치룬 88올림픽의 주 경기장이 아침햇살에 눈이 부시다.

 

남산타워 너머로 북한산과 도봉산, 인왕산이 매연과 분진을 말끔이 씻어 버리고 선명하게 모습을 선보이는 서울의 하늘.  실로 얼마만인가? 분진과 먼지로 뒤덮인 서울이 원래는 이렇게 말끔한 모습이라니. 진한 감동으로 눈시울이 붉어진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산길을 오르다보면 푸른 숲이 울창한 대모산에서 유일한 암릉을 만난다.  짧은 구간이지만 손끝에 닿는 짜릿한 촉감을 감지하며 가파른 비알길이 100m쯤 이어진다.  숲속에 둘러쌓인 대모산 정상. 앙증맞은 바위와 삼각점 이외는 아무런 표시도 없이 자연 그대로 보존하자는 깊은뜻이 담겨있는듯하다.


송전탑옆에 있는 헬기장은 서울의 전경을 한눈에 바라볼수 있는 전망이 가장좋은 곳이다.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북사면으로 이어지는 비알길에는 깔끔하게 정돈된 나무계단이 울창한 숲사이로 이어진다. 시원한 옹달샘옆으로 베드민턴장과 벤치가 놓이고, 거미줄같이 뻗어있는 산책로에는 삼삼오오 짝을지어 오고가는 이웃들이 정답게 보인다.


20여분만에 구룡터널위를 지나면서 정상을 향한 급경사가 나타난다. 모처럼 등산의 묘미를 살리며, 가뿐숨 몰아쉬고 땀흘리며 올라선 구룡산 정상. 이곳 또한 울창한 숲에 둘러쌓인 바닥에 구룡산이라는 동판표시가 있고, 그늘 밑에있는 벤치에는 먼저 올라온 사람들이 땀을 식히며 휴식을 하고있다.


대모산도 구룡산도 정상은 은밀하게 감추어진 새 둥지와 같이 숲속에 가려있어 처음 오르는 이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준다. 하지만 근처에있는 측량깃점을 표시하는 깃대봉에 올라서면 가슴속이 후련하도록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신개발의 대명사 강남의 도심지와 유유히 흐르는 한강 너머로 600년 도읍지 한양의 풍요로운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연세 지긋한 어르신의 친절한 안내를 받아 능인선원 골짜기로 내려서니 오전9시 40분,  2시간만에 대모산과 구룡산을 답사하고 우면산으로 향한다. 건너다 보이는 우면산이 지척에 있지만, 거미줄 같이 얼크러진 도로와 빌딩숲, 군부대 철조망까지 거대한 장애물이 되어 앞을 가로막는다. 할 수 없이 구룡사 앞 정류장에서 양재역까지 버스로 이동을 하여 서초구청 옆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산행이 시작된다.


산이라고 하기에는 낯간지러운  언덕 길. 관악지맥이 명을 다하는 낮은 숲에는 아카시아가 무성하고 곳곳에 운동시설과 벤치, 베드민턴장이 있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안성마춤이다. 흐뭇한 마음으로 콧노래 부르며 숲길을 가다보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사방을 두리번 거리지만 울창한 숲속에서 시야를 확보할 수 가없어 지도를 펼쳐 보아도 가늠이 되지를 않는다 .


지도에는 분명히 서초구청 옆으로 들어서면, 서울시 공무원 교육장이 나오고 능선을 따라 예술바위가 나오게 되어 있는데, 난데없이 고속도로 방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으니 수십길 단애위에서 난감하기 그지없다. 현지인들의 안내를 받아 우성아파트 정문으로나와 고속도로 지하도로를 통과하여 우면동 코롱아파트옆으로 해서 정상을 향하면서도 잘못된 지도 생각을 지울 수 가없다.


등산 애호가들이라면 등산 안내서를 몇권씩은 가지고 있겠지만 나홀로 산행을 많이하는 나 또한 새로나온 개념도를 참고 하면서 서울근교 산을 오를때는 손치석씨가 지은 (거기에 산이 있었네) 책을 많이 이용 하는데 오늘의 지도에는 서초구청의 위치가 고속도로를 넘어 예술의전당 옆에 표기하는 실수를 범하게 된 것이다.


울창한 숲속으로 잘 다듬어진 산책로, 한낮이 가까워오며 기온도 올라가고 속보로 걸어가는 발걸음에 숨결이 가빠오며 땀방울이 솟아오른다.


이름도 앙증맞은 예술바위를 보노라니 웃음이 절로나고, 경사 급한 길을 따라 전망대에 도착하여 먹는 간식이야말로 꿀맛이다. 우면산 정상은 군부대의 통제로 접근이 불가하고, 옆에 있는 소망탑이 정상을 대신한다. 이곳을 오르는 이들의 바람대로 하나둘 놓인 돌들이 커다란 탑으로 완성이되고 심신을 단련하는 흐믓한 장면도 목격할 수가 있다.


남태령으로 향하는 북사면은 줄줄이 이어지는 약수터에 강원도 숲속에서나 볼수있는 늪지대가 울창한  숲속을 이룬다. 푸른 이끼로 뒤덮힌 산책로 그옆으로 야생화단지를 조성하여 자연과 사람이 한데 어울릴수 있는 공간이 펼쳐진다. 오늘 내가 걸어온 이 길이 관악산과 청계산으로 둘러쌓인 낮으막한 숲길이지만, 도시민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자산이다. 


남태령역에 도착하여 뒤돌아보는 우면산은 더욱 소중한 보물단지이다. 주어진 임무를 완수했다는 홀가분한 마음에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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