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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남한산성 도립공원 종주

 

 

남한산성 도립공원 종주

남한산(535m), 이성산(209m), 금암산(322m), 봉화대(465m), 청량산(479m), 객산(291m

산행일시: 2004년 12월 7일          산행시간: 6시30분        날   씨: 맑음

소 재 지 :  서울시, 송파구     경기도 하남시, 성남시    산행거리 약 16km    나홀로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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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해가 아쉬워 여기저기서 송년모임이 줄을 잇는다. 오늘 저녁도 청우회(충청도를 고향으로 도봉동에 거주하는 12명이 발족한 모임)에서 부부동반으로 모임을 갖게되어 장거리 산행을 하지못하고, 그동안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남한산성 종주 길에 나선다.


새벽부터 일어나 지하철을 3번이나 환승하고, 버스까지 갈아타며 상일동 정류소에서 진입로 찾기가 시작된다. 현지 주민들도 잘 모르는 이성산 오름 길. 물어물어 하남시 초일동 개댕이 마을 중부고속도로 절개지를 치고 오르며 비로소 남한산성 종주길이 열린다. 지난밤에 내린 겨울비로 도심지의 먼지와 오염물질이 쓸려내리고 소슬바람까지 불어오니 산행하기에는 아주 좋은 아침이다. 

 

무성한 잡목사이로 시원하게 뚫린 산책로. 아침산책을 즐기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잠시 후 남한산성, 몽촌토성, 풍납토성과 함께 백제초기에 만들어진 이성산성이 펼쳐진다. 삼국이 한강을 중심으로 각축을 벌이던 시기에 축성된 곳으로 발굴작업이 한창이고, 정상 바로밑에는 향토유적 제1호인 사직단과 궁궐터의 주춧돌과 저수지가 발굴작업으로 원형에 가깝게 정비되어 있다.

 

209m에 불과한 이성산 정상에 올라서면 강동구와 하남시일대가 조망되는 휴식공간이다. 산불 감시초소를 지나 광암터널쪽으로 내려가는 길옆으로 빽빽하게 숲을 이룬 아카시아 나무가 큰 덩치를 이기지 못하고 뿌리채 뽑혀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다. 헐벗은 산에 산림녹화의 효자종목으로 심은것이 왕성한 성장으로 제한몸 지탱하기 어려운 뿌리약한 나무가 되어 흉물스러운 모습이다.


춘궁동 고굴 사거리에서 서하남으로 이어지는 향교고개를 관통하는 도로를 건너면 금암산으로 오르게 된다. 수북히 쌓인 낙엽으로 내딛는 감촉이 너무도 좋아 콧노래가 절로난다. 서울시 외곽고속도로(구리-판교)가 지나는 광암터널 위를 지나면, 오솔길로 흔적만 남아있는 고개에서 가파른 오름길이 시작된다. 로프도 매여있고 정상에는 경관좋은 전망대 바위가 있어 쉼터로, 조망터로 더할나위없는 휴식공간이다.


동서울 컨트리 클럽을 옆으로 끼고 오르는 능선길은 시원스레 펼쳐지는 조망으로 지루한줄 모른다. 오르락 내리락 무명봉을 몇개 넘어서면 마천역에서 올라오는 갈림길과 만나 본격적인 등산로가 열리고, 삼삼오오 짝을지어 산행길에 나선 사람들로 부산스럽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연주봉에 올라서니 지척에 봉화대가 바라보이고, 낙락장송이 무성한 솔숲 길을 따라 올라선 정상은 새로 축성한 국가사적 57호인 남한산성이 북문을 지나 벌봉까지 장관을 이룬다. 내려다 보이는 상사창동이 금암능선과 객산능선으로 둘러쌓인 바람막이 분지속에 아늑하게 자리잡고 있지만, 가내공업단지와 비닐하우스가 옛 정취를 훼손하는 안타까운 모습이다. 도심의 아파트 숲, 그 너머로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중심으로 천년고도 서울의 화려한 모습이 펼쳐진다. (10시40분)


성벽을 따라 서문쪽으로 돌아서면 수백 길 단애를 이룬 벼랑위로 올라선다. 탁트인 전망은 매섭게 몰아치는 북서풍에 몸을 움츠리면서도 오랫동안 머물고싶은 곳이다. 발아래 내려다 보이는 지형지물을 손금 들여다보듯이 외적을 막아내기에 더없이 견고한 요새지만, 쇠약한 국력이 어찌 이런 성하나로 지탱할 수 있단 말인가?


서문을 들어서면 매표소가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성벽을 따라 그대로 지나가고 있으니 관리공단에서 알고 있으면서도 방치하고 있는 연유를 몰라 의아심을 갖게된다. 수어장대가 있는 청량산에 올라갔지만 보수공사가 한창이라 경내를 둘러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간직한채 남문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수 백년된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그윽한 솔향기에 흠뻑 취한다. 남한산성에서 산책 코스로 가장 아름다운 이길은 산성마을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곳이라 많은 인파로 활기가 넘친다.(11시 25분)


주봉인 청량산을 중심으로 북쪽의 연주봉에서 동쪽의 망월봉과 벌봉을 지나 남쪽으로 한봉과 여러개의 봉우리를 연결하여 쌓은 7.2km에 달하는 남한산성의 외부는 급경사를 이루는데 비해 성내부가 완만하다. 350m내외의 고도를 유지하는 너른분지에는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샘이 있어 천혜의 전략적 요충지로 손색이 없다. 한강 유역에 터를 잡은 백제의 온조왕이 14년에 하남위례성에서 이곳으로 천도를 하고 신라 문무왕 12년에 축성하여 주장성으로 부른다. 

 

광해군 13년에는 후금의 침입을 막고자 개축을 하고, 인조4년에 완공을 하였으니, 5개의 옹성과 동장대, 서장대(수어장대), 남장대의 3곳에 지휘소를 두었으며 동서남북에 4개의 성문과 중간에 암문까지 갖춘 국난극복의 현장이다. 하지만 병자호란이 일어나고 인조가 이곳에서 항전을 하였지만 세약한 국력으로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삼전도에서 굴욕의 항복을 하고 말았으니 애석하고 통탄할 일이다. 

 

슬픈 역사도 뒤안길로 돌아서고 71년 도립공원으로 제정되어 수도시민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휴식공간이다. 나들이길에 몇번 둘러본 곳이라 낮설지않은 산성리의 중심지를 지나 북문쪽으로 올라서니, 보수공사가 한창이라 차양막으로 가려있어 아쉬움이 더하다. 동쪽으로 벌봉을 향해 성벽을 따라 걷는 발길은 초겨울의 싸늘한 바람속에서도 경쾌한 리듬으로 속도감이 붙는다.

 

성벽을 경계로 안쪽은 울창한 소나무 숲을 이루는데 반해 성밖은 참나무, 단풍나무, 자작나무를 비롯해 활엽수림이 대조를 이루며, 도심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좋은 산책 코스로 이어진다. 동장대터가 있는 암문을 빠져 나가면 천년세월을 비껴간 허물어진 성터가 잡초 속에 흔적으로 남아있고 10여분 후 암봉위로 올라서니 치성터를 겸하고 있는 벌봉 정상이다.


남한산성에서 봉화대와 함께 전망이 가장 좋은 곳이다. 동쪽으로 검단산과 용마산이 남북으로 달리고, 은고개를 지나는 중부 고속도로가 내일의 번영을 약속하며 신나게 질주한다.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중심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도심지의 빌딩들이 숲을 이루고, 도봉산과 북한산, 수락산이 너른 분지를 감싸안으며 초겨울의 햇살아래 눈이 부시다.


낙엽쌓인 오솔길. 객산으로 향하는 망바위에 올라서면 다시한번 아름다운 조망에 눈이 부시다.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는 능선 길은 상사창동과 상산곡동을 갈라놓는 분수령이다. 이성산, 금암산, 객산이 벌봉보다 한참 아래인 비산비야 이건만 엄연이 이름표를 달고 있음은 키큰 동생보다 키작은 형의 당당한 위세가 아닌가싶다. 290m의 객산이 높아 보이는 것은 덕풍천과 신곡천을 아우르며 마지막으로 불끈 솟아오른 봉황의 형상으로 만남의 광장을 포근히 감싸 안는다. (14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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