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의 줄기에는 황철봉(1,381m)이 있다
산행일시 : 2004년 10월 31일 02시 10분 - 12시 20분 산행시간 : 10시간 10분
소 재 지 : 강원도 속초시 - 토성면, 인제군 - 북면 산행거리 : 약 15km
늘보 산악회 참가인원 : 23명 날 씨 : 쾌 청 회 비 : 35,000원
갖고싶은 보물을 손에 넣었을때의 기뿜이야 형언할수없는 줄거움이며 그 과정이 우여곡절끝에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 기뿜은 몇배의 가치를 지니게 될것이다.
황철봉!
꿈에도 잊지못할 곳이기에 그토록 집념을 갖게되고 잡힐듯 잡힐듯 잡히지 않는 안타까움에 애착을 갖게되는데 사실 황철봉이야 설악산의 수많은 봉우리에 지나지않는 곳이기에 처음에는 백두대간의 종주와 함께 자연스럽게 지나칠 마루금으로 생각을 하다가 십여년전 종주길에 진부령에서 신선봉으로 마루금을 밟으며 마등령에서 대관령까지 연결이 되는데 유독 미시령에서 마등령 구간의 종주시에는 집안의 대소사가 있든가, 사업상 일정이 맞지않던가 어쩌다 산행일정을 잡으면 산악회의 사정으로 취소가되어 애를 태우며 시간이 갈수록 더욱더 집착을 하게된다.
산을 찾는 인구가 늘어나며 국립공원이 훼손되고 자연을 보존하자는 차원에서 휴식년제 구간을 설정하여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게 되는데 그중에 황철봉 구간도 통제를 받게되니 백두대간 종주팀에게는 치명적인 아픔으로 위법인줄 알면서도 몰래몰래 숨어다니고 관리공단 에서도 모르는척 눈감아주는 형식으로 이어져오다 금년부터는 철저한 단속으로 위기의식을 느끼며 숨박꼭질을 하게되는데 이러한 악순환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며 지난 5월 30일에는 〇〇산악회로 황철봉을 오르기위해 야심한 새벽 02시 미시령에 도착을 했지만 관리공단의 철저한 감시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한계령으로 발길을 되돌린 경험이 있어 2개구간만 남겨놓은 늘보산악회에 편승을 하고도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릴수가 없다.
어느새 마른 나뭇가지에 서리가 피어난다는 霜降을 지나고보니 설악산의 단풍도 남쪽지방으로 밀려 내려가고 내설악 광장의 그넓은 주차장도 텅텅비어 을시년스럽기 짝이없는데 어쩌면 아무도 찾지않는 틈새를 이용하면 경계의 눈초리도 피할수있지 않을까하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미리미리 산행에 필요한 준비를하고 팽팽한 긴장감속에 미시령에 도착하니 인적이 끊긴 산마루에는 어둠속에 침묵만이 흐르고 있어 초소옆으로 차를 바짝대고 시동도 끊채 도둑고양이 담넘어가듯 통과를 하는데 어느새 낌새를 알아차린 경비원이 호각소리 요란하게 제지를 하는데 후미로 십여명이 잠입에 실패를하고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실랑이를 할 겨를도없이 진입에 성공한 인원은 안전한 능선으로 올라가는데 빨리 내려오라는 호통과함께 마등령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는 엄포를 놓으며 후미팀을 제지하는데 감시의 눈길을 피해 길도없는 사면길을 가로질러 20여분만에 능선에서 합류를 하였지만 죄인취급을 받으며 개구멍을 통과하면서까지 산을 올라야 하는지 자책감에 심한 갈등을 느낀다.
풀벌레 산새들도 잠들어있는 능선에는 랜턴을 켤 필요도없이 열 여드레 밝은 달빛이 온누리를 비추고 악명높은 초겨울의 세찬바람도 숨을죽이고 잔잔한 오뉴월의 포근한 날씨속에 모두들 착잡한 심정으로 침묵을 지키며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동쪽으로 속초시의 화려한 불빛만이 우리의 괴로운 심정을 달래주는듯 환히 비추고있다.
미시령 진입에 신경을쓰며 새벽 2시10분에 출발을 했으니 동지섣달 긴긴밤에 여명이 밝아오려면 4시간 반이나 어둠속을 걸어야 하므로『錦衣夜行』으로 아무리 아름다운 절경인들 꿈길에 스치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여 느린 속도로 교교히 흐르는 달빛을 벗삼아 걷는발길에 앙살맞은 철쭉나무가 옷깃을 부여잡고 심술을 부리지만 한시간만에 울산바위 갈림길을 지나며 뒤처진 후미그룹과 합류를 하고 무명봉에 올라서니 울산바위의 암봉들이 흐린 시야속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속초시의 화려한 불빛과 어우러진 정경은 야간산행만이 누릴수있는 특권으로 긴장된 마음을 풀어주는 청량제가 되어 이야기꽃이 활짝핀다.
발길에 채이는 구상나무와 함께 북주릉의 악명높은 너덜지대가 서서히 그 마각을 드러내는데 듬성듬성 놓여진 바위를 건너뛰며 지나는 너덜지대는 시간이 갈수록 험난한 구간으로 가파른 정상으로 이어지는데 달빛에 비추는 불랙홀은 부둣가 방파제의 삼발이의 틈새와같이 깊이를 알수없고 자칫 실수로 빠지게되면 헤어나기 어려운 난코스로 등산로가 따로 있는것도 아니고 정상을 바라보며 올라야 하는데 한눈을 팔다보면 엉뚱한 곳으로 가고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가까스로 1,318봉에올라 한숨 돌리고 황철봉 오름길에도 너덜지대는 계속 이어지는데 설악산이 자랑하는 황철봉 너덜지대는 귀때기청봉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코스로 산꾼들의 앞길을 가로막는 장벽이되어 오금을 저리게 하는데 산불 감시초소가있는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저항령의 깊고깊은 계곡은 어둠속에 빨려들어 헤아릴길이 없고 왼편으로는 수백길 절벽이 단애를 이룬곳으로 잠시도 긴장을 늧을수없는 구간이다. (05시 15분)
구상나무의 숲과 어우러진 넌덜머리나는 너덜지대는 달빛속에 흉물스런 마귀할멈의 손길과도같이
미로속을 헤메게 되는데 가까스로 저항령의 안부에 내려서니 황철봉과 저항봉의 높디높은 첨봉은 나는새도 넘지못할 험준한 준령으로 또한번 진땀을 흘리며 악전고투를 하게되는 난코스로 이어진다.
내설악의 거센바람이 저항령 계곡으로 몰아치는 길목이지만 오늘따라 바람도 숨을죽이고 포근한 날씨로 1,249m의 저항봉에 올라서니 끈질기게 발목을 부여잡고 늘어지던 어둠도 서서히 계곡으로 물러나고 그 사이로 피어오르는 운해는 거치른 파도가되어 계곡 사이사이로 밀려들고 밤새 지나온 황철봉의 능선들이 정겨운 눈길로 이어진다.
대청봉에서 시작된 서북능선들이 부드러운 곡선으로 흐르는데 귀때기청봉을 정점으로 안산까지 막힘없이 펼쳐지는 파노라마는 어려운 고빗길을 헤치며 밤새 걸어온 우리에게 신이주신 선물로 구름 한점없이 청명한 날씨속에 펼쳐지는 저 아름다운 모습은 저항봉의 높은 누대가 이니고는 볼수없는 설악산 제일의 전망대로 환상적인 모습에 매료되어 정지된 시간속으로 빠져든다.
동해에서 떠오르는 태양은 깊은잠속에서 기지개를 켜는 설악의 암봉들을 황금색으로 물들이며 깊고깊은 백담사의 계곡에도 어둠이 밀려나고 내설악과 외설악의 날등을 오르내리며 정감어린 대화속에 1,326m의 마등령정상에 올라서니 공룡릉선,용아장성 화려한 장막이 펼쳐지고 화채능선, 서북능선 끝간데 없어라 (08시 35분)
가시밭길 험한길에 참고 참아왔던 정상주가 배낭속에서 선을보이고 따끈한 라면국물이 진수성찬에 비할바 아니며 신선대와 천화대 릿지, 나한봉의 암봉들이 아침했살에 눈부시고 1시간 30분간의 휴식시간이 지루하지 않은것은 눈길 가는곳마다 절경이요. 겹겹이 주름진 능선과 계곡마다 나의 발자취가 묻어난 곳이기에 정감어린 눈길속에 한없이 머물고 싶어라.
뒤처진 후미와 공룡능선을 돌아오는 3인의 돌격대와 합류를하고 된 비알 너덜지대 가로지르며 금강문을 지나 세존봉을 바라보면 늠름한 기상에 눈길이 머물고 까마득한 미륵바위 금강굴을 찾아갈때 벼랑끝에 매어달린 쇠난간이 현기증나는 불안감으로 오금이 저리고 새의 둥지보다도 협소한곳이지만 부처님의 자비심이 넘쳐흐르고 내려다보이는 천불동 계곡은 사바세계 들어서는 일주문으로 잡다한 백팔번뇌 떨쳐버리고 칠성봉위로 날아오른다.
비선대지나 설악동으로 내려오며 뒤돌아보는 마등령과 황철봉이 구름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그곳으로 향하는 내마음은 언제나 활짝열린 대문이기를 바라지만 휴식년제의 안타까움속에 무작정 통제만 하는것이 능사가 아니고 대간길을 꼭 지나야할 사정이 있다면 당국에서도 융통성을 발휘하여 예약제로 인원을 통제한다면 훈훈한 인심속에 자연도 보호하고 줄거운 마음으로 대간길도 열리지않겠는가? (산행시간 10시간 쉬는시간 4시간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