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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다시찾은 공룡능선

 


다시 찾은 공룡능선

한계령에서 비선대 까지


소 재 지: 강원도 인제군 속초시

산행시간: 10시간 45분

 

내설악 광장.

산행에 필요한 마지막 점검과 김밥으로 아침 요기를 하고 신발 끈도 고쳐 매며 황철봉의 환상 속에 미시령 고개 마루에 도착하지만 차에서 내려 보지도 못하고 발길을 되돌려야 하는 안타까운 순간이다.


휴식 년제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으나 도둑고양이 담 넘어가듯 야심한 시간에 은근 슬쩍 통과하려고 하였지만 쌍불을 켜고 지키는 순시원의 제지로 이마져도 허사가 되고 말았으니 .....


어디로 향하는지 목적지도 모르는 채 오던 길을 되돌아가는 버스 안은 쥐죽은듯이 고요한 정적만이 흐르고 한참 후에야 더듬거리며 사태를 수습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최대장의 진지한 모습에 우리 모두 공감을 하며 ꡒ 꿩 대신 닭이라는ꡓ속담대로 미시령에서 황철봉을 오르는 계획을 포기하고 그 대신 한계령에서 서북릉을 거쳐 공룡능선을 타는 코스로 변경을 하고야 말았다.


오래 전부터 황철봉을 거쳐 마등령까지의 코스를 눈여겨보게 된 것은 백두대간을 징검다리 식으로 건너 뛰다보니 완전한 종주를 못하고 있었는데 이 구간만 지나게 되면 진부령에서 대관령까지 연결이 되기 때문에 부푼 가슴에 설레임으로 달려왔지만 큰 실망을 안고 다음으로 기약을 할 수밖에 없다.


한계령의 서북능선은 여러번 다녀온 곳이라 칠흑 같은 어두운 장막이 앞을 가려도 전혀 낮 설지가 않고 비수기인 탓에 인적도 드믄 호젓한 길이지만 식수를 비롯하여 비옷까지 20kg이 넘는 배낭의 무게와 실망감까지 더하여 된비알에서 놀란 토끼처럼 달려가는 젊은 산 꾼들과는 견줄

바가 못 되므로 처음부터 포기를 하고 멀고도 먼 태산준령을 넘자면 황소걸음이 제일이라 뚜벅 뚜벅 산길을 오른다. (03시 30분)


어둠도 서서히 계곡으로 밀려나고 여명이 밝아 오는 삼거리 갈림길을 1시간 20분 만에 통과를 하게 된다. 어려운 고비를 넘긴 자신감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하늘에는 은구슬을 뿌려 놓은 듯 오색영롱한 별들이 어둠 속을 밝히고 내설악의 연봉들과 깊고 깊은 계곡들이 속살을 드러낸다.

시간이 지날수록 계곡에서 피어오르는 운해가 연봉들을 휘 감아 돌며 신비스러운 모습을 연출하고 동녘하늘의 끝자락에 솟아 오른 대청봉을 바라보며 발길을 재촉한다. 끝 청의 암봉 위에 올라서면 한게령에서 오색으로 내려가는 구절양장의 굽이 길이 장관을 이루고 시원한 바람결에 속새의 묵은 때를 털어버리고 네 활개를 활짝 편다. (6시 30분)


군부대 철조망을 옆으로 돌아가면 때늦은 진달래가 유혹을 하고 중청 산장 너른 분지에는 제철 만난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새벽잠 설치며 찾아온 산객들에게 황홀한 정경을 한 아름 안겨주는 천상의 화원에서 대청봉을 뒤로하고 서둘러 휘운각으로 발길을 돌린다. (07시 10분)


소청의 분기점에 올라서면 용아 장성 품에 안긴 봉정암이 그림 같고 아침 햇살에 기지개를 켜는 신선대의 침봉들이 기치창검 높이 들고 열병하는 모습에 혼미한 정신을 가눌 길이 없다.


휘운각으로 내려딛는 벼랑길이 한 없이 곤두박질치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날렵한 전망 좋은 바위에 자리를 잡고 김밥에다 반주까지 곁들이며 신선놀음이 한창인데 낮 모르는 작자 옆자리로 파고들더니 느닷없이 담배 연기 뿜어내며 여유 작작하는 꼬락서니 ........


날벼락도 유분수지 공기 좋은 산정에 힘들여 올라와 한다는 짓이 니코친 마셔대며 역겨운 냄새를 풍겨대는 안하무인으로 예의도 모르는 무뢰한과 다투기도 싫어 자리를 박차고 벼랑길을 내려오며 마음을 달래본다.


깊고 깊은 벼랑길의 철 사다리를 내려서면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물소리에 불쾌한 생각들을 씻어 버리고 밤새 달려온 반더룽의 식구들과 합류한다. 공룡능선과 설악동의 분기점이기도 한 휘운각은 이곳을 지나는 산객들이 지친 몸을 달래는 휴식처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컵라면으로 요기를 하고 8시 20분 대장정의 막이 오른다.


사실 공룡능선은 십여 년 전 삼복더위에 갖은 고생을 하며 넘던 기억으로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겠다고 맹세를 하던 곳으로 아직까지도 두려움의 대상으로 남아있는 곳이다. 하여 한계령을 출발하여 5시간의 산행으로 몸도 지치고 설악동으로 빠지자는 유혹으로 무너미 고개에서 망설이다가 사나이 한번 죽지 두 번 죽느냐? 눈을 질끈 감고 직진을 하여 산모랭이를 돌아서니 작은 계곡을 가로 지르는 사면 길에는 수많은 리본들이  반색을 한다.


가쁜 숨 몰아쉬며 깔딱 고개 올라서니 시원한 조망 터인 신선봉 이라 .

티 없이 맑은 하늘아래 펼쳐지는 공룡의 등줄기는 삼지창을 곧추세운 침봉들의 전시장으로 내설악과 외설악을 아우르는 1.275봉과 천화대의 기암절벽들은 우리의 기상이요. 심장의 맥박이 고동치는 선경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08시 55분)


북쪽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은 조물주가 빚어 놓은 걸작품으로 마등령까지 5km에 불과한 곳이 지만 첨봉을 오르내리는 우리의 발길은 깊은 계곡으로 떨어 졌다가 다시 첨봉의 정수리로 올라서야 하는 4시간 이상 걸리는 태산준령으로 1,275봉을 오르는 비알 길에서 개미들의 행렬처럼 장사진을 이룬 인파들이 연체동물의 흐느적거림으로 속세의 허물을 벗어버리고 신선들이 노니는 천국의 문으로 향하는 간절한 몸부림이다. (10시 10분)


등줄기의 중심점인 1,275봉은 군계일학으로 주위의 연봉들을 압도하며 뛰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첨봉이지만 아직까지 이름이 없는 것은 어느 도인들도 감히 합당한 수식어를 찾지 못함이 아니겠는가?


기암 절벽아래 둥지를 틀고 오가는 산객들에게 따끈한 차를 제공하던 산지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궁금하던 차 추운 겨울날 터줏대감 노릇을 하다가 동상이 걸리는 불상사로 하산을 하고 말았다니 안타까운 사연에 목이 메이고 지나친 욕심이 화를 불러오고 말았으니 손수 채취한 삼지구엽초를 건네주던 그 손길이 그립기만하다.


오르내림의 연속으로 능선은 계속되고 범봉을 끼고 도는 나한봉 오름길이 만리장성으로 앞길을 가로막고 나는 새도 넘지 못할 고개 마루에 올라서니 발 아래로 굽어보이는 용아 장성의 날카로운 암봉들이 구곡담계곡과 가야동계곡을 품에 안고 내 달리는데 전국에 산재한 용아장성의 진짜 원조로 십여 년 전에 다녀온 곳이라 더욱 정감이 간다. (11시 30분)


어려운 고비를 넘고 보니 유순한 마등령이 살포시 누워있고 난초지초 흐드러진 분지에는 초여름의 따가운 햇살아래 야생화의 향기 속에 철쭉꽃이 한창이고 돌무더기 위에 둥지를 틀고 있는 독수리(나무로 만들었음)의 가호아래 대간 길을 오가는 길손들에게 안락한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11시 50분)


마등령에서 바라보는 황철봉의 주능선이 지척으로 한 달음에 달려갈 거리이건만 휴식 년제란 족쇄에 묶여 오고가지를 못하는 안타까움으로 절로 나오는 한숨 속에 언제나 그 날이 오려는지 기약 없는 약속의 땅을 한 없이 바라본다.


비선대로 내려오는 하산 길은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너덜지대로 흐느적거리며 질질 끄는 지친 다리에 진절 머리가 나도록 지루한길.  무리한 산행으로 절뚝이는 일행을 바라보면서도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에 겨우니 마음이야 간절하지만 어찌 도와야 할지 난감하기 그지없다.


울창한 숲.

그 사이로 사면 길을 돌고 돌아 세존 봉을 지나면 깎아지른 벼랑에 걸린 철사다리를 타고 올라선 금강굴은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서너 평의 공간이지만 속세를 벗어난 선경으로 천불동계곡이 한 눈에 펼쳐지는 설악산 제일의 기도 처 이다.


멀고도 먼 서북 능선을 돌아온 공룡능선의 산행도 비선대의 목로에서 시원한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사실상으로 마감을 하며 공룡능선에 대한 두려움도 말끔히 씻어내며 행복한 발걸음으로 설악동 광장으로 향한다. (1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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