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타오르는 내설악 가리봉 (1,519m)
산행일시 : 2004년 10월 3읠 소 재 지 :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 북면 (설악산 국립공원 )
설악산의 그 어느 계곡과 능선중에 만만한 곳이 있으랴만 특히 내설악의 가리봉 능선이야 말로 산꾼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으로 서북능선에서 바라보는 가리봉과 주걱봉이 하늘로 향해 치솟은 첨봉으로 아슬아슬하게 단애를이룬 능선이야말로 용아장성의 명성에 버금가는 곳으로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언젠가는 꼭 넘어야할 대상이기에 산정산악회와 함께 대장정에 오르게되었다.
10월의 싸늘한 기온이 옷깃을 여미게하는 이른아침 구름 한점없이 청명한 날씨는 우리의 산행길에 내려주신 축복이요. 두물머리 호수위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수초사이를 맴돌고 정대장의 자세한 산행설명으로 다시한번 긴장을 하게되며 전국의 350산을 오르내린 산꾼을 자처하면서도 4m직벽코스의 난이도를 생각하면 오금이 저려온다.
아직은 단풍의 절정기가 아니라 도로의 정체현상도 없고 시원하게 뚤린 44번 국도를 따라 예정시간대로 10시 30분 출발지점인 자양천 상류, 한계령 1,7km 못미친 지점에 도착하여 1m가 넘는 옹벽을 넘어서며 하늘을 가린 무성한 밀림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처음부터 가파른 벼랑길을 기어 오르며 싱그러운 아침공기에 흠뻑취해 땀을 드리울 시간도없이 5분만에 천연기념물 보호비가 세워진 안부에 올라서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게 되는데 생각보다 편안하고 완만한 능선길에 한여름 짙푸른 나뭇잎들도 연록색으로, 노란색으로 갈아입고 길가에는 조릿대의 무리가 군락을 이룬 가운데 무성한 싸리나무와 철쭉나무 사이로 서북능선의 상투바위와 귀때기청봉이 화려한 조경을 연출하고 한계령 남쪽으로 백두대간 길따라 날카로운 침봉들이 불꽃을 피워 올리며 그뒤로 넉넉한 인심을 품고 있는 점봉산이 하늘금을 긋고 있다.
위험한 등산로로 소문이난 탓인지 이곳을 찾는 등산객도 그리 많지않고 자연의 생태를 그대로 보존하고있는 주위로는 앙상한 고사목 사이로 단단풍이 붉은 핏빛을 토해내며 물들이고 언뜯언뜯 막아서는 암릉길에 눈이 시리도록 청명한 가을하늘, 그 아래 펼쳐지는 조물주의 걸작품으로 연속되는 암봉들에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오니 세파에 찌든 때를 훌훌 날려버리고 순진무구한 동심의 세계에서 날고 싶어라.
안내 표지판도없는 필례령을 바람결에 스치고 1,186봉 오름길에서 쉬어가는 일행들을 앞질러
1,410봉 넘는길에 비지땀을 흘리며 지척에 보이는 가리봉 정상이 우뚝한데 본색을 드러내는 암릉길에 가슴이 서늘하지만 큰 어려움없이 솟을바람 불어오는 가리봉정상에 올라서게된다. ( 12시55분)
설악산 국립공원이 다 그러하지만 대청봉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정상석을 세워놓은곳이 없으니
이곳도 2m남짓한 비목에 가리봉 정상이란 표지로 확인을 시킬뿐 푸대접을하고 있으니 야박한 인심속에 연약한 비목을 부여잡고 추억을 만들며 사방을 휘둘러보니, 세상에 이럴수가 화등잔만하게 커진 눈동자에 경련이 일고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지근거리에 있는 주걱봉의 거대한 몸체는 하나의 돌덩어리로 수백 수천길의 단애를 이루고 날카로운 기암절벽 사이로 형형색색의 광채로 피어나는 화려한 불꽃은 그 뒤편의 이름모를 송곳바위로 옮겨붙고 삼형제봉으로 삼각구도를 이루는 입체감은 그 어느곳에서도 볼수없는 진풍경으로 힘들여 올라온 정성에 펼쳐보이는 귀중한 선물이다.
사방을 둘러봐도 막힘이 없는 조망으로 시선을 거둘수없고 넓찍한 암반위에 자리를 펴고 점심상을 마련하는데 정상주가 배낭속에서 울고있는것은 험준한 암릉길이 주걱봉으로 이어지고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4m직벽의 환상속에 언감생심 그 누구도 입밖으로 꺼내지를 못하고 꿈같은 30분의 휴식시간으로 배부른 포만감속에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정상에서 주걱봉 가는길은 양쪽으로 단애를 이루어 숲사이로 드러나는 암릉길이 오금을 저리게하고 도저히 건너지못할 난공불락의 요새로 보이지만 두 주먹 불끈쥐고 앙살맞은 철쭉을 헤치며 벼랑을 내려서니 신기하게도 길이 열리고 스릴넘치는 암릉길에 계곡에서 불어오는 음풍이 간담을 서늘하게 하지만 조심조심 걷는발길 숨은 비경을 찾아내고 절로나는 감탄사에 발걸음도 가벼웁다.
40여분만에 하늘로 치솟은 주걱봉밑에 도착하니 왼쪽으로 우회로가 이어지고 단풍나무 숲을헤치며 나아가는데 직벽이 앞을 가리고 두가닥 로프가 벼랑길에 매여있는데 그리 위험해 보이지는 않고 조심조심 통과를 하며 일행들에게 이제부터 암릉구간의 진수를 펼쳐보이는 맛보기 구간이 아니겠느냐고 너스레를 떨며 이제나 저제나 4m직벽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며 걷다보니 어느덧 주걱봉의 우회로도 끝이나고 깔딱고개를 넘어 갈림길 안부에 내려오니 바닥에 깔려있는 산정 산악회의 표지기가 우측방향으로 안내를 하고 이곳이 느아우골로 내려가는 길목으로 직진을 하면 삼형제봉으로 연결이 되는것이다. (표지기는 어제 산행에서 깔아놓은 것 )
이런 허망할때가〝이름난 잔치집에 먹을것이 없다고〞 인터넷과 안내 책자마다 통과하기 어려운 난코스로 침이 마르도록 극찬을 하여 초조한 긴장속에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기다려왔는데 맛보기로 통과한곳이 4m직벽이라니 사기당한 기분으로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삼형제봉까지 다녀오자는 제의로 시간을 보니 14시 30분, 삼형제봉까지는 왕복으로 1시간 30분을 계산한다고 해도 얼추 후미그룹과 비슷하게 만날것으로 예상은 되지만 초행길에 변고라도 생기면 여러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게되며 가파른 느아우골이 5km나되어 안전산행을 원칙으로 할때 무리하지 말자는 생각에 권대현씨만 삼형제봉으로 향하고 또 한사람은 다리가 불편하다며 뒤로처지고 나홀로 느아우골의 험한 너덜지대로 들어섰다.
너덜지대 급경사길에는 히미한 발자국이 계곡으로 빨려들어가고 자연 그대로 비경을 간직하고있는 느아우골은 햇볕도 들지않는 음습한곳으로 널부러진 바위와 쓰러진 고사목에 푸른이끼 돗아나고 나는새도 넘지목할 벼랑사이로 끝없는 너덜지대 이어지는데 다래넝쿨 우거진 그늘속에는 월동준비에 분주한 다람쥐가 체 바퀴를 돌고있다.
50여분만에 계곡을 빠져나오며 오늘의 산행도 마감을 하게되는데 시원한 옥녀탕에 발을 담그고 배낭속의 정상주로 목을 축이며 5시간만에 완주한 가리산의 비경을 가슴에 안고 행복의 나래를 활짝편다. (15시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