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2017년 5월7일
구 간: 칠산타워 - 함평항 - 안악해수욕장 - 월천방조제 - 석창리 - 해창마을 - 싱흥삼거리(12km)
함평 월천방조제
함평해안은 방조제로 시작해서 방조제로 끝이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해안선의 굴곡이 단순하고 지루한 여정이다. 한 낮의 열기를 고스란히 받아가며 방파제를 걸어가던 중, 산기슭에서 내려온 고라니 한 마리가 갯벌로 뛰어 든다.
때마침 썰물이라 드넓은 해안가를 가로지르던 고라니가 육중한 방파제를 넘지 못하고 사투를 벌인다. 처음에는 신기한 모습에 넋을 놓고 구경하고 있었지만, 사생결단으로 탈출을 시도하다가, 만리장성의 높은 벽 앞에서 고꾸라지는 고라니의 모습이 애처롭기만 하다.
인적도 없는 곳에서 구원의 요청을 할 수도 없고, 내 자신도 방파제 안으로 들어갔다가는 나올 수 없는 시설물이라, 그저 고라니의 생존본능을 기대하며 현장을 뜨고 말았다. 방파제가 끝나면서 아주 작은 어촌을 지나게 된다. 바로 이곳이 함평 항이란다. 이름도 무색한 어촌을 뒤로하고 무료하게 해안가를 지난다.
30여분 후 안악해수욕장에 도착한다. 단조로운 콘크리트 해안을 벗어나 소나무와 고운모래가 깔린 해수욕장이 반갑기만 하다. 규모는 작아도 함평군에서는 유일한 해수욕장이기에 안전시설을 보강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그만큼 함평군을 지나는 해안선이 짧은 탓이다.
섬마을 선생님 노래비가 있는 광장을 지나며 월천 방조제가 시작된다. 끝도 없이 아득하게 멀어 보이는 방파제 끝자락이 가물거린다. 그 길이가 자그마치 5km에 달한다. 서해안을 답사하며 이보다 긴 방파제를 수도 없이 지나왔지만, 새 만금 방조제 이후로 가장 긴 방조제이다.
방조제는 인간의 의지로 만들어진 구조물이다. 이로 인해 신남리를 중심으로 손불면 소재지가 있는 대전리까지 수 천 만평의 문전옥답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방조제 중간에 있는 팔각정에 오른다. 20여km를 걸어온 여독을 풀기위해 자리에 누웠더니, 신선이 따로 없다. 갯벌에서 불어오는 해풍에 슬그머니 꿈속으로 빠져져들고 30여 분간 즐긴 오수가 새로운 활력소가 된다.
석창리 해안가로 돌아서니 바다 건너편으로 오늘의 목적지인 돌머리 해수욕장이 바라보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짙은 황사덕분에 형체만 보이는 돌머리 해수욕장은 주포만으로 둘러싸여 직선거리로는 2km에 불과하지만, 해안선의 길이가 6km에 달한다.
청명한 날이라면 큰 문제 될 일이 없지만, 초미세 먼지 속에서 걸어온 25km가 무리였던지 가래 기침이 나오며 컨디션이 말씀이 아니다. 또 한 내일의 일정으로 30여 km가 남아 있으니 더 이상 무리해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으로 석창리 해창마을로 들어선다.
함평읍과 손불면을 오가는 버스정류장이 있어서, 한 시간 동안 기다린 끝에 손불면을 순회하는 버스에 오른다. 조금 전 지나온 월천방조제가 반갑기만 하다. 버스로도 10여 분을 달린 끝에 손불면 소재지에 도착하니, 담쟁이덩굴로 장식을 한 면사무소 건물이 너무도 인상적이다.
손불면 시골마을까지 순레하며 함평공용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오후 4시경이라 해가 중천에 떠 있다. 3년 전에 아내와 함께 다녀간 함평나비공원을 찾아간다.
섬마을 선생님 노래비
월천 포구
바다건너 돌머리 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