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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도보여행

해변 - 노을길

일  시 ; 2016년 3월 22일

장  소 : 충남 태안군 안면읍


                                                     14. 해변 노을길

원형계단을 내려서서 곧바로 이어지는 노을길은 조금 전에 지나온 솔 모랫길과 함께 2011년 태안해변길 중에서 가장 먼저 개통한 구간이다. 해변 5구간인 노을길은 백사장항에서 꽃지해변까지 바닷가를 끼고 12km가 이어진다.

 

 

출발지인 백사장항은 안면도를 대표하는 관광어항으로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대하나 꽃게 철이 돌아오면, 미식가들이 군침을 흘리며 몰려든다. 저자거리를 방불케 하는 번화가를 빠져나와 꽃지해변을 향해 발걸음을 이어간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화창한 봄 날, 밀물이 시작되면서 수면위로 수증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신기한 장면을 바라보는 동안, 바람을 타고 밀려온 수증기가 해무로 바뀌고, 순식간에 주변을 안개 속으로 집어 삼킨다. 五里霧中(오리무중), 서해안 도보기행을 하면서 처음 겪는 일이다.

 

 

짙어가는 해무가 솔밭 속으로 파고들며 체감온도를 사정없이 떨어트리고, 따사로운 햇살이 그리운 바닷가에서 한기로 온몸이 후둘 후둘 떨려온다. 백사장 항구를 뒤로하고 노을길이 무색하게 해무 속을 걸어가는 중에 성수기를 대비하여 해수욕장을 정비하는 포크레인이 앞길을 가로 막는다.

 

 

아무도 없는 바다 갈매기 노래로 잠들고 / 무심히 부서지는 파도는 발밑을 적시는데 /

올 사람 없는 바다 추억이 파도에 밀리고 / 어디서 불어오나 애꿎은 바람이 가슴을 흔드네.

겨울바다의 추억을 흥얼거리며 백사장위를 걸어간다.

 

 

백사장해변이 끝나고, 노을길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밀물 때를 대비하여 산길로 올라서는 길과 해안 길로 나뉜다. 아직은 만조시간이 아니라서 벼랑길로 방향을 잡는다. 남쪽해안으로 앙증맞은 바위하나가 시선을 끌지만, 육지로 밀려드는 바닷물의 기세에 눌려 나무 테크로 만든 벼랑길로 물러서고 만다.

 

 

벼랑위에 조성한 전망대에 올라서면, 곰섬, 거아도, 길마도, 울미도, 뒷섬, 삼섬, 지치섬이 다도해의 징검다리처럼 아름답다는데, 안개 속에 모습을 감추고 말았으니 애석한 일이다. 벼랑길을 내려서면, 그 유명한 삼봉해수욕장이 펼쳐진다. 39세인 재형이가 10살 때 이니까. 벌써 30여 년 전 일이다.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삼봉해수욕장에서 34일간 보낸 일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주변 환경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변한 것 이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입자고운 솔밭에는 캠핑 족을 위한 야영장이 조성되고, 음료수대와 샤워장, 화장실까지 삼봉해변을 찾는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삼봉해변과 기지포 해변은 落照(낙조)로 유명한 곳이지만, 가시거리가 수백m 에도 미치지 못하는 안개 속에서 비단옷을 걸치고 밤길을 걷는 기분이다.

 

 

기지포가 가까워 오면서, 老弱者(노약자)를 위한 나무테크와 전망대를 조성하고, 유실되는 砂丘(사구)를 보호하는 모래 포집기를 설치하여, 아름다운 해변을 유지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번 파괴된 환경은 다시 복구하기 어려우니,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최선책이 아닐까 싶다.

 

 

나무테크의 길이가 1004m여서, 천사길로 부르는 기지포 해안도 끝이 나고 바다로 흘러드는 風川(풍천)위로 놓인 창정교를 건너 안면 해수욕장으로 이어진다. 군부대 건너편에 있는 창기리는 안면도에서 남부터미널을 오가는 시외버스 정류장이 있어서, 태안, 서산, 당진을 경유하여 서울 가는 관광객들에게는 요긴한 정류장이다.

 

 

삼봉해변에 이어 두여 해변에서 두 번 째 산등성이를 넘는다. 두여 해변은 지형이 아름답고,

100년 이상 된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루어, 태안군 안면읍 정당리에 있는 적송군락을 태안 3경으로 꼽고 있다. 이곳 안면도 적송나무는 소금기가 많은 해풍으로 결이 단단하고, 벌레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탓에, 고려 때부터 궁궐과 배를 만드는 용도로 사용했다고 한다.

 

 

밧개해수욕장에 도착한다. 안개 속에 묻혀 버린 해수욕장이 더욱 쓸쓸하다. 겨울바다의 고즈넉함이 안개 속에서 황량한 분위기로 빠져 들고, 두에기해변을 우회하는 고갯길을 넘는다. 이곳 두애기농원 삼거리에서 왼쪽 안면시장 길로 빠지면, 1km거리에 안면 시외버스 터미널이 있다.

 

 

제법 가파른 비알 길을 넘어서면, 몽돌이 구르는 방포해변이다. 방포해변에서 또 한 번 고갯 길을 올라서면, 노을길 최고의 전망대가 펼쳐진다. 방포항과 꽃지해변의 아름다운 풍광이 고스란히 펼쳐 보이고, 할매바위와 할배바위의 다정한 모습이 저녁놀의 단골메뉴라고 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노을길 12km를 걸어오는 동안 모든 사물을 안개 속에 감추어두고도 끝끝내 모습을 보여 주지 않는다. 두 바위의 전경을 다음에 찾기로 하고 방포항에서 안면 터미널로 방향을 잡는다.

 

 

태안 제8경으로 곱히고 있는 할미, 할아버지 바위에도 승언과 미도부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신라 흥덕왕 4(838) 해상왕 장보고는 청해진을 거점으로 황해도 장산곶과 안면도에 기지를 두었는데, 기지사령관이었던 승언과 미도부부의 금슬이 유난히 좋았다고 한다. 출정을 나간 승언이 돌아오지 않자, 남편을 기다리던 미도가 죽어서 할매바위가 되었고, 그 옆에 있는 바위가 할배바위라고 한다.

 

 

그 아름답다는 노을 길을 안개 속에 묻어버리고, 터미널에 도착하니 1535분이다. 용케도 남부터미널로 향하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2시간 마다 운행하는 버스를 곧바로 탈수 있는 행운을 생각하면, 25km를 걸어온 여독이 말끔히 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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