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2016년 3월 11일
장 소: 충남태안군 근흥면
11. 근흥면의 볼거리
혹독하던 추위도 물러가고, 남쪽에서 불어오는 훈풍에 따라 2박3일간 삼남 길을 다녀올 예정이었으나, 2016년도 노인일자리를 신청한 의정부 송산복지관에서 “문화재 해설사”로 선정되었으니 토요일(3월12일) 복지관 소집에 참여해 달라는 전갈이 왔다.
‘꼭’ 하고 싶었던 곳이라 두말없이 승낙을 하고, 부랴부랴 일정을 변경하여 서해안 답사 길에 나섰다. 남부터미널에서 6시40분 첫차로 태안을 향해 달려가는 중에,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위해 눈을 감고 있는데, 운전사의 불안한 말소가가 귓전을 스친다. 버스 뒷바퀴에 펑크가 났다는 것이다. 불길한 예감 속에서도 버스는 속력을 늦추어가며 운행을 하고 있다.
당진을 지나 음암면 주유소에서, 다른 버스로 교체하여 예정보다 30여분이나 늦게 태안에 도착하고 말았다. 하지만 정산포가는 버스를 가까스로 승차하고 보니 그동안 마음 조리던 순간들이 봄 눈 녹듯이 사라지고, 1970年代(년대)나 볼 수 있던 도우미를 만나면서, 인심 좋은 태안의 정서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가 있었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부축해 주고, 요금계산과 교통카드도 체크해 주며 상냥하게 서비스하는 도우미로 인해 태안(泰安)의 이미지를 밝고 명랑하게 만든다. 연포삼거리에서 내려 해수욕장을 찾아간다. 700m 거리에 있는 연포해수욕장은 고운 모래와 松林, 잔잔한 파도가 장점이다.
1967년에 개장된 연포(戀浦)해수욕장은 삼성그룹에서 고운 모래를 직접 공수하여 약 2km에 이르는 백사장을 만들었다는 일화가 있다. 울창한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백사장의 폭이 200m에 이르고, 수심이 얕고 경사도 완만하여, 가족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로 안성맞춤이다. 1978년 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연포해수욕장은, 울창한 해송(海松)과 동백나무가 어우러진 해안선을 따라 기암괴석이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경관을 펼쳐낸다.
명성이 높은 연포해수욕장도, 관광객이 찾지 않는 겨울바다는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다. 겨울잠에 빠진 해수욕장을 뒤로하고, 연포삼거리로 나와 603번 도로를 따라 3.2km를 걸어가면, 죽림저수지가 나오고 갈음해수욕장 입간판이 서 있다. 마을길을 따라 2km를 진행하면 갈음리 해수욕장이다.
사실 이곳은 사유지라 입장료를 지불해야 해수욕장에 들어갈 수가 있다. 지금이야 한겨울이라 찾는 사람도 없이 을씨년스럽기는 매 한가지다. 신두리해안처럼 입자고운 모래언덕이 방문객을 맞이하는 해수욕장은 규모는 별로 크지 않지만, 주변에 어우러진 해송과 고운모래가 압권이다.
때 마침, 썰물 때라 모래톱을 따라 가노라면, 바위에 붙어있는 굴 껍데기를 쪼아내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정겹게 보인다. 서산갯마을의 구성진 가락 속에 한평생을 살아온 아낙네들이, 굽어진 등허리를 추 수리며 굴 따는 일에 여념이 없으니, 세월 앞에 장사가 어디 있겠는가. 이제는 허리도 펴고 편하게 여생을 보낼 만도 한데, 거센 풍랑 속에서 손길을 멈추지 못하고 있으니 보는 눈길이 안쓰럽기만 하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이 신진대교가 바라보이는 산자락에 터를 잡은 팔각정이다. 무심코 바라보아도 예사롭지 않은 이곳이 경기도 안성시 칠장산에서 한남정맥과 분기하여 칠현산(七賢山, 516m)· 성거산(聖居山, 579m)· 광덕산(廣德山, 699m)· 오서산(烏棲山, 791m)· 수덕산(495m)·가야산(678m)· 팔봉산(八峰山, 326m)· 백화산(白華山, 284m)· 지령산(知靈山, 218m)을 거쳐 약 240㎞를 지나온 금북정맥의 끝자락이다.
완주하지 못한 금북정맥이지만, 끝자락을 밟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개가 무량하다. 백두대간을 비롯하여 2개정맥과 15지맥을 완주하고, 천 여 산을 오른 기백도 나이 70을 넘기고 부터는 둘레 길로 전환하고 말았으니, 그만큼 내 육신도 쇠잔하고 말았다는 증표가 아닌가. 팔각정에 올라, 전국의 산하를 누비던 추억들을 반추하며, 안흥진 앞바다를 바라보는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제 건너다보이는 안흥성을 답사할 차례다. 생각 같아서는 태안비치CC 철조망이 있는 제방을 따라가면, 신진대교와 만나게 되겠지만, 철조망에 가로막혀 600m의 지름길을 버리고, 3km가 넘는 길을 돌아 안흥성 북문으로 진입한다. 태안 제2경으로 유명한 안흥성은 중국사신을 영접하던 장소이자, 해안방어를 담당하던 城으로 조선17대 효종6년(1655년)에 둘레1.714m, 높이 3.5m로 축성한 충남기념물 제11호로 지정된 사적지이다.
암문으로 축조한 북문을 들어서면, 완만한 능선을 따라 태국사 쪽으로 이어진다. 본래는 안흥진성(安興鎭城)이었으나, 후에 안흥성으로 부르게 되었는데, 수군첨절제사(水軍僉節制使)가 주둔하여 군사상 중요한 임무를 담당하던 곳이다. 인근 19개 부락의 군민들이 참여하여 축조한 안흥성(安興城)은 동쪽의 수성루(壽城樓), 서쪽의 수홍루(受虹樓), 남쪽의 복파루(伏波樓), 북쪽의 갑성루(갑城樓)를 세우고 250여년의 세월을 지나오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때에 성이 함락되면서 건물일부가 소실되었다.
태국사 경내로 들어선다. 백제무왕 34년 국태보안(國太保安)의 원으로 창건된 이래, 조선조 세종대왕의 특명으로 중창되어 중국 사신들의 무사항해를 빌었고, 국란(國亂)시에는 승병들을 관할하던 호국불교의 요람이었다. 태국사 앞마당에 올라서면 신진대교와 안흥만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안흥항 앞바다는 물길이 험난하기로 유명한 해역이었다. 해서 난행량(難行梁)이라 불렀는데, 나라의 세곡을 실은 배들이 조난을 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자 조정에서는 평안한 항해를 기원하기 위해 이름을 안흥량(安興梁)이라 바꾸었고, 이 곳 지명도 안흥으로 부르게 되었다. 태국사를 내려와 수홍루가 있는 안흥성 입구에 도착하여 바다낚시로 유명한 안흥진으로 내려선다.
신진도와 안흥진은 500여 m의 가까운 거리를 마주보면서도 암초와 거센 물결로, 두 지역 간의 왕래가 불편했는데, 1995년 신진대교가 개통되면서 안흥진을 내항으로 신진도를 외항으로 개발하고, 마도와도 연결되면서 지역주민들의 생활이 풍요로워 지고 활기가 넘친다.
신진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신비의 섬 “옹도해상관광” 이다. 유람선 터미널에 도착하여 승선정보를 확인해 보니 출항시간이 2시라고 한다. 1시간 반의 여유가 있어 마도 쪽으로 답사를 하는 중에 지금은 폐교가 되었지만, 아담한 마도분교 잔디밭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여유 있게 배에 오른다.
태안의 명물 버스 도우미
금북정맥이 끝나는 안흥 팔각정
팔각정에서 바라보는 신진대교
금북정맥의 대미를 장식하는 지령산
신진대교
안흥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