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2015년 9월 8일
구 간: 황금산 - 대진초교분기점 - 대죽1리 마을회관 -화곡교차로 - 삼길사삼거리 - 삼길포항 안내소(18km)
4. 서산 아라메길(3구간)
9월로 접어들면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보면, 가을의 문턱을 넘어선 모양이다. 가을은 하늘의 뭉게구름을 타고 오고,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온다고 하지 않던가. 지난번 석문방조제와 대호방조제를 승용차로 쉽게 통과하고, 오늘부터 5회에 걸쳐 서산 땅을 밟을 예정이다.
처음 답사할 곳은 서산7경으로 소문난 황금산과 삼길포항까지 18km를 이어가는 아라메길 답사 코스다. 서산터미널에서 900번 좌석버스로 40분 만에 도착한 곳이 독곶리 종점이다. 종점에서도 황금산 입구는 2.5km가 넘는 거리다. 난감하던 차에 "미란네가리비" 주인아주머니(박미란)의 호의(승용차)로 시간도 절약하고, 커피까지 대접을 받고 보니, 충청도 아줌마의 정이 넘치는 행복한 순간이다.
코끼리바위로 유명한 황금산을 찾아간다. 울창한 수림 속으로 들어서면 가파른 비알길이 시작된다. 높이가 150여 m에 불과한 낮은 산이지만, 바닷가에서 시작하는 곳이라 만만하게 볼일이 아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능선으로 올라서면, 소나무 그늘 속으로 가로림만의 비경이 펼쳐진다.
정상이 울창한 수림속이라 조망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황금산 돌탑과 임경업장군을 모신사당(黃金山祠)이 있다. 전설속의 황룡이 연평도로 올라간 조기떼를 몰고 내려와 조기가 많이 잡히는 바다라 하여 황금바다로 부르고, 황금산 앞바다는 수심이 깊고 물살이 세어 안전운항을 위해 매년 4월1일 山神과 임경업장군에게 제를 올린다고 한다.
사거리안부에서 해안가로 내려서면, 몽돌해수욕장과 코끼리 바위가 나타난다. 억겁의 세월을 지나오며 갈고 다듬어진 몽돌이 해변을 뒤 덮고, 서해바다를 향해 코를 길게 뻗고 있는 코끼리 형상이 장관이다. 밀물 때라 접근이 어렵지만, 철사다리 너머로 펼쳐지는 절경은 동해안에서나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해안선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황금산은, 대산석유화학단지가 들어오기 전만 해도 황금빛 모래가 가득하여, 이곳 山지명을 황금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능선을 타고 뻗은 해안 절개지가 너무도 아름답고, 서해안에서 보기 드문 주상절리 해안으로 유명하다.
황금산 해안을 일주하는 데는 3시간이 족히 걸리지만, 삼길포까지 답사해야하는 관계로 1시간 만에 황금산 탐방을 마치고 서산아라메길 3구간을 시작한다. 건너다보이는 육지가 태안군 원북면 만대항이다. 가로림만의 입구 폭이 3.2㎞로 좁고, 만의 내부가 넓은 호리병 모양을 하고 있다.
가로림만의 해안선길이가 161.84㎞에 면적이 112.57㎢여서 웬만한 군보다도 큰 면적을 가지고 있다. 대산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며, 축조된 방조제를 따라가는 아라메길은 서산이 자랑하는 갯벌이라지만, 물때를 만나 거대한 호수로 변한 가로림만을 마라보며, 터질목방조제와 흥진방조제를 지나 독곶2리 교차로가 있는 29번 국도로 올라선다.
국도를 따라 동쪽으로 1km를 진행하면, 독곶1리 교차로가 나오고 남쪽으로 38번 도로를 따라가는 중에 해안과 염전을 지나온 아라메길과 다시 만난다. 대진초등학교 입구가 황금산에서 6.1km지점이다. 이곳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숲길이 시작된다. 직사광선이 내려 쪼이는 국도변에서는 30도를 넘는 열기도, 숲속으로 들어서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아라메길은 고압전신주를 가설하며 만든 임도를 따르게 되고, 한 여름 웃자란 풀을 벌초하여 진행하는데, 너무도 편안하다. 시간이 갈수록 숲은 깊어지고, 오가는 인적도 없이 적막하여 사색의 길이 아니라, 산 짐승이라도 나타날 것 같이 등골이 으스스한 후미진 산길이다.
하늘이 빠꼼히 트이며, 대죽리에서 올라오는 죽엽로 고갯마루에서 건너편 숲속으로 진행한다.
하늘도 보이지 않는 숲속에서 30여 분간 산등성이를 타고 넘으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아라메길 이정표가 나타난다. 대진초등학교 4.9km, 화곡교차로1.5km. 1시간 반 동안 보이지 않아서 포기했었는데, 그래도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다.
어려울 때는 보이지 않던 리본과 이정표가 정작 찾아가기 쉬운 곳에서는 생뚱맞게도 총총히 걸려있다. 서산이 자랑하는 아라메길이라면 좀 더 성의 있게 갈림길이나 외진 곳에 리본이라도 표시를 해 두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화곡교차로를 건너 화곡보신탕이 있는 마을까지는 깃발까지 꽂아 놓았지만, 과수원 길에서 종적이 묘연하다.
삼길포까지 4.5km를 남겨둔 지점에서 생각지도 못하던 알바가 시작된다. 층층계단을 내려선 곳은 엉뚱하게도 대산공단 공원이다. 공단이 들어서기 전에는 아름다운 해안선과 조개잡는 갯벌이 끝없이 펼쳐진다고 했는데, 지금은 일반인들의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말았다.
봉화산이 머리위에서 손짓하지만 다시 오를 수는 없는 일이고, 3km가 넘는 해변 길을 돌아 삼길포에 도착하니 관광안내소가 있다. 버스 시간표도 알아볼 겸, 아라메길 이정표가 부실하다고 항의를 하니, 순순히 시인을 한다. 알면서도 시정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으나, 웃는 얼굴에 침을 뱉을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삼길포가 자랑하는 어선갑판에서 놀래미회를 떠서 방파제에서 느긋하게 포식을 하고, 5시에 출발하는 910번 좌석버스 편으로 서산 터미널에 도착하여 5시 50분발 직행버스에 오른다.
미란네가리비 주인아주머니
건너편의 태안군 만대항과 황금산이 가로림만 입구
몽돌 해수욕장
코끼리 바위
대산공업단지
가로림만 어구
황금산과 만대항을 가로막으면 가로림만 호수가 된다.
수차대신 사용하는 양수기(염전)
서해염전
죽엽로
화곡 은혜교회
과수원에서 아라메길이 사라지고 대산공단으로 알바
대조도
바다건너 도비도
삼길포항의 어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