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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누리길

설악산 가는길

일  시: 2015년 5월1일

구  간: 인제 터미널 - 원통 - 내설악광장 - 십이선녀탕 - 백담사 입구(28km)

 

                                    인제2구간: 설악산 가는길

06시 30분, 동서울을 출발한 버스가 2시간 만에 인제 터미널에 도착한다. 경춘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3시간씩 걸리던 거리가 2시간으로 줄었으니 정말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제 남은 평화누리길은 미시령옛길을 넘어야 하는 관계로 2구간으로 나누어도 만만치가 않다.

 

생각대로 한다면 미시령산림관 휴게소까지 1구간으로 해야만 하는데, 숙박을 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백담사 입구에서 1구간을 마치고, 속초에서 1박을 한 다음날 버스로 이곳에 돌아와 미시령고개를 넘는다는 계획을 세운다.

 

오늘 걸어야할 구간이 28km다. 그동안 설악산을 30여 번 다녀왔지만, 둘레 길은 처음이라 계곡 속에 발도 담그면서 여유를 부려보자는 생각으로 조급해지는 마음을 달래본다. 버스터미널을 출발하여 참전용사 사무실과 인제제재소를 지나 합강정 휴게소에 도착한다.

 

내린천과 인복천이 하나 되어 소양강으로 태어나는 합강천은 자연이 그려내는 풍수화의 걸작 품이다. 귀부인의 목에 걸어줄 물방울 다이아몬드의 모습이다. 동쪽에서 흘러오는 내린천이 노루목 산장을 감아 돌며 아름다운 곡선을 그려내고, 300 여m의 산자락이 인복천과 만나면서 물방울 형태를 이루고 있다.

 

내린천은 계방산과 오대산을 아우르는 을수계곡(칙소폭포)에서 발원하여 60km를 흘러온다. 백두대간이 지나는 고산준령에서 모여든 물길이라, 아직도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원시비경이 남아 있고, 급물살을 타고 즐기는 레프팅 장소로 더욱 알려진 곳이다.

 

월둔, 살둔, 귀둔과 아침가리, 명지가리, 적가리, 연가리를 일컬어 “삼둔 사가리”라 부르는데, 나라에 변란이 났을 때, 피신하기 좋은 인제와 홍천의 깊은 산속에 있는 지명이다.

 

내린천을 뒤로하고 인복천을 거슬러 오르는 舊 도로 옆으로 자전거 도로가 이어진다. 인제에서 용대삼거리까지 30km에 이르는 자전거도로는 미시령을 넘어 동해안을 일주하는 지름길이다. 차량들이 질주하는 44번 국도를 피해 조성한 자전거도로는 인복천의 물길을 따라 진행하는 호젓한 길이다.

 

북면사무소가 있는 원통이 가까워오며, 인복천은 왼쪽으로 비껴나고 복천이라는 이름을 달고 미시령과 진부령까지 이어진다. 설악산을 품고 있는 인제군은 1620.93㎢로 전국230여개시군 가운데 홍천다음으로 큰 면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인구수는 3만3천 여 명에 불과하여 인구밀도가 가장 작은 산자수명한 고장임을 알 수가 있다.

 

원통을 지나며 설악산의 비경이 시작된다. 내설악광장을 중심으로 한계령과 미시령이 갈라진다. 설악산의 비경은 한계령 쪽이 단연으뜸이다. 대청봉을 오르는 지름길이 한계령과 오색이고, 백두대간이 지나는 서북능선과 공룡능선을 오르기 위해서도 한계령을 시발점으로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시령옛길은 내설악예술인촌 입구를 지나야 한다. 잠시 후 46번 도로가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나면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복천이 펼쳐진다.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흘러내리는 계곡 물소리에 마음을 빼앗기어 삼매경에 빠졌는데,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울어댄다.

 

전화를 받는 순간, 말문이 막히고 만다. 40년 지기 이기선 씨가 운명했다는 전갈이다. 반평생을 친 동기간보다도 돈독하게 지나오며 우정을 쌓았던 그였기에 마음에 오는 충격이 너무도 크다. 3일전에 문병 간 것이 마지막이 될 줄이야. 75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으니 인생이 너무도 허무하다.

 

평생을 건강하고 활기차게 살아온 그가 병고에 시달리게 된 것은, 페에 혹이 발견되고 부터이다. 암이라는 사형선고를 받고도 투병생활을 잘 해오더니, 머리로 전이되면서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되었으니 불가항력(不可抗力)이었나. 6개월 만에 생을 마감하고 말다니.

 

모든 일정을 포기하고 상경할 수밖에 없다. 설악산 깊숙한 곳에서 비보를 접하고 보니 버스정류장이 있는 백담사 입구까지는 10km가 넘는다. 어떻게 달려왔는지 내 정신이 아니다. 마음이 급해지며 발걸음도 빨라지고, 발바닥에 불이나면서 물집이 생기고 만다. 이십년을 넘는 산행에서 물집이 생기기는 처음이다.

 

오후3시에 출발하는 동서울행 버스에 오르면서, 모든 상념이 머릿속을 맴돈다. 청운의 꿈을 품고 상경하여 도봉동에 터를 잡은 우리는 제2의 고향에서 뿌리를 내리자는 의기투합에 14명이 동참하여 청우회(淸友會)라는 친목회를 결성한지 35년이 되었다.

 

그동안 검은머리는 파뿌리가 되고 30대 중반의 나이가 70세를 넘기는 동안 10명이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으니 무상한 것이 세월이다. 먼저 간 송영복, 이오규, 김희중, 박상빈, 조남기, 문동웅, 이병태, 강영승, 전계진, 이기선의 이름을 하나하나 떠 올리며 명복을 빌어본다.

 

 

 

 

 

 

 

                                              내린천과 인북천이 합류하여 소양강이되는 합강

 

 

 

 

 

 

 

 

 

 

 

 

 

 

 

                                                   원통시내

 

 

 

 

 

 

 

 

 

                                                             아스라이 보이는 서북능선

 

 

 

 

 

 

 

 

 

 

 

 

내설악 광장

 

 

 

 

 

 

 

 

 

 

 

 

 

 

 

 

 

 

 

 

 

 

 

 

 

 

 

 

 

 

 

 

 

 

 

 

                                                                        십이선녀탕 진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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