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2015년 4월 17일
구 간: 소지섭 갤러리 - 이목정 안내소 - 두타연 주차장 - 금강산가는 삼거리 까지 - 왕복 - 고방산버스정류장 (20km)
양구2구간: 두타연 계곡
소지섭 갤러리에서 시작하는 두타연 탐방은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이 원칙이고, 출입신고를 하는 이목정안내소에서는 자동차가 없으면 자전거를 대여해야만 출입이 가능하다. 안내인의 설명에 의하면, 이목정신고소까지 걸어가는 거리가 2.8km에 30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평화누리길로 조성하기전에는 민간인출입이 통제되던 최전방이다. 민가는 물론 사람의 그림자도 찾을 길이 없고, 삼엄하게 경계를 서는 군인들만이 낮선 민간인을 주시하고 있다. 길옆으로 흐르는 수입천은 비무장지대 내 군사분계선 바로 남쪽에 있는 가칠봉(1.242m)에서 발원하고 있다.
길이가 34.8km에 이르는 수입천은 두타연 계곡을 관통하여 문등리, 송현리, 장평리, 오미리를 거쳐 파로호로 흘러간다. 계곡이 깊고 수량이 풍부하여 갈수기임에도 여울물소리가 요란하게 귀청을 때린다. 풀벌레도 숨을 죽이는 민통선, 평일이라 차량의 왕래도 없고 내려 쪼이는 봄볕을 고스란히 받아가며 도착한 곳이 이목정안내소다.
신분증을 제시하고, 출입신고서와 서약서를 작성한 다음 GPS가 장착된 목걸이를 받으면 신고는 끝이 난다. 걸어서는 가지 못하므로 자동차가 없는 탐방객은 자전거를 대여하는데, 경로라는 이유로 4천을 받는다. 헬멧과 자전거를 넘겨받으며 고생길이 시작된다. 군화에 발을 맞추라는 말은 훈련병시절에 듣던 구호가 아닌가.
기아도 없는 자전거에 키 낮은 안장, 경사진 비포장 길에서 아무리 밟아도 속도는 제자리걸음이다. 쉴 사이 없이 페달을 밟다보니 무릅과 엉덩이에 통증이 오기 시작한다. 3.5km에 불과한 거리를 20분을 넘기면서 두타연 주차장에 도착하고 보니, 온몸이 쑤시고 결리면서 두 다리가 후들 거린다.
관광안내소에 자전거를 보관하고 생태탐방로에 들어서면, 가장먼저 반겨주는 곳이 두타연이다. 우렁찬 굉음소리를 토해내며 쏟아지는 폭포와 상견례를 하고, 찾아간 곳이 두타교(출렁다리)입구다. 다리를 건너며 시작되는 탐방로는 데크로 바닥을 장식하고, 난간을 대신하고 있는 철조망에는 삼각형의 지뢰표시가 간담이 서늘하도록 겁을 주고 있다.
두타연 폭포위로 휴식공간을 지나 비알 길을 내려서면, 앙증맞은 징검다리가 긴장을 풀어준다. 계곡을 건너 돌계단을 올라서면, 차량 두 대는 지날 만큼 너른 자전거길이 펼쳐진다. 비득 고개를 지나 월운 초소까지 10km 가량 이어지는 금강산 가는 길목(금강산까지 32km)으로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두타연계곡(頭陀淵溪谷)을 거슬러 오르게 된다.
잠시 후 숲속으로 예술과 사색의 길이 펼쳐진다. 황토색 시멘트로 바닥을 포장하고, 목책으로 울타리를 만들어 이고장이 자랑하는 박수근 화백의 미술품을 비롯하여 고경일, 김동화, 신문수화백의 그림들을 걸어놓아 굽이굽이 흐르는 계곡물소리와 새소리가 들려오는 천상의 갤러리가 펼쳐진다.
다시 자전거 길로 올라선다. 양지쪽 산 비알에는 진홍색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앙상한 나뭇가지에도 새순이 솟아난다. 평화누리길 준공기념비를 뒤로하고, 숲속 길로 연결되는 다리(두타1교)위에 올라서면, 두타연계곡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60여 년 간 인간의 발자취를 거부한 1급수에 열목어가 서식하는 지상의 낙원이다.
인간의 탐욕으로 생긴 비무장지대에서 자연은 변함없이 순환법칙에 따라 천이의 과정을 거치는 보물창고로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청정지역이 바로 두타연 계곡이다. 숨 한번 들이쉴 때마다 몸속의 혈관을 타고 구석구석까지 파고드는 피톤치드야 말로 산삼보다도 소중한 보약이 아닌가.
연인들의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핑크빛 벤치를 끝으로 사색의 길도 끝이 나고, 두타2교를 건너 자전거 길로 올라선다. 산굽이를 돌고 돌아 금강산으로 가는 갈림길에 도착한다. 평화누리길은 비득고개를 넘어 월운 저수지로 연결되지만, 최전방의 열악한 교통편을 감안하여 더 이상 진행하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금강산 가는 길은 수입천을 따라 계곡으로 이어지고, 금단의 철조망이 굳게 잠겨있다. 현재시간이 13시 40분 두타연 주차장에서 3.6km를 답사했으니, 왕복으로 7.2km가 되는 셈이다. 반환점인 비아목교에서 5분간 휴식을 한 다음,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자신감으로 발걸음이 빨라진다.
두타연 주차장에 도착하니 드넓은 광장이 텅 비어 을씨년스럽고, 관광안내원도 달콤한 오수에 빠져 인기척도 모른다. 자전거를 바라보며 돌아갈 일이 꿈만 같다. 차라리 걷는 편이 훨씬 수월 한데, 미우나 고우나 자전거가 아니면 돌아갈 수가 없으니 말이다. 현재시각이 14시15분 더 이상 머뭇거릴 수가 없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내려오는 길이라 고생을 덜하고, 무사히 이목정 휴게소에 도착한다. 안내원에게 고생한 이야기를 해 보지만, 귓전으로 흘려버리고 만다. 다시 2.8km를 걸어야 고방산 버스정류장이다. 한 시간마다 다니는 버스를 타기위해서는 촉박한 시간이다.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한다.
고봉산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시각이 15시 15분, 한숨 돌릴 겨를도 없이 버스가 나타난다. 구세주보다도 반가운 버스에 머리를 조아리며 오른다. 아침에 까먹은 시간을 보충하고도 남는 시간이다. 정말로 뜻 깊고, 두고두고 잊지 못할 두타연 탐방길 이었다.
GPS가 장착된 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