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2015년 4월 17일
구 간: 양구읍(버스) - 방산면 - 백자박물관 - 평화누리길 - 소지섭갤러리(6.7 km)
양구1구간: 백자 박물관길(7km)
실로 1년 반 만에 찾아오는 평화누리길이다. 중동부전선의 최북단에 위치한 화천과 양구는 민간인 출입이 까다로운 구간이다. 북한의 금강산댐 수공(水攻)을 방어한다는 명분으로 건설한 평화댐이 있는 화천구간은 아직까지 도보여행이 금지되어 뒤로 미루고, 양구군 방산면 소재지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양구군 방산면까지는 여러 번 환승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세심한 계획이 필요하다. 회룡역에서 05시 9분발 전철을 시작으로 도봉산역에서 7호선(첫차 5시 28분)으로 환승하여 상봉역에서 춘천행(5시 55분)으로 갈아타고 춘천역에 도착하면 7시 20분이다. 양구행 직행버스(7시 45분)로 양구에 도착하여 방산행(8시 30분) 버스에 올라야 오늘의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 된다.
하지만 8시 30분차를 노치고 말았으니 40여분이 늦어진 셈이다. 남는 시간이 무료하여 양구시내를 산보하는 중에 이색적인 동상을 발견한다. 이름도 낮선 그리팅맨(Greetingman)이다. 한국식으로 머리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을 담아 전 세계에 소통과 평화, 화해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유영호 작가(51)의 작품이다.
2012년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 그리팅맨 1호를 설치한 이래, 2013년에는 강원도 양구읍내와 해안면에 각각2호를 조성하였다고 한다. 서울대 미대 조소과를 나온 그는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유학한 뒤 고국으로 돌아와 2004년 김세중 청년조각상을 수상한 중견작가라고 한다.
9시10분 버스(요금 3.010원)에 올라 20분 만에 방산면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찾은 곳이 양구 백자박물관이다. 지난밤에 몰아친 비바람으로 흐트러진 주변을 청소하던 집사 아주머니의 안내로 박물관을 돌아본다. 푸른 산과 맑은 물이 굽이쳐 흐르는 청정지역 방산면엔 흰 백자를 만드는 많은 양의 백토가 매장되어 있다고 한다.
질이 좋은 백토는 조선 500년간 왕실백자생산의 원료로 활용되었으며, 양구지역에서는 고려시대부터 20세기까지 600여 년간 백자생산이 지속되어 왔다. 세종실록 지리지에 따르면, 전국의 139개 자기소(磁器所) 가운데, 강원도에는 강릉도호부와 양구현에 자기소가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연관성을 내세워 2003년 전국최초로 방산자기박물관을 개관한 뒤로, 2012년부터 양구백자박물관으로 명칭을 바꾸어 600년 역사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송현리 5호 가마터에서는 압인(狎印)으로 예빈시와 공안부라는 명문을 찍은 접시가 발견되었고, 장평리 6호 가마터에서는 순(順承府로 추정), 금악리 1호 가마터에서 장명의 편이 발견되어 국가진상품인 관요(官窯)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이성계 발원 사리구는 고려말 이전부터 양구에서 백자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입증하여, 조선백자의 근원임을 전하고 있다. 양구백자박물관은 야외전시장과 실내전시장으로 구분하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비, 쇄석, 성형, 채석과정을 갖추어 도자기의 생산과정을 체험할 수가 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이 박물관 뒤편에 있는 직연폭포다. 수입천(水入川)의 물길이 15m의 낙차를 두고 곧바로 떨어지는 모습이 장관이어서 ‘직연폭포’라 부른다. 폭포주위로 직연정을 비롯하여 인공폭포와 폭포를 둘러볼 수 있는 다리를 놓아 방문객들을 위한 편의 시설을 조성했으나, 가평의 용추폭포와 같이 규모가 빈약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직연폭포에서 시작하는 평화누리길이 수입천 제방을 따라 이어진다. 새로 조성된 자전거도로와 청정지역의 오염되지 않은 물길이 어찌나 맑은지 송현교까지 2.5km를 가는 동안 잠시도 시선을 뗄 수가 없다. 송현교를 마지막으로 자전거 길도 끝이 나고, 460번지방도를 따라 고방산리 까지 진행한다.
460번 지방도는 화천과 양구를 이어주는 중동부전선의 핵심적인 도로망이지만, 민간인 차량의 왕래는 별로 없고, 최전방의 보루를 이어주는 군 차량들이 주로 활동하고 있다. 고방산리 삼거리에 도착하며 두타연계곡이 시작된다. 방산면에서 6.7km거리를 1시간 30분 만에 완주하고 소지섭 갤러리에서 안내를 받는다.
배우 소지섭이 DMZ일대를 찍은 사진을 배경으로 에세이집 “소지섭의 길”을 발간한 인연으로, 소지섭을 양구군 홍보대사로 임명하고, 소지섭 길을 개발했다고 한다. 여러 방면으로 사전조사를 하였지만, 흥미진진한 체험을 하게 될 줄이야. 그래서 눈으로 보고, 발품을 팔아야만 오래도록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할 수가 있는 것이다.
대성리 벚꽃길
가평 북한강교
김유정 역
양구에는 인사하는 그리팅 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