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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제23구간: 백암온천

 

 일시: 2014년 8월 24일

 구간: 고래불 해수욕장 - 백석해변 -  유금사 - 후포항 - 백암온천(26km)

 

 

 

울진 해파랑길은 어떠한 기교나 화려함 없이 동해안 트레일의 우직함을 드러낸다. 그래서 고독과 외로움을 벗 삼아 걷는 여행자에게는 내면의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동해에서 나는 모든 어종을 볼 수 있다는 후포항을 지나 바닷길을 걸으면 중국의 월나라에서 소나무를 갖다 심어 송림을 만들었다는 월송정에 다다른다.

 

관동팔경의 하나를 이루는 월송정은 지금도 넓은 소나무숲을 거느리고 시원한 솔숲길을 내어준다. 울진공항의 외곽 해안을 따르다 잠시 내륙과 접하던 길은 곧 바다로 나아간다. 관동팔경인 망양정을 만나면서 울진 해파랑길은 숲길과 하천길, 호수길 등 다양한 모습을 선사한다.    - 82km -

 

                                 제23구간: 고래불해변-후포항(10.1km)

 

고래형상의 조형물이 있는 고래불해수욕장이 해파랑길 23구간 시점이자, 영덕대게공원부터 고래불해수욕장까지 총 64.6km에 이르는 영덕블루로드의 종점이기도 하다. 덕천리를 지나 수산자원연구소가 있는 영덕군 병곡면 거무역(居無役)리를 지난다.

 

 

이 마을에 내려오는 전설에 의하면, 고려원종 때 안렴사 박세통이 이 마을을 순시하던 중, 괴이한 일을 목격한다. 마을사람들이 거북에게 매질하며 온갖 희롱을 하는데, 거북이는 매질에 못 이겨 죽을 지경이다. 안렴사가 가만히 살펴보니 거북의 등에 임금 “王”자가 있는 지라, 기이하게 생각하며 마을 사람들에게 후한 재물을 주고 바다로 돌려보낸다.

 

 

그날 저녁 잠결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자기는 동해바다의 용왕인데, 자식을 살려준 은공으로 자손만대에 부귀영화를 누리게 될 것이라는 현몽을 한다. 그 뒤로 안렴사는 문하시중 평장사에 오르고, 아들과 손자도 시중에 올라 한집안에 3정승이 나오자, 이 마을에 부역을 면제하여 거무역(居無役)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영덕심충수온천을 지나면 서쪽으로 칠보산이 우람차게 보인다. 표고가 810m인 칠보산은 남쪽으로 등운산(767m)까지 고산준령의 험준한 산세를 이루는 명산이다. 일곱 가지 보물이 숨겨있어 칠보산으로 부르는 이곳은 선덕여왕 6년(637)에 자장율사(慈藏律師)가 창건한 천년고찰 유금사가 자리 잡고 있다.

 

 

유금사가는 길은 금곡진료소가 있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산길을 따른다. 굽이굽이 울창한 숲길을 따라 6km를 거슬러 오르면, 첩첩산중 막다른 분지 안에 숨겨진 마을이 나타난다. 삼십 여 호가 넘는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곳이야말로, 정감록에 나오는 십승지가 아닌가 싶다.

 

 

유금사 자리는 삼국시대부터 금을 캐던 광산이 있었고, 신라의 국보인 금척도 이곳에서 발견하여 임금에게 진상하였다고 한다. 또 한 유금사에 전해오는 전설에 의하면, 어느 날 주지가 불국사 법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중에 사찰 앞 용소(龍沼)에서 두 마리 용이 교미하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절에 도착하기도 전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며 산사태로 절이 폐허가 되고 말았다고 한다.

 

 

그 뒤 다시 중건하였으나 화재로 소실된 것을 1627년(인조 5) 중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석가여래삼존불이 봉안되어 있는 대웅전을 1973년에 보수하였는데, 이때 천장 속에서 금서(金書)를 발견하고, 보물 제674호로 지정된 삼층석탑을 대웅전 뒤뜰로 옮기는 과정에서, 탑 속에 있던 금불상을 발견하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금곡리와 금음리가 경계를 이루는 지경마을은 화랑순례길이 끝나고, 관동팔경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백암휴게소를 지나 울진군 후포 항에 도착한다. 후포항은 1937년 개항한 이래 죽변항과 함께 울진을 대표하는 항구로, 동해안 어업진진기지중의 한 곳이다.

 

 

후포항의 먹 거리로는 울진대게가 단연 으뜸이다. 울진과 영덕이 대게의 원조라고 하지만, 영덕의 강구항과 축산항이 외지와 거래가 활발하다보니 영덕대게라는 명칭이 붙고 말았다. 실제로는 포항이 50%, 울진이 30% 영덕이 20%를 잡아 올린다고 한다.

 

 

대게는 껍질이 얄고, 살이 통통하여 게탕, 게찜, 게구이로 입맛을 돋운다. 울진이 자랑하는 홍게는 7백에서 2천 미터까지 수심이 깊은 곳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붉은 빛을 띠게 된다. 겨울이면 대게와 붉은 대게를 잡아온 어선들로 파시를 이루고, 아침부터 시작되는 경매로 전국의 상인들이 후포항으로 몰려든다.

 

 

후포항과 등대를 찾아가는 것이 순서이겠으나, 그칠 줄 모르는 빗속에서 몸도 마음도 지치고 만다. 누울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에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있다. 울진을 찾아와서 백암온천을 외면할 수가 있는가. 평해읍에서도 서쪽으로 10 여km를 들어간 뒤에야 백암산 자락에 포근히 안겨있는 백암온천을 찾는다.

 

 

백암온천의 원탕(元湯)이 있는 태백온천모텔에 여장을 푼다. 온양온천, 수안보온천과 함께 3대 온천수로 명성이 높은 백암온천은 국내에서 가장 높은 52도의 수온을 유지하고 있다. 온천수에는 알칼리성 방사능 유황성분이 있어서, 만성피부염, 신경통, 류머티즘 등에 효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당뇨병, 중금속중독, 동맥경화증에도 뛰어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따끈한 온천수에 몸을 담근 뒤, 시원한 맥주로 입가심을 하고나니, 천리 길을 달려온 여독이 말끔히 가신다. 먼동이 터 오는 온천장을 빠져나오니, 밤새 비도 그치고 싱그러운 풀냄새가 코 끝을 파고든다. 멀리는 갈 수가 없고, 동리를 한 바퀴 돌아보며 원주민들에게 귀동냥을 한다.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신라 때 사슴을 쫓던 사냥꾼이 벼랑에 떨어져 다친 상처를 근처 계곡에서 떠온 물로 씻고 나은 뒤로 신비의 물로 알려지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인근에 있는 백암사 스님들이 돌을 쌓아 욕탕을 설치했고, 고려 때는 현령이 욕탕을 지어 주민들에게 개방했다고 한다.

 

 

1912년 한일합방 후, 일본인이 피닉스호텔자리에 최신식 “백암온천관”을 신축하여 영업을 시작한 것이 백암온천의 효시라고 한다. 아침식사를 마친 우리는 어제 둘러보지 못한 후포항으로 이동한다. 백암온천에서 평해읍으로 나오는 10km 길가에 만발한 배롱나무(백일홍)가 환상적이다. 가로수로 심은 분홍빛갈의 백일홍이 고즈넉한 산길에 정겨움을 더하고, 우리의 마음이 활짝 열린다.

 

 

집을 떠나기 전부터 후포항을 노래하던 아내는 후포항에 도착하면서 “백년손님” 찾기에 분주하다. SBS에서 절찬리에 방영되는 백년손님은 사위가 처갓집에서 벌이는 해프닝이다. 이곳 후포항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백년손님은 남서방(의사)으로 통하는 남재현이 걸쭉한 입담의 장모(이춘자), 장인(최윤탁)과 벌이는 사연이, 각박한 현실에서 한줄기 소나기처럼 시청자들의 가슴속을 후련하게 쓸어내린다.

 

 

이 골목 저 골목 기웃거리며, 찾아 간곳은 후포 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바라지다. 아내가 보고 싶어 하던 할머니는 출타중이고, 영감님이 반겨주신다. 400여 년간 대를 이어오는 강릉최씨 문중에서 TV에 출연하면서, 사위 잘 둔 덕분에 20만 원짜리 이발도 해보고,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호강을 했다고 파안대소를 하신다.

 

 

커피대접을 받고 등대가 있는 계단을 오른다. 등기산(64m)위에 자리 잡은 후포등대는 팔각형 콘크리트 구조물로 높이가 11m이다. 1968년 불을 밝히기 시작하여 고기잡이배들을 비롯하여 후포 항을 찾는 선박들의 길잡이를 하고 있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동해의 푸른 바다와 갯바위전망대, 후포 항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천년사찰  유금사

 

 

 

 

 

 

 

 

 

 

 

 

 

 

 

 

 

 

 

 

 

 

 

 

 

 

 

 

 

 

 

 

 

 

 

 

 

 

 

 

 

 

 

 

 

 

 

 

                                                                  후포항 갓바위 전망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