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14년 7월 20일
구간: 통일안보공원 - 명파초교 - 제진검문소 - 통일전망대
50구간 차량 이동(11.7km)
화진포에서 관광버스로 10여분 만에 도착한곳이 통일전망대출입국관리소 앞이다. 휴전선을 찾아간다는 생각만으로도 긴장감이 감돈다. 모든 회원들이 차안에서 대기하고 있는 동안 우리를 대표하여 이익수 대장이 신고서를 작성한다. 차종과 차량번호, 동승자 신분 관계 등을 기입한 다음 안보교육을 받은 후, 자동차로 통일전망대까지 이동하게 된다.
잠시 후 민통선에서 가장 가까운 명파리를 지난다. 고향을 이북에 두고 온 실향민들이 통일을 염원하며 살아가는 곳. 고향의 맛 아바이 순대로 유명한 명파리에도 긴장의 순간이 있었다. 지난6월 21일 동부전선 GOP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으로 명파리를 비롯하여 인근마을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동료에게 소총을 난사하고 무장한 채 도주한 임모 병장이 수색조들과 교전을 벌이는 동안, 가슴 졸이던 순간을 떠올리면 불안감이 앞선다고 회상한다. 북한과 철책을 사이에 두고 살아가는 주민들에게는 항상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지만, 금강산 사건으로 어려움을 격고 있는데, 이번 사건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고 한다.
제진검문소에서 헌병의 검문을 받은 뒤 7번 국도를 따라 통일전망대로 향한다. 이 길은 금강산 가는 길이다. 7년 전 오색단풍이 만개한 청명한 가을날. 휴전선철책을 넘어 금강산을 찾아가던 날이 꿈만 같다. 현재는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금강산이라 더욱 보고 싶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통일전망대에 도착한다.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이 해파랑길 49, 50코스 안내판이다. 1년 반 동안 먼 길을 달려오면서, 예상치 못한 병마(만성기관지염)에 시달리며 완전종주를 하지 못했지만, 종착점을 함께 밟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 벅찬 순간이다. 나머지 구간도 완주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뒷바라지에 헌신적인 아내에게 감사하는 의미에서 기념패를 만든다.
여보! 나머지 인생도 멋지게 살아봅시다. 나의 반쪽, 영원한 동반자.
- 통일전망대에서 -
2014년 7월 20일 남편 김완묵이 사랑하는 김선화에게
동해안 최북단에 위치한 고성 통일전망대는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호리 해발 70여m의 낮은 언덕에 자리 잡고 있지만, 금강산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전망이 좋은 곳이다. 전망대 오르는 길목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고성지역전투 충혼탑”이다. 휴전을 앞두고 치열한 공방전이 벌였던 고성지구. 한 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겠다는 일념으로 화진포와 명파리까지 우리의 땅으로 수복한 순국선열들의 투혼에 머리를 숙인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비무장 지대와 휴전선 너머로 그리운 금강산이 보인다. 발아래로 이어지는 7번 국도는 금강산까지 이어지고, 남북철도가 완공되는 날, 유라시아까지 실크로드가 펼쳐지는 꿈을 꾸게 된다. 하지만 금강산까지 이어지는 해안의 모래해변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지구촌에 단 한곳밖에 없는 분단의 현장에서 우리는 다짐한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금강산을 배경으로 포토죤이 설치돼 있다. 이번 해파랑길 원정대에서 어린 나이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770여km를 완주한 재석(초등학교 4학년)이와 다정한 포즈를 취한다. 가장 나이 많은 나와 재석이는 60년이라는 세월을 뛰어 넘어 해파랑길을 함께 걸어 왔으니 장하고 대견하다. 재석아! 너의 굳은 의지가 앞날에 큰 힘이 될 것이다. 파이팅 !!!
남과 북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에서 북녘 땅을 바라본다. 구선봉을 중심으로 해안가로 뻗어 내린 만물상과 해금강, 지척에서 바라보면서도 갈수 없는 금단의 땅. 통일의 그날을 기원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다.
화진포로 돌아와 3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오는 전통막국수 집에서 술잔을 높이 들고, 해파랑길의 대미를 장식하는 자축연으로 모든 일정을 마감한다. 감사 합니다. 이익수 대장님, 그리고 동지여러분 건강하세요. 2014년 7월 20일
진부령 인공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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