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14년 8월 26일
구간: 2박3일 휴가. 강구항 - 고래불 해수욕장 ( 자가용 이동)
제22구간 : 강구항-고래불해변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 기상이변이 일어났다. 6~7월을 마른장마로 보내고 태풍도 중국과 일본으로 비껴가더니, 뜬금없이 늦장마가 추적거리며 썩은 팔월이 되고 말았다.
작년에 건강검진을 받은 뒤로 만성기관지염이라는 병마에 시달리면서, 함께하던 등산클럽과도 헤어지고, 해파랑길 23구간부터 6구간이 빠지고 말았다. “앓던 이 빠진 듯”이 허전하게 남아 있던 구간을 아내와 함께 여행 삼아 채울 생각으로 팔월하순으로 날자를 잡았는데, 빗속의 여행길이 되고 말았다.
추적거리는 빗속에서도, 2박3일의 일정표대로 양평IC로 올라선 우리는 중부내륙고속 도로를 신나게 질주한다. 집을 나선지 2시간 만에 문경IC에서 국도로 내려선 다음, 34번 국도를 따라 안동시와 임하댐을 거쳐 4시간 만에 영덕에 도착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영덕이 자랑하는 대게 정식을 찾아 강구 항으로 달려간다.
생생정보통에서 맛 자랑으로 나온 “영덕대게의 명가 죽도산”을 찾는 데는 그리 어렵지가 않다. 강구 항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2층으로 안내를 받는다. 10여 가지나 되는 밑반찬이 그득하게 차려지고, 복어껍질 회를 시작으로 대게 모듬에 연어와 광어회, 대게튀김, 랍스터회, 대게버터치즈구이, 대게 찜까지 차례차례 눈요기로 식욕을 돋우며, 6가지 코스요리를 소화하고 나니, 임금님 수랏상이 부럽지 않다.
여행길에서 푸짐한 밥상과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는 것이 일상의 탈피가 아닌가. 점심 먹는 동안 햇볕이 쨍 하고 내 비추더니, 또 다시 궂은비가 시작된다. 불루로드 언덕에서 바라보는 강구 항이 절경이지만, 포기하고 축산 항으로 달려간다. 일기예보가 어쩌면 그리도 잘 맞는지, 족집게 도사가 따로 없다. 인공위성에서 시시각각으로 잡아내는 일기예보가 국지성호우를 제외하고는 90%이상을 맞추는 세상이다.
일주일 내내 남쪽을 강타하던 비는 부산과 진주에서 시간당 100㎜라는 전무후무한 대형물폭탄을 퍼붓고 말았다. 전국적으로 맑은 날씨에 영동지방에만 비가 오겠다는 예보를 들으며, 설마 설마하며 막연한 기대를 걸어 보지만, 동해안이 시작되는 황장재를 넘자마자 먹구름이 몰려오며 비를 뿌리고 만다.
인간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하지 않던가. 빗속의 여행이라도 마음먹기에 달렸으니, 비바람이 몰아치는 해안가를 달려가며 분위기를 추슬러 본다. 일상을 탈피하여 집을 나서면,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전환되어 만단시름을 잊게 되고, 잡다한 인생살이의 고달 품이 사르르 녹아버린다.
드디어 축산항에 도착한다. 그림 같은 현수교 앞에서 스냅사진을 담아내며 숙달된 해설사 처럼 흥을 돋운다. 축산항의 백미는 죽도산 등대다. 하지만 비바람이 몰아치는 굿은 날씨 탓에 등대가는 길을 포기하고, 고래불해수욕장으로 방향을 잡는다.
대진항을 지나 도해단(蹈海壇)에 도착한다. 1852년 영양군 청기면에서 태어난 벽산 김도현 선생은 경전과 사서를 탐독하며 나라의 동량이 되고자 하였으나, 명성황후시해사건이 일어나면서 그의 인생에도 큰 전환점을 맞게 된다. 1989년 영양군 청기에서 의병을 일으킨 이후 안동을 오가며 맹활약을 하던 중, 1910년 일본에 의해 국권을 강탈당하고 만다.
비분강개한 울분 속에 망국의 한을 달랠 길 없어 자진하고 싶어도, 늙으신 부모님 때문에 차마 결행을 하지 못하고, 아버지의 삼년상이 끝난 1914년 왜적의 무리들을 막는 구국의 혼이 되고자, 겨울바다로 들어가 도해순국을 결행하였다.
박정희 대통령께서 도해단(蹈海壇)에 관한 일화를 들으시고, 1971년 선생의 애국일념을 기리고자 도해단을 중수하고 천추대의(千秋大義)라는 휘호를 내리게 된다. 국운이 위태로울 때마다 분연히 일어나는 백성들의 우국충정이 나라를 구하는 구심점이 된 것이다.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구한말 의병들의 활약상이 일제강점기로 이어지고, 들불처럼 일어나 30만이 넘는 백성들이 독립투사로 활약하였다고 한다.
영덕북쪽으로 영해면 대진리에 도착하면 송천을 중심으로 대진해수욕장과 덕천해수욕장이 펼쳐진다. 독경산기슭의 창수저수지에서 흘러내리는 송천은 창수면과 영해면을 두루 거치며 동해바다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하지만 해안으로 밀려오는 모래톱에 가로막혀 바다로 흘러들지 못하고 만다. 해서 대진해수욕장에서는 해수욕과 담수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인 체험을 할 수가 있다.
송천을 가로지르는 길이가 300m에 이르는 고래불 대교를 건넌다. 대게를 형상화한 난간과 가로등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백사장의 길이가 자그마치 20리에 이르는 동해안 제일의 고래불해수욕장이 펼쳐진다. 고래불이란 영덕이 고향인 고려말의 성현 이색선생이 상대산 관어대에 올라 바다에서 고래가 흰 물줄기를 뿜어내는 장면을 보고 “고래가 노니는 뻘” 이라는 뜻에서 “고래불”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고래불 해수욕장 남쪽으로 펼쳐지는 덕천해수욕장은 울창한 송림이 자랑거리다. 소나무 산책로와 지압길을 조성하여 캠핑 족들에게 사랑받는 야영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한 여름의 축제도 끝이 나고, 썰물처럼 빠져나간 빈자리에는 애꿎은 가을비만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의정부 자택 출발: 8시 15분
충주 휴계소에서: 중부 내륙 고속도로
안동시: 서쪽 관문
안동시: 동쪽 관문
강구항 도착
축산항 도착
빗속의 대진항
도해단 - 벽산 김도현 선생 도해진
고래불 대교
'해파랑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24, 25구간: 후포항 - 월송정 (0) | 2014.08.29 |
---|---|
제23구간: 백암온천 (0) | 2014.08.29 |
제50구간: 통일전망대 (0) | 2014.07.24 |
제49구간: 화진포 (0) | 2014.07.08 |
제48구간: 거진항 (0) | 2014.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