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길 : 한양 관문길 (8.7km)
일 시: 2014년 5월17일 07시 - 09시 30분 (2시간 30분)
구 간: 남태령역 - 남태령 - 용마루 - 과천둘레길 - 과천성당 - 온온사 - 과천향교 - 과천시청 - 정부과천청사 - 가자우물터 -
인덕원 옛터 (8.7km)
의주길에 이어 삼남길을 찾아간다. 조선시대 한양에서 각 지방으로 연결되는 6대로 중에서 충청, 전라, 경상의 삼남지방을 이어주던 길을 삼남대로(三南大路)라 부른다. 조선시대 육로교통의 중심축을 이루던 곳. 해남 땅 끝 마을에서 서울의 남대문에 이르는 삼남1000리 길을 새로 복원한다는 취지에서, 2012년 4월 전남구간을 완성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경기구간을 개통하였다는 경기도 문화재단의 설명이다.
남태령역 3번 출구로 올라서니 아침 7시다. 일교차가 심한 계절이라 옷깃을 파고드는 아침공기가 제법 싸늘하다. 보무도 당당히 발걸음을 내딛지만 이정표가 없으니 불안한 마음이 든다. 오늘의 목적지를 찾아가자면 어차피 남태령을 넘어야 하기에 고갯마루를 향해 심호흡을 가다듬는다. 8차선 도로에는 자동차행렬이 꼬리를 물고, 오른쪽으로 수도방위사령부가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다.
수시로 보아오던 남태령 표지석이 오늘따라 더욱 늠름하게 보인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다. 땅 끝 마을까지 천리가 넘는 삼남길을 답사하는 역사적인 순간이 아닌가. 4대강 천삼백 km를 답사 할 때에도 처음에는 미미하였다. 하지만 결과는 인간승리가 아니었던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이라는 명언을 가슴깊이 되새긴다.
용마골 입구에 도착해서야 삼남길 표지판을 발견한다. 글자도 선명한 삼남길, 주황색으로 가는 길을 표시하고 있다. 대로를 버리고 관악산 기슭으로 파고든다. 새로운 리본 관악둘레 길과 겹쳐지는 구간이다. 향기 짙은 아카시아 꽃잎이 바람결에 흩날리고, 실개천을 건너 둘레길 제1쉼터를 빠져나오면, 대로변에 있는 과천 성당 앞이다.
성당에서 오른쪽 주택 골목으로 접어들어 400여 m를 진행하면 과천시건강가정지원센터 정문이 보인다. 무심코 지나치려다 수령이 600년이나 되는 느티나무가 심상치 않아 가까이 다가서니 경기도 유형문화재 온온사(穩穩舍)자리다. 과천의 객사였던 온온사는 조선 인조 27년(1649년)에 건립되었는데, 정조가 생부인 사도세자(장헌세자)의 원묘인 영우원을 수원 화산으로 옮긴 후 참배하기 위해 과천의 객사에서 머물며 주위 경치가 쉬어 가기가 편하다고 하여“온온사”란 현판을 내렸다고 한다.
느티나무 옆에는 역대 과천현감들의 비석이 한자리에 모셔있다. 조선 정조6년(1782)에 건립된 현감 정동준의 비로부터 1928년에 세워진 변성환에 이르기까지 15명의 비석이 보존되어 있다. 장방형의 비좌에 비신을 갖춘 전형적인 조선시대의 양식을 갖추고 있는 비석이 눈길을 끌지만, 오랜 세월 모진풍파에 글자가 마모되어 판독이 어려운 것이 흠이다. 잃어버린 구슬을 되찾은 기쁨으로 찾아간 곳이 과천향교다.
관악산 등산로 입구에 있는 향교는 등산객들이 만남의 장소로 활용하는 곳이라,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자물쇠가 잠겨있어 안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고, 주변을 돌아본다.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9호인 과천향교(果川鄕校)는 태조7년에 창건되어 숙종16년(1690)에 현재의 위치로 이전 개축하였으며, 홍살문·외삼문·내삼문·대성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등산로 입구에는 연주대에 관한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양녕대군과 효령대군이 동생인 충녕대군(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관악산에 머물면서 한양이 그리워 눈물지으며 바라보는 모습이 안스러워, 이를 본 사람들이 군주를 그리워한다는 뜻으로 연주대(戀主臺)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구세군 요양원을 지나 과천외국어 고등학교 골목으로 내려서면, 별천지가 따로 없다. 도심 속의 숲속이다, 하늘을 가린 나무숲속에 산책 나온 사람들의 활기 넘치는 모습에서 살기 좋은 과천을 실감할 수가 있다. 수림 속을 벗어나면 과천경찰서와 시청이 반겨준다. “언제나 살고 싶은 과천”의 슬로건이 마음속 깊이 와 닿는다.
탄탄대로 광장에 도착하면, 관악산 기슭에 자리 잡은 정부과천청사가 반겨준다. 우리나라의 브레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 바로 과천정부청사다. 관악산의 정기를 받은 웅장한 건물들, 울창한 숲속에 자리 잡은 아늑한 터전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낸 석학들의 집합장소가 예 아닌가.
“과천부터 긴다” 는 말이 있다. 청운의 꿈을 안고 과거 길에 오른 시골 촌뜨기들이 한양이 코앞에 어른거리는 과천부터 겁이 나서 주눅이 든다는 말이다. 지금이야 고속도로가 거미줄처럼 사통팔달로 통하는 세상이지만, 50여 년 전 만해도 서울구경하는 것이 유럽여행보다도 힘든 세상이 아니었던가.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서울도 가기 전에 이곳 과천에 정부의 핵심부가 자리 잡고 있으니 말이다.
수자원공사가 있는 대로변을 지나 갈현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작은 공원하나가 나타난다. 이곳이 물맛 좋기로 소문난 “가자우물터”이다. 이 우물은 효성이 지극한 정조대왕이 부왕 사도세자의 능침을 참배하러가던 도중에 물맛을 보고, 당상의 품계에 해당하는 가자우물로 칭하라는 어명이 내린 후 부르게 되었다는 일화가 있다.
우물 옆에는 커다란 자연석에 “김영철 기념비”라는 표지석이 있다. 외줄타기 중요무형문화재 58호로 지정된 김영철은 아홉 살에 스승 김관보에게서 외줄타기를 배우게 된다. 재주와 슬기가 뛰어난 김영철은 당대 최고의 명창 김동백을 비롯하여 유명한 연예인들과 공연하며 칠현금이라는 악기를 직접 제작하여 연주할 정도로 음악성에도 뛰어난 재인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전쟁의 영웅 김승철 중위. 민족의 비극인 6.25전쟁을 맞아 이한림장군 부대가 갈현동 부근에서 북한군의 기습을 받게 된다. 이때 김승철 중위는 부대원들이 후퇴할 시간을 벌기위해 단신으로 북한군 1개 소대와 맞서 장렬하게 최후를 맞고 만다. 살신성인의 충혼비를 바라보며 세월호가 침몰하는 순간, 내 한 몸 살기위해 수 백 명의 고귀한 생명을 헌신짝처럼 버린 선장과 너무도 대조되는 모습이다.
도심 속을 지나 한가로운 갈현동 비닐하우스 촌을 지난다. 싱싱하게 자라야할 비닐하우스엔 말라비틀어진 화초들이 을씨년스럽다. 과천지식정보타운이 들어설 곳이라고 한다. 살벌한 문구 속에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식의 현수막이 주민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곳. 누구의 잘못이라는 판단은 성급하지만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다. 인덕원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인덕원역골목길로 접어들면 인덕원 옛터가 나오고 이곳에서 제1구간 8.7km를 마감한다.
제2길 : 인덕원 옛길 ( 3.5km)
일 시: 2014년 5월 17일 9시 30분 - 10시 20분( 50분)
구 간: 인덕원옛길 - 학의천 - 백운호수
인덕원이란 지명은 조선시대 환관들이 한양에서 내려와 살면서 주민들에게 어진 덕을 베풀었다하여 인덕(仁德)이라는 말과, 이곳에 관원들의 숙소가 있었기에 인덕원(仁德院)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인덕원은 일찍부터 교통이 발달하여 마을과 주막거리가 형성되어 한양을 오가는 길손들이 끊이지 않았다.
정조대왕이 부왕인 사도세자의 능을 참배하기위해 여섯 차례나 이곳을 지나고,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을 맞아 1597년 5월 초사흘 인덕원에서 쉬어갔다는 기록이 난중일기에도 적혀 있다. 삼남길은 학의천을 건너 47번 국도를 따라 평촌, 호계, 고천동으로 이어지는 모락산 서쪽으로 추정되지만, 이곳은 의왕신시가지의 도심을 통과하게 되어 편의상 학의천을 따라 백운저수지 쪽으로 선정한 것이다.
학의천 고수부지에 도착하면 시원하게 조성된 자전거도로위로 걷기열풍이 실감나게 많은 사람들이 운동에 열중하고 있다. 능수버들 휘늘어진 개천 변으로 붓꽃과 창포가 꽃망울을 터트리고, 한강에서 27.9km나 된다는 이정표가 반갑게만 느껴진다. 2008년 6월 27일 한강의 양화대교 밑에서 백운호수까지 30여 km를 걸어온 적이 있다.
그 당시만 해도 이명박 정부가 4대강사업에 피치를 올리고, 자전거천국을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아래 전국의 하천 부지를 자전거 도로로 조성하던 시기였다. 공과(功過)야 후세에 넘기면 되는 일이지만, 자전거 도로만큼은 국민들의 의식수준에 부합(符合)되는 것이고 보면 아주 잘한 일로 보인다.
백운저수지에서 시작하여 안양시 비산동에서 안양천과 합류하는 학의천은 3.5km의 비교적 짧은 하천이지만, 전문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흰뺨검둥오리, 쇠오리, 고방오리, 딱새 등 11종 230여 마리의 철새들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눈길이 어지러운 학의JC를 지나면 백운호수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바라산과 백운산, 모락산의 물길이 모여 형성된 백운호수는, 농업용수의 원활한 공급을 목적으로 1953년에 준공한 인공호수이다.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북동쪽의 청계산과 남동쪽의 백운산, 그리고 서쪽의 모락산이 만나는 25만 여 평의 분지 중에서 호수가 11만평에 이르고, 나머지는 유원지로 조성되어 있다.
도시의 팽창과 더불어 인덕원을 중심으로 의왕시가 발전하고, 주변의 수려한 경관과 울창한 수림 속에 맑은 공기를 찾아오는 인파가 늘어나면서, 대형주차장과 호수순환도로를 따라 라이브 카페, 수상스키, 각종전문요리를 즐길 수 있는 유원지로 조성되어 가족나들이와 데이트코스로 명성이 높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