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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북한강 : 1

일시: 2012년 9월9일

구간: 운길산역 - 송천동 - 영화찰영소 - 수상스키 - 피아노 폭포 - 대성리역 (약 20km)

 

                                                 영화 촬영소

강변을 중심으로 조상들의 삶이 묻어나는 유적지를 답사하면서 4대강 살리기 국토대행진이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남한강 답사를 완료하고, 문경새재를 넘어 낙동강 답사가 서울에서 거리가 멀어지는 관계로 자주 찾아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북한강 답사를 시작한다.

 

북한강은 강원도(북한) 금강군에 있는 옥밭봉(1,241m)에서 발원하여 강원도 춘천을 지나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에서 남한강과 만나는 길이 371킬로미터의 강이다. 운길산역을 빠져나오면 곧바로 북한강 철교와 만나면서 남한강 자전거 길은 동쪽으로, 오늘 시작하는 북한강은 북쪽으로 갈라진다.

 

 

산수가 수려한 북한강을 가운데 두고 좌청룡우백호의 지세를 형성하고 있으니, 왼쪽은 천마지맥이 백이십 여리를 달려온 끝에 운길산에서 기를 모으고, 오른쪽은 한강기맥이 사백여리를 달려온 끝에 용문산을 정점으로 청계산에서 끝을 맺으니, 그 기운이 양수리로 모여든다.

 

 

높은 산과 깊은 계곡을 흘러온 북한강이 양수리에 도착하여 조여 맨 앞가슴을 풀어헤치고 남한강과 얼싸 안으니, 물속에 잠겨있는 양수리는 연꽃의 향기 속에 별천지를 이룬다. 양수리는 운길산 수종사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으뜸이다. 천년고찰 수종사의 은행나무 그늘에서 바라보노라면 한 폭의 산수화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절기상으로 백로인 9월9일이다. 이슬이 내리고 아침저녁으로 선들바람이 불어온다고 하지만,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터라 삼복더위가 무색하게 한낮의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린다. 운길산역을 빠져나오면, 진중리 마을회관 앞으로 자전거도로공사가 12월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갈대와 습지가 어우러진 왕 버들사이로 유선형의 교량하나가 선을 보인다. 터파기 작업이 한창이지만, 흰 백로를 연상하는 다리 하나만으로도 앞으로 전개될 자전거 도로에 대한 기대를 모은다.

 

 

경춘가도를 달려가노라면 천리 길을 달려온 북한강과 어우러지는 주변의 경치에 매료되고 만다. 운길산역을 지나온 1km지점이 송촌1리이고, 이곳부터 강변마을이 펼쳐진다. 45번 국도에서는 울창한 숲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수 백 평씩 터를 잡은 고급별장들이 북한강을 바라보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아 외국의 부자 마을을 연상시킨다.

 

 

강물 따라 십 여리를 거슬러 오르면, 지금처럼 호안공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자연그대로 강물이 흘러가던 시절, 홍수가 나면 강물이 범람하여 물을 내민다하여 내미리, 물에 받친다하여 바치리, 물이 들어 온다하여 무드리, 물이 넘친다하여 무너미로 부르다가 지금은 문호리가 되었다는 지명은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해학이 묻어나는 곳이다.

 

 

도심을 떠나 교외로 나오면 곳곳에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싱그러운 공기 속에서 머리가 맑아진다. 현호색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는 마을이 삼봉리이고 마을입구에 유래비가 있다. 이양마을은 조선중엽에 소규모이지만, 목장형태로 양을 기르기 시작하여 효시를 이룬 곳이고, 마을 주변을 세 개의 봉우리가 감싸고 있어 삼봉리라 부른다는 설명이다.

 

 

이 마을이 남양주 영화촬영소를 찾아가는 진입로가 된다. 서북쪽으로 1km쯤 골짜기를 따라가면 문안산 기슭에 약 40만평의 부지를 조성하여, 영화촬영 야외세트와 규모별로 다양한 촬영스튜디오, 녹음실, 각종 제작 장비 등을 갖춘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제작 시설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공동경비구역을 촬영하면서 세운 판문점모형이다. 분단조국의 긴장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직접 찾아가지 못하는 판문점의 군사분계선을 넘어보며,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볼 수 있는 안보교육장이라 할 수 있다.

 

 

자연을 배경으로 조성된 야외세트장과 각종 소품이 보관되어있는 물품창고에서는 역사적 고증을 거친 시대별 의상이 전시되어 있고, 일상용품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있다. 또한 영화의 탄생과 기술발전을 소개하는 국내최초 영화박물관에는 명예의 전당이 있어 왕년의 인기스타 김지미와 황정순, 한국영화의 전설 같은 인물 신상옥 감독과 유현목 감독의 애장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자전거도로공사도 이곳에서 끝이 나고, 차량들이 질주하는 45번 국도를 따라간다. 조약돌 하나를 힘껏 집어던지면 경쾌한 파열음으로 산산이 부서져 내릴 것만 같은 푸른 하늘과 시원한 강물. 산모퉁이를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까페와 음식점들. 숨 막히는 빌딩의 그늘 속을 탈출하여 싱그러움이 넘치는 강촌을 지난다.

 

 

강 건너 양서면 부용리 일대는 산세가 완만하고 사양 진 곳이라 이조시대 이항복 대감과 정창손 대감의 묘를 비롯하여 정승판서들의 묘가 많이 보인다. 그중에서도 목왕리 산 19번지는 十八大朝 翼元公 金士衡 할아버님이 계시는 곳으로 문화유적으로 지정된 곳이다.

 

 

본관이 안동이요. 자는 평보(平甫), 호는 낙포(洛圃)이시고, 중시조 방경(方慶)의 현손으로 1390년(공양왕 2) 밀직사로 대사헌을 겸하다가 지문하부사(知門下府事)가 되셨고, 이성계를 추대하여 개국공신 1등에 봉해지고, 정종이 즉위하자 정사공신(定社功臣) 1등이 되셨다. 1401년(태종 1) 좌정승(左政丞)에 제수되시고, 상락부원군이 된 뒤 관직에서 물러나신 어른으로 시호가 익원공(翼元公)이시다.

 

 

소설속의 무대로 등장하는 양수리는 언제 보아도 감회가 새롭고, 벗 고개를 넘어가면 청계산자락에 서정시가 흐르는 무대가 펼쳐진다. 아늑한 분지 속에 “황 순원” 그 분의 업적을 기린 문학관에 들어서면 우리에게 새로운 사실을 하나하나 일깨워준다. 자전거도로공사로 어수선한 가운데 문안산 자락이 단애를 이루는 협곡을 지나면 묵현천과 만난다.

 

 

이곳에 새로운 명소가 자리 잡고 있으니, 남양주 화도 하수처리장 인공폭포가 바로 그곳이다. 세계최고의 높이(92m)를 자랑하는 하수처리방류수를 이용한 인공폭포다. 남양주시 화도읍, 수동면, 조안면 일대 각 가정에서 발생하는 오폐수 43,000톤을 정화하여 인공폭포를 통해 북한강에 방류하므로 팔당호의 수질을 개선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한다.

 

 

하수처리 시설을 포함하여 인공폭포, 피아노화장실, 환경홍보관, 생태공원을 조성하여 이색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인데, 특히 피아노 화장실은 계단을 올라갈 때 신기하게도 피아노 건반소리가 나며, 화장실 내부에서 폭포를 바라보며 볼일을 볼 수 있게 만든 피아노화장실, 기발한 아이디어로 관광객의 호기심이 발동한다.

 

 

경춘 고속도로 밑을 지나며 연도에는 맛 집들이 즐비하여, 모처럼 나들이 길에 미각을 자극하는 장소로 적격이다. 북한강 문화마을을 지나 구운천을 건넌다. 대동여지도에 굴운천(屈雲川)으로 표기되어 있는 구운천은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내방리(內坊里) 서리산에서 발원하여 남양주시 일대를 흐르는 하천으로, 총 길이는 15km이다.

발원지에서부터 차례로 수산천, 외방천, 지둔천, 가곡천과 만나 화도읍 구암리(九岩里)에서 북한강과 합류한다.

 

 

대성리역에 도착하며 제1구간 20km를 완주한다. 짧은 거리에도 영화촬영소, 피아노 폭포와 같이 볼거리가 많아, 새로운 견문을 넓이는 것도 답사 길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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