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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북한산 종주 길 .1

                                       제 1구간 : 육모정 매표소 - 국민대학 입구

일시: 2011년 9월 7일 09:00- 15:00 ( 6시간)

구간: 육모정 매표소- 육모정 고개 - 영봉- 하루재- 백운대- 위문- 노적봉고개- 용암문- 북한산 대피소- 동장대- 대동문-

        보국문- 대성문 - 보현봉 갈림길- 형제봉- 북악터널- 국민대학    ( 약 13km )

 

 

 

한북정맥 따라 도봉산에 올라서면 남쪽으로 보이는 거대한 북한산이 산사나이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우이령 고갯마루에서 온갖 삭신 녹여가며 주능선에 올라서지만 애석하게도 정맥의 주능선이 서쪽으로 몸을 틀어 상장봉으로 향하고 있으니 이런 허망할 때가 있나.

 

 

 

해서 지도를 유심히 살펴보면 영봉을 지나 백운대, 대동문, 보현봉, 북악마루, 백악산, 창의문, 인왕산, 무학재, 안산, 금화터널, 숭레문, 남산, 응봉산까지 줄잡아 30여km의 맥을 이어갈 수 있는데도 어느 곳 하나 자료가 나와 있지 않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생각다 못해 몸소 북한산 종주 길에 오르니 감회가 새롭다. 우이동 도선사 입구에서 북쪽의 유원지 입구로 들어서면 두 갈래 길이 있으니 오른쪽의 우이령으로 가야 하지만 고갯마루에서 군인들의 제지로 출입이 어렵기에 왼쪽의 호젓한 오솔길로 접어든다. 인적도 드믄 포장길을 300 여m 올라가면 오크벨리 카페 옆으로 육모정 탐방 안내소가 반겨준다.

 

 

육모정고개1.3km 영봉2.6km의 이정표를 뒤로하고 계곡으로 들어서면 처음부터 가파른 비알 길에 너덜지대가 펼쳐진다. 무리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계곡을 거슬러 오르면 오가는 사람도 없이 산새들의 천국에서 가는 여름이 아쉬운지 자지러지는 매미소리가 요란스럽다.

 

 

 

협소한 공간을 비집고 터를 잡은 용덕사를 뒤로하고 올라서는 안부에는 나무계단으로 길을 터주어 한결 수월하게 올라선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며 주위를 둘러보지만 산악인을 추모하는 이은상님의 노래비가 보이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효자동 사기막골 입구에 있던 정자를 육모정이라 하였다니 이곳과는 거리가 멀어 육모정 고개라 부르는 것은 별로 연관이 없어 보인다.

 

 

 

20여 년간 휴식년제로 입산이 금지된 탓인지 개방이 되었어도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드리워진 그늘 속에는 벤치까지 놓여있어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이다. 남쪽으로 터지는 오솔 길 따라 가쁜 숨을 몰아쉬면 널찍한 전망대 바위가 나타난다. 모처럼 툭 터진 공간속으로 도봉산의 전모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어느 곳에서 보아도 아름다운 도봉산. 오봉을 정면으로 볼 수 있는 비경도 상장봉 줄기가 아니면 어림없는 일이다.

 

 

 

코끼리 바위를 지나며 인수봉이 살며시 고개를 내민다. 푸른 숲 사이를 뚫고 우뚝 솟아오른 인수봉은 사바세계의 속물들을 품어 안는 高僧大德의 인자한 모습으로 보인다. 604m의 영봉도 810m의 인수봉 앞에서는 왜소한 몸짓으로 군왕 앞에 머리 조아리는 신하와 같다고 할까. 이곳에서 바라보는 인수봉은 정말로 아름답다. 특히 비온 뒤 계곡을 파고드는 운해가 인수봉을 집어삼킬 듯 요동치는 모습은 이곳이 아니고는 볼 수 없는 천혜의 전망대라 할 수 있다.

 

 

 

둔탁한 목탁소리에 낭낭한 도선사의 염불소리. 森羅萬象(삼라만상)과 山川草木(산천초목)에도 大慈大悲한 복음이 울려 퍼진다. 신라 경문왕 2년(862)에 도선국사가 창건한 도선사는 1863년(철종14년) 김좌근의 시주로 중수하고, 칠성각을 신축했으며, 1903년에는 혜명스님이 고종의 명을 받아 대웅전을 중건하여 이듬해에 국가기원도량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낙락장송 흐드러진 비알 길을 내려서면 하루재 고갯마루다. 백운대를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로 도선사 입구에서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경유하여 백운대로 오른다. 인파에 떠밀려 도착한 곳이 북부 경찰서 산악구조대 건물이다.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인수봉은 너무도 평화롭고 조용하다. 아침햇살에 비치는 거대한 화강암은 어머니의 품속처럼 포근하여 누구라도 감싸줄 것만 같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불나방처럼 달려들다가 불귀의 혼이 되고 말았으니 輕擧妄動(경거망동)이야말로 큰 화를 자초한다는 교훈을 안겨준다.

 

 

 

산이 좋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고 있는 상식이다. 일상의 피곤함에서 탈피하여 숲속을 찾으면 시원한 공기와 자연이 주는 상쾌함으로 피로가 말끔히 가신다. 그렇다고 무조건 산이 좋은 것은 아니다. 무모하게 덤비다가 예기치 못한 화를 자초하게 되니 산행규칙을 준수하고 평소의 체력을 조절하여 항시 여유 있는 행동을 할 때 산의 고마움을 알게 되고 건강을 되찾게 되는 것이다.

 

 

 

위문으로 올라가는 돌계단,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려온다. 산이 어디 편안한 길만 있는가. 깔딱 고개라 부르는 이런 곳에서는 보폭을 반으로 줄이고 속도를 천천히 자주자주 쉬어가며 체력을 조절해야한다. 자기 체력은 생각지 않고 일행을 따라가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으로 오버페스를 한다면 다리에 경련이 이는 고통 속에 큰 고역을 당하게 된다.

 

 

 

중간지점에 백운대피소가 반겨준다. 백운대를 오르다 지친 이들이 쉬어갈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만남의 장소로 활용하는 곳이다. 식당의 벽면에는 인수봉 등반루트 사진이 걸려있다. 암벽등반의 메카인 인수봉. 젊음의 혼을 불사르는 암벽등반은 보는 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스릴 있는 종목이다. 그만큼 위험을 수반하는 산행이기에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뒤 안전수칙에 따라 숙련된 조교의 도움을 받아야하고 강력한 체력과 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渾身(혼신)의 힘으로 올라선 위문. 만경대와 백운대를 이어주는 협곡의 고갯마루다. 千軍萬馬(천군만마)를 호령할 수 있는 천혜의 요새지다. 새로 복원된 성벽이 우람하게 앞을 가로막고 위문을 통해서만 북한산성유원지나 용암문으로 나갈 수 있는 누각 없는 암문이다.

 

 

 

암문은 비상시에 사용하는 문으로 일반 사람들이 알지 못하도록 만들어 전시 상황이 되면 군수물자를 조달하거나 비밀리에 군사를 이동시키는 용도로 사용된다. 숲이 우거진 곳이나 성곽 깊숙한 곳에 만들어져 가까이 다가가기 전에는 문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하게 만들어진다.

 

 

 

북한산성은 선조에 이어 숙종때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어 전국에서 부역에 동원된 인원과 승군이 총 10만 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훈련도감․ 금위영․ 어영청의 3군문으로 구역을 분담해서 성을 쌓도록 했으며, 성곽의 총 길이가 약 12.7㎞에 달하고 14개소의 성문이 있었고 이 중 5개소에 문루가 세워졌으며 3개소의 장대지가 있었다고 한다. 성이 완공된 뒤에는 승군으로 하여금 성을 수비하도록 했으며, 승군대장에게는 팔도도청섭이란 직책이 주어졌다고 한다.

 

 

 

서쪽으로 성벽을 따라 백운대 오름길로 들어서면 새로 조성한 나무테크 계단이 반겨준다. 위문의 높이가 725m이고 백운대의 높이가 836m이니 고도 차이는 110m에 불과하지만 정상까지 바위 골과 절벽, 급경사 사면으로 이루어져 철 계단과 와이어로 만든 안전시설이 없다면 감히 올라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태극기 휘날리는 정상에 올라서면 진땀 흘리며 올라선 보람이 있어 북한산의 전모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깎아지른 만경대(799m), 민대머리 인수봉(811m)을 일컬어 삼각산이라 부르는 것도 빼어난 경관 때문이다.

 

 

 

고구려를 떠나온 온조와 비루가 이곳에 올라 지세를 살피고, 한양천도의 구심점이 된 곳도 이곳이라 하니 삼각산의 늠름한 기상과 옹골찬 지세를 바라보며 정상석에 새겨진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조국강산 겨레도하나 나라도 하나이기에 피와 사랑으로 한 덩이 되어 우리 손으로 통일을 이루 오리다” 이은상님의 노랫말을 음미해 본다.

 

 

 

의상봉에서 문수봉으로 이어지는 의상봉능선과 원효봉에서 염초봉으로 이어지는 암릉 길. 보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에 12.5km의 성채를 두루고 아늑한 분지위에 중흥사지를 조성하니 유사시 나라를 지키는 천혜의 요새지가 예 아닌가. 그만큼 중요한 거점이기에 고구려와 신라가 격전을 벌이고 조선조에 들어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치욕을 씻기 위해 이곳을 중요하게 인식하였다고 한다.

 

 

 

다시 되돌아온 위문을 빠져나오면 가파른 벼랑길에 나무계단이 반겨준다.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서 계곡으로 내려서면 북한산성 유원지로 가는 길이고, 왼쪽의 벼랑길은 용암문 방향이다. 만경대 암릉 길이 너무도 험해 우회로로 개설한 길이지만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 된다. 벼랑길에 설치한 계단과 와이어 줄, 반질반질하게 윤이 나는 경사진 바위에서 미끄러지기 일쑤이니 잠시라도 한눈을 팔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노적봉 갈림길까지 0.9km에 불과하지만 시간이 제법 많이 걸린다.

 

 

 

노적봉 갈림길을 지나며 위험구간도 벗어나고 모처럼 편안한 산행길이 이어진다. 백운대에서 시작된 성벽이 만경대 암릉을 넘어 이곳 용암문에서 다시 만나 북한산성 순례길 따라 원효봉의 북문까지 종주가 가능하다. 용암문은 1711년 (숙종37년)지어진 암문으로 왼쪽으로 내려서면 도선사 가는 길이고, 오른쪽 계곡은 중흥사지로, 남쪽으로 성벽을 따라가면 대동문에 이른다.

 

 

 

잠시 후 북한산 대피소를 지나 동장대를 만난다. 백운대와 만경대, 노적봉의 험준한 암릉과는 대조적으로 수 천 명의 장졸들이 쉬어갈수 있는 너른 분지에는 울창한 나무들이 숲을 이루어 힘들여 올라온 행락객들이 편히 쉬어갈수 있는 공간이 펼쳐진다. 장대란 장수가 산성을 지킬 때에 올라가서 지휘할 수 있도록 만든 대를 말하며 사방을 둘러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에 설치하게 되며 북한산성에는 남장대와 북장대 3곳이 있다.

 

 

 

용암문에서 대성문까지는 북한산의 동쪽성벽을 따르게 되는데, 강북구 쪽에서 올라오는 등산로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어느 곳이라도 탈출이 가능하다. 경관이 뛰어난 대동문은 백운대에서 3km 지경이라 어느 곳에서 산행을 해도 이곳에서 휴식을 하게 된다. 소귀천계곡과 진달래능선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이곳 대동문 주위에 자리를 잡는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먹 거리를 펼치고 담소를 나누는 모습에서 행복을 찾는다.

 

 

 

남쪽으로 성벽을 따라가는 발길이 보국문에 닿는다. 동쪽으로 아슬아슬한 칼바위 능선에서 젊음을 불사르는 곡예를 한다. 스릴 넘치는 암릉 길은 화계사와 조병옥 박사 묘소가 들머리다. 보국문 역시 암문으로 동쪽은 정릉 매표소에서 올라오는 길이고 서쪽은 중흥사지로 내려가는 갈림길이다. 대성문과 대동문이 각기 0.6km이니 중간지점이지만 대성문쪽의 성벽이 갑자기 가파르다. 숨을 헐떡이며 올라선 무명봉에서 바라보는 칼바위는 정말로 환상적이다. 삼양동과 수유리 쪽의 도심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대성문을 내려서는 발걸음에 거칠 것이 없다. 힘들여 올라온 만큼 내려가면서 받는 보상은 세상의 어느 것보다도 공평하다. 노력의 대가이므로. 산성을 종주한다면 서남쪽의 대남문으로 가야하지만 북한산 종주를 하자면 북악터널 쪽으로 내려서야 하겠기에 대성문을 빠져나와 남쪽으로 형제봉을 바라보며 진행한다. 가파른 비알 길엔 나무테크로 계단을 만들어 보행이 편안하다.

 

 

 

맥을 이어가는 종주 길에 보현봉(714m)을 올라야하지만 휴식년제로 출입이 통제되므로 일선사 갈림길을 지나 형제봉(467m)쪽으로 내려선다. 평창동과 정릉에서 올라오는 등산로가 수시로 나타나므로 조심스럽게 능선 길을 따른다. 북악터널을 빠져나오는 차량들의 경적소리가 가까워 오며 북한산 둘레길(명상의 길)을 만나 오늘도 무사히 북한산 종주 1구간을 마감하게 되었다는 안도감으로 북악안내소를 지나 국민대학 정문 앞에 안착한다.

 

 

 

 

 

 

 

 

 

                                                                  육모정 고개에서 바라본 인수봉

 

 

                                                                             코끼리 바위

 

 

 

 

 

                                                                          위풍당당한 인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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