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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품세계/양천 문학

제 11호 - (양천문단)

 

                           봄 마중

 

거가대교 - 메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시는 봄비가 내리고 양지바른 언덕아래 파릇파릇 봄나물이 고개를 내미는 춘삼월. 아지랑이 손짓하는 남쪽나라로 밀월여행을 떠난다. 부산의 명물이 또 하나 등장했으니 사장교와 침매터널로 연결된 거가대교가 바로 그것이다.

 

서울과 부산은 줄잡아 천리 길이라 어디 마음처럼 쉽게 오갈수가 있는가. 여행을 좋아하는 아내는 다리가 개통됐다는 소식에 어린아이 보채듯이 다리타령이다. 못들은 척 딴청을 피우지만 사실은 나도 가보고 싶은 곳이다. 하지만 당일 여행으로는 어림없는 터라 애를 태우며 기다리던 중, 짬을 내어 1박2일로 일정을 잡아 욕지도와 연화도까지 다녀올 계획을 세운다.

 

 

베테랑의 실력을 갖춘 아내의 운전대 옆 조수석에 자리를 잡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바둑판처럼 종횡으로 그어진 고속도로가 편리하면서도 분기점에서 잠시잠간 한눈을 팔다가는 엉뚱한 곳으로 이탈하기 십상이라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영산 휴게소 까지는 일사천리로 잘 왔지만 칠원분기점까지 가야하는 것을 칠서I.C로 내려서는 실수로 30여분을 헤맨 뒤에 다시 고속도로로 올라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처럼 이번의 실수로 IC와 분기점의 차이를 확실하게 숙지하였으니 IC는 고속도로에서 일반 국도로 내려서는 요금소가 있는 곳이고, 분기점은 고속도로끼리 접속하여 다른 방향으로 갈아타는 것을 말한다.

 

 

여행이라는 자체가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이라 아내의 핀잔도 즐겁게만 들리고, 양지쪽 둔덕에는 어느새 매화꽃이 탐스럽게 꽃망울을 터트린다. 가락I.C 를 빠져나오면 부산 신 항의 컨테이너 타워가 열병하는 병사들처럼 질서정연하게 자리를 잡고 저 멀리 거가대교의 주 탑이 모습을 드러낸다.

 

 

서해대교로부터 시작되는 우리의 교량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토목공사의 꽃으로 불리는 광안대교, 인천대교, 한강을 가로지르는 교량까지 세계적인 특허를 획득하며 우리의 자존심을 드높인다.

 

 

거가대교는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에서 부산시 강서구 천성동 가덕도를 잇는 다리로 왕복 4차선 도로로 2개의 사장교(1.6km)와 4개의 접속교(1.9km). 육상터널(1km)로 구성되어있고 가덕도와 대죽도(3.7km)구간은 해저 침매 터널로 이루어져 있다. 거제대교의 개통으로 거제 - 부산 간 거리가 140km에서 60km로 줄어들고 통행시간이 2시간10분에서 50분으로 단축되었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10,000원씩 하는 통행료가 비싸다는 생각도 잠시 거제대교가 정면으로 보이는 가덕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한 다음 아름다운 다리 위를 미끄러지듯 순식간에 거제 땅으로 들어선다. 부산과는 지척에 있으면서도 먼 길을 돌아와야 했던 거제도가 거가대교의 개통으로 가까운 이웃이 되고 산업 활동과 관광산업에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게 되었으니 인간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욕지도 - 아침7시에 출발하여 거가대교를 돌아오는 600km의 여정이 결코 만만치가 않다. 통영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하니 오후 2시가 기운다. 언제 찾아와도 활기가 넘치는 동양의 나폴리 제철만난 멍게와 괴불이 입맛을 돋우고, 충무김밥의 원조간판이 군침을 당긴다.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3시에 출발하는 배에 오른다. (성인 9,700원. 경노 7900원 승용차 26,000원)

 

 

다시 찾고 싶은 보석 같은 섬이라는 애칭에 걸맞은 욕지도(欲知島)는 한려수도의 끝자락에 흩어진 39개의 섬을 아우르는 욕지면의 본섬이다. 통영 항에서 뱃길 따라 남쪽으로 기수를 돌리면 직선거리로 27㎞에 뱃길로 32㎞쯤 떨어진 욕지도는 면적이 12.62㎢에 해안선의 길이가 31km나 되고, 전국의 3,510개의 섬 중에서 마흔 번째로 큰 섬이다.

 

 

장시간 운전이 무리였던지 배에 오르기가 무섭게 선실로 들어간 아내는 코 골기에 여념이 없고 미륵도와 한산도가 좌우로 바람막이가 되어 잔잔하게 흐르는 명경지수를 신나게 달려가는 욕지아일랜드가 1시간 만에 연화도에 잠시 들러 욕지도에 입항한다.

 

 

욕지면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이곳에는 관공서와 1,000여 가구의 주민들이 거주하며 펜션을 비롯한 숙박시설이 많고 몽돌이 깔려있는 노적해수욕장과 도동해수욕장에 작은 모래톱이 있는 덕동해수욕장과 환작살해수욕장이 있어 관광객들이 언제 찾아와도 안심하고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1시간20분만에 도착한 욕지도에서 가장 먼저할일은 천왕봉 등산이다. 안내 지도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초행길에 일몰시간을 감안한다면 서둘지 않으면 안 된다. 다행이 승용차를 가지고 간 덕분에 기동력은 빠르지만 현지사정에 서툴다보니 엉뚱하게 일출봉 쪽으로 방향을 잡고 말았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대로 일주도로를 따라 관광을 즐기며 최단코스로 연결되는 등산로를 찾아 새 천년 기념공원을 찾아간다. 욕지도가 낳은 김성수시인의 「돌아가는 배」 노래비가 반겨주는 공원은 해안가 절벽위에 있어 일출을 볼 수 있는 전망이 좋은 곳이다. 산행 안내도 뒤편으로 나무계단이 이어지고 울창한 수림 속으로 들어선다.

 

 

해안의 푸른 숲이 어우러진 기암절벽과 갯바위, 작은 섬들이 떠있는 뒤편으로 푸른 바다가 수평선을 이루고 섬 전체를 연결하는 등산로가 12km에 4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일몰시간이 가까운 터라 욕심을 낼 수도 없고 최단코스로 산을 오르는 동안 쪽빛바다 속으로 마음이 빨려들어 공해로 찌든 도시인들에게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환상의 섬이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주위에 펼쳐지는 풍광이 너무도 좋아 자연히 발걸음이 느려지고 심심찮게 나타나는 바위암벽을 오르는 손끝에 스릴이 넘친다. 너럭바위에 올라서면 일출봉과 망대봉을 중심으로 쪽빛바다가 펼쳐지고 해안가 절벽에 부서지는 파도가 가슴속을 후련히 씻어 내린다.

 

 

영원한 동반자. 들뜬 마음에도 아내의 표정을 살피기에 여념이 없다. 600km가 넘는 장거리운전에 1시간 20분간의 바다여행을 하였으니 지칠 만도 할 텐데 피로는커녕 모처럼 집을 나왔다는 해방감 때문인지 함박꽃처럼 터지는 웃음소리에 만단시름이 녹아나고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자주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즐겁다.

 

 

심심찮게 나타나는 전망대는 욕지도가 품고 있는 속살을 시원스럽게 펼쳐 보이고 건너편의 연화도가 손에 닿을 듯 지척에서 반겨준다. 천왕봉은 정상에 군부대 시설물이 있고 시간상으로도 촉박하여 기대봉에 오른 것만으로 만족하며 승용차가 있는 공원으로 내려온다.

 

 

새천년공원에 주차된 승용차로 일주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유동, 덕동을 차례로 돌아보며 도동에 도착하니 그림 같은 펜션(굿 모닝 펜션)이 우리의 시선을 끈다. 주인아주머니의 인상이 마음에 들어 2인실을 40,000원에 합의를 보고 석양노을이 지는 포구로 내려선다.

 

 

수평선위로 내려앉는 저녁노을은 섬 여행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븕은 노을이 수평선위로 물들이면 쪽빛 바다가 황금색으로 변하고 뒷산의 푸른 숲도 황금빛으로 물든다. 활활 타오르던 태양이 온기마저 사위어들며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모습은 황혼으로 기우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숙연해진다.

 

 

자식들 짝 지워 보내고 소꿉장난처럼 살아가지만, 여행으로 집나와 단간 방에서 짐을 풀고 보니 새로운 감회가 돈다. 1박 2일 팀들이 묵었다는 주인아저씨의 자랑에 덩달아 신바람이 나고 이번에 출간한 수필집 『백두대간에 부는 바람』을 건네주니 그렇게 반가워 할 수가 없다. ❝경남 통영시 욕지면 서산리 665-4 굿모닝 펜션 이 재동 010-8562-7138❞

 

 

 

연화도 - 8시 20분에 출항하는 배를 타기위해 새벽부터 부산을 떤다. 너무 일찍 서두른 탓에 섬을 반 바퀴 돌아 욕지 항에 도착해도 40여분이 남는다. 100여 평 남짓한 작은 섬에 밤송이처럼 나무가 많은 옥섬을 다녀온 뒤 승선하여 20여분 만에 연화도에 도착한다.

 

 

바다에 핀 연꽃이라는 뜻의 연화도는 통영에서 남쪽으로 24km 떨어진 섬으로 면적이1,569,000㎡에 인구200여명이 살고 있는 작은 섬이지만 통영시 관내 유인도 가운데 가장 먼저 사람이 살기 시작한 섬이라고 한다.

 

 

선착장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불교의 성지인 연화사다. 1988년에 건립된 연화사는 사바세계에서 해탈의 경지로 들어서는 천왕문을 들어서며 대웅전과 일체감이 있어 사찰이 짜임새가 있고 9층 석탑을 모신 대웅전 앞뜰에는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봄소식을 가장먼저 알려주고 있다.

 

 

이곳 연화도는 이순신 장군과 거승 연화도사, 사명대사, 자운선사에 얽힌 전설이 역사적인 사실로 밝혀져 불교계의 중요한 유적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연산군 시절의 폭정에 많은 사찰이 폐쇄 되었는데, 서울 삼각산 실리암에 있던 연화도인도 암자를 잃은 후 세 비구니(성운, 성연, 성월)를 데리고 남쪽으로 내려와 연화도에 정착하여 연화봉에 보리암을 세우고 수도하다 그곳에서 세상을 떠난다.

 

 

그런데 그 전생의 연화도인의 후생이 사명대사요. 전생의 성운, 성연, 성월이 후생의 보운, 보련, 보월이라고 한다. 세 비구니는 사명과 헤어진 후 사호선생에게서 수영, 승마, 무술, 해상지리, 천풍기상법, 전법등을 배우고 익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휘하에서 국가와 민족을 살리는데 많은 공헌을 세웠으니 그들을 자운선사라 불렀다고 한다.

 

 

연화사에서 보덕암 쪽으로 언덕을 올라서면 푸른 바다가 넘실대는 비경이 펼쳐진다. 동쪽은 용머리 해안이, 남쪽의 기슭에 보덕암이, 서쪽으로 이어지는 산등성이가 연화봉이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연화봉 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가장먼저 연화도인의 토굴이 반겨주고 나무계단을 따라 가시덤불속으로 두릅나무가 천국을 이룬다.

 

 

고도가 높아지며 용머리 해안의 비경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점점이 떠있는 섬들이 기암절벽을 이루고 대양을 향해 힘차게 요동치는 모습은 통영8경중에서도 으뜸이라 하지 않던가. 새해 첫날에는 해돋이를 보기위해 전국에서 모여드는 인파로 성시를 이루고 불교신자들이 성지를 순례하며 찾아오는 절경이다.

 

 

212m의 정상에 올라서면 그 중앙에 아미타 大佛을 모셔놓고, 정자에 올라서면 연화도의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용머리해안에 부서지는 파도가 몸속의 노폐물을 말끔히 씻어 내리고 연화포구를 둘러싼 섬들이 연못에 떠있는 부평초처럼 숨을 죽인다.

 

 

세상사 근심걱정도 욕심이 생기면서 일어나는 것이고 마음을 비우고 나면 모든 사물이 아름답게만 보이는 것이니 뒤늦게나마 내 몸을 돌아보는 여유도 자연이 주는 편안함이요. 여행이라는 마법의 신통함이 아닌가.

 

 

십리골 사거리로 내려오니 우리의 애마가 다소곳이 주인을 기다리고, 여유 있는 발걸음이 보덕암으로 향한다. 수직으로 단애를 이룬 기암절벽을 다듬어 지은 보덕암의 앞마당이 5층 누각의 전망대를 겸하고 있어 이곳에서 바라보는 용머리는 환상적인 절경이다. 대양을 향해 용머리를 치켜들고 비상하는 모습은 조물주가 만든 걸작 품이다.

 

 

해수관음상을 둘러보고 용머리로 향하는 산책로를 따른다. 5층 석탑을 뒤로하고 이어지는 산책로는 나무가 별로 없는 섬의 특징에 따라 어느 곳에서나 해안가를 바라보는 재미에 푹 빠진다. 월요일아침이라 오가는 사람도 없이 우리 둘만의 세상이다. 모든 사물이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듯 해안가 절벽에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우리의 가슴속을 파고든다.

 

 

용머리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에 올라서면 수반위에 빗어 놓은 산수화처럼 푸른 바다위로 점점이 떠있는 섬들이 그림 같고, 긴 꼬리 물보라를 일으키는 어선들의 활기찬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의 평정을 찾는다.

 

5시간의 연화도 관광도 추억 속으로 멀어지고 신나게 물살을 가르는 욕지 아일랜드는 정원300명에 차량을 40대나 싣고도 20노트의 속력으로 45분 만에 통영 항에 도착한다.

 

통영이 자랑하는 중앙시장 어물전에는 싱싱한 활어와 해산물이 활기가 넘치고 제철만난 도다리가 인기 짱이다. 〝 가을 전어에 봄 도다리 〞로 부를 정도로 인기가 있는 도다리쑥국이 해장국엔 그만이란다. 자식들에게 나누어줄 해산물을 뒤 트렁크에 가득 싣고 서울로 향하는 차안에서 따사로운 봄기운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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