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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품세계/백두대간에 부는 바람

제2부. 강원지역

          

 

                            1.향로봉(1.293m) - 미시령(767m) / 34km

 

향로봉은 금강산의 1만 2천 봉우리중의 하나로 인제, 고성, 간성의 3군 경계지역에 위치한 1,293m의 높은 산이다. 구름이 덮인 날이면 향로에 불을 피워놓은 형상이라 하여 향로봉으로 부르고, 맑게 개인 날이면 금강산의 비로봉과 고성의 적벽강이 보이고 동해 해금강의 만경 창파가 넘실거리는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명산이다.

 

사실 이곳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민간인들이 갈 수 없는 통제구역이었지만 사전에 신고를 하고 허락을 받으면 가능하다. 이곳은 최전방의 보루로써 조국의 수호를 다짐하는 을지부대 장병들의 의지가 담겨 있는 비석이 자리잡고 살신성인의 귀감이 된 고“김 칠섭 중령”의 숭고한 넋을 기리는 기념비가 있다. 향로봉 가는 길은 비포장 임도를 따른다. 남하하던 대간 길이 칠절봉(1,172m)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바꾸면 곧 바로 진부령이다.

 

본격적인 대간의 시발점이 되는 진부령 스키장 뒤편으로 오르는 마산(1,051m)은 동해안으로 뻗어 내린 능선이 죽변봉(680m)을 거쳐 운봉산(286m)으로 이어진다. 대간 길은 동남방향의 너덜지대를 지난다. 미시령이 개통되기 전에는 고성군에서 인제군으로 넘나들던 대간령(642m)에 이르게 되는데 고개 마루에는 말에 풀을 먹이던 마장 터와 주막거리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1,204m의 신선봉에 오르면 동해의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고 남쪽으로 설악산의 전모가 펼쳐진다. 잠시 후 상봉(1,239m)을 지나 미시령에 도착하는데 이곳이 금강산과 설악산의 접경지역으로 향로봉과 마산, 신선봉이 금강산 1만 2천봉우리 중에서 남한에 있는 3개의 봉우리로 부르고 있다. 

                    

                         2. 미시령(767m) - 한계령(917m) / 19.2km

 

국립공원 설악산을 지나는 구간이다. 지금은 미시령에 터널이 개통되어 용대리에서 속초까지 시원하게 달리지만 구 도로를 따라 올라선 미시령, 북에서 남으로 이어지는 황철령과 마등령구간은 휴식년제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라 감시원들과 실랑이가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 지나는 대간 길이 대청봉까지는 내설악과 외설악을 아우르고, 한계령까지 서북능선은 내설악과 남설악이 경계를 이루는 설악의 대표적인 등줄기이다.

 

미시령에서 고도를 높이며 1,092봉 삼거리에 이르면 좌측으로 계조암과 울산바위(873m), 달마봉(635m)으로 연결되는 분기점으로 남으로 직진하면 대간 길이 이어진다. 1,318봉에서 부터 시작되는 너덜지대는 넌덜머리가 나도록 지루하고 험난한 구간으로 안개라도 끼는 날이면 길을 잃고 미아기 되기 십상이다. 내 외설악에서 가장 높은 황철봉(1,381m)에 올라서면 미시령과 남한최대의 암릉인 울산바위 신흥사와 백담사 마등령과 대청봉 등 설악 제일의 진풍경이 펼쳐진다.

 

깊고 깊은 협곡인 저항령은 백담계곡으로 이어지는 길골과 설악동 쪽의 저항령 계곡으로 오가는 길목이지만 휴식년제로 탈출로를 찾기에 어려움이 많은 곳이다. 나는 새도 넘지 못할 저항봉(1,249m)에 올라서면 이곳 또한 설악산의 전경을 한 눈에 바라볼수 있는 조망터로 밤새워 걸어온 피로가 말끔히 가신다. 

 

마등령(1,326m)에 올라서면, 넌덜머리 나도록 건각들을 괴롭히던 너덜지대도 끝이 나고 비선대와 오세암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이기도 하고 설악산이 자랑하는 공룡능선의 시발점이다. 건너편으로 산 꾼들이 꿈에 그리는 용아장성이 자리를 잡고 나한봉과 1.275봉을 지나 신선봉에 올라서면 지나온 공룡능선이 한 눈에 바라보인다.

 

외설악의 천불동계곡과 내설악의 가야동계곡의 분수령인 무너미고개에는 휘운각 대피소가 있어 이곳에서 체력을 보강하고 대청봉을 향해 오르게 된다. 철 계단에서 진을 빼며 소청봉(1633m)에 오르면 소청산장 아래 봉정암이 자리 잡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1300m)곳에 위치한 절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5대 적멸보궁 중에 한 곳이다. 신라 선덕여왕 12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곳으로 용아장성이 시작되고 구곡담 계곡과 수렴동 계곡, 백담사 계곡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중청봉(1,676m)의 너른 분지에는 대청 대피소가 자리 잡고 있는데 지하1층 지상2층의 목조 건물로 150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사전에 예약을 해야만 숙박이 가능하다. 1970년 전국에서 다섯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설악산은 그 중심에 대청봉(1,708m)이 있고 남한에서 한라산(1,050m), 지리산(1,015m)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산이다. 내설악과 외설악 남설악과 점봉산(1,424m)의 모든 곳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 일출과 운해는 대청봉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절경이다.

 

동북쪽으로 갈라지는 화채능선은 화채봉(1,300m)에서 칠성봉(1,077m). 집선봉을 거쳐 권금성에 이르러 토왕성 폭포를 빗어 놓고 케이불카로 많은 관광객들이 설악산의 천하절경을 즐긴다. 대간 길은 중청봉으로 되내려와 끝 청봉(1,604m)에서 시작하는 서북능선을 따라 진행한다. 이곳 또한 내설악과 남설악이 경계를 이루는 능선으로 한계령에서 내려오는 아흔아홉 구비를 손금 들여다보듯 전망이 좋은 곳이다. 1,459봉을 지나 4시간만에 한계령 갈림길에 이르면 대간 길은 남쪽으로 선회하여 한계령에 이른다.

 

직진하는 서북능선은 귀때기 청봉(1,577m)과 1,408봉을 지나 대승령(1,210m)갈림길에서 남쪽은 장수대로 향하는 길목이고, 우리나라 삼대 폭포중의 하나인(금강산의 구룡연폭포, 개성의 박연폭포) 대승령 폭포가 있는 곳이다. 북쪽은 흑선동 계곡을 지나 백담사로 가는 길이고 서북능선을 계속 따르면 안산(1,430m)과 십이선녀탕을 지나 남교리에 이른다.

 

 

 

                      

                     3,한계령(917m) - 구룡령(1,023m) / 45.2km

 

한계령은 설악산을 관통하는 고개(진부령, 미시령)중에서도 교통량이 가장 많고 아름다운 절경으로 설악산을 오르는 사람들로 사시사철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제 대간 길은 남설악으로 들어서며 필례약수 가는 도로의 절개지를 치고 남진을 하게 된다.

 

이곳에서 또 하나 서쪽으로 뻗어 내린 가리능선은 필례령(1,082m)을 지나며 날카로운 암봉들이 병풍처럼 치솟아 전문가들이 아니면 오르기 어려운 코스로 가리봉(1,519m), 주걱봉(1,472m), 삼형제봉(1,225m)까지 아슬아슬한 구간의 연속으로 건너편의 서북능선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잊을 수 가 없다.

 

대간 길은 공룡능선, 용아장성에 버금가는 암릉들이 앞길을 가로막고 망대암산(1,236m)에 오르면 동쪽으로 남설악의 주전골과 오색약수가 자리잡고 있다. 설악산에서도 단풍으로는 주전골이 으뜸이라, 십이폭포와 용소폭포. 여심폭포가 걸려있는 계곡을 중심으로 만산홍엽으로 물든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위장병에 특효가 있다는 오색약수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남설악의 주봉인 점봉산(1,424m)은 설악산과는 대조적으로 거대한 육산으로 갖가지 식물들의 보고로 약초외 산나물 채취로 유명하고 한여름이면 야생화 단지로 명성이 높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에는 작은 점봉산(,1295m )과 가칠봉(1,164m)에 이른다. 다시 대간 길은 정상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단목령(920m)까지 직진을 하는데 이곳에서 북쪽은 주전골로 내려서는 길이고, 대간 길은 남쪽으로 이어진다.

 

354.6㎢의 설악산 국립공원도 끝이 나고 북암령(940m)을 지나 잠시 후엔 양수발전소 상류에 도착한다. 강원도 오지의 대간 길은 사방을 둘러봐도 첩첩산중이요 멧돼지들의 천국으로 조침령(약 780m)의 이정표가 있는 고개 마루에 도착하면 양양군 서면 서림리와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를 넘는 길이지만 새로 관통된 터널로 수월하게 넘나들며 두마을의 왕래가 빈번해 젔다.

 

한계령까지 23km, 구룡령까지 22km가 되니 이번 구간의 절반이 되는 조침령 고개마루를 지나면 특별히 어려운 코스는 없지만 우리나라의 오지답게 굽이치는 대간 길이 울창한 활엽수림 속으로 빠져든다. 답답한 마음을 진정하며 50여분을 진행하면 쇠나들이 고개(구 조침령 고개)에 이르고, 다시 1시간거리에 연가리골 샘터(1,080m)를 만난다. 또 다시 1시간 30분간 지루한 길을 이어가면 왕승골 안부에 도착하며 지루한 오르내림이 계속 된다.

 

56번 국도가 깊고 깊은 계곡을 파고들며 양양쪽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갈전곡봉(1,201m)에 도착한다. 갈전곡봉의 정상 또한 울창한 수림에 쌓여 시야가 제로이지만 대간을 지나오며 피로한 몸을 쉬어가기에는 좋은 휴식 공간이다. 하지만 리본이 많이 붙어있는 곳으로 직진하면 가칠봉(1,240m)을 거쳐 삼봉 약수터로 내려서는 길이다. 이어지는 산맥이 응복산(1,155m), 구룡덕봉(1,388m), 방태산(1,443m), 개인산(1,341m)을 지나 내린천으로 이어진다.

 

좌측으로 이어나가는 대간 길은 구룡령 옛길을 지나 1시간 만에 구룡령에 도착한다. 갈전곡봉에서 50여분 거리에 있는 구룡령 옛길은 양양군 서면 갈천리와 홍천군 내면 명개리를 연결하는 고개 마루다. 진부령과 미시령, 한계령보다 비교적 평탄해 양양과 고성지방 사람들의 한양 나들이 길로 많이 이용을 하였다고 한다. 수백 년 넘게 영동과 영서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로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아름다운 전설이 깃든 이곳을 옛길로는 전국 최초로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을 했다고 하니 그 의미가 크다 하겠다.

 

안내 간판을 보면 양양 쪽으로 듣기에도 생소한 지명들이 있으니, 옛 문헌에 의하면 옛날 상여꾼들이 장례식을 치르면서 나무뿌리가 관을 뚫지 못하도록 뿌렸던 횟가루를 채취하던 횟돌 반쟁이를 비롯하여 200-300년 된 금강송이 하늘을 뒤덮고 있는 솔 반쟁이는 경복궁 복원에 사용된 사례가 있어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묘 반쟁이는 옛날 조선시대 양양과 홍천의 경계가 애매하던 시절, 당시 고을 원님들이 서로 만나 경계를 정하기로 하고 젊고 발이 빠른 젊은이를 대동했는데 양양의 청년이 빠르게 달려 홍천군 명계리에서 만나 그곳을 경계로 하였지만 돌아가는 길에 청년이 죽자 그 공덕을 기려 묘를 만든 곳이라고 한다.  

 

 

                     4. 구룡령(1,023m) - 진고개(970m) / 22km

구룡령에서 진고개 까지는 우리나라 불교의 성지인 국립공원 오대산을 지나는 구간이다. 구룡령은 홍천군 내면에서 양양군 서면으로 이어지는 56번 국도가 지나는 고개로 양양쪽으로 내려가는 비알 길은 차량들이 거북이 운행을 하며 간을 졸이는 곳이다.

 

산림박물관 뒤편의 오솔 길을 따라 동쪽으로 진행하면 곧 바로 약수산(1,306m)에 이르고 1,261봉을 지나 응복산(1,359m)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뻗은 능선은 그 유명한 미천골의 상류를 지나 조봉(1,182m)을 일으켜 장대한 산맥을 이루며 정족산(869m)을 지나 양양읍 남대천까지 산줄기를 이어가고 있다.

  

또 다시 대간 길은 동남 방향으로 만월산(1,280m)에 오른 다음 서쪽으로 진행하여 1,210봉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곳에서 독도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1,210봉에서 동쪽으로 뻗어내린 산줄기는 복용산(1,014m)을 지나 삼형제봉(618m) 다음으로 주문진까지 연결된다. 남쪽으로 내려온 대간 길은 신배령(1,080m)을 지나며 서서히 고도가 높아진다.

 

강원도의 오지 구간이 그러하듯 이번에도 무박으로 진행해야 할 구간이라 밤새 달려온 대간 길이 윤곽을 드러내며 ,뒤돌아보면 어둠속을 헤쳐온 그길이 생소하기 그지없고, 오대산 국립공원으로 들어서며 두로봉(1,422m)이 지척이다. 여러개의 이정표와 리본들이 홍수를 이루는 정상에서 독도에 신경을 써야 한다.

 

정상에서 서쪽으로 뻗어 내린 줄기는 오대산의 비로봉을 지나 양수리의 두물 머리까지 이어지는 한강기맥의 시발점이 된다. 비로봉(1,563m). 상왕봉(1,493m). 호령봉(1,560m). 동대산(1,433m). 두로봉(1,422m)을 일컬어 오대산이라 부르며, 5개의 산을 선으로 이으면 연꽃 모양이 되고 그 가운데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 자리 잡고 있다.(설악산의 봉정암, 함백산의 정암사, 영월의 법흥사, 양산의 통도사)

 

유서깊은 월정사는 신라 선덕여왕 대에 자장율사가 월정사와 적멸보궁을 지으면서 불교의 성지가 되었는데 월정사 입구의 전나무는 사찰의 역사를 증명하는 표본으로 상원사와 함께 중심 역할을 하며 월정사에는 대표적인 5대 암자가 있으니, 중대 사자암, 동대 관음암, 서대 수정암, 남대 지장암, 북대 미륵암이다.

 

두로봉에서 동대산까지는 전망이 좋아 건너편의 비로봉과 호령봉을 바라보며 오랫만에 편안한 행보를 이어간다. 많은 등산객들로 지루한줄 모르게 차돌백이 쉼터를 지나 동대산에 이르면 건너편의 황병산이 지척에 보이고 삼양목장의 능선들이 파노라마를 이룬다. 진고개로 내려가는 길은 1.5km의 짧은 거리지만 450m의 고도를 극복해야 하는 가파른 구간으로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경우에는 1시간 반이 족히 걸리는 험난한 곳이다.

 

 

 

                       5. 진고개(970m) - 대관령(832m) / 23.05km

 

298.5㎢의 오대산 국립공원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진고개는 평창군 진부면과 강릉시 연곡면을 넘나드는 6번 국도가 지나는 길목이다. 동대산에서 내려온 대간의 중간 기착지로 당일 산행의 경우 들머리로 활용한다. 동쪽으로 1시간 20여 분을 올라서면 노인봉(1,338m)정상이다.

 

정상에서 좌측으로 백마봉(1,094m)을 지나는 암릉을 따라 연곡면 소금강지구까지 내려서는 비마봉(505m)줄기와 동남쪽으로 이어지는 대간 길이 소황병산(1,327m)을 지나 매봉(1,173m)에서 천마봉(999m)에 이르는 계곡은 동해안 제일의 협곡으로 오대산 국립공원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절경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소 황병산(1,327m)에서 서남쪽으로 분기한 줄기는 황병산(1,407m)을 일구고 장군 바위봉(1,140m)까지 내려오며 진부면의 유천리까지 연결된다. 대간 길은 매봉에서 삼양목장을 따라 초원위를 걷게 되는 환상적인 코스로 이어진다.

 

매봉을 지나온 대간 길은 선자령까지 끝을 모르는 목장지대를 걸어가며 오뉴월의 야생화 단지와 시원스레 돌아가는 풍차 속으로 흠뻑 빠져든다. 불모지의 땅을 전원의 옥토로 만든 삼양그룹 창시자의 피땀 어린 노력이 이루어낸 인간승리로 우리의 식생활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들어 낸 현장이기도 하다.

 

목가적인 풍경 속에 자연을 지키려는 노력이 만들어낸 휴식년제의 일환으로 사람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으니 이 또한 대간의 종주꾼들에게는 크나큰 장벽이 아닐 수 없다.(노인봉에서 매봉까지)  목장을 가로 질러 오른 곳이 동해안 전망대. 삼양목장을 찾아온 관광객이 들려가는곳. 가슴을 파고드는 짜릿한 희열감 속에 동해의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고 부서지는 파도에 우리의 찌든때도 말끔하게 씻겨 내리는 상쾌함 속에 곤신봉(1,131m)의 정상에 오른다.

 

저 멀리 남쪽으로 대간 길의 끝 자락에 선자령(1,157m)이 선명하고 좌측으로 보현사로 내려가는 계곡이 가파른데 한 겨울이면 폭설로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내며 사시사철 불어오는 높새바람이 선자령에 풍력발전기를 만들어내고 지나온 대간 길이 파노라마를 이룬다.

 

선자령 정상에 오르면 동쪽으로 강릉시내와 동해바다가 망망대해를 이루고 지방 도로로 격하된 대관령 고갯길이 아흔아홉 구비를 이루는 절경 속에 발왕산의 용평스키장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제 대관령까지는 3.5km 피로에 지친 몸이지만 주위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절경에 매료되어 새봉의 전망대를 지나 "대관령 국사 성황당" 표지판을 뒤로하고 대관령에 도착한다.

 

 

                  

                          6.대관령(832m) - 백복령(780m) / 42.5km

 

대관령은 서울에서 강릉을 이어주는 유일한 고속도로이지만 피서 철이면 정체현상으로 거북이 운행을 해야 하고 동절기가 되면 폭설 속에 교통이 두절되는 수난의 연속이었다. 시원하게 터널이 관통되며 아슬아슬하게 곡예운전을 하던 아흔아홉 굽이도 고속도로의 기능을 마감하고 관광객이나 산객들이 찾아오는 한가로운 지방도로로 격하되는 비운속에 휴게소 또한 화려했던 영화를 뒤로하고 "신생 에너지 전시관"으로 현판을 바꾸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고속도로 준공기념비가 있는 제단 옆으로 남진하는 가파른 비알 길을 치고 오르면 능경봉 삼거리에서 동쪽으로 제왕봉(840m)을 경유하여 대관령 옛길을 지나 대관령 박물관까지 9.2km가 이어진다. 대간 길은 남쪽으로기수를 돌려 능경봉(1,123m)에 오르는데 강원도에서도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곳이다. 건너편의 발왕산에는 정수리까지 슬로프가 개설되어 젊음의 향연을 만끽하며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기위한 국민의 염원이 가득한 곳으로 급경사를 내려서면 돌무더기가 쌓여있는 횡계치에 이른다.

 

이곳은 그 옛날 국도가 개설되기 전에 강릉에서 도암면 횡계리를 오가는 길목으로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던 선비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시 급경사를 치고 오르면 고루포기산(1,238m) 정상에 이른다. 남진하던 대간길이 동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왕산 제1쉼터(855m)에 이르고 맹덕목장을 지나 닭목재(706m)에 이른다.

 

닭목재는 왕산면 오봉저수지 상류의 갈림길에서 35번 국도가 지나는 왼쪽 길은 삽당령을 넘어 정선군 임계면으로 연결되고 우측의 9번 도로를 따라 11km지점에 있는 고개 마루인데 "전국최고 감자 채종마을"의 표지판에서 보듯이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고랭지 채소밭이 질펀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노추산계곡과 고단리로 연결이 된다.

 

닭목재를 출발한 대간 길은 동동남 방향으로 가파른 경사지를 치고 오르며 화란봉(1,069m)을 지나 동남쪽으로 선회하여 오르락내리락 지루할 정도로 2시간여를 소비하며 석두봉(982m)정상에 오른다. 석두봉을 내려서는 주능선을 따라 방화선이 시작되고 오 년 전 대간 길에서 4시간동안 눈 속에서 고생고생하다 도중에 포기하고 되돌아갔던 대용수동 갈림길(862m)을 지나면 통신 중계소가 나오고 잠시후에 삽당령에 도착한다.

 

삽당령은 동물 이동통로가 시설되어 자연생태계를 지키려는 흔적을 찾아 볼 수가 있다. 삽당령에서 두리봉(1,033m)까지 4.5km의 먼거리를 동쪽으로 진행하다 북동쪽으로 선회하여 정수리에 올라선다. 이곳 또한 독도가 필요한 곳으로 북쪽으로 분기한 산줄기는 만덕봉(1,035m)을 지나 망기봉(755m)으로 이어진다.

 

대간 길은 남동쪽으로 1.6km를 진행하여 석병산(1,055m)에 오르고, 오랜만에 암봉의 짜릿한 맛을 보며 일월문을 지나게 된다. 석병산의 정상인 일월봉에서 1시간 반을 진행하면 고병이재에 도착하고 삼각점과 백두대간 안내판이 있는 900봉을 지나면 곧이어 생계령(640m)에 이른다. 백봉령 5.4km의 이정표가 있는 카르스트지형을 통과하면 건너다보이는 자병산(872m)은 백두대간의 전 구간 중에서 가장 훼손이 심한 곳이다.

 

살점 뜯긴 자병산은 말이 없고, 정수리로 이어지는 대간 길을 피해 계곡을 오르내리는 산객들의 가슴에 피멍이 든다. 연민의 정으로 자병산을 바라보며 걷는 발길에 백복령(780m)의 고개마루가 손짓을 한다.

 

 

                   

                      7. 백봉령(780m) -  댓재(810m) / 31.5km

 

백복령에서 댓재 구간은 백두대간 중에서도 가장 멀고 힘든 구간으로 무박산행으로도 벅찬 곳이라 3구간으로 나누어 당일산행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다. 백복령은 소나무의 뿌리에 기생하는 한약재로 이곳에 소나무가 많이 자생하고 있는탓에 백복령(780m)이라 부르지 않나 추측을 해 본다.

 

대간 동쪽의 백복령 고갯길은 중턱에서 한 줄기는 옥계로 가고 또 한 줄기는 동해와 삼척으로 간다. 옥계 길은 남면치라는 이름으로 해안으로 떨어지고, 삼척 길은 유명한 무릉계곡의 들물을 지나 동해안을 달리는 7번 국도에서 동해시와 삼척시가 남북으로 갈린다. 서쪽으로 내려가면 정선군 임계면과 연결되는 42번 국도에 많은 차량들이 넘고 있지만 그 옛날 보부상들이 삼척의 소금을 얻기 위해 넘나들던 곳으로 지금도 정선아리랑의 가락 속에 그 애환이 남아 있다.

 

백복령에서 진행하는 대간 길은 아름드리 소나무 사이로 철쭉이 제철을 맞아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완만한 능선에서 속도를 내다보면 987봉도 거뜬하게 뛰어 넘는다. 울창한 수림사이로 키를 넘는 조릿대, 종주 팀이 아니면 인적도 끊긴 첩첩산중에서 가쁜 숨 몰아쉬며 올라선 1,022봉에는 구중궁궐 들보감이 즐비한 소나무군락으로 강원도의 대간 길이 아니면 어찌 볼 수 있으랴.

 

먼 원방재(730m)는 계곡으로 숨어들고 980m의 상월봉 오르기에 진이 빠진다. 도상거리 10km의 이기령에 도착하면 원방재에서 만났던 임도와 다시 만나고 당일산행 팀들은 관기 마을로 내려선다.

 

임도 좌측의 소나무 밭으로 들어가면 가지런히 깔아 놓은 디딤돌이 정성스럽고 완만한 산길에는 갈미봉(1,260m)이 멀지 않다. 갈미봉에서 서쪽으로 수병산(1,201m)이 보이고 완만하던 산세에 기암 절벽이 나타나며 동해 삼척에서 자랑하는 무릉계곡은 소금강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동해안의 절경이다.

 

왼쪽으로 수 백길 벼랑 아래로 간담이 서늘하고 고적대(1,354m)와 청옥산(1,403m), 두타산(1,352m), 쉰움산(888m)이 병풍처럼 둘렀으니 천하제일의 절경으로 애국가에도 나타나는 신선대가 예 아닌가?

 

무릉계곡의 아름다움도 고적대를 오르는 고통에는 미치지 못하는지 턱에까지 차오르는 숨 넘어가는 소리는 벼랑 끝을 맴돌고 무거운 쇳덩이가 매달린 듯 흐느적거리는 두 다리는 연신 제 자리 걸음이다. 삿갓을 엎어 놓은 듯 가파른 벼랑길에도 가녀린 야생화가 꽃을 피우고 소나무등걸이 바위 틈새를 비집고 서 있다. 서너 평의 정수리가 높기도 하지만 비좁은 정상에서 내지르는 호탕한 웃음소리는 산객들의 사자후가 아닌가?

 

무릉계곡 골골마다 부처님 손바닥으로 신비하고 아름다운 정경을 형언하기 어렵고 서쪽으로 중봉산(1,283m)이 은고개(임계면, 하장면, 동면의 경계)로 향한다. 동남방향 대간 길은 망군대(1,247m)로 향하고 가파른 비알 길을 내친 김에 내려서면 무릉계곡으로 내려서는 연칠성령(1,184m)에 도착하여 피곤한 몸을 쉬어가며 지나온 길을 되돌아본다.

 

청옥산 오르는 길엔 거목들이 하늘을 가리고 갈길 먼 발걸음을 막아서는 가파른 오름길에 무슨 힘이 남아있어 저 고지를 넘어 설꼬! 황소 같은 맞바람이 박달재를 넘어올 때 가녀린 산객도 청옥산(1,404m) 정수리에 몸을 누인다. 박달령을 내려올 때는 신바람 나지만 두타산(1,352m)의 정수리가 지옥의 문턱인가? 정수리에 외로운 무덤이여. 명당자리 찾아 예까지 오셨는가? 매서운 북풍한설 맞아보니 어떠하신지. 대간 길에 나선 길손에게 위로의 한 말씀 전해 주시구료.

 

동북 방향으론 쉰움산(888m)의 오십 정(바위에 뚤린 50개의 구멍)이 반갑게 맞아주고 천년시찰 천은사를 품에 안고 삼척 해수욕장까지 장대한 산맥을 이룬다. 남쪽으로 향하는 대간 길은 힘든 고비 다 넘기고 통골재로 향하는 내리막길이라 여유만만하게  달려가면 두타산 2.2km. 햇대등 3.6km의 이정표에서 보듯이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어렵고 힘든 코스를 다 지나왔기에 오르락내리락 지나온 30여km를 반추해보며 댓재(810m)에 안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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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댓재(810m) - 피재(三水嶺 920m) / 25.22km

 

이번 구간은 삼척시를 관통하게 되는데 댓재 정상에 있는 조형물에서 보듯이 이 지역은 석회암의 지질대가 정선과 영월을 지나 단양까지 이어지며 "세계적인 동굴 관광도시 삼척"의 이미지에 걸맞게 환선동굴을 중심으로 많은 동굴이 산재하고 있다.

 

우리가 지나오며 보아온 자병산의 정수리를 깎아내리는 흉물스러운 모습은 현대 건축에 없어서는 안 될 시멘트의 원료를 채취하는 현장으로 삼척과 단양에는 수많은 석회암 광산들이 조국 근대화의 역군으로 한 몫을 하고 있다.

 

댓재는 삼척시의 미로면 삼거리에서 하장면 평지마을을 거쳐 태백으로 넘나드는 424번 지방도가 지나는 고개다. 한겨울이면 많은 눈이 내리고 바람이 심하여 산 짐승들이 수난을 당하는 곳으로 겨울 산행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곳이다. 댓재에서 지근거리에 있는 황장산에 올라서면 지나온 청옥산과 두타산이 정겹게 바라보이고 삼척시가지 너머로 동해의 푸른 물결이 출렁이는 망망대해가 대간을 누비는 산꾼들의 가슴에 불을 지른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지만 지루한 종주 길에 1,059봉에 오르면 황장산 2.5km 큰재 1.9km의 이정표를 바라보며 발걸음이 빨라지고 큰 재에 이르면 1980년 개설된 임도가 고랭지 채소밭이 시작되는 마을까지 3.3km 이어진다. 마을 뒤편의 물탱크가 있는 지극산(1,058m)에 오르면 드넓은 고랭지 채소밭이 끝없이 펼쳐지고 지나온 두타산이 아련히 바라보인다.

 

지극산을 뒤로하고 고랭지채소밭의 임도를 따라가면 우측으로 광동댐 이주단지인 귀내미골이 내려다보이고 잠시 후 자암재에 도착한다. 자암재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는 환선동굴은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에 있는 삼척이 자랑하는 동양최대의 석회암 동굴로 덕항산 건너편의 해발 800m 지점에 자리잡고 있다. 동굴 입구의 폭이 30m, 높이 20m, 총연장 6.2km(추정)로 밝혀지고 있지만 아직 일부분만 관람이 가능하다.

 

동양 최대의 동굴이라는 말에 걸맞게 커다란 광장을 연산시킬 만한 공간들이 철제 난간으로 만든 관람로를 따라 천당계곡, 환생계곡, 이승계곡, 지옥계곡, 은하계곡, 신선계곡과 제일폭포, 소망폭포, 오련폭포 등의 크고 작은 폭포들. 그리고 꿈의 궁전, 만리장성, 옥좌대등 기이한 형태를 보며 특히 지옥계곡 위로는 아주 높은 출렁다리가 있어 신비한 동굴의 관람에만 한 시간이 족히 걸린다.

 

자암재를 지나면 곧이어 환선봉(1,080m)과 덕항산(1,071m)에 이르는데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덕항산은 삼척시 신기면과 태백시 하사미동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삼척 사람들이 산을 넘어오면 평평한 땅이 많아 덕메기 산이라 불렀으나 한자로 표기하면 덕항산(德項山)이 된다고 한다.

 

피재 7시간 황장산 4시간의 이정표를 뒤로하고 남진을 하면 1km 지경에 구부시령이 있으니 태백시 하사미의 외나무 골에서 삼척시 도계읍 한내리로 넘어가는 고개로 이곳에는 기막힌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옛날 고개 동쪽 한내리 땅에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여인이 살았는데 서방만 얻으면 죽고 또 죽어 무려 아홉 서방을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홉 남편을 모신 여인이 살던 곳이라 하여 구부시령(九夫侍嶺)이라 부르고 있다고 한다. 구부시령에서 1km로 못 미치는 삿갓봉(1,055m)에 오르면 한의령 6.1km에서 보듯이 갈 길도 멀고 한내령에 이르면 구부시령 3.8km 한의령 3km의 이정표를 만난다.

 

멀고먼 푯대봉(1,009m)에는 태백시 한마음 산악회에서 세운 커다란 정상석이 반겨준다. 한의령 1.1km 구부시령 5.7km의 이정표를 뒤로하고 건의령(한의령)에 도착하면 등산 안내도와 건의령의 경도가 적힌 표지판이 대간 길에 지친 산객들에게 새로운 용기를 안겨준다. 태백 상사미에서 삼척 도계로 넘어가는 이곳에도 슬픈 전설이 전해온다.

 

고려말 삼척으로 유배를 온 공양왕이 근덕 궁촌에서 살해되자 고려의 충신들이 이 고개를 넘으며 고갯마루에 관모와 관복을 걸어 놓고 다시는 벼슬을 하지 않겠다며 태백의 산중으로 몸을 숨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며 두건 건(巾), 의복의(衣)자를 써서 巾衣嶺 이라 부르고 있다고 한다.

 

건의령에서도 삼수령(920m)까지 이어지는 6km의 대간 길은 지루하기 짝이 없고 노루메기에 도착하며 삼수령(피재)도 지척이다. 태백 시내에서 35번 국도를 따라 오르면 삼수령에 오르게 되는데 서해로 흐르는 한강, 남해로 흐르는 낙동강, 동해로 흐르는 오십천의 물줄기가 갈리는 곳이라 하여 삼수령이라 부르는 이곳은 낙동정맥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한편 피재라고 하는 이곳의 유래는 삼척 사람들이 황지 지역을 이상향이라 하여 난리를 피해 이곳을 넘어 온데서 지어진 이름이다.

 

 

 

                          9. 피재(920m) - 화방재(950m) / 23.5km

 

삼수령을 출발하여 40여 분만에 도착한 곳은 낙동정맥의 시작을 알리는 표지석이 자리 잡고 있는 삼거리 갈림길이다. 이곳에서 부산의 몰운대까지 392km의 천리 길을 달려갈 장대한 산맥의 들머리이기에 새로운 감회가 든다. 참고로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에 관한 내용을 기술하면, 동국여지승람. 척주지. 대동지지 등에서 낙동강의 근원지라고 밝혀 놓고 있다.

 

처음에는 하늘의 못이라는 의미로 천황(天潢)이라했고 황지(潢池)라고도 했는데 태백시내 중심지에 있는 황지공원의 커다란 비석아래 깊이를 알 수 없는 상지, 중지, 하지로 이루어진 둘레 100m의 소(沼)에서 하루 5,000t의 물이 솟아 나오고 있다. 이물은 태백시를 둘러싼 태백산, 함백산, 백병산, 매봉산 등의 줄기를 타고 땅속으로 스며들었던 물이 모여 연못을 이룬 것으로 시내를 흘러 구문소를 지난 뒤 경상남북도를 지나 부산의 을숙도에서 남해로 유입이 된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남서쪽으로 고랭지 채소밭을 지나 1,145봉에 올라 1시간 땀을 흘리며 숲속으로 들어서면 매봉산(천의봉-1,303m)정상에 오른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풍력 발전기가 있는 봉우리를 지나면  전망대와 정상석이 있고 사방팔방 시원하게 트이는 조망으로 태백산, 함백산을 중심으로 대간의 능선들이 파노라마를 이룬다.

 

이곳에서 비단봉까지는 그 유명한 태백의 고랭지 채소밭이 광활하게 펼쳐지고 대간 길이 서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비단봉(1,281m)정상에 올라선다. 암릉 위의 정수리에는 정상석이 반겨주고 시원한 조망으로 매봉산의 풍력발전기가 이채롭다. 급경사를 내려서면 쑤아발령에 이르고 삼수령6.4km의 이정표를 뒤로하고 대간은 서남쪽으로 선회하여 1시간을 진행하면 양강의 발원봉으로 유명한 금대봉(1,418m)에 오른다. 산불감시초소와 정상석이 있지만 전망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고 이곳에서 대간길은 남쪽으로 이어진다.

 

서쪽으로는 126만평의 너른 분지에 조성된 야생화 단지로 유명한 대덕산(1,307m)을 비롯한 노목지맥이 분기하고 있다. 금대산에 내린 빗물이 동쪽은 낙동강으로 서쪽은 한강으로 흘러 드니 강원도 태백의 대덕산 자락에 위치한 검룡소에서 하루 2천여 톤의 생명수가 석회암반에서 사계절 영상9도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며 솟아올라 5백 14km를 흘러내려 한강 하구의 조강에서 임진강과 합류하는 발원지가 된다.

 

전설에 의하면 서해바다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기 위해 한강을 거슬러 올라와 최상류인 검룡소에서 살았다고 한다. 이무기가 연못에 들어가기 위해 거칠게 몸부림친 흔적이 검룡소 폭포다. 소가 풀을 뜯다 물먹으러 새벽녘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이곳을 찾았다가 빠져 죽자 마을 주민들이 이무기의 짓이라고 검룡소를 돌로 메워버렸다고 한다. 오대산의 우통수를 남한강의 발원지라 하였으나 국토지리원에서 새로 측정한 뒤로 이곳을 발원지로 정하고 1986년 태백시에서 새로 준설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금대봉에서 남진하는 대간 길은 야생화의 꽃길을 따라 두문동재(1,268m)에 도착한다. 동쪽의 태백과 서쪽의 고한을 넘나드는 38번 국도이지만 이곳 또한 터널이 개통된 뒤로는 산객들이나 약초꾼들이 찾아드는 한가한 곳으로 겨울에 눈이 한번 내리면 이듬해 봄이 될 때까지 차량의 통행이 금지되는 곳이다.

 

두문동재는 고개 이름에서 전해 오는 대로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을 개국하자, 二君不仕를 고집하며 조선의 개창에 반대하여 두문동에 은거를 한다. 송도(지금의 개성) 동남현에 들어가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양왕이 있는 곳을 향하여 예를 올리고 삿갓을 쓰고 산야에 은거하며 후진 교육과 농사에 종사하며, 頭門不出(두문불출)하였다.

 

아무리 불러내어도 나오지 않고 의리와 貞節(정절)을 지키자 화가 난 이성계는 두문동에 불을 질러 72현을 몰살하는데 살아남은 자가 강원도의 고한 땅에 숨어들어 다시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고 동리 이름도 두문동으로 부른 것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함백산을 향하여 남진하는 대간 길은 은대봉(1,442m)에 오르게 되는데 산 아래 정암사에는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모신 천년사찰이 자리 잡고 있다. 서기 636년(선덕여왕 5년)자장율사가 당나라에 들어가 문수도량인 산서성(山西城) 운제사에서 21일간 치성을 올린 끝에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석가의 신보(神寶)를 얻어 귀국 한 후 전국의 5곳에 나누어 모셨으니 그중에 한곳이다.

 

제1쉼터와 제 2쉼터를 지나면 우리나라 5대 고봉중의 하나인 함백산(1,572m)정상에 오른다. 거대한 정상석과 송신 중계탑, 고산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사목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 또한 장관이다. 건너편으로 바라보이는 강원랜드의 카지노와 스키장은 폐허가 된 탄광의 옛 영화를 되살리는 태백의 원동력으로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또한 인근에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고지대 훈련장이 있어 젊음의 함성이 메아리 친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시원하게 터지는 조망으로 힘들여 올라온 만큼 내려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정선과 영월을 잇는 우리나라의 포장도로 중 가장 높은 만항재(1,330m)에 도착한다. 만항재 보다 낮은 수리봉(1,214m)은 1,238봉 다음이며 지나온 함백산과 이어갈 태백산이 시원스레 조망되며 잠시 후 화방재(950m)에 도착한다.

 

 

 

                        10. 화방재(950m) - 도래기재(770m)  / 24.3km

 

31번 국도가 지나는 화방재는 태백시와 영월군을 오가는 고개로 태백산과 함백산이 경계를 이룬다. 매년 1월 1일이면 한 해의 무사안녕과 가정의 행복을 기원하는 인파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어 밤새도록 태백산의 장군봉으로 향하는 행렬로 장사진을 이룬다. 화방재에서 완만한 능선을 따라 남진하면 산신각이 있는 사길령 매표소에 도착한다.

 

이곳은 예로부터 강원도와 경상도를 오가는 길목이지만 산길이 높고 험하여 맹수와 산적들이 많이 출몰하기에 보부상들이 수십 수백 명씩 한 무더기를 이루어 넘어 다녔다고 한다. 특히나 고갯길의 무사안전을 위해 고갯마루에 당집을 짓고 음력으로 4월 15일이면 태백 산신령에게 제사를 올렸다는 기록이 천금록에 전해오고 있다.

 

사길령에서 1.8km를 거슬러 오르면 유일사 갈림길에 도착한다. 해돋이 산행 때는 유일사 주차장에서 올라오는 인파와 합류하는 병목현상으로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옆으로 우리나라 최대의 주목 군락지가 펼쳐진다. 수백 수천의 고사목이 제각각의 다른 모양으로 자태를 뽐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신성한 산으로 추앙을 받는 것도 주목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태백산(1,561m)은 우리나라 三神山 중의 한 곳으로 산 정상에는 태고 시절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이 있다. 자연석 편마암으로 둘레27m, 폭8m, 높이3m의 원형제단으로 쌓아올려 중요 민속자료 제288호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있다. 정상에는 천제단이, 남쪽아래 하제단이 있고, 북쪽의 장군봉에는 장군단의 3개 제단으로 이루어젔다.

 

매년 10월 3일 개천절이면 천제를 올리는데 한배검이라는 자연석의 위폐가 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주위의 산기슭에는 무속인들의 성지로 단군성전을 비롯하여 윤씨 산당, 불정암, 배씨 산당, 태백산 마구 할머니 산당 등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전국에서 모여든 도인들이 심신을 수련하고 있는 곳이다.

   

커다란 정상석을 뒤로하고 완만한 능선길을 내려서면 부쇠봉(1,546m)에 이른다. 이곳에서 직진을 하면 문수봉(1,517m)으로 가는 길이고 대간 길은 오른쪽으로 부쇠봉의 산허리를 감아 돌며 비알 길을 내려선다. 3.25km를 널널하게 걷다보면 깃대배기봉(1,353m)에 이르고 이곳에서 동남쪽으로 지근거리에 두위봉(1,363m)이 있고 청옥산(1,276m)이 산맥을 이룬다.

 

큰 기복 없이 울창한 숲속을 지나면 차돌배기(1,141m)삼거리가 나온다. 이정표에는 태백산 10km, 석문동 6km, 참새골입구 6km 에서 보듯이 어느 쪽으로도 탈출이 어려운 곳이라 무리를 해서라도 대간을 따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남진하던 대간 길은 신선봉을 향해 서북쪽으로 진행을 한다. 직진을 하면 각화산(1,176m), 왕두산(1,044m), 형제봉(833m)을 지나는 주능선을 따라 화장산(859m)까지 이어진다. 차돌배기 삼거리에서 서북방향으로 달려가는 대간 길은 외로운 무덤이 잠들어 있는 신선봉(1,300m)에 올라선다. 이곳에서 대간 길은 60도 각도로 꺾어지며 남쪽방향으로 선회하기 때문에 무심코 직진을 한다면 상동읍 천평리 방향으로 이탈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헬기장까지 내려온 대간 길은 서서북 방향으로 선회하여 곰넘이재(1,074m)를 넘는다. 구룡산 5km, 차돌배기 6km로의 이정표를 바라보며 지루하고도 먼 대간 길에 몸도 마음도 지치고 만다. 직진방향으로 고직령(1,231m)을 지나 구룡산(1,344m)에 올라서며 그동안 정들었던 강원도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경상도지역으로 들어선다. 헬기장을 겸하고있는 정상에서 서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5.5km를 진행하면 998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도래기재에 도착한다. 

 

구룡산의 유래 -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에 있는 구룡산(1,344m)은 태백산(1,567m)과 옥석산(옥돌봉1,242m)사이에 있는 백두대간의 마루금을 이루는 산이다. 강원도와 경북의 경계선에 있는 이산에서 흐르는 물은 남쪽으로 낙동강과 북쪽으로 남한강으로 흘러들며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하여 구룡산이라 부르며 용이 승천할 때 물을 길러오던 아낙이 뱀 봐라 하며 꼬리를 잡아당겨 뱀이 되고 말았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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