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구간 비루고개 - 장명이 고개 / 17.5Km
비루고개는 조선 인조 때 중국 사신이 일을 마치고 수산동 나루에서 떠나려 하는데, 몰래 궁궐을 빠져나온 공주가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했다는 곳이다. 사신이 궁중에 머무는 동안 공주와 사랑을 나누었는데, 이별이 아쉬워 이곳까지 찾아온 애틋한 사연을 간직한 곳이다. 수현마을 뒤로 연결되는 마루금은 군부대가 차지하고 있어 우회로를 따르게 된다.
그대로 만수동 방면 도로를 따라 철마로 산책로가 시작되는 고갯마루에 도착한다. 오른쪽으로 이정표(→철마로, 정상2.5km)가 있고 160봉을 바라보며 철마로를 따른다. 능선을 한차례 올라서면 송전철탑을 지난다. 이곳에서 만수동쪽으로 바라보는 조망은 旭日昇天(욱일승천)하는 도심지의 아파트와 빌딩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정맥은 오른쪽으로 휘어지며 서서히 고도를 높여간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하고, 160봉에는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 한다.
160봉 왼쪽으로 사면을 따라 진행하면 임도가 나타난다. 잠시잠간 임도를 따라 진행하다 왼쪽 숲속으로 들어선다. 화생방 교육장, 수류탄 교육장을 지나면 타이어가 나무에 걸려 있는 187봉 정상에 올라선다. 특별한 시설물은 없지만 편히 쉬어갈수 있는 공간이 있어, 산을 오른 사람들이 자리를 펴고 휴식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주변의 경관을 디카로 찍다 시비가 벌어지고 만다. 자신들의 쉬는 모습을 찍었다는 이유로 초상권의 침해라는 주장이다.
요즈음은 사생활 보호차원에서 지적소유권이라든가, 초상권의 침해를 예방하는 법안이 만연하고 있어, 매사에 주의를 하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사실 종주꾼들에게 카메라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 아닌가? 지형지물을 식별하기 위해 필요에 따라 사진 찍는 것이 습관이 되어, 무심코 샷 타를 누른 것이 화근이 되어 봉변을 당하고, 백배 사죄를 한 후에야 현장을 벗어날 수가 있었다.
또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을 경험하면서 씁쓸한 마음으로 걸어가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철마로”로 명명된 등산로는 아주 편안하고 호젓한 오솔길이다. 오른쪽으로 군 부대가 내려다보이고, 소나무 숲이 울창한 비알 길을 올라서면 철마산(202m) 정상이다. 오늘 지나야할 철마산 3곳 중, 첫 번째 산이다. 정상에는 오래 된 정상표지목과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군부대와 부천시가지, 고속도로가 조망되며 수 십 만평의 산자락을 온통 차지하고 있는 부평 공동묘지가 질서정연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정맥은 초소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공동묘지 순환도로와 합류한 다음 왼쪽(3시 방향)능선을 따라 198봉에 도착한다. 정상에는 사격장 경고표지판이 있다. 5분간 서쪽으로 진행하면 운동기구가 있고 공동묘지가 조망되는 191봉에 올라선다. 이곳에서 정맥은 오른쪽의 능선을 내려서야한다. 10번 송전철탑을 지나고 도로가 오른쪽으로 크게 휘어지는 두 번째 지점에서 왼쪽의 숲길로 내려선다. 건너편으로 만월산 오르는 능선이 조망되며, 간석동의 번화가와 아파트가 숲을 이루고 있다.
정맥은 부평농장을 경유하여 삼거리에서 110봉 쪽으로 올라서야 하지만, 어차피 4차선 횡단보도를 건너자면 왼쪽의 아파트 사이로 진행하는 것이 수월 할 것으로 판단하여, 벽산아파트 쪽으로 내려선다. 간석동 아파트 사이 길을 통해 4차선 도로(간석동 ↔ 부평삼거리)의 횡단보도를 건넌다. 이삭아파트 뒤편으로 만월산 들머리를 따라 143봉 정상에 도착하여 마루금과 합류한다. 정상에는 운동시설과 이정표(↓부평농장, ←APT, ↑팔각정)가 있고, 건너편으로 복마전과 같이 복잡한 정맥이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선명하다.
정맥은 이정표가 가리키는 팔각정 방향이다. 송신소를 바라보며 진행하는 정맥은 등산로가 뚜렷하고 주위를 조망하며 걷는 편안한 산책길이다. KBS 만월TV중계소와 산불 감시초소가 있는 156봉에 올라선다. 전면으로 만월정을 바라보며 걷노라면 간석동 주민들의 산책코스로 많은 사람들과 마주치게 된다. 삼각점(인천 307-1994재설)과 팔각정이 있는 만월산(187m) 정상에 도착한다. 만월정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간석동을 비롯한 향촌지구와 만수동의 도심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절경으로 팔각정에 걸린 만월정이라는 시로 압축된다.
만 월 정 글 임 노 순
흙이 붉고 기러기가 날으는 모습을 닮아
처음에는 주안산으로 불렀네
기러기 등을 타고 신선이 내려와 노닐던 곳이라
선유산이라고도 하였네
東方滿月世界 藥師如來 淨榴璃國에서
오늘의 만월산이 되었네
여기에 만월정을 세우니
우리 모두 가슴에 큰 달을 품고
신선을 닮아 꿈의 도시를 이루세.
만월산을 뒤로 하면 짧은 바위 길도 이어지고 가야할 마루금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모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산길을 걷노라면, 국기게양대와 지적삼각점이 있는 봉우리를 지난다. 이어 등나무 쉼터를 지나고, 통나무 계단을 내려서면 약사사 갈림길이 좌로 갈라진다. 하얀색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곳으로 진행하여 왼쪽으로 90도 방향을 틀어야한다. 직진은 부평3거리로 내려서는 길이다. 왼쪽의 능선을 유심히 살피면서 내려서면, 도로 건너편으로 팬더 빌라가 있다.
팬더빌라 A동과 B동 사이의 골목길로 진행하여 46번 국도를 만난다. 왼쪽으로 보훈회관 버스정류장의 횡단보도(왕복 8차선)를 건너 오른쪽으로 도로를 따라 진행하여, 정양사 입구 간판이 있는 골목길로 접어든다. 정양사 일주문에서 오른쪽의 일반 등산로를 따라 정암사 뒷봉에 도착하며 마루금과 합류한다. 헬기장처럼 넓은 공터에는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산불감시초소 왼쪽으로 내려서서 완만한 능선을 진행하면 송전철탑을 지나게 된다. 삼각점(안재철 음각)을 지나며 오른쪽으로 90도 방향을 바꾸어 내려서면 경인철도를 건너는 십정과선교에 도착한다. 오른쪽으로 백운역이 보인다. 과선교를 건너며 경인철교를 통과하고 횡단보도를 건너면 왼쪽은 백운공원 오른쪽은 백운역이다. 6차선 도로를 건넌 다음 왼쪽으로 옹벽을 따라 진행하다 옹벽이 끝나는 지점에서 산길로 올라선다.
도심지의 골목길과 경인철도를 무사히 통과하고 보니 시원하게 뚫린 등산로가 편안하게 진행된다. 벤치2개가 놓여있는 삼거리를 통과하여 왼쪽으로 돌아서고, 6번 송전철탑과 지적측량삼각점, 산불 감시초소가 있는 128봉에 도착한다. 로프와 통나무계단이 있는 능선을 내려서서 진행하면 2번 송전철탑이 있는 정상에 올라선다. 계단과 로프가 걸려있는 능선을 순탄하게 이어 좌·우로 넓은 비포장도로가 가로지르는 구루지 고개에 도착한다.
도로를 건너 능선을 오르면, 5번 송전철탑과 대형 송전철탑을 차례로 지나며, 왼쪽으로 변전소가 내려다보인다. 왼쪽(11시 방향)으로 진행하면, 오른쪽으로 군부대가 시야에 들어온다. 안부사거리에서 직진하여 부대 담장을 따라 능선에 올라 3번 송전철탑이 있는 삼거리를 만난다. 뚜렷한 등산로를 따라 15분간 진행하면, 정상 바로 전에 이정표(←정상 0.7km →가정초교 0.4km 한전입구 0.6km)와 쉼터가 있고, “호봉산 꽃동산”이라고 적힌 팻말과 왼쪽으로 대형 송전철탑이 보인다.
정맥은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90°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리막 능선으로 이어진다. 운동시설이 있는 삼거리를 지나 부대 담장을 끼고 진행하면 가좌2동과 부평동을 잇는 장고개로 내려선다. 전면에 군부대가 있고 왼쪽으로 범양PARK아파트 104동이 보인다. 직진하여 10여 분간 진행하면, 산불감시초소와 국기게양대가 있고, “사격 시 탄환에 의한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이라는 내용의 경고판이 있는 142봉에 올라선다.
이곳 또한 사격장의 경고 표시로 긴장이 되지만 붉은 깃발이 없는 것으로 보아 사격시간이 끝난 것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사격장 지역을 통과하는 곳이라 주변의 시야가 멋지게 조망 되지만, 한시라도 빨리 死地를 탈출하려는 마음으로 주위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144봉과 27번 송전철탑을 지난 다음, 국기게양대와 경고판이 있는163봉을 지난다. 안성에서 용인까지는 골프장의 펜스를 피하느라 고통을 받고, 수리산 부터는 군부대의 철조망에 피멍이 들고 보니 정맥을 이어가는 길이 험난하기만 하다.
삼각점(804재설 78.9건설부)이 있는 2번째 철마산(165m)에 올라선다. 철마산의 정수리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거칠 것이 없다. 북쪽으로 원적산 너머로 계양산까지 정맥의 산줄기가 시원하게 뻗어 나가고, 동쪽으로 부평구의 도심지와 부천의 너른 평야가 아파트 숲으로 변신하여 마루 금에는 북한산의 아름다운 자태가 선명하다. 서쪽으로 인천의 관문인 영종도는 바다가 육지가 되고, 세계로 향하는 비행기들이 수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도심지를 통과하다보면 마루금이 잘리는 것이야 다반사지만 이곳의 절개지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높고 아찔하다. 비알길을 내려서는 발걸음에 오금이 당기고,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들의 굉음소리에 귀가 멍멍하다.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실낱같은 비알 길. 뙈기밭과 철 계단을 내려서면 새시미아파트(5층) 정문이 된다. 가좌동에서 부평으로 연결되는 천마로(6차선)의 횡단보도를 건너 한일초등학교 정문을 지나고, 왼쪽으로 진행하여 버스정류장 앞에서 오른쪽 숲속으로 들어선다.
로프와 나무계단이 설치된 173봉에 올라서면 데크로 만든 전망대가 인상적이다. 부평과 석남동 주민들의 산책로인 이곳에서의 전망 또한 시원하게 펼쳐지는 조망으로 막힘이 없다. 정상에는 이정표(←철마정 0.8km → 산곡동 0.5km ↓ 철마약수터 0.7km)와 지적측량삼각점이 있다. 정맥은 이정표를 무시하고 직진이다. 등산로가 좌우로 방향을 틀지만, 뚜렷한 등산로에서 이탈할 염려가 없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진행한다. 166봉을 지나 한 차례 땀을 흘리고 나면 원적산(211m)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은 헬기장처럼 넓은 공터에 두 개의 정상 표지석과 내용을 없는 삼각점이 있다. 이곳에서의 전망 또한 일품으로 사방을 둘러봐도 막힘이 없어 지나온 능선과 가야 할 능선이 시원스럽게 조망되고 북쪽으로 팔각정이 바라보인다. 정상 표지석 에는 “부평도호부 서쪽 15리에 있다”는 설명과「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된 元積山(원적산) 동쪽의 경계는 부평구 산곡동, 서쪽은 서구 가좌동과 석남동이다. 북쪽은 안화지 고개에서 남쪽으로 중철마산 북쪽도로(건지골-철마로)까지이다. 원적산의 높이는 199m로 독립된 산군이다.「대동지지」와 김정호의「청구도」에는 ‘圓寂山’으로 기록되어 있다.
잠시 후 철마정(2층)에 도착한다. 이정표(↑철마약수터1.5km,←가정약수터1.2km,↓석남약수터 0.6km)와 철마산의 유래가 적혀 있는 안내판에 의하면: 철마산은 원래 천마산으로, 산 중턱 큰 바위에 말발굽자국이 있어 마제석이라 하고, 이산을 마제봉이라 부르고 있다. 산 밑의 가정동 마을에는 합천 이씨가 집성촌을 이루고 있었는데, 아기장수가 태어난 뒤 후환이 두려운 부모가 아기장수를 죽이자 산에서 용마가 울면서 떠난 뒤로, 이 문중에서는 훌륭한 인물이 나오지 않았다는 전설이 있다.
226m의 철마산은 서구, 부평구, 계양구가 인접하고 있어 1966년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이 되었으나 특별한 시설이 별로 없어 석남약수터 일대를 개발하고, 이곳에 철마정을 지어 주변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배드민턴장을 지나고 판독하기 어려운 삼각점이 있는 170봉을 지나 24번 송전철탑과 이정표(철마정0.7km ↔ 석남동. 가정동 0.3km)와 커다란 돌탑이 있는 삼거리에 도착한다.
정맥은 오른쪽(2시 방향)으로 내려선다. 가슴에 걸고 있는 지도가 신기한 듯, 마주치는 사람마다 흘깃거린다. 고도가 서서히 낮아지며 산책로에는 간단한 운동시설이 있고, 마을 주민들이 심심파적으로 일군 뙈기밭들이 영토경쟁이라도 하듯이 경계 표시로 나무 등걸로 막아놓아 질러가는 정맥 길이 고단하기만하다. 송전철탑을 지나고도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며 밭 사이로 난 소로를 따라 진행한다. 폐축사 앞을 지난 뒤, 신아정밀과 현진테크가 있는 건물을 끼고 진행하면 조아텔 건물이 있는 고개로 내려서고, 4차선도로(서인천I.C 접속도로)가 지나는 청천동고개에 도착한다.
청천동 버스정류장 앞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 공원길을 따라가면, 경인고속도로와 6번 국도를 횡단하는 육교를 건넌다. 육교 끝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고 효성동 방향으로 진행한다. 신호등이 있는 삼거리에서 왼쪽의 하나아파트 안으로 들어가서 11동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산불조심 입산통제표지판이 있는 들머리에 도착한다. 183봉에 올라서면 발치 아래로 하나 아파트와 한신 빌리지, 그 사이로 경인고속도로가 질주하고 있다. 큰 장애물을 무사히 지나왔다는 자부심으로 마음이 홀가분하다.
지나온 경인고속도로가 지나는 곳을 아나지 고개라 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가 무학대사로 하여금 도읍지가 될 만한 곳을 찾아보게 하였다. 산수가 좋은 곳을 찾아다니던 무학대사가 부평에 이르러 들이 넓고 기름지며 가까이 한강까지 끼고 있어 도읍지로 적당하다는 생각에 도읍 터는 백 개의 봉우리를 가져야 하는데 세어 보니 봉우리가 꼭 백 개였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이성계는 부평 땅이 능히 도읍이 될 만한 곳이라 기뻐하며, 주안산(만월산)에 있던 무학대사를 보내어 산신께 제사를 지내도록 당부하고는 흡족한 마음으로 개성으로 돌아갔다. 뒤에 다시 백관을 이끌고 찾아와 확인하니 백 개였던 봉우리가 아흔 아홉 개밖에 되지 않았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한 개의 봉우리는 원통해서 주저앉아 원통이 고개가 되었고, 마지막 99번째 봉우리로 가는 고개는 지금도 아흔 아홉 번째라는 뜻의 '아나지 고개'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19번 송전철탑을 지나 천마산에 도착한다. 정상에는 천마산의 유래가 적힌 안내판과 천마바위 이정표가 있다. 돌탑 1기가 있는 곳을 지나며 마루금과 합류하고, 군 초소와 삼각점(김포328 1993복구)이 있는 정상(226m)에 올라선다. 군부대의 경고판과 초소 뒤편으로 이정표가 있다. 이곳에서의 조망도 막힘이 없어 북쪽으로 계양산이 더욱 선명하고, 서쪽으로 21세기 인천의 발전을 상징하는 청라지구의 빌딩들이 하늘높이 솟아오른다.
이곳에서 건너편으로 286봉까지는 능선이 활처럼 휘어있어 전망이 좋은 곳이지만 중간에 사격장이 있어 일반인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곳이다. 지난해에 계양산에서 철마산까지 등산을 하는 도중에 일어났던 이야기를 간추려본다. 철마산 오르는 안부에 목로주점 자리 잡고, 갈증 나는 나그네의 시선을 유혹하는데 동행하는 신 여사와 대작까지 하게 되었으니, 이아니 좋을 씨고. 흐르는 시간이 아깝지 않고 무릉도원으로 빠져나 볼까.
거나한 술기운에 가파른 비알 길도 단숨에 오르고, 길을 여는 신 여사의 경쾌한 리듬에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미모에 취하고 막걸리에 취하고, 이래저래 계양산은 풍운아의 천국이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286봉, 사방을 둘러봐도 막힘없는 조망으로 한남정맥 종주길이 탄탄대로 열리고 높은 곳만 산이더냐? 해안가의 표고가 제로라면 2 - 300m의 높이도 만만치가 않더라. 비단결 같은 산행 길에 총소리가 웬말인가? 화들짝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헬기장 안부에 내려서니 무장한 초병이 앞길을 가로막고 통행의 제지를 받는다.
지도에는 채석장으로 표시가 되어 있지만, 예비군의 사격장이 곳곳에 산재해 있으니, 위험천만으로 평일의 산행에는 각별히 주의를 요하며 미안하다는 초병의 말 한마디에 우리 모두 순한 양이 되어 무한정 하 세월이다. 30여분의 지루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우리의 앞길이 열리고 사선을 뛰어넘는 빠른 행보로 사지를 벗어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정자의 쉼터를 지나 활처럼 휜 사격장의 능선을 넘어서면 221봉의 철마산을 지나 삼각점이 있는 225봉에 올라선다.
222봉과 국기 게양대가 있는 218봉을 지나면 세 번째 철마산(221m)에는 헬기장과 삼각점이 있다. 이정표(←서곶근린공원1.1km ↗ 계양산 1.5km ↓ 동우약수터 2.0km 정상 1.5km)가 있는 곳을 지나 운동시설과 벤치, 육각정이 있는175봉에 도착한다. 정맥은 이정표가 가리키는 계양산 방향이다. 출입문과 초소가 있는 안부를 지난 다음 헬기장이 있는 228봉을 지난다. 270봉 정상에는 “현 위치 철-6”이라는 구조표지판이 있다. 출입문 안으로 들어서면 오늘의 구간에서 가장 높은 286봉에 도착한다. 정상에는 초소가 있고 이곳 또한 전망이 좋은 곳이다.
정맥은 초소에서 왼쪽 방향이다. 21번 송전철탑을 지나고, 지적측량삼각점이 있는 곳을 지난다. 이정표(←천마산 →교대(2,020m) 육각정자(740m) 효성약수터(660m)와 커다란 돌탑, 벤치가 있는 중구봉(277m)에 도착한다. 직진으로 266봉을 지나 서서히 고도를 낮추며 완만한 능선을 한차례 내려서자 절개지가 나타나고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8차선도로가 지나는 장명이 고개에 도착하며 산행을 종료한다.
제 8 구간 : 장명이고개 - 스무네미고개 / 17.5km
마른장마 다 지나고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릴 휴가철이 한창인데, 게릴라성 호우가 일주일 넘게 전국을 강타하며 계곡의 행락객을 몰아낸다. 산을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행복한 고민 속에 가보고 후회하는 것이 나을 듯싶어, 한남정맥의 종주구간으로 계양산에서 대곶까지 도전장을 내민다.
어두운 장막을 헤치고 찾아간 지하철 1호선, 인천 가는 첫차가 5시3분이다.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이 듬성듬성 자리를 잡고 부족한 잠을 청하는 이른 새벽 고요한 정적이 흐른다. 회룡역에서 부평역 까지는 1시간 30분, 늘어지게 잠을 자도 넉넉한 거리라 선반위에 배낭을 모셔놓고 팔걸이가 있는 가장자리에 기대어 꿈속으로 빠져든다.
한강철교 위를 달리는 굉음소리에 놀라 눈을 떠보니 먹구름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이 한줄기 빛이 되어 가슴속을 녹여준다. 인천지하철로 환승하여 지난봄에 다녀간 계산역에 내린다. 아직은 마음을 놓을 처지가 아니라 배낭에 카바를 씌우고 방수 등산화에 스피치까지 완전무장을 한다.
4번 출구로 올라서니 아니나 다를까 비라도 한 줄금 하려는지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장명이 고개로 향하는 6차선 도로를 따라 발걸음을 재촉하고 10여분 후 길 양쪽으로 S K 주유소가 마주보고 있는 곳을 지나면 건너편으로 지난번에 올랐던 중구봉(277m)이 바라보이고 횡단보도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계양산(394m) 들머리가 시작된다.
절개지 정상 직전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계단을 따라 급경사를 오르는데, 구슬땀이 비 오듯 줄줄 흘러내린다. 헬기장에 올라서면 삼각점(김포11. 1999재설)과 국토지리원에서 세운 안내문이 있다. 정맥은 왼쪽(10시 방향)으로 진행되지만, 마루금에서 살짝 벗어나있는 계양산을 그냥 지나칠 수 있는가? 공군부대 중계소를 지나 계양산(394.7m)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표지석과 이정표가 있는 정상에는원목으로 만든 전망대가 있고, 부지런한 주민들이 아침산책으로 많이 올라와 있다.
평지 돌출형으로 사방 100리 밖까지 터지는 조망. 계양구 너른 들엔 아파트의 천국이요. 동녁의 하늘금에 도봉산과 북한산이 선명하고, 남쪽으로 중구봉(277m)과 286봉에서 철마산으로 흐르는 정맥이 인천시의 동과 서를 가르며 칠장산을 향해 힘차게 요동친다. 서쪽을 보아라. 바다와 섬이 육지로 변하고, 동북아의 허브를 자처하는 인천공항과 하루가 다르게 하늘로 치솟는 청라지구의 빌딩들이 장관을 이룬다. 북쪽으로 진행할 정맥이 손금 들여다보듯이 선명하고 공항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와 굴포천이 우리의 미래를 약속한다.
계양산은 해발 395m로 인천을 대표하는 진산이다. 1994년 도시자연공원(계양공원)으로 지정되어 현재 조성 중에 있는 인천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공원으로 기대가 크다. 계양산성, 봉월사터, 봉화대의 유적지와 고려시대의 대학자 이규보가 거처하던 유서가 깊은 곳이다. 계양산이란 이름은 지명의 변천에 따라 고려 수주 때에는 수주악(樹州岳), 안남도호부 때에는 안남산(安南山), 계양도호부 때에는 계양산(桂陽山)으로 불러오고 있다. 백제 초기부터 현재의 공촌동 지역에서 생산된 소금을 계양산 징매이고개를 넘어 서울 신정동 토성을 거쳐 지나던 소금통로 구실을 했다고 한다.
헬기장으로 되돌아와 10시 방향으로 능선을 내려서서 조망이 좋은 바위전망대와 이정표(G-12)가 있는 곳을 지나 이정표(G-13)와 벤치가 있는 목상동안부에 도착한다. 왼쪽은 공촌동, 오른쪽은 목상동 방면으로 하산길이 뚜렷하다. 송전철탑이 있는 205봉에서 정맥은 왼쪽으로 내려선다. 사유림 펜스를 따라 가면 가파른 비알길에서 나무계단과 로프를 잡고 216봉을 올라선 뒤, 1분후에 너른 헬기장이 있는 피고개산(207m) 정상에 도착한다.
헬기장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일대 장관을 이룬다. 인천의 진산답게 계양산이 더욱 웅장하게 보이고, 남쪽으로 공평동, 서쪽으로 검암동. 북쪽으로 백석의 너른 들판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깃대가 있는 200봉에서 오른쪽의 희미한 길이 마루금으로 이어진다. 탄탄대로를 그대로 따르다가는 공촌동으로 내려서고 만다. 사면 길을 치고 내려서면 고압철탑을 만나고, 잠시 후 군부대 훈련장과 통제소의 전망대를 지나 펜스를 끼고 진행을 하게 된다. 군부대 후문을 지나서도 한동안 펜스를 따르다 안부에 내려서면 요란한 군견들의 울부짖음에 지레 겁을 먹고 왼쪽으로 리본을 따라 마루금을 내딛는다.
한 여름이 다 가도록 지나간 사람이 없는지, 무성한 잡초 속에 산딸기와 산초나무에 비수 같은 억새풀이 앞길을 가로막는다. 풀숲에 맺혀있는 빗물이 바짓가랑이를 휘감고, 30도가 넘는 열기 속에 줄줄 흐르는 땀과 빗물, 콧물이 범벅이 되어 물에 빠진 생쥐처럼 열탕 속에서 곤욕을 치루며 안간힘을 쏟는다. 10여 분간 정글 속을 헤치며 올라선 133봉. 군에서 토치카를 설치하고 흙으로 덮은 곳이라 전망 또한 일품이다. 오른쪽의 소나무 숲속으로 내려서면 편안한 산길이 열린다.
별 특징이 없는 꽃 메산(85m) 정상에서 소나무숲속을 빠져나오면, 차량들의 경적소리와 함께 높다란 절개지위로 올라선다.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와 지하철, 경인운하까지 민족의 대역사가 펼쳐지는 관문으로 차량들이 거침없이 내달리고, 한남정맥의 마루금도 두 동강으로 잘리고 만다. 先踏者들의 가르침대로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절개지위를 따른다. 빗물받이 홈통을 따라 5분여 진행하면 고속도로로 내려서는 가파른 철 계단이 나타난다.
신나게 질주하는 고속도로의 차량들과 지하철의 만남은 지구촌으로 향하는 우리의 의지를 불태우고 머지않아 운하가 완공된다면 또 하나의 명물로 우리의 자부심과 긍지를 높여주는 환상의 하이웨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부푼 꿈을 키워본다. 30m의 철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는 양쪽으로 펜스가 처 있고 2m 가 넘는 수직 옹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으니 유일한 통로를 벗어날 길이 없어 어찌어찌하여 내려선 곳은 지하철의 선로 위가 된다.
선답자들이 고속도로 뚝방 길이라고 알려준 곳에는 레일이 깔려있고 1m 남짓한 사이를 두고 복공판위를 걸어 오른쪽으로 걸어가야 하지만 3분마다 지나치는 지하철이 경적 음을 울리며 위험신호를 보낸다. 절개지 쪽으로는 야생동물의 출현을 막기 위함인지 펜스가 끝없이 이어지고 건너편으로는 고속도로가 질주하고 있으니 위험을 감수하며 사지를 탈출하기위한 몸부림이 시작된다. 오른쪽으로 목상동으로 내려서는 산길이 보이지만 펜스가 가로막고 있으니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1km가 넘는 선로 위를 지나는 15분간이 그렇게도 길수가 없고, 고속도로 밑으로 빠지는 목상교에 도착했지만 오른쪽의 펜스는 끝날 줄을 모른다. 고속도로와 지하철의 중간에 토사가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는 돌덩이로 계단을 쌓고 가시 철망으로 얽어맨 비상구가 있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지만 5m가 넘는 절벽위에서 아찔한 현기증을 일으키며, 밑으로는 공사 차량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한심하고 막막한 현실 앞에서 달리 탈출로가 없으니 위험천만한 유격훈련으로 가시 철망에 매달린다.
고생 끝에 바닥에 내려서고 보니 사지에서 탈출했다는 해방감 보다는 마루 금이 상실된 위험한 지역을 꼭 통과 해야만 하는지 종주의 사명감이 한낱 부질없다는 생각이 앞선다. 앞으로 이곳을 지나갈 후 답 자 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절개지위에서 곧바로 오른쪽으로 진행을 해야 하며, 무조건 철길로는 내려서지 말고 능선을 따르다 보면 목상동에서 나오는 포장도로를 만나게 되고 수월하게 목상교를 통과하리라 확신을 한다.
35도를 육박하는 가마솥더위에 바람마저 숨을 죽이는 굴 포천 가교. 물에 빠진 생쥐처럼 땀에 흠뻑 젓은 몸으로 덤프트럭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공사장을 피해 둑실 마을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2차선 도로를 따라 무거운 발길을 옮긴다. 건너다보이는 계양산은 인천의 진산답게 2시간 반을 지나왔어도 지척으로 바라보이고 마루 금 또한 직선거리로는 7-8분이면 통과할 거리를 40여분이나 고생고생하며 지나왔으니 진이 다 빠진다. 10분후 둑실 마을의 입간판이 있는 갈림길에 도착하며, 마루금으로 올라서게 되지만 후줄근하게 늘어지는 몸을 추스르기 위해 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고 휴식을 한다.
이곳 또한 무성한 가시덤불속에 걸려있는 리본을 따라 사투를 벌여야하고 100여m 진행을 하자 비로소 소나무 숲속으로 오솔길이 열린다. 잠시 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면 꺽임봉 이지만, 앞으로 갈 길이 먼 탓에 왼쪽의 사면 길로 시간을 단축한다.100여m를 진행하면 꺽임봉에서 내려오는 삼거리 길에 이르고 솔향기 그윽한 비단길에는 군부대의 훈련장이 펼쳐지고 모처럼 호젓한 오솔길에서 마음의 휴식을 하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군부대 펜스가 나타나고 계속 진행하면, 왼쪽으로 후손들 잘 둔 덕분에 말끔하게 조성된 묘지가 반겨준다. 이곳이 점심상 차리기엔 안성맞춤이라 염치 불구하고 상돌위에 점심상을 차리고 시원하게 펼쳐지는 백석리의 너른 들판과 지나온 산줄기를 더듬어 보며 모처럼 달콤한 휴식을 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포만감속에 느긋한 마음으로 펜스와 동행을 하다보면 왼쪽으로 공동묘지가 펼쳐지고, 이곳 또한 전망이 일품으로 계양산을 마지막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전국이 도시화가 되듯이 조용하던 백석리도 아파트의 숲으로 변하여 향수어린 고향마을이 사라지는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군부대 후문을 지나 계속 진행하면 부대 정문에 이르고, 포장도로를 가로질러 펜스가 오른쪽으로 꼬부라지는 지점에서 왼쪽의 오솔길로 방향을 잡는다.
나무그늘 속으로 휘적휘적 걸어가는 발걸음에 거칠 것이 없고, 비온 뒤에 고개를 내민 버섯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송림지대를 지나면 태평아파트 정류장이 있는 사거리에 이른다. 건너편으로 종주하는 산객들이 눈여겨보는 로사리아 조경간판이 보이고, 가장 반가운 구멍가게로 달려가 캔 사이다와 맥주로 갈증 난 목을 축인다. 삼복더위의 무더위 속에 어디까지 가느냐며 말을 걸어오는 할머니. 이 동네 토박이로 로사리오 조경 간판을 가리키며, 자기의 집이라고 지도에도 나오고 인터넷에도 등장한다며 자랑이 대단하시다.
건너편의 건물 뒤로 산마루를 넘어 골프연습장을 바라보고 진행하면 종주길이 열린다고 친절한 안내까지 해주신다. 모처럼 망중한을 즐기며 달콤한 휴식을 끝내고 횡단보도를 건너 우측의 골목으로 들어서면 왼쪽으로 산길이 열린다. 잠시 후에 숲속의 정수리에 도착하지만 별 특징이 없고 바람결에 스치듯 골막산(73.6m)을 통과하고 사면 길로 내려서면 건너편으로 산마루에 백석 스포렉스 건물이 보인다.
잠시 후 4차선 도로를 피해 굴다리를 지나 종말고개에 올라서면 골프연습장의 안마당에 도착한다. 스틱을 휘두르기에 여념이 없는 그들을 뒤로하고 가마솥이 걸려있는 뒤편으로 돌아서면 오솔길이 반겨준다. 외로운 나그네의 발걸음에 매미소리와 산새들이 지저귀는 정겨움 속에 시원한 솔밭 길을 걸어간다. 15분간 진행하면 제법 가파른 오름길에 쓰레기 투기장으로 변한 주위환경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잠시 후, 소나무 숲속에 산불감시초소와 군 삼각점이 있는 할메산(105m)정상에 오른다.
나무그늘에 앉아 마시는 캔 맥주는 단숨에 갈증을 풀어주고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에도 뜨거운 열기가 뿜어 나온다. 천근만근 무너지는 몸을 추 수리며 걸어가는 길. 뚜렷하게 이어지는 직진은 알바 하는 길이고, 오른쪽(3시 방향)의 중간지점으로 나뭇가지에 달린 리본이 손짓하는 곳으로 내려서, 길도 점점 선명해지고 완만한 오솔길이 펼쳐진다. 서서히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한동안 오솔길이 이어지고 자동차의 경적소리를 따라 8차선 도로가 나타난다.
당하지구와 검단우회도로를 잇는 신설도로가 지나는 약수동 안부에 도착한다. 건너편으로 공장들이 밀집되어 있는 뒤편으로 마루 금이 이어진다. 횡단보도를 건너 공장의 담을 따라 걷는 발길이 한낮의 열기 속에 무너져 내리고 완만한 비알 길에서도 제자리걸음에 거친 숨결이 목젖을 타고 오른다. 철재고물상 오른쪽으로 아파트를 두고 천주교묘지 능선을 오른 다음, 헬기장을 지나 문고개로 내려선다.
횡단보도를 건너 오른쪽으로“검단복지회관” 버스정류장을 지나고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돌아 HILL STATE 아파트 정문 앞에서 도로를 건너 검단복지회관 우측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진행한다. 인천능내초등학교와 검단고등학교 앞을 차례로 지나고 도로사거리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방아재에 도착한다. 도로를 건너 영진아파트 상가와“영진아파트”버스정류장에서 영진아파트 정문을 통과한다.
5분간 올라서면 67봉 정수리가 인라인 스케이트장이다. 건너편의 정자 기둥 좁은 틈을 비집고, 내려서면 선비들의 체력단련 현무정의 활터가 반겨준다. 활터를 가로질러 언덕으로 올라서면 제철만난 고추들이 빨갛게 익어가고, 잠시 후 군부대 펜스를 끼고 돌면 덩치 큰 참나무 숲속으로 호젓한 산길이 열린다. 10여분 후 전망 좋은 공동묘지에 이르면 눈부시게 발전하는 검단리의 시가지가 펼쳐지고 왼쪽의 계곡에는 공장지대, 오른쪽으로 풍림아파트가 보이는 안부를 지나면 가현산의 전위봉(170m)이 바라보이고 곧 바로 서낭당 고개에 이른다.
가파른 비알 길은 목덜미로 흐르는 구슬땀을 주체 못하고, 울창한 수림 속에 벤치가 반겨준다. 홍성에서 왔다는 산 친구들, 한남정맥 종주 길에 만나는 기쁨이여. 아쉬운 작별 속에 안산 건산 하시기를. 군 삼각점을 디카에 담고 널널하게 내려서면 묘각사의 불이문이 반겨준다. 표지기가 붙어있는 폐타이어 계단 길을 오르면 군부대 후문이라, 왼쪽으로 더듬더듬 비알 길을 내려서면 묘각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하여 안부에 올라선다.
오른쪽은 군부대 정문이라 접근이 불가하고, 왼쪽의 낮은 봉우리에 가현산(215m) 제단이 있다. 정상에는 양촌번영회와 양촌산악회에서 세운 歌鉉山 215.3m의 정상석과 天氣靈山 歌鉉山의 상석이 있다. 정상을 내려서자 歌鉉山 守愛壇이라는 제단과 헬기장이 나타난다. 시원하게 터지는 조망으로 검단리 주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에는 진달래 동산을 조성하고, 정자(가현정)까지 터를 잡아 이곳에서의 낙조는 김포반도 팔경중의 으뜸이라 명성이 자자하다.
뭇 까마귀 울음 멎고 저녁연기 자욱한데
한 덩이 붉은 해가 바다위에 일렁인다.
산 아래 외딴 수풀 경치가 무한한데
가축과 귀가하는 목동의 노래 흥겹다.
- 금릉군지에서-
송 림 원
사람의 발길이 안 간곳은 자연이 잘 보존된 곳이고
사람의 손길이 잘 간곳은 자연이 더욱 잘 보존된 곳이다.
두 비석의 글을 음미하며 양촌 주민들의 자연 사랑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본다. 정자의 끝자락에 삼형제바위가 가소롭고, 왼쪽의 마루금을 따르면 사랑의 쉼터에 도착한다. 직진하는 이 길이 경기도와 인천을 가르는 접경으로 15분간 진행하면 참호가 있는 필봉산 정수리에 올라서고 잠시 후에 산불감시초소를 만난다. 자동차의 경적소리 숲 사이로 들리고, 양촌면에서 대포리로 오고가는 스므네미고개의 자연사랑 후손사랑의 표어가 있는 방호벽이 눈길을 끈다. 산등성이 포근한 길섶을 내려서며 오늘의 종주도 마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