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충청도

민들레의 홀씨따라 도고산으로

 

                                  민들레의 홀씨 따라 도고산 으로

               2009년 4월 28일

                  소재지: 충남 아산시. 예산군

 

 


금년에는 충남지방의 산을 찾아보기로 일찌감치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가까운 곳이라 해도 교통이 불편하니 자연히 망설여진다. 지난해부터 청량리에서 온양온천까지 전철이 개통되었다고는 하나 옛날의 완행열차보다도 더욱 느리게 역마다 정차를 하며 2시간 30분이나 소요되고 보니, 길에서 아까운 시간을 다 소비하고 마는 것이다. 다시금 미루어지는 마음을 다잡으며 금년에는 꼭 다녀오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도고산을 점찍어 놓고 이리저리 궁리 끝에 장항선을 이용하기로 한다. 용산역에서 8시10분에 출발하는 무궁화호가 9시 45분에 도고역에 도착하니 산행하기에는 안성맞춤이아닌가?

 

 

 

 


도고산은 도상거리로 16km에 5개산을 연계하여 종주를 하고 예산역에서 17시 50분 발 무궁화호를 이용한다면 산행에는 큰 무리가 없겠다는 계산으로 10여일 전에 예매를 하고 먼동이 터오는 이른 새벽에 배낭을 꾸린다. 매번 떠나는 산행이지만 기차를 탄다는 설레 임은 어릴 적이나 나이든 지금이나 매한가지로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프렛트 홈을 빠져나온 기차는 한강철교를 지나 신나게 달려간다. 차 안에는 60여세 로 보이는 10여명의 할머니들이 모처럼의 나들이가 즐거운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레일 위를 달리는 마찰음이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자장가처럼 스르르 잠이 든다. 안내 방송에 눈을 떠 보니 천안역이다.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 보니 원기도 왕성하고 온양온천역을 지나며 전원의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예정시간에 맞추어 도착한 도고온천역은 앞으로 지하철의 연장개통을 위해 2007년 12월 21일 장항선 개량공사 준공과 함께 현 위치로 이전하였다고 한다. 에스컬레이터와 장애인 에레베타가 설치된 화려하고도 웅장한 대합실에 내린 승객은 달랑 나 혼자뿐이다. 역무원을 보기가 면구스럽기도 하고 어색한 분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도고산 들머리인 도고 중학교 가는 방향을 물어본다.

 

 

 

 

 

 


사방을 둘러봐도 허허벌판에 마을은 고사하고, 그 유명한 도고온천도 보이지 않으니 허망한 마음에 주위를 살피기에 여념이 없다. 인근에 있는 도고온천은 온양온천의 명성에 가려 이목을 끌지 못하지만 신라시대에는 약수로 사용을 하다가 조선시대부터 온천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수온이 30℃ 내외로 낮은 편이라 가열해서 사용하고 신경통, 피부병, 위장병, 관절염, 안과질환 등에 효과가 있다고 전한다.

 

 

 

 

 


대합실을 나오면 곧바로 645번 지방도로가 연결되고 동남쪽의 도고 저수지 쪽으로 향한다. 도로 옆으로 전개되는 다랑논에는 저수지에서 내려오는 물을 가두는 작업이 한창이고 논갈이에 여념이 없는 농부의 손길에서 모내기 작업이 머지않았음을 알 수가 있다.  눈부신 아침햇살에 노란 민들레가 활짝 웃고 있다. 밭두렁과 논두렁에 지천으로 깔려있는 민들레가 우리의 몸에 만병통치로 불리고 있는 것은 매스컴의 홍보 탓도 있지만, 예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먹을거리 와 민간요법으로 사용해 왔다고 한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민들레는 ❝내 사랑을 그대에게 드려요.❞라는 꽃말처럼 상대방에게 자기의 모든 것을 나누어 주는 꽃으로, 이른 봄 풋풋한 어린잎은 국거리로, 나물로 무쳐서 먹고 입맛을 돌게 하는 쓴맛은 위와 심장을 튼튼하게 하며 위염이나 위궤양에도 효험이 있다고 한다.

 

 

 


일명 두상화라고 하는 민들레는 2-400여 종류가 있는데 노란 꽃은 서양에서 들어온 외래종이고 하얀 민들레가 우리의 재래종으로 약효가 뛰어나다고 한다. 아침햇살에 활짝 피어나는 꽃은  진한 향기로 꿀벌을 불러 모으고 해거름에 오므라들기를 수 십 차례, 수정이 되면 씨가 자라기 시작하고 씨는 낙하산 기능을 하는 갓 털(관모)을 자라게 한다. 씨 안에는 꽃대를 통해서 보내진 양분이 채워지고 여물게 되면 총포(꽃턱잎)가 뒤로 젖혀지며 갓 털이 벌어진다.

 

 

 

 

 


따스한 봄날. 눈썹을 간질이는 미풍에도 살랑살랑 홀씨가 날아오른다.  200여개의 형제들이 제 갈 길을 찾아 떠나는 미로 여행은 참으로 장관이다. 푸른 창 공으로 높이높이 날아올라 산에도, 들에도, 길바닥에도 내려앉는 곳이 내 집이다. 왕성한 번식력으로 바위틈이나 심지어 콘크리트 바닥을 뚫고 자라는 민들레는 밟으면 밟히는 대로 꿋꿋하게 살아가는 질경이와 함께 민초들의 근성이 아닌가한다.

 

 

  

 

 


하늘높이 날아오르는 민들레의 홀씨를 따라 걷는 발걸음도 가볍고, 20여분 뒤 도고 중학교 정문에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소나무 숲속을 들어서면 완만한 능선위로 산책로가 열린다. 아산 시청에서 세운 이정표는 멀리서 찾아온 손님에게 친절한 길라잡이가 되어 초행길에도 고향을 찾아 온 듯 편안한 마음이 든다.

 

 

 

 


비교적 단순한 등산로는 큰 어려움이 없고 성준경 고택에서 올라오는 동막골 삼거리에서 잠시 휴식을 한다. 울창한 소나무그늘 속을 1시간여 오른 후에야 주의의 조망이 터지는 전망대 바위에 오를 수가 있다. 도고저수지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산과계곡이 그림같이 아름답다. 잠시 가쁜 숨을 몰아쉬면 팔각정자인 도고산 국사정에 오른다. 정상은 200여m 를 더 올라야 하지만 옛날 봉화대가 있던 곳이라, 원형을 보존하기위해 이곳에 정자를 세우게 되었다고 한다.

 

 

 

 


아산시와 예산군이 경계를 이루고 있는 도고산(482m)은 옛날부터 서해안을 감시하는 군사적 요새지로, 정상인 국사봉에는 봉수대가 자리 잡고 있다. 비록 낮은 산이지만 바다와 가까워 해발이 낮은 곳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내륙 산간의 700~800m급 산 들과 별로차이가 나지 않는다. 삽교천 방조제가 완공되기 전에는 산 아래까지 바닷물이 들어오고 예당평야와 아산만, 심지어 멀리 천안까지 시야에 들어오며 남쪽으로 금북정맥의 줄기인 광덕산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건너다보이는 덕봉산(474m)이 직선거리로는 1.5km에 불과하지만 간양리 계곡을 휘돌아 3km의 먼 거리를 돌아가는 길이 장난이 아니다. 무성한 잡목을 헤치며 오르내리는 봉우리들이 숨었다 나타났다 예상 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걷는다는 것은 생명 운동이다. ❛흐르는 물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처럼 우리의 몸도 꾸준하게 움직이므로 건강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유산소 운동에는 걷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고, 무성한 숲속에서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활보하다 보면 십년은 젊어진다.

 

 

 

 

헬기장이 있는 덕봉산의 정상에 오르면 예산 시내와 서해안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한낮의 열기 속에 한 줄금 땀을 흘리고 나니 더욱 시원하다. 수철 저수지를 가운데 두고 마주보는 용굴봉(435m) 또한 지척에 있지만 급경사 비알길을 내려서는 등산로가 없으니 득운리 유원지까지 내려선 다음 저수지까지 올라가는 고통이 따른다.  현재 시간이 오후 1시, 예매해놓은 시간을 감안하면 아직 5시간의 여유가 있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이 태산이라 어찌해야 할지 망설여진다.

 

 

 

 


사실 집근처의 산이라면 이쯤에서 산행을 접겠지만, 이곳에 다시 온다는 보장이 없으니 무리인줄 알면서도 탈해사를 향해 저수지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절의 입구에는 거대한 황동불상이 잔잔한 미소로 반겨준다. 벼랑 끝에 자리 잡은 탈해사는 처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가 질리고   백팔 배를 올리는 정성이 아니면 오를 수가 없는 곳이다. 직선으로 오르지 못하는 비알 길을 갈지자로 벼랑길을 거슬러 오를 때, 한낮의 뙤약볕 아래서 천신만고의 고통을 감수하며 고 비 길을 찾아가는 집념 속에 고진감래의 감동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증축 공사로 불사가 한창인 탈해사는 어수선한 분위기속에 굉음소리가 요란하지만 대웅전에서는 극락왕생을 비는 천도제가 한창이다. 구천을 떠도는 원혼이 극락정토에서 영면하기를 비는 천도제는 검은 정장으로 갖추어 입은 자손들이 천배를 드리고, 경건하고 엄숙한 의식이 진행되는 염불소리는 계곡을 휘 돌아 창공으로 멀리 멀리 울려 퍼진다.

 

 


흥건하게 흐르는 땀을 훔치며 극락전 앞뜰의 감로수로 목을 축인 뒤 경건한 의식에 옷깃을 여미고 합장을 한다. 대웅전을 뒤로하고 용굴봉 오르는 수 백 개의 철도 침목. 가지런히 놓여 진 계단을 오르는 발자국에 희망이 보이고, 어려운 관문을 넘었다는 안도감에 엔돌피가 솟아오른다.

 

 


헬기장이 있는 관음봉에 올라서면 그 먼길을 돌아온 내 자신이 대견스럽다. 건강 할 때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꿈을 가질 때 생동감이 넘치며 그 힘은 배가 되고, 즐거움은 수십 배가된다. 서남쪽으로 뻗어 내린 산줄기 끝자락에 솟아오른 금오산. 날렵하게 올라앉은 금오정은 예산 시민들의 활력이 넘치는 쉼터요. 산책코스의 정점으로 내일을 여는 안식처이다. 이제 돌아갈 시간.민들레의 홀씨를타고 가벼운 마음으로 날아 오른다.

 

 



 


'충청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칠갑산 산행기  (0) 2009.11.21
고향 가는 길  (0) 2009.04.14
독립기념관이 있는 흑성산  (0) 2009.01.06
정해년 송년산행 - 광덕산  (0) 2007.12.25
금북정맥이 지나는 천안의 성거산  (0) 2007.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