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작품세계/시와산 계간지.1

제 43 호 ( 시 와 산 )

 

제 43 호

발행일: 2004년 5월 31일



시샘하는 입춘 추위


小, 大寒 다 지나고

뜰에 심은 매화가지 꽃대를 세우려니

시샘하는 立春 추위에

짧은 목 움츠리며

겨울잠으로 빠져들고


오갑산 계곡에는

밤새 내린 눈발로 별천지를 이루는데

만리장성 고속도로 앞길을 가로막아

십리길 장벽을 거슬러 오르며

매서운 북서풍에 온몸이 저려온다.


평지돌출 이진봉 백리 뜰을 굽어보니

나랏님께 진상하는 잡채 쌀의 자생지.

명성황후 한이 서린 국망봉도 지척으로

정상은 하나인데 표지석이 둘인 것은

경기도와 충청도가 각기 세운 인심 일세


한강의 기적이 남의 나라 일이런가

꿈속을 헤매는 장호원은 옛 모습 그대로

낮은 지붕 좁은 길 복사꽃 과수원

인정이 묻어나는 느린 말투에

놔 둬유 우리는 이대로가 좋아유.




와룡산 가는길


훈풍 따라 남도 여행

꽃 길 따라 천리 길

청명, 한식, 식목일에

꼬리 무는 행렬들


숯 검뎅이 타는 가슴 남양지에 씻어내고

석양 노을 바라보며 도암재에 올라서니

상사바위 상투바위 마중 나오고

새 한 마리 살아남은 새 섬 바위 장관이라


지천으로 피어나는 두견화는

수 만년 잠에 취한 와룡의 몽환제인가?

청정해역 다도해의 수호신이여

그대 긴 잠에서 깨어 승천 하는 날

백천사의 와불도 일어나겠지.



매화산의 봄소식


매화산 찾아가는

중부, 경부, 대진, 88

청량사의 홍매화가

추파를 던지는데


하늘로 향하는 수천 계단은

삼보 일배 속죄하는 고행으로 

들숨 날숨 거친 화음 계곡에 가득하고

고진감래 보상으로 안부에 올라서니


천 불상 모셔놓은 나한전에는

솔향기 그윽한 조물주의 걸작품

몽롱한 환상 속에

화려한 제일봉 눈이 부시고


국보사찰 해인사

대장경을 품에 안고

거센 화기 잠재우려

묻어둔 소금가마

제일봉 어딘가에 숨어 있겠지.



한북 정맥 제6구간

비득재(고모리)에서 양주 샘내 고개까지


산행일시: 2004년 4월 24일  산행시간 7시간

소재지: 경기도 의정부시, 포천시, 양주시  도상거리: 약 18km


예정대로 라면 한강기맥의 2, 3구간인 비슬고개에서 옥산의 말 고개 까지 단독 주행을 하였을 테지만 공교롭게도 전날 저녁이 아버님 기일인 관계로 성수동 조카 집에서 새벽에 돌아와 잠을 설치며 멀고도 험난한 용문산 줄기를 넘는다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아 집 근처에 있는 한북 정맥의 6구간으로 산행 구간을 변경하였다.


무박 종주를 한다는 마음으로 7시에 집을 나서 회룡역앞 정류소에서 72번 버스(쌍문동에서 포천의 경복대학 노선)로 송우리 까지 가서 택시로 고모리 비득재 에 도착하니 8시 30분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황사로 주위가 온통 누런 흙먼지 속에 가시거리가 수 km에도 미치지 못하는 고통 받는 날이었으나 밤사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반경 백리 까지도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화창한 봄 날씨에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오니 부족한 잠으로 몽롱하던 머리도 맑게 개이고 뒤로 보이는 죽엽산이 포근한 모습으로 다가 온다.


비득재는 광능내의 수목원에서 송우리로 넘어가는 고개로 고모리의 라이프 까페가 성시를 이루고 있는 곳으로 서쪽 절개지를 치고 오르면 고압 전신주가 우뚝 솟아있고 15분간 의 비지땀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면 오늘의 종주 구간 중에서 가장 높은 노고산(380m)의 정상에 도착한다.

(08시 50분)


시원하게 펼쳐지는 조망으로 수락산과 도봉산의 자태가 선명하고 오늘 걸어갈 능선들이 잔잔한 물결로 파도를 치며 이어지고 396년 고구려의 광개토대왕이 남하정책으로 영토를 확장하며 쌓은 고모리 산성은 오랜 세월의 비바람에 씻겨 내리고 이동통신 시설물이 정수리를 차지하고 있다.


오늘 지나야할 6구간은 정맥구간 중에서도 가장 훼손이 심한 곳으로 공동묘지와 군부대 도로와 골프장을 가로지르며 낮은 산마루는 마을의 뒷길을 돌아가야 하기에 자칫 방심하다가는 다람쥐 체바퀴를 돌듯이 미로 속을 헤매기 십상이라 독도에 주의를 하며 선 답 자 들의 산행기를 숙지하며 리본의 방향을 살피며 진행을 해야만 한다.


정산에서 3분정도 진행하면 좌측으로 급경사 내리막으로 이어지고 마을 뒤편의 마루금을 따라 가다 작은 고개를 지나면 곧바로 시원한 조망 속에 공원묘지가 자리 잡고 서남쪽으로 물푸레봉과 소리봉이 손에 잡힐 듯 정겨운 모습으로 다가오고 지나온 노고산 뒤편으로 죽엽산이 우뚝 솟아오른다.( 9시 25분)


공동묘지가 끝나는 지점에 군부대 철조망이 앞길을 가로막고 좌우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잠시 망설이다 좌측으로 방향을 잡아 철조망을 따라 가다보면 부대 후문이 나오고 절개지를 치고 오르면 이낙석의 묘를 만나 철조망을 버리고 솔 푸더기 무성한 죄측으로 방향을 잡아 진행하면 축석고개에서 광능내로 가는 314번 지방도로를 만나게 된다. (10시 15분)


이곳 까지는 아주 순조로운 산행으로 길 건너 ꡒ 소나무 판매 전시장 ꡓ의 정원수가 가득한 쉼터에서 10여 분간 휴식을 하며 진행해야할 마루금을 살펴보니 집 뒤로 올라서야 하지만 덩치 큰 맹견들의 시위속에 지레 겁을 먹고 마을 안길로 들어가 능선으로 올라서니 낮 익은 리본들이 반겨주는 주능선과 만나게 된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임도를 따라가다 작은 고개에서 90도 우측으로 돌아서면 또 다시 군부대 철조망이 나타나고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는 자신감에 콧노래 흥얼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철조망을 지나고 있는데 느닷없이 발밑에서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리며 털 복숭이 삽살개가 달려든다.


엉겁결에 스틱으로 후려치며 으름장을 놓았지만 도망을 가기는커녕 이빨을 갈아대며 달려드는 기세는 작은 몸집이지만 훈련이 잘된 맹견으로 사생결단을 하겠다는 모습에서 상대방을 얕잡아보고 사타구니로 파고드는 데는 속수무책으로 부대안의 병사에게 구원을 요청하지만 본체만체...


야속하다는 분한 마음으로 씨근덕거리면서도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구책으로 뒷걸음을 치며 스틱을 휘두르지만 이미 전의를 상실한 채 산 언덕을 넘어서야 사지에서 벗어 날수가 있고 의기양양한 삽살개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 까지 솔 푸더기 아래 주저앉아 멍하니 하늘만 바라본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당당하던 모습이 처량한 몰골로 갈 길마저 잃고 말았으니 한심한 생각으로 울분을 삭이다가 비알길을 내려와 30여 분간 가시덤불을 헤치며 군부대를 지난 주능선에 올라서니 시원한 바람결에 리본들이 나부끼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발길을 돌리는데 산 너머에서 앙칼진 삽살개의 울부짓는 소리로 보아 또 한사람이 봉변을 당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쓴 웃음이 나온다.


예정에도 없던 삽살개와의 전쟁으로 지체된 시간을 보충하기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며 의정부와포천을 오가는 43번 국도상의 축석 고개에 도착하여 물 한 모금으로 휴식을 대신하고 곧바로 교회 뒤편의 능선으로 붙는다.(11시 15분)


헬기장을 겸하고 있는 287봉은 삼각점이 2개씩이나 있는 전망이 좋은 곳으로 천보산과 건너편으로 불곡산이 바라보이는 소나무 그늘아래 자리를 펴고 간식을 들며 휴식을 한다.(11시 40분)


천보지맥은 지금 휴식을 하고 있는 지점에서 한북 정맥의 곁가지로 북쪽으로 지맥을 이루며 동두천의 소요산과 감투봉을 지나 한탄강 까지 30여km를 뻗어 내린 능선으로 양주와 포천의 경계를 이루며 300-600m의 연봉들이 아늑한 구릉지를 만들어 양주고을을 살찌우고 수년전 종주를 한 기억이 있어 더욱 친근감이 든다.


15분간의 꿈같은 휴식 시간을 보내고 오늘의 산행 중에서 유일한 암능 구간을 내려서며 솔향기 그윽한 백석이 고개를 지나 순 하디 순한 능선 길에서 꽃길 따라 달려가다 보니 정맥길을 지나 255봉에 올라서게 되고 북쪽으로 로얄 골프장을 향해 비알 길을 내려선다. (12시 20분)


골프장 좌측의 그린을 따라 걷는 발걸음은 푹신한 양탄자 위를 스치듯 경쾌하지만 노는 물이 달라서 그런지ꡒ 소 닭 처다 보듯ꡓ곁눈질 한 번 주는 법이 없이 그린 위를 달리기에 여념이 없는 골퍼들........ 그들을 뒤로하고 숲 속으로 들어서면 주내 삼거리에서 삼송리로 향하는 지방도로를 만나게 되고 건너편 숲길에 는 표지기 들이 바람결에 휘날린다.(12시 45분)


지금까지 지나온 길은 낮은 봉우리의 연속으로 그런대로 등산의 묘미를 만끽 할 수 있었지만 산이라는 개념이 실종되고 50- 100m의 낮은 구릉지대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의 뒤 담 길을 타고 넘는 산책길이 이어지는데 개념도에 표시된 대로 10여분을 진행하면 삼거리가 나타나고 한양공예, 형제 공업사를 만나는 반가움에 순조로운 진행을 하고 있음을 재확인하게 된다.


휴식도 할 겸 시원한 맥주생각이 간절하여 구멍가게를 찾아 버스 정류소 까지 300여 m나 되는 마을길을 걸어 찾아가니 낡은 건물에 먼지가 켜켜이 쌓인 미니 슈퍼, 그래도 맥주 맛은 변함이 없어 툇마루에 걸터앉아 김밥을 안주삼아 점심을 해결하고 한양공예사가 있는 곳으로 되 돌아와 숲 속으로 찾아든다. (13시 50분)


이곳에서 삼호식품이 있는 막은이 고개까지 종주 팀들에게 곤욕을 안겨주는 구간으로 자칫 상황 판단이나 방심을 하다가는 종주 길에서 이탈하여 논밭을 헤매기 일쑤이니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곳으로 미로와도 같이 얽혀있는 산책로에서 처음 묘지가 있는 좌측으로 이동을 하다가 무성한 숲길을 버리고 곧 바로 우측으로 방향을 틀면 마을로 내려서는 것 같지만 마루금 자체가 담장을 끼고 오솔길을 따라 혜인사 입구까지 진행하게 되는데  예은 교회를 지나 덕현 초등학교가 있는 덕고개 사거리까지 포장도로를 따르게 된다. ( 14시 10분)


농협슈퍼 앞에서 휴식을 하며 곰곰이 생각해도 신기한 것이 한북 정맥의 5구간까지는 높은 산맥의 능선을 따라 진행을 하다보니 계곡의 물을 만날 염려가 없지만 로얄 골프장에서 덕고개 까지는 주위로 논밭이 펼쳐지고 그 사이로 도랑물이 흘러가지만 실낱같은 마루 금을 넘지 못하고 길을 틔워 주고 있으니 신기하기도 하고 발품 팔아 체험하는 일이라 산 꾼들에게 큰 보람을 안겨 주게 된다.


동리 사람들에게 막은이 고개를 물어보지만 모두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모른다는 대답뿐.  신작로를 따라 서쪽으로 마을길을 벗어나자 길섶에 낮 익은 리본이 반색을 하고 동구 밖 능선 길에 올라서니 덕정리에서 의정부외곽으로 우회도로가 신설되고 수십 길 절개지가 앞길을 가로막아 건너편의 마루금과는 영영 단절되는 쓰라림 속에 장애물을 건너가는 농로에서 개울을 건너는 수모를 당하며 숲 속으로 들어서니 삼호식품이 있는 막은이 고개에 올라서게 된다.(14시 30분)


천보지맥에서 북쪽으로 달려오던 정맥 길은 막은이 고개를 지나며 남서쪽으로 기수를 돌려 평탄한 길을 유지하다가 군부대의 삼중 철조망에 가로막혀 우측으로 만리장성과도 같은 육중한 철조망을 따라 한없이 오르다 보면 지도에도 없는 큰 테미산 정상이다. (15시 정각)


널찍한 헬기장에는 간단한 운동시설과 시원한 조망으로 지금까지 지나온 정맥의 마루금이 한눈에 펼쳐지며 그림 같은 양주시의 전원풍경이 파노라마를 이루고 서쪽으로 오늘의 종착점인 샘내고개가  3번 국도를 가로 지르고 그 너머로 불곡산이 상봉, 상투봉, 임꺽정봉을 앞세워 화려한 자태로 산 꾼을 유혹하고 있다.


오늘의 산행 중에 유일하게 만나는 등산객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기념사진을 한 장 가슴에 안고 북사면을 타고 내리는 발걸음이 가벼운 것은 난마와도 같은 미로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헤쳐 나오며 18km의 대장정도 마감을 하는 시간이 되었기에 .......


양지바른 산기슭 아담한 묘 잔등에 피어나는 자주색 제비꽃.

앙증맞은 그 모습에 눈길이 머물고 사랑의 천사 큐피드가 쏜 화살이 아니라도 겸손한 마음으로 산을 오르며 너의 진정한 의미를 가슴에 안고 살아가련다.








 





'나의 작품세계 > 시와산 계간지.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 45 호 ( 시 와 산 )  (0) 2007.03.08
제 44 호 ( 시 와 산 )  (0) 2007.03.08
제 42 호 ( 시 와 산 )  (0) 2007.02.02
제 41 호 ( 시 와 산 )  (0) 2007.01.27
제 40 호 ( 시 와 산 )  (0) 2007.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