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방령에서 작점고개까지
가성산(710m), 장군봉(616m), 눌의산(743m), 난함산(733m)
소 재 지 : 충북 - 영동군 매곡면, 추풍령면 경북 - 김천시 봉산면, 어모면
산행일시: 2005년 4월 16일 10시 45분 - 16시 산행시간: 5시간 15분
산행거리: 약 12km 송암산악회 참여인원 :49명 날 씨 : 쾌청 회 비 :23,000원
여의도 윤중제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봄날,
새로 선 보이는 버스에 올라서니 안락한 승차감에 만원사례로 김대장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고 화신의 꽃길 따라 고속도로를 달려갈 때 금상첨화로 화창한 날씨는 대간길을 찾아가는 산 꾼들에게 더없는 선물을 한 아름 안겨준다.
죽전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한 다음 황간 나 들목에서 579번 지방도로로 접어들어 매곡면 소재지에서 977번 도로를 따라 오늘의 들머리인 궤방령에 도착을 하니 때맞추어 나타난 산불 감시차량, 부푼 가슴에 찬물을 끼얹는 난감한 이 순간을 어찌 수습을 해야할지 모두가 어안이 벙벙하고 김대장의 얼굴에는 사색이 완연하여 갈피를 잡지 못하고 순시원의 표정만을 주시하게 된다.
지난 식목일날 강원도 양양에서 난 산불이 낙산사를 태우고 전국적으로 동시 다발적으로 산불이 일어나더니 산림청에서 긴장의 촉각을 곤두세우며 주요 등산로를 차단하며 입산을 통제하고 있으니 연중행사로 이어지는 산 꾼들의 수난의 시기가 돌아온 것이다.
그렇다고 하지만 백두대간의 산 꾼이 아니면 찾지 않는 한적한 궤방령에 우리가 올 것을 어찌 알고 시간에 맞추어 마중을 나와 있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 아닌가?
몇 년 전에도 가리왕산과 중왕산을 찾아 갔다가 들머리에서 뒷덜미를 잡혀 강원도의 경계지점까지 에스코트를 받으며 추방을 당하는 황당한 경험을 한 터라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대로 절박함속에[산 행시에 주의를 당부하는]산불 감시원의 융통성을 발휘는 너그러움에 감지덕지 고맙다는 인사를 수 없이 하며 지옥을 넘나드는 조린 가슴으로 감시원의 마음이 변하기전에 놀란 토끼 도망치듯 가파른 진입로로 내달린다.(10시 45분) - 궤방령 표고 310m
단숨에 400고지에 올라 뒤돌아보는 황악산은 높기만 한데 4년 전 그 길을 갔었기에 정겨움이 더하고 앞으로 보이는 가성산이 산 꾼들을 유혹하고 솔푸더기 무성한 능선 길에는 흐드러지게 피어
나는 진달래의 향기에 취해 조금 전의 난감했던 순간들이 봄 눈 녹듯 사라지고 완만한 능선 길에 추풍령을 지나 작점고개까지 17km에 달하는 먼 거리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신암리에서 공수리로 넘어가는 이름 없는 고개를 지나며 완만하던 대간 길도 경사가 심해지며 거칠어지는 숨소리에 춘곤증 탓인가? (11시 15분)
바람까지 잠을 자는 한낮의 따가운 햇살아래 천근만근 늘어지는 몸을 주체 못하며 비지땀만 줄줄 흘러내린다.
큰 특징이 없이 전형적인 육산으로 오르내림이 심한 전위봉을 몇 개 넘은 뒤 헬기장을 겸하고 있는 가성산 정상에 올라서니 사방팔방 막힘이 없이 전망이 시원한데 경상도와 충청도를 가르는 분수령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산굽이 사이로 강진 저수지를 품에 안은 매곡면이 평화로우며 그 뒤로 1,111m의 황악산이 고산준령의 자태로 우뚝한데 영동군 매곡면 체육회에서 세운 돌비석이 반 동강이 난체 길섶에 나딩굴고 있으니 이런 슬픈 현실이 우리 산 꾼들의 현 주소란 말인가?
고운심성 착한 마음으로 살아가자고 산을 찾은 산 꾼들이 시정잡배만도 못한 파렴치한 행동을 하고 있으니 슬픈 현실을 한탄하며 장군봉으로 향하는 가파른 비알길로 발걸음을 옮긴다.(12시5분)
북사면으로 이어지는 급경사 내리막길은 해빙기의 산 꾼들이 지나며 곤욕을 치룬 흔적이 완연한데 땅이 꺼지도록 곤두박질치는 경사면은 한없이 이어지고 뒤 돌아보는 가성산은 목이 젖혀지도록 가파르게 높아만 보인다.
오금이 저려오는 산 비알에서 죄 없는 나무등걸 부여잡고 안간힘을 쓰는데 오가는 산 꾼들에게 시달림을 당하는 물푸레나무는 제대로 자라지도 못하고 뿌리까지 드러낸 체 손마디에 쓸린 자리엔 반질반질 윤기가 흐르고 있다.
안녕 마을로 이어지는 고개 마루에 내려서니 바람도 잠을 자는 산간오지로 높고 높은 장군봉을 향해 가파른 사면 길을 치고 오를 때 앙상한 굴참나무 겨울잠이 한창이지만 낙엽 속에 쑥부쟁이 살며시 고개 내밀고 샛노란 생강나무 꽃이 봄을 재촉하는데 양지바른 뫼 등에는 진홍빛 할미꽃이 머리 풀어 실바람 속으로 시집을 보낸다.
갈짓자로 이어지는 비알 길을 기어오르면 장군봉을 지척에 둔 갈림길에는 나뭇가지가 휘어지도록 수많은 표지기 들이 바람결에 나부끼고 올망졸망 염주 알 꾀듯 나타나는 헬기장을 지나치면 어렵사리 눌의산 정수리에 발걸음이 멎는다. (13시 5분)
아래위로 두개의 헬기장이 잇대어있는 정상은 추풍령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로 사방을 둘러봐도 막힘없이 가슴속이 후련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흔한 표 지석 하나 없이 1981년 개설된 영동 22번 삼각점만이 외로움을 더하고 넓디넓은 헬기장에 짐 보따리 풀어놓고 민생고를 해결하는 모습이 정겨운데 발치아래 추풍령이, 그 너머로 금산을 지나 사기점 고개위로 난함산의 유혹에 따라 발걸음을 재촉한다.(식사시간 20분)
눌의산 하산 길도 급경사이기는 마찬가지로 주위에 피어나는 진달래의 향기에 취해 발걸음이 가벼웁고 구름도 쉬어 넘고 철마도 힘에 겨워 쉬어 넘는다는 추풍령이 고개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탄탄대로 고속도로위로 차량들이 질주하고 고속철도까지 단숨에 넘나드는 평탄한길을 건너면 유서 깊은 남상규의 추풍령 노래비도 도로 확장공사로 자취를 감추어 아쉬움을 더하고 서울과 부산의 중간거리의 작은 공원 벤치의 벚꽃 그늘아래서 잠시 휴식을 취해본다.( 14시 5분)
사실 지난달에는 산악회와 동반하여 추풍령에서 용문산을 거쳐 큰 재까지 종주를 한 터라 작점 고개까지 중복되는 구간을 되짚어 가기도 싫고 남는 시간을 어찌해야 좋을지 궁리 끝에 대간 길에서 살짝 비켜선 곳에 우뚝 솟은 난함산 (일명 묘함산 -733m)의 유혹에 이끌려 마음을 정하고보니 작점고개에서도 3km의 포장길을 올라야하는 지리상의 여건으로 산 꾼으로는 체면이 서는 일이 아니지만 추풍령 개인택시 (충북 37아 4066호 , HP 011 - 9700 - 4066) 강성구씨의 신세를 지며 난함산에 오르게 된다.
정수리에는 조국의 불침번 군부대의 벙커가 자리잡고 K T 송신소의 중계탑이 하늘높이 치솟아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데 죄지은 일도 없으면서 죄스러운 마음에 주늑이 들어 헬기장을 겸하고 있는 너른 광장에 올라서니 천지사방 거칠 것이 없는 김천 제일의 전망대로 백리밖까지 시선이 가득한데 발아래 남쪽으로 김천시내와 너른 분지 안에 삶의 터전이 펼쳐지고 서쪽의 황악산에서 이어지는 대간길은 땀에 절은 발자취로 가성산에서 장군봉으로 눌의산 아래 추풍령 고개로 이어지며 반 동강난 금산을 지나 502봉을 살짝 넘어오면 사기점고개에 이르고 난함산 기슭에서 대간줄기는 북녘으로 방향을 돌려 작점고개에서 숨을 고르며 높고 높은 용문산과 국수봉을 지나 속리산을 향해 치닫는데 백화산과 갑장산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14시 40분)
난함산이 아니면 어찌 이런 절경을 바라볼 수 있으며 환희와 격정의 순간들을 만끽할 수 있을까?
벅찬 감동을 가슴에 안고 주위를 둘러보니 2003년 재설된 김천 301호의 삼각점이 동판으로 시설이 되어있고 이 측량표는 국민모두의 재산으로 파손시는 측량법에 의거 처벌된다는 건설교통부 국립지리원장의 경고문에 주늑이 들어 군 시설이 있는 요새지에서 사진 한 장 누루지 못하고 서둘러 하산 길로 접어들어 사기점 고개에서 올라오는 길목에 자리 잡고 선두그룹이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 15시)
10여분 후 선두그룹이 속속 도착을 하고 갈증나고 허기진 그들에게 오이와 소주 어묵 전에 물까지 나누어 주며 성원을 보내고 알바하기 쉬운 갈림길에서 길안내를 자처하며 작전고개로 향하는 발걸음이 마냥 wmf거운 것은 생각지도 않은 난함산까지 순레를 하게 된 보람이 아닐까?
작전고개에서 벌이는 뒤풀이는 시승식을 한 버스의 고사로, 돼지머리 위로 쌓이는 정성은 수천수만의 산 꾼들을 실어 나르며 무사 무탈하게 하여달라는 기원이고 금년한해 멋진 산행이 이루러지기를 간절히 비는 염원이 담겨있기에 서울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꿈속으로 이어진다.(15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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