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휴게소
남해섬의 절경 호구산을 찾아서
호구산 (626m), 송등산 (617m), 괴음산 (604m)
산행일시: 2006년 3월 30일 11시 40분 - 16시 산행시간: 4시간 20분 산행거리: 약 11km 날 씨 : 쾌청
소 재 지 : 경남 남해군 이동면, 남면 뫼솔 산악회 회 비: 25,000원 참여인원 : 22 명
사통팔달로 뻗어 나아가는 고속도로가 전국을 누비며 두메산골 오지마을도 옛말이 되고 아름다운 현수교가 도서 벽지를 연결하며 무박으로도 벅차던 길을 당일 산행으로 거뜬하게 소화를 하고 있으니 우리 산 꾼들에게 이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는가?
이에 부응하여 남보다 한발 앞서 개척 산행으로 서울의 산 꾼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M산악회 P대장의 요청에 화답하며 산행 길에 오르고 보니 남도천리 끝자락 한려수도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남해를 향해 대진고속도로 위를 질주한다.
지난 삼월 초 광양의 백운산을 찾아가니 앙상한 가지에 고로쇠의 수액만이 제철을 만나 고목나무의 밑둥치에 비닐호수가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모습과 정상에는 백설이 분분 했는데.....
편백나무 울창한 해안 일주도로
어느덧 산록에는 연두 빛 잎 새들이 산들바람에 일렁이고 만발한 매화와 산수유,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매서운 추위 속에 두꺼운 껍질로 겹겹이 온 몸을 감싸더니 따사로운 햇살아래 살포시 속살을 드러내는 벚나무.
미처 몸 가릴 잎사귀 하나 없이 하얀색, 분홍색으로 단장을 하고 함박웃음 짓는 왕 벗 나무의 화려함에 흠뻑 취해 사천 시내를 벗어나 그림 같은 연육교위를 달려 창선도로 들어 갈 제 천연기념물 208호의 백로 왜가리의 서식처가 이곳이 아니던가?
창선대교를 건너며 우측으로 호구 산이 서울손님 반기며 손짓을 하는데 멀고먼 천 리길을 쉴 사이 없이 숨 가쁘게 달려와 11시 40분 이동면 신전리 고개 마루에 도착을 한다.
길섶에 세워진 밀양박공 청제공파 선산의 비석을 중심으로 앵강 고개로 향하는 등산로와 임도의 두 길이 있어 대다수 잡목이 무성한 등산로로 접어들고 8명이 임도를 이용하게 되는데 처음부터 편백나무가 터널을 이루는 장관으로 완만한 경사도에 장시간 버스에서 시달리며 굳은 근육을 풀며 해안선을 따라 2km의 거리를 오르는 중 오른 쪽으로 펼쳐지는 강진만의 쪽빛바다가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황홀경 속으로 유혹을 한다.
용문사와 석평리의 임도 갈림길에서 좌측의 된비알 임도길 을 올려 채며 공동묘지에 올라서면 너른 공터에는 앵강고개, 용문사, 원산의 이정표와 많은 리본들이 바람결에 흩날리고 앵강 고개로 접어든 선두 그룹이 아직 도착을 하지 않아 느긋한 마음으로 호구산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12시 5분)
정상을 향한 발걸음에 주위의 사물들이 기지개를 켜며 새로운 모습으로 선을 보이는데 포근한 부엽토의 부드러움도 잠시 너덜바위가 시작되며 수석의 전시장처럼 기암괴석들이 앞길을 가로막고, 힘들여 올라선 전망대 바위는 강진만과 앵 강만의 검푸른 바다가 크고 작은 섬들을 품 에 안고 시원한 해풍 속에 선을 보인다.
점입가경이라 돗틀봉으로 오르는 주능선은 모두가 전망대 바위로 보는 방향마다 색다른 모습으로 선을 보이며 숨겨진 비경들이 우리의 시선을 압도하며 탄성이 절로난다.
잠시 후 우리는 석성의 전망대 위에 올라서게 되는데 오른쪽으로는 수 십 길의 단애를 이루는 벼랑이고 좌측으로는 용문사를 품에 안은 천연요새로 자연의 경관을 이용하여 쌓은 성의 연유는 잘 몰라도 왜구들의 노략질을 방비하기 위한 축성이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12시 40분)
오늘의 백미는 누가 뭐래도 돗틀봉의 전망대로 이곳에 올라서면 이름난 산 꾼들의 입에서 탄성이 절로 나며 전국의 이름난 명승지를 안 가본 곳이 없는 그들이지만 남해 제1경이라는 금산의 보리암이 이보다 더할까? 여수의 향일암, 고흥의 팔영산, 강화의 보문사, 양양의 낙산사, 그 모두 어찌 이곳에 비할 수 있으랴.
금상첨화로 엊저녁 내린 비로 황사의 모든 분진이 씻겨 내리고 구름한점 없는 하늘아래 푸른 물결 출렁이는 아름다운 다도해, 청정해역의 섬과 섬을 연결하는 연륙교는 자연의 신비로움 속에 인간이 헌상하는 조형물로 극치를 이루고 있다.(12시 52분)
쉬엄쉬엄 오르며 뒤돌아보고 감탄하며 또 돌아보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여유를 부리며 성큼 올라선 곳이 호구산의 정상으로 우리가 올라오며 감탄한 곳이 호랑이의 이빨과 같이 날카로운 암봉 들로 이루어져 불리게 되었다는데 정작 정상석에는 원숭이 납자를 써서 납산이라 표기가 되어있고 원산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으니 아름다운 명산에 한 가지 이름으로 부르기에는 아쉬움이 많았던 것이 아닌가 싶다.(13시 5분 - 15분간 휴식)
정수리에는 봉화대가 자리를 잡고 있는데 소재지는 이동면 다정리로 동쪽의 금산 봉수대와 연결이 되고 남쪽의 설흘산과 서쪽으로 본 현(옛 이름이 난포현)에 보고를 한다고 봉수대 안내문에 적고 있으며 또 한 가지 유념할 것은 개념도 에는 618m로 표기가 되어 있지만 정상석에는 626m 적고 있으니 확인할 길이 없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이제부터 봉수대의 정수리에서 사방팔방 막힘없이 펼쳐지는 주위의 경관을 감상하게 되는데 먼저 12시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면 진주만과 사천만의 넓고 넓은 수백 수 천 만평의 바다가 남해대교가 걸려있는 노량해협과 창선대교가 걸려있는 지족해협, 삼천포 대교가 걸려있는 해협을 제외하고는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바다라기보다는 명경지수의 거대한 호수로 태풍이 불어도 피해를 입지 않는 천연의 미항으로 임진왜란 때는 성웅 이순신 장군이 왜군들을 전몰시킨 곳이 아니던가?
진주만 너머 북쪽에는 인근 남해안에서 가장 높은 금오산(849m)이 머리에 송신탑을 이고 우뚝 솟아있고 동쪽으로 삼천포 뒤로는 용이 승천하다 누웠다는 와룡산(798m)과 너무도 유명한 사량도 지리산이 검푸른 바다위에 부표처럼 떠있고 그 뒤로 통영의 미륵도와 거제도의 여러 섬들이
한려수도의 화려한 절경으로 펼쳐진다.
남쪽으로 돌아가면 남해를 상징하는 금산(701m)과 보리암(우리나라 3대기도처 - 향일암과 낙산사)그 아래 펼쳐지는 상주 해수욕장은 수 백 년된 해송이 장관을 이루는 남해안 제일의 해수욕장으로 전국 제일의 민박촌을 형성하고 있다.
정상에서 내려서는 침니 구간
다시 금산을 지나 검푸른 앵강만의 포구가 설흘산과 응봉산(472m)의 품에 안겨 시원하게 펼쳐지고 남해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식장의 부표도 보이지 않는 청정해역이 우리의 가슴속을 시원하게 쓸어내리며 정지된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뒤돌아 보는 호구산
서둘러 떠난 일행들의 뒤를 따라 송등산(617m)으로 향하는데 사방이 기암절벽의 수 십 길 벼랑으로 로프가 걸려있는 침니 구간을 돌아 내려선 안부에는 무성한 철쭉나무와 너덜지대를 건너뛰는 산행길로 잠시후 왼쪽으로 용문사 갈림길을 두 번 지나 부드러운 육산에 억새와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는 안부에서 뒤돌아보는 호구산은 천연요새의 날카로운 첨봉으로 솟아오른다.
송등산에서 서북쪽으로 연결된 괴음산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우리를 유혹하는데 송등산 까지 되돌아오는 코스가 되다보니 왕복 40분이면 충분히 완주를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어찌해야 할지 상당히 망설여진다.
가파른 비알 길에서 진땀을 쏟은 후에야 송등산 정상에 올라서게 되는데 너른 공터에 잘 다듬어진 이정표와 남면 산악회에서 세운 아담한 정상석, 표시 없는 삼각점이 우리를 반기고 이곳 또한 시원한 조망으로 거칠 것이 없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해풍에 땀방울도 사그라 든다.(14시 10분간 식사)
송등산의 삼각점
몇몇이 괴음산 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용기를 얻어 서둘러 식사를 하고 그들의 뒤를 따르는데 정상을 내려서는 날 등에는 너럭바위들이 즐비하게 펼쳐지고 새로이 등산로를 개척하며 베어 넘긴 진달래의 잡목들이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기며 안부로 향하는 비알길이 한없이 곤두박질친다.
도중에 되돌아오는 일행들과 마주치며 더럭 겁이 나기도 하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면 다시오기 어려운 곳이기에 내친 발길을 이어가는데 잘록하게 내려앉은 안부에서 심호흡을 하고 너덜지대를 기어오르는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너져 내리고 비지땀 흘리며 올라선 헬기장에서 바라보는 정상은 저만치 물러서있다.(14시 38분)
괴음산 정상에는 배낭이 홀로 자리를 잡고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지체되어 빨리 서둘러야 되겠지만 사방을 둘러봐도 막힘이 없는 조망으로 거침이 없는데 호구산에서 흐르는 송등산의 곡선미는 비단결같이 부드럽고 나의 발자취가 묻어있는 곳이기에 더욱 정감이가며 남해읍을 품에 안은 망운산이 남해 제일의 전망대라 하지만 정수리에 송신탑의 무거운 철모를 눌러쓰고 있으니 안타까움을 더하는데 .......
우리나라 3,000여개의 크고 작은 섬에는 수많은 산들이 솟아있어 절경을 이루는데 그중에 제주의 한라산(1,950 m) 울릉도의 성인봉(983m)다음으로 세 번째로 높은 망운산(758,9m)이 어찌 소중하지 않겠는가?
건너편의 망운산
이곳 남해는 우리나라에서 5번째로 큰 섬으로 창선도와 함께 중심이 되어 3개의 유인도와 63개의 무인도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298㎢의 면적에 해안선의 길이가 302km에 달하며 1읍 9개면 79부락에 5만5천명이 살고 있으나 1960년대의 전성기 때는 12만 6,000여명이 상주하고 있었다니 어느 곳이고 농어촌의 이농현상이 우리의 현실이니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이지만 천리길을 되돌아가야할 바쁜 몸이라 나뭇가지에 나의 분신 八百山의 꿈은 이루어 진다 는 리본을 걸어 매고 발길을 재촉하는데 내 뒤로는 괴음산 까지 오는 일행이 없어 다급해 지는 마음을 추 수리며 고진감래로 송등산으로 되돌아오니
인적 없는 산등성이에 공허로운 바람만 불고 왕복 종주에 성공을 했다는 자부심보다는 일행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닌가하는 조바심으로 시계를 보니 15시 30분, 예상보다 많은 시간(1시간 20분)이 지체되었지만 아직 30분의 여유가 있어 하산길에 자신이 있는 나의 발걸음에 믿음을 갖고 된 비알길을 내달린다.
10여분 후 전망대 바위에 올라서면 남해의 절경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되는데 각 지방마다 아름다운 절경을 골라 8경이니 9경이니 하며 시와 음률로 세상을 노래하며 풍류를 즐겼다는데
양지 바른 남해안의 마늘밭
이곳 남해에는 12경까지 있으니 제 일경은 금산과 보리암이요 제 이경은 남해대교와 충렬사, 제 삼경에는 상주 해수욕장 , 제 사경 창선대교와 원시어업인 죽방렴, 제 오경 이락사 이충무공 전몰 유허(사적 232호), 제 육경 남면 해안도로와 가천 암수바위, 제 칠경 노도- 서포 김만중 유허, 제 팔경 송정해수욕장, 제 9경 망운산과 화방사, 제 십경 물건 방조 어부림과 물미해안 관광도로 (천연기념물 150호), 제 십일경 호구산과 용문사, 제 십이경에 창선 삼천포 연륙교로 어느 하나 빠짐없이 절경이니 한려수도의 중심부에 남해의 절경에 흠뻑 빠진다.
후줄근하게 땀을 흘리며 달려 내려온 당항포구 정자나무 아래 정차된 버스 주위엔 일행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라면국물에 소주로 회포를 풀며 맨 마지막으로 도착하는 나에게 박수로 환영을 하며 자리를 권한다.(16시)
화살같이 달려가는 시간 속에서 남도천리 산행 길도 무사히 완주를 하고 삼천포 포구에서 회포를 풀며 다음 산행지는 어디로 할까 행복한 고민 속에 꿈속으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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