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2016년 10월 29일
장 소; 부안군 변산반도 마실길 . 채석강 - 궁항 - 상록수 해수욕장 - 솔섬 (8km)
해넘이 솔섬길
부안을 세 번째 방문하는 날이다. 태풍의 기세에 눌려 서울로 돌아간 기억 때문에 감회가 새로운 채석강이다. 채석강 관광은 물때를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한데, 간조시간이 2시간 지났지만, 채석강을 돌아보는데 지장이 없으니 물때를 잘 맞춘 셈이다.
관광버스에서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로 해안가는 북새통을 이룬다. 해안가로 밀려오는 거센 파도가 관광객들의 마음을 초조하게 만든다. 채석강의 신비로운 모습을 놓칠 새라, 해안가를 돌아보며 카메라 앵글 맞추기에 여념이 없다.
채석강은 강이 아니라 썰물 때 드러나는 변산반도 서쪽 끝 격포항과 닭이봉(200m)일대의 층암절벽과 바다를 이르는 말이다. 중국 당나라의 시선 이태백이 달빛이 아름다운 밤, 강물에 비추어진 달을 잡으러 뛰어 들었다가 생을 마감한 채석강과 흡사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변산반도 제6경으로 부르는 채석강은 채석범주(彩石帆舟)라 하여, 억겁의 세월속에 파도에 부대끼며, 형성된 퇴적암층이 아름다운 절벽을 이루고 있다. 수천수만 권의 책을 차곡차곡 포개 놓은 듯 단애를 이루며, 해식동굴을 빗어 놓은 대 자연의 신비와 비밀을 간직한 채석강은 외변산 제일의 절경이다.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방파제가 바라보이는 지점에서 사람들이 되돌아 나온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밀물이 들어와 방파제 오르는 길이 막혔다는 소식이다. 채석강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해식동굴인데, 이번에도 들어가 보지 못하면 두고두고 후회가 남을 것이기에 발길을 이어간다.
가드라인이 설치된 로프까지 바닷물이 밀려온다. 초조한 마음을 진정하며 돌아선 곳이 그 유명한 해식동굴(海蝕洞窟)이다. 조물주가 빗어 놓은 동굴 속으로 들어선다. 바닷물의 침식을 받은 화산성 퇴적암층이 아름다운 모자이크로 반겨준다.
채석강의 절벽에는 단층(斷層)과 습곡(褶曲)이 유난히 발달하여 십자동굴을 비롯하여 곳곳에 해식동굴(海蝕洞窟)을 형성하고 있다. 어두운 동굴 속에서 바라보는 바깥세상은 형이상학적인 별모양이 선명하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밖으로 나오니 방파제 쪽으로 바닷물이 넘실거리고 있다.
방파제와는 10 여m에 불과한 거리인데도, 거센 파도의 기세에 눌려 1km 가 넘는 길을 돌아와야만 한다. 그래도 채석강의 숨은 비경을 답사했으니 더 바라 무엇 하랴. 채석강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그들을 위한 먹 거리와 휴식공간으로 격포항은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를 않는다.
한국의 나포리라 부르는 격포항에 또 하나의 명소가 탄생했으니, 봉화산 자락에 나무테크로 다리를 놓아 요트경기장이 있는 방파제까지 산책코스를 조성하였다. 지난번 닭이봉 정상에서 일몰의 순간을 만끽했던 팔각정이라 눈길이 자꾸만 간다. 마실길 4코스는 격포항 남쪽에서 계단을 따라 봉화산 기슭으로 올라선다.
해발174m의 월고리봉수대(月古里烽燧臺)는 격포항과 해안을 조망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예로부터 수군의 별장이나 첨사가 주둔했던 곳으로, 조선시대에는 전라우수영 관할의 격포진이 있던 곳이라, 유사시에 봉화를 올리던 전진기지였다.
산기슭을 돌아가면, “명량”으로 천만관객을 동원했던, 전라좌수영 촬영세트장을 만난다. 서해안을 바라보는 완만한 구릉지에 조성된 세트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望美樓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서해바다가 절경이어서, 부안군이 자랑하는 위도와 낙조를 조망할 수 있는 경관이 뛰어난 곳이다.
바닷가 팬션이 그림 같은 궁항에 도착한다. 동해안이 절경이라고 하지만, 변산의 마실길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한 구비 돌아갈 때 마다 새로운 명소가 나타나며 감탄사가 절로 난다. 마을 앞에 떠있는 개섬과 휴 리조트의 벼랑 밑으로 물속에 잠길 듯이 길게나온 모래톱으로 인해 상록해수욕장이 운치를 더한다.
울창한 송림과 깨끗한 백사장이 어우러진 상록해수욕장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조성해 운영하고 있는 해수욕장이다. 방갈로, 음식점, 풀장, 취사장, 사워장, 테니스장, 배구장 등의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어염시초가 풍부하여 소금을 굽는 가마터에서 소금을 만들었다는 염포마을을 지나 백년 된 팽나무 6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는 수락마을에 도착한다. 전북대학교 학생수련원이 있는 수락마을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솔섬은, 사진애호가들이 해넘이 명소로 꼽고 있는 곳이다.
솔섬은 해안에서 100여 m 떨어진 작은 암초위에 소나무 10 여 그루가 자라고 있는 평범한 섬이다. 하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북쪽 해안가로 튀어나온 한 그루의 소나무가지가 용이 입을 벌리고 있는 형상이어서, 매년 10월이 되면 일몰의 순간, 태양이 소나무가지에 걸리면서, 용이 붉은 여의주를 물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신비스러운 이 모습을 기다려주지 못하는 여정이 아쉽기만 하다.
세트장에서 바라보는 위도
상록 해수욕장
칼 끝같이 길게나온 모래톱으로 그림같은 해수욕장이 펼쳐진다.
농협 연수원
솔섬과 전북대 학생 수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