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2015년 4월 9일
경유지: 왕궁리 5층 석탑 - 석조여래 입상 - 미륵사지
보석전시관에서 우연찮게 만난 유연길(와이투케이) 선생의 도움으로 왕궁리 5층 석탑을 찾아간다. 금마면 남쪽 1km지경에 있는 왕궁리 유적은 마한도읍지설, 백제무왕의 천도설, 후백제 견훤의 도읍설이 전해지는 유적이다. 전시관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이 국보 289호인 왕궁리 5층 석탑이다.
탑의 조성 시기는 확인된바 없으나, 백제후기시대보다 다소 늦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왕궁리 5층 석탑은 높이 8.5m의 장중한 탑으로, 1965년 해체 보수하는 과정에서 사리장엄구가 발견되었다. 사리장엄구는 금동제 함속에 연꽃무늬 대좌를 갖춘 녹색유리로 장식한 사리병이 있고, 금으로 만든 네모꼴 함안에서 금강경판(金剛經)이 발견되었다.
금강경판(金剛經)의 사리장치는 국보123호로 지정되어 현재 국립전주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탑을 보수하면서 차양 막을 설치하여 전모를 확인할 수 없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수만 평은 됨직한 왕궁 터를 둘러보고 근처에 있는 고도리 석조여래입상을 찾아간다.
고도리 석조여래입상(보물46호)은 200m 거리를 두고 마주보고 있는 2구의 석상이다. 양감 없는 사다리꼴의 석주에 얼굴과 손, 옷 주름과 대좌를 얇게 표현하였다. 머리에는 높은 관과 방형의 갓을 쓰고 있는 절제된 모습으로, 토속신앙의 수호신이라고 한다.
고려시대에 흔히 볼 수 있는 기법으로, 음력 12월해일 자시에 두 석상이 만나 일 년 동안의 회포를 풀고 새벽 닭 우는소리를 듣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남녀상이라는 전설을 갖고 있다. 다음으로 익산이 자랑하는 역사유물 미륵사지를 찾아간다.
미륵사지까지는 4km가 넘는 거리지만, 유연길선생의 도움으로 왕궁리석탑과 석조여래입상을 손쉽게 돌아보고 나니, 그만큼 시간을 절약한 셈이다. 급할 것도 없이 익산천 제방을 거슬러 금마면 소재지를 지난다. 논산훈련소에서 많이 들어본 금마는, 기초훈련을 마친 보병들이 후반기 교육을 받던 곳이다.
비룡부대를 지나며 미륵산이 지척에서 보인다. 익산시에서 가장 높은 미륵산은 높이가 430m에 불과하다. 하지만 호남평야가 시작되는 익산에서는 사방 백리 길을 굽어볼 수 있는 평지돌출 형으로 삼국시대 최대의 사찰인 미륵사지를 품고 있는 신령스런 산이다.
익산시 금마면 기양리에 있는 미륵사지는 30대 무왕(600~641년)에 의해 창건되었고, 17세기경에 폐사된 것으로 전해온다. 신라의 침략을 막기 위해 건립한 호국 사찰로써, 백제가 망할 때 까지 왕실에서 직접 관장하는 백제최대의 사찰이다. 발굴 이전에는 미륵사지 서탑(국보11호) 1기와 주춧돌, 당간지주 1쌍(보물 236호)이 전부였다.
미륵사지에 대한 연구는 1975년 원광대학교 백제문화연구소에서 발굴조사를 시작으로, 1980년 종합적인 발굴조사에서 동탑과 서탑 중간에 목탑이 있고, 각 탑의 북편에 금당(金堂=법당)의 성격을 지닌 건물이 하나씩 있었음을 확인하였다. 미륵사지는 동양최대의 사찰로서 3탑 3금당이라는 명칭을 갖고 있다.
동탑은 복원작업이 끝난 상태이고, 지금은 서탑을 해체하여 복원 중에 있다. 드넓은 광장에는 서탑을 해체하면서 나온 탑신의유물들이 가지런히 놓여있고, 두 쌍의 당간 지주를 비롯하여 박물관이 공개되고 있다. 역사는 승리자의 편이었던가. 백제의 찬란한 역사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미륵사지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며 오늘의 답삿길을 마감하고, 41번 버스에 올라 익산역으로 향하는 중에 원광대학교 앞을 지난다. ‘지덕겸수(知德兼修), 도의실천(道義實踐)의 교훈 아래,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원불교 개교정신을 바탕에 둔 원광대는 1947년 개교 이래 지역발전에 이바지하여 익산시의 상징이라 할 수가 있다.
우리나라 4대종교로 부상한 원불교는 소태산 대종사가 원기9년(1924년)에 본격적인 대중교화활동을 위하여 총부를 건설한 후 공동생활을 하며 전법활동을 시작하여 18년간 교화경륜을 펴다 열반에 든 곳이다. 삼남길을 통해 익산의 유구한 역사와 새로운 문물을 체험하였다는 자부심을 안고, 15시 23분발 무궁화호에 오른다.
왕궁리 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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