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2015년 2월 23일
구 간: 장사항 - 청간정 - 천학정 - 능파대 - 삼포해변(15km)
제46구간: 장사항 - 삼포해변(15km)
장사항 활어직판장을 돌아서면, 안보관광 안내판이 반겨준다. 호기심에 계단을 올라서니 해양경찰충혼탑이 자리를 잡고 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는 해양경찰의 임무기 막중하다. 전시에는 적들과 대치하고, 평시에는 어로선을 침범하는 해적들을 감시하다 고귀하게 산화한 영령들의 구국정신을 계승하기위해 건립한 위령탑이다.
머리 숙여 깊은 애도를 표하고 중앙로(舊 7번국도)로 내려선다. 잠시 후 “살기 좋은 고장, 살고 싶은 행복고성” 아치가 반겨준다. 부산 오륙도에서 시작한 해파랑길의 대미를 장식하는 고성 땅으로 들어선 것이다. 총연장 770km중에서 700여 km를 완주하고 70여km를 남겨두었으니 정말로 가슴이 먹먹하도록 감회가 깊다.
휴전선이 가까워 올수록 해안가의 철책선이 육중하다. 어촌이 있는 해안가를 제외하고는 어김없이 경계태세가 삼엄하여 민간인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국도 옆으로 소나무 가로수를 지나고 용천교를 건너서 켄싱턴설악비치가 있는 해변가로 방향을 잡는다.
매연과 소음이 심한 국도를 버리고 산뜻하게 단장된 자전거 길을 따라가는 중에 봉포해변 인증센터 옆으로 평화누리길 간판이 나타난다. 이곳 고성군 토성면에서 북으로 통일전망대까지 65km를 평화누리길로 정하고 인천시 강화접경지역에서 휴전선을 따라 통일전망대까지 연결한다는 설명이다.
이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이제부터 해파랑길, 관동별곡팔백리길, 낭만가도에 평화누리길까지 통일전망대를 향해 함께 답사하게 되었으니 일석4조(一石四鳥)가 아닌가. 걸음걸음마다 4가지 길을 걸어간다는 생각만으로도 발걸음이 경쾌해진다. 그림 같은 켄싱턴리조트를 지나며 봉포해수욕장이 펼쳐진다.
입자고운 백사장 한 가운데로 나무판자를 깔아 자전거길이 이어진다. 사막한가운데를 달려가는 고속도로와 같이 시원한 바다를 바라보며 달려가는 자전거길이야 말로 낭만가도라는 이름에 걸맞게 잘 어울리는 길이다. 봉포항에 도착하면 오륜기를 연상하는 가두리 양식장이 인상적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새벽4시에 조반을 먹고 12시까지 강행군을 했더니 시장기가 발동을 한다. 해장국전문점인 이모네 감자탕을 밀고 들어가 해장국한그릇을 순식간에 해치운다. 배도 부르겠다. 든든한 뱃심으로 찾아가는 곳이 관동팔경으로 명성 높은 청간정이다.
해안가 절벽에 터를 잡은 청간정은 멀리서도 그 모습이 뚜렷하다. 아름드리 소나무와 어우러진 2층 누각이 물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갈매기 형상이라고 할까. 아름다운 풍광에 발걸음이 떨어지지를 않는다. 달이 떠오르는 밤 정자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마치 배안에 앉아있는 것처럼 몽환 속으로 빠져든다고 한다.
강원도 유형문화재32호인 청간정은 조선조 명종15년(1560년)에 수리를 하였다는 기록으로 보아 건립연대는 그 이전으로 볼 수가 있다. 1881년(고종18년) 화재로 소실된 것을 1928년 면장 김용집의 발의로 복원했으나, 한국전쟁당시 참화를 입어 다시 보수를 했다고 한다. 청간정의 현판은 이승만 대통령의 친필이고, 이층 누각에는 최규하 대통령의 시편이 걸려있다.
고색창연한 청간정을 뒤로하고, 동해의 새벽을 여는 아야진항에 도착한다. 양미리, 가자미, 도루묵이 건조대에서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는 동안, 어부들의 손길이 분주한 아야진항은 오징어형상의 등대 한 쌍이 반갑게 맞아준다.
철조망 옆으로 조성된 누리길을 따라가면, 울울창창한 소나무 숲속으로 들어선다. 한여름이라도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벼랑 끝에 날렵한 정자가 솟아 있으니 고성8경으로 소문난 천학정(天鶴亭)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학이 노니는 곳이란 뜻인가. 청간정과 함께 고성을 대표하는 정자다.
역사적으로는 일천하지만, 아름다운 풍광과 어우러진 천학정은 1931년 한치옹의 발기로 마을사람들이 건립하였다고 한다. 동해의 신비를 간직한 천혜의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절벽위에 건립하여 시원한 바람과 함께 경치가 아름다워 시인묵객들이 음풍농월(吟風弄月)을 즐기던 곳이 아닌가 싶다.
천학정의 감흥을 가슴에 안고 내려선 곳이 교암리 해수욕장이다. 고운 모래톱이 반달처럼 휘어진 문안해변에 이르면 기묘한 바위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능파대가 있다. 억겁의 세월을 지나오는 동안 거센 파도에 다듬어진 바위들이 모든 살점을 발라낸 해골처럼 음산한 분위기마저 든다.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의 모습이 아름다워 능파대(凌波臺)라 하였다는데. 원래는 작은 돌섬이었으나 문암천의 모래가 쌓이면서 육지가 되었다고 한다. 문암대교를 건너 백도해변을 지나며 바다가운데 하얀섬이 나타난다. 많은 갈매들의 배설물이 쌓여서 하얀 섬으로 변하고, 해수욕장의 이름도 백도라 부른다.
문암리 선사유적지 앞을 지난다. 안내문에 의하면 강원도지역 군사보호지역 내 문화유적 지표조사를 실시한 결과 신석기 시대의 주거지와 유물이 다수 발견되어 학술적으로 중요성을 인정받아 2001년 사적 제426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장에는 펜스이외에는 별다른 구조물이 보이지 않는다. 자작교를 건너 삼포해변에 도착하며 46구간을 마감한다.
점심으로 선지해장국
이승만 대통령의 친필
최규하 대통령 친필
하얀 바위섬이라 백도(白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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