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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제43구간: 수산항

 

일   시: 2014년 12월 10일

경유지: 하조대 해변 -  여운포리 - 중앙대학교 수련원 - 동호해변 - 수산항(9.4km)

 

                             제43구간: 하조대 해변 - 수산리(9.4km)

알프스비치 505호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고 일출을 보기위해 베란다로 나오니, 잿빛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서둘러 숙소를 나선다. 인적도 없는 겨울해변. 끝없이 펼쳐지는 백사장이 더욱 넓어 보인다. 다음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집 잃은 유기견 한 마리가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다. 측은지심으로 손짓을 하니 꼬리를 살레 살레 흔들며 따라 붙는다. 갈 곳 없이 외롭게 방황하던 개도 내 마음을 아는지 십 여리 길을 동행하며 친구가 된다.

 

7번국도 옆으로 개설된 농로를 따라 가는 해파랑길. 갈대숲도 지나고, 소나무 숲도 지난다. 1시간동안 지루한 고행 끝에 여운포리에 도착한다. 눈에 익은 벽화마을이다. 골목담장을 따라 벽화로 꽃을 피우니, 삭막한 시골마을에 생동감이 돈다.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그림을 감상하는데, 경계심이 가득한 개들의 합창으로 동리가 떠나갈 듯이 소란스럽다.

 

서둘러 마을을 빠져 나오니, 더욱 호젓한 시골길이 이어진다. 예전에는 7번국도 이었지만, 새로 개설된 7번 국도에 자리를 양보하고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길옆으로 울창한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솔밭 속에 자리 잡은 양양공항호텔과 중앙대학교 실습림(實習林)을 지나 동호리 해변가로 이어진다.

 

적막감속에 잠겨버린 겨울바다가 더욱 을씨년스럽다. 밀려오는 파도소리마저 처량하게 들려오는 백사장에는 제 세상을 만난 갈매기들만이 천국을 이루고 있다. 다시 7번국도로 올라선다. 을지인력개발원을 지나 양양 국제공항 이정표가 나타난다.

 

시설과 입지여건이 열악한 속초공항과 강릉공항을 대체하고, 설악산을 중심으로 금강산을 연계하여 영동지방의 관광산업을 육성한다는 목표로 개발한 공항이다. 취지와는 달리 이용객이 적어 매년 수십억 원의 혈세를 쏟아 붙는 강원도의 골칫덩어리로 전락한 양양 국제공항.

 

양양국제공항을 선심성 공약의 부산물로 평가하기에는 부적절할지 모르겠지만, 지방자체제가 실시된 이후로 국고를 탕진하는 선심성공약이 봇물을 이루고 있으니, 한탕주의식 개발정책을 뿌리 뽑아야 할 것이다.

 

수산리가 시야에 들어온다. 삼태기처럼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이고, 전면으로 푸른 바다가 펼쳐지는 수산리 포구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어항이다. 수산리 제일명소인 봉수대를 찾아간다. 출입구 왼쪽계단은 군사용이고, 오른쪽계단은 민간인이 사용한다. 옛날 북한 잠수함이 침입한 수산리는 야간이면 경계태세가 엄중하여 민간인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등대가 있는 정상까지는 갈수가 없고, 중간에 전망대가 있어 수산리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동해의 푸른 물결위로 요트 한 척이 외롭게 떠 있고, 1991년 국가어항으로 지정된 수산항을 보호하는 북방파제(700m)와 남방파제(240m)가 있어 어항으로는 양양군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수산마을은 지금으로부터 350여 년 전, 최씨, 문씨, 김씨 세가구가 정착하면서 마을이 형성되었고, 현재는 75가구 150여 명이 살아가는 순박하고 살기 좋은 마을이다. 수산항은 가자미 배낚시로 유명하다. 남방파제가 시작되는 포구에는 수산항이 자랑하는 마리나 요트장이 있다. 60척의 요트를 계류할 수 있는 요트장은 2006년부터 5년간의 공사 끝에 완공하여 관광과 레저를 융합한 새로운 해양관광단지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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