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14년 10월 8일
구간: 경포대 - 경포해변 - 사천진 - 연곡해변 - 영진해변 - 주문진항 (17.2km)
제40구간: 경포대 - 주문진(14.2km)
대관령 분지에 자욱하던 안개도 경포대(鏡浦臺)로 내려서면서, 청명한 가을하늘이 눈부시게 빛난다. 강원도지방유형문화재 제6호로 지정된 경포대는 1326년(고려 충숙왕13)에 안무사(按撫使) 박숙정(朴淑貞)이 현 방해정(放海亭) 북쪽에 세운 것을, 1508년(중종 3) 부사(府使) 한급(韓汲)이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고 한다.
경포대를 찬미한 시비에 의하면, 신라의 화랑들이 호연지기를 기르던 경포대는 강릉문화의 발상지로서, 시인묵객들이 찾아와 주옥같은 시를 남긴 곳이라고 한다. 율곡 이이선생은 경포대부(鏡浦臺賦)에서 “이곳에 오르면 신선이 된 것 같다” 고 노래하였고, 송강 정철(鄭澈,1536-1593)은 “잔잔한 호수는 비단을 펼쳐놓은 것처럼 아름다워 관동팔경 중에서 단연 으뜸이다.” 라고 칭송하였다.
경포대 누각에 오르면, 호수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숙종의 어제시(御製詩)를 비롯하여 여러 명사들의 기문(記文)과 시판(詩板)이 걸려있다. 저녁이 되어 달빛이 쏟아지면 하늘, 바다, 호수, 그리고 술잔과 임의 눈동자 등 다섯 개의 달을 볼 수 있다는 노랫말은, 우리의 심금을 울리고도 남는 명언이다.
汀蘭岸芷繞西東 난초지초 가지런히 동과서로 둘러섰고
十里煙霞映水中 십리호수 물안개는 물속에도 비추는데
朝曀夕陰千萬像 아침안개 저녁노을 천만가지 형상이라
臨風把酒興無窮 바람결에 잔을드니 흥겨웁기 그지없네.
전국의 명승지를 돌아보면, 고려의 공민왕과 이조 숙종의 편액과 시문이 유난히도 많은 것을 볼 수가 있다. 지금과 같이 교통이 편리한 것도 아니고, 임금님행차가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데, 골골마다 서려있는 명승지를 찾아다닐 수가 있겠는가. 명승지를 다녀온 시인묵객들의 구전과 화가들의 그림을 보고 지은 숙종대왕의 어제시는 예술의 경지에 오른 분이라 사료된다.
동해안 제일의 달맞이 명소인 경포해변을 찾아가는 중에 금란정, 상영정, 경호정의 정자를 만난다. 아름다운 경포호수 주변으로 11개의 정자가 있다고 하니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정자가 금란정이다.
조선말기, 이 고장의 선비인 김형진이 경포호가 바라보이는 경포대 북쪽 시루봉 기슭에 건립한 집으로, 앞뜰에 매화를 심어 학이 둥지를 틀었다고 하여 매학정이라 하였다. 그 후 1889년 金蘭係員(금란계원)들이 구입하여 이곳으로 옮기면서 金蘭亭(금란정)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에디슨 박물관을 지나 홍장암에 도착하면,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전해온다. 관찰사로 부임해온 박신과 기녀 홍장은 첫눈에 반해 사랑 놀음에 시간가는 줄 모르다가, 임기를 마친 박신이 홍장과 석별하면서 몇 개월 후에 다시 오겠다고 언약을 남긴다. 홍장을 잊지 못한 박신이 다시 찾아와 안개 낀 호수에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미담이다.
드디어 강릉이 자랑하는 경포해변에 도착한다. 동해안 최대해변으로 강문동에서 안현동까지 1.8㎞에 이르는 백사장과 평균 수심이 1~2m로 적당한 깊이와 완만한 경사로 해마다 많은 인파가 찾아오는 곳이다. 주변에는 소나무 숲이 울창하여 해수욕과 산림욕을 동시에 즐길 수가 있다.
하얀 백사장과 푸른 바다가 펼쳐지는 강릉해변은 역사와 문화, 자연이 깃들어있는 솔향의 고장 강릉을 상징하는 곳이다. 조형물을 뒤로하고 솔밭으로 향하는 중에 “한반도횡단울트라마라톤” 종착점표지석을 발견한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던 시절, 도전하고 싶었던 길이 아니었던가. 인천시 강화도 창후리 선착장에서 경포해수욕장까지 308Km의 먼 길을 달리는 의지를 불태웠건만, 역부족을 실감하며 포기한 기억이 새롭다.
앙증맞은 솔밭과 동해바다, 백사장까지 썰물처럼 빠져나간 빈자리는 조용하다 못해 쓸쓸하기 만하다. 옥계시장부터 시작하여 강릉을 구석구석 누빈 해파랑길도 6번째 코스를 답사하면서 주문진으로 향한다.
안현교를 건너면서 사근진 해변이 시작된다. 파랑주의보가 내려진 탓에, 거센 파도가 밀려오는 해변가에는 인적도 끊기고, 청정해역의 백사장을 되찾은 갈매기들이 제 세상을 만난 듯이 일광욕이 한창이다. 사근진 해변에서 1km거리에 순긋해변이 있다. 이름도 정겨운 순긋해변. 순포해변, 사천해변을 지나 사천천위에 걸려있는 사평교를 건넌다.
사천해변과 사천진항 사이로 흘러드는 사천천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어도가 설치된 하천이다. 강이나 하천에 농업용수를 확보하기위해 댐이나 보를 설치하면서, 하천을 오르내리며 살아가는 물고기들이 통로가 막혀 멸종되는 위기를 막기 위해, 물고기들이 오르내릴 수 있도록 물길을 터주는 것을 어도라고 한다.
현재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어도는 1966년에 설치한 강릉사천천의 도벽식 어도이다. 은어, 뱀장어, 연어와 같이 강과 바다를 오르내리며 살아가는 회귀성 어종들을 보호하고, 열목어, 피라미, 산천어처럼 강의 상류와 하류를 오가며 살아가는 국지회유어종들도 보호하게 된다.
오대산에서 남쪽으로 뻗어 내린 백두대간이 진고개를 지나 대관령으로 연결되면서 그 등줄기가 다시 황병산으로 솟아오른다. 황병산의 동쪽 사면부에 깊은 골이 형성되어 있는데, 이 골짜기가 바로 용연계곡이다. 사기막저수지에서 시작되는 사천천은 강릉운전면허시험장을 지나며 큰물줄기를 이루고, 사천면사무소를 지나 동해로 빠져나가는 길이가 22km에 이르는 하천이다.
사천진 해변에서 해파랑길 39구간과 40구간이 연결된다. 아름다운 사천진, 이곳에는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0호인 사천하평답교놀이 전수관이 있다. 강릉단오제와 함께 전승되어오는 답교놀이는 음력 2월6일 좀상날에 초승달이 떠오르면, 다리위에서 달과 좀생이별과의 거리를 보고 한해 농사의 풍년을 점쳐보는 답교놀이를 비롯하여, 횃불놀이와 달집태우기를 하는 민속놀이다.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해오는 좀생이 날 민속놀이는, 2001년 42회 전국민속놀이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2003년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0호로 지정되었다. 보존회에서는 사천하평답교놀이 전수활동을 체계 있게 보존하기위해 기능보유자를 중심으로 정기적인 전수교육을 실시하여 50여명의 이수자를 배출하였다고 한다.
하평해변, 사천진해변, 뒷불해변을 지나는 길목은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장관을 이루고, 푸른 바다와 고운백사장이 어우러지는 연곡해변을 지나 영진교가 걸려있는 연곡천을 건넌다. 영동고속도로 진부IC에서 6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진행하면, 오대산국립공원을 관통하는 진고개를 만난다.
이곳에서 발원하는 연곡천은 오대산 국립공원 내부를 관통하는 대표적인 하천으로 노인봉과 백마봉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동해안 제일의 명소를 빗어 놓았으니 소금강 계곡이다. 천하절경 금강산을 닮았다하여 부르는 소금강은 낙영폭포를 시작으로 골골마다 기암절벽을 이루고, 은선계곡과 세심폭포에서 절정을 이룬다.
그림 같은 영진해변이 펼쳐진다. 쪽빛바다에 푸른 하늘, 끝없이 펼쳐지는 백사장을 따라 밀려오는 파도소리가 우리의 마음을 순화시켜주고, 암초위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갈매기와 관광유람선이 푸른 물살을 가르는 정경이야말로, 세파에 찌든 도시민들에게 달콤한 솜사탕을 물려주는 기분이다.
드디어 주문진항이 시야에 들어온다. 신리하교를 건너면서 시작되는 주문진항은 언제나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이 유람선 여객터미널이다. 주문진항에서 연진항까지 돌아오는 초호화 유람선 이사부 크루즈호는, 승선인원이 일천명에 총길이 61m, 무게 745톤의 초대형 유람선이다.
우리역사상 처음으로 독도를 우리의 영역으로 복속시킨 신라 이사부장군의 업적을 기리는 뜻에서 배의 이름을 이사부 크루즈로 명명했다고 한다. 2010년 7월에 취항을 시작한 유람선은 하루에 3회 운행으로, 요금이 18.000원에 80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선상에서 러시아무희들의 쇼가 펼쳐지는 유람선 여행에 구미가 당지지만, 다음으로 미루고 수산시장을 찾는다.
동해안 제일의 주문진항. 강릉을 찾은 관광객들이 필수코스로 다녀가는 곳이다. 평일임에도 주차장마다 만원이고, 관광차를 부르는 호객행위로 시장이 시끌벅적하다. 아내가 좋아하는 문어를 사기위해 시장바닥을 누빈다. 하필이면 찾는 문어가 보이지를 않는다. 며칠 동안 일기가 불순하여 조업을 나가지 못한 때문이란다.
땡감 씹은 얼굴로 이리저리 헤맨 끝에, 보통시세보다 갑절이나 주고 산 문어가 더욱 소중하게 보인다. 늦은 밤, 문어를 보고 반색하는 아내의 표정에서 행복을 실감하고, 감칠맛 나는 문어 회식으로 가정의 행복을 꽃피운다. 여보! 해파랑길 언제 또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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