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13년 6월29일
경유지 : 송도해변 - 포항여객선터미널 - 포항영일신항만 - 칠포해변 - 오도교 - 월포해변 (28.1km)
제17구간 송도해변 - 월포해변(28.1km)
7월7일이 서연(손녀)이 첫돌이라, 또 다시 대오에서 이탈하게 되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일행들과 헤어지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구간을 찾아 심야 고속버스에 몸을 싣는다. 새벽 4시 반, 포항에 도착하여 해장국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송도해변을 찾아간다. (택시비 5500원)
포항의 명물 죽도시장과 가까운 거리에 있어 산책 나온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지만, 이른 새벽이라 파도치는 물결소리만 정적을 깨트린다. 한낮의 열기를 피해 서늘할 때 걷는 것이 종주의 첫 번째 수칙이 아닌가. 때 마침 하지를 갓 지난 터라 5시라도 훤하게 날이 밝는다. 동빈 큰 다리를 건너 해상공원에 도착하면 오징어 뱃전위로 태양이 솟아오른다.
포항지방해양항만청을 지나 포항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한다. 10여 년 전 울릉도를 다녀 올 때 찾아온 곳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부두에는 썬풀라워호가 정박해 있다. 매일 10시에 출항하는 썬풀라워호는 950명의 인원과 차량20대를 태우고 45노트의 속도로 3시간 만에 울릉도 도동항에 도착한다.
곧바로 북부해수욕장이 펼쳐진다. 포항의 북쪽에 있는 해수욕장이라 하여 포항북부해수욕장으로 부르는 이곳은, 신라시대부터 이 일대가 영일현 통양포였던 역사성을 반영하고, 동쪽의 해를 맞이한다는 의미의 영일(迎日)을 감안하여 7월중으로 영일대해수욕장으로 개명한다는 소식이다. 전에는 볼 수 없었던 해상누각으로 지은 영일대는 육지와 연결된 다리의 길이가 약 80미터에 외관이 수려하다.
백사장 길이가 1.7km에 폭이 40-70m로 포항을 대표하는 영일대해수욕장은 고운모래가 끝없이 펼쳐진다. 해수욕장이 끝나는 숲길에 조성한 “환호해맞이공원”은 울창한 소나무숲길을 따라 1km가량 이어지는 산책로에 첨단과학과 문화, 체육 등 여러 테마로 조성하여 포항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 잡고, 공원전망대에 올라서면 아름다운해안선과 포스코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포항시는 근세까지만 해도 영일현 북면에 속하는 조용한 포구였다. 1731년 전국적인 제민창 포항창진이 설립되면서 다섯 섬마을을 매립하고,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동해안 중심상권으로 성장하게 된다. 포항지역은 예로부터 영일만과 형산강하구의 자연환경을 중심으로 생성된 삼호(三湖) 오도(五島)의 고장으로 불러왔으며, 1949년 포항시로 승격되고, 1968년 포스코가 설립되면서 급속하게 성장하여 53만의 대도시로 발전하였다.
영일만은 동해안의 단조로운 해안선이 포항에 이르면서 내륙으로 크게 굽어진다. 그 굴곡진 해안선을 따라 역사와 문화적 자산이 보물처럼 펼쳐진다. ‘영일만(迎日灣)’의 한자를 풀이하면 ‘해를 맞이하는 만’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연유로 대한민국 최고의 ‘일출명소’로도 유명하고, 거친 바다와 싸워온 포항인(人)의 삶이 배어있다.
장기부터 송라까지 160여㎞의 해안선으로 이어지는 영일만은 면적이 200㎢에 수심이 30m이하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어, 난류와 한류가 만나면서 어족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북청의 명태, 연평도의 조기와 함께 포항의 청어는 일제시대 우리나라 3대 어종으로 손꼽히며, 전국제일의 죽도 어시장이 형성되고 이곳에서 손질한 과매기로 명성을 얻고 있다.
겨울철의 별미인 청어과매기는 음력 동짓달 추운 겨울에 잡힌 청어의 배를 따지 않고, 소금도 치지 않은 상태에서 배가 위로 오도록 엮어 그늘진 곳에서 겨우 내내 말린 것인데, 냉훈법(冷燻法)으로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해서 얼 말린 동결건조(凍結乾燥) 식품이다. 하지만 지금은 인근에서 청어가 자취를 감추고, 꽁치로 과매기를 만들어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조용한 어촌 여담마을에는 아낙들의 멸치말리는 손길이 분주하다. 이곳부터 해안가벼랑길이 시작된다. 허물어진 석축위로 녹슨 철조망이 해안선을 지키던 긴장의 순간들을 말없이 전해주고, 돌무더기와 뿌리째 뽑힌 소나무 등걸을 타고 넘으면 석축을 올라서는 밧줄도 나타난다. 해파랑길에서 자주 만나는 야간통행금지 경고판이 있다. 해안선의 철책이 철거되었지만, 국가안보상 중요한 지점에는 아직도 통행이 불편한 곳이 남아있다.
죽천 마을을 지나며 친절한 손길을 만난다. 지나는 과객을 불러 세우고 따뜻한 커피한잔을 건네는 손길이 고마워 툇마루에 걸터앉아 정담을 나눈다. 20여 년간 산과 강을 거쳐 해안가를 답사한다는 설명에 감탄사를 연발하는 우목횟집 사장님에게 백두대간 수필집한권을 건네주며 자리를 뜬다. 무더운 열기 속에서도 응원의 손길을 생각하면 피로가 싹 가시고, 발길이 가벼워진다.
북쪽 해안으로 방파제 공사가 한창이다. 영일만 신항신축 공사현장이다. 바다 멀리까지 방파제가 조성되어 포항의 미래를 열어가는 신항만공사가 완공되고, 현대중공업이 입주하게 되면, 포항시는 한 단계 발전하게 된다. 죽천초등학교와 포항국제컨테이너 터미널 정문을 지나면 칠포해수욕장이 보인다.
곡강천을 거슬러 올라가면 흥해읍 덕성리에 덕실마을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린 시절 자라온 마을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일제 강점기인 1941년 12월 19일 일본 오사카에서 부친 이충우(81년 작고)와 모친 채태원(64년작고)의 4남3녀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1945년 해방이 되자 부모님을 따라 11대조가 입향하여 터전을 잡은 고향인 포항시 북구 흥해읍 덕실마을로 돌아와 여섯 살까지 살다가 포항 읍내로 이사하였다고 한다.
칠포 해수욕장 모래톱으로 내려서면 비학산에서 발원하여 수십km를 이어온 곡강천이 해안가 모래톱에 막혀 바다로 흘러들지 못하고 만다. 이런 현상은 동해안에서 간혹 볼 수 있는 모습인데 사구에 막혀 바다를 사이에 두고 호수가 생겨나는 것을 석호라 부른다. 작은 모래언덕을 넘지 못하고 강물과 바닷물이 마주보면서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발이 푹푹 빠지는 백사장. 입자고운 백사장일수록 걷기에 무척 힘이 든다. 얼마 전 KBS에서 방영한 파노라마 “엠티쿼터”를 본적이 있다. 의지의 한국인들이 아라비아사막의 불모지1000km를 횡단하는 내용이다. 50도 가까운 열기 속에서 40일간 사투를 벌이는 그들에게서 가장 힘든 것이 사구를 넘는 일이라고 한다. 잠시잠간이지만 그들의 고통을 생각하며 칠포해변2km를 걸어가는 것도 산 교육장이 아닌가싶다.
마른장마 덕분에 30도를 넘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일찍 찾아온 더위로 해수욕장마다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예년보다 빠른 6월29일 동해안에서 일제히 해수욕장을 개장하는 날이다. 이곳 칠포해수욕장도 11시 개장에 맞추어 질서정연하게 세워진 텐트촌과 깔끔하게 정리된 백사장으로 손님맞이에 분주한 모습이다.
칠포해변에서 17구간이 종료되지만, 3구간을 2일 동안 완주한다는 목표를 위해 월포 해변까지 진행하기로 한다. 칠포해수욕장을 빠져나와 20번 지방도로를 따라 오도리 해변으로 진입한다. 아담한 포구에는 팬션들이 새 단장으로 손님 맞을 준비가 한창이고, 입자고운 모래들이 깔려있는 백사장이 있어 가족나들이 하기에 좋은 곳이다.
오도리해변이 자랑하는 물회정식을 점심으로 주문하자, 인심 좋은 아주머니의 푸짐한 서비스에 행복의 포만감으로 다시 여정 길에 오른다. 20번 지방도로를 따라 진행하면, 사랑의 유람선 레스토랑 맞은편으로 “사방기념공원”이 펼쳐진다. 일제와 6.25전쟁을 겪으며 우리의 산은 벌거벗은 민둥산이었다.
한발과 홍수피해로 전국토가 황폐화되어가는 악순환 속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제창으로 추진된 녹화사업이 50여년의 단기간에,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결실을 보게 된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시원한 정자에 올라 자리를 펴고 누웠더니, 스르르 잠이 들어 고단한 몸에 원기를 불어 넣는다.
재충전된 몸으로 또다시 길을 재촉한다. 검푸른 동해바다. 흰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지는 파도가 갯바위를 집어삼키고, 조약돌 속으로 사그라든다. 어린아이들의 소꿉놀이에 두꺼비집이 완성되면 물보라에 사라지고, 재잘거리는 웃음소리에 가정의 행복이 꽃을 피우는 해변 가 풍경이다. 부처님의 미소가 담겨있는 큰 바위 벼랑길을 돌아가면, 오늘의 목적지 월포 해변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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