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2013년 7월 19일
경유지: 진하해변 - 온양읍소재지 - 옹기문화관 - 우진휴계소 - 덕하역 - 두왕사거리 - 선암호수공원 - 솔마루길 동문 - 공업탑로터리(25km)
소나무로 거대한 숲을 이룬 곳에 놓인 솔마루길과 십리에 걸쳐 사철 푸른 태화강 십리 대밭길은 울산이 생태도시로 거듭나는 전초기지가 되고 있다. 태화강 하류에서 비로소 바다와 해후하는 길은 울산의 발전을 이끈 현대중공업도 있고, 신라 문무왕의 설화가 깃든 대왕암도 자리한다. 왜구의 침입을 도성에 알렸던 봉대산 주전봉수대에서는 끝없이 펼쳐진 짙푸른 동해바다의 풍광에 두 눈이 즐겁다. - 85km -
제5구간: 선암호수공원
지난 2월17일 제4구간을 끝내고 회식자리에서 이익수 대장이 의미심장한 발언을 한다. 진하해변에서 태화강까지는 온산공업단지가 있어 해파랑길도 공단을 피해 울산중심가를 통과하게 되는데, 교통사고의 위험과 차량들이 내뿜는 매연으로 숨 막히는 고통이 따른다는 이유로, 5구간 18.4km, 6구간 16.9km, 7구간 14km를 생략하고 울산시를 통과하는 것으로 축소를 하고 만다.
50여km를 생략한다는 아쉬움 때문에 고민도 많았지만, 차후에 단독으로 답사할 것을 다짐하며 미루어 온 구간이다.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에 머물며 매일같이 장대비를 쏟아내는 반면, 남부지방에서는 30도를 넘는 폭염으로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다. 반쪽 장마의 틈새를 활용하기위해 심야우등버스에 몸을 싣는다.
새벽4시30분 울산터미널에 도착하여 해장국집을 먼저 찾는다. 4월11일 정자항 구간을 답사할 때 들렸던 곳이라 용케도 알아보는 할머니의 반가운 인사로 푸짐한 밥상을 받는다. 세상사 마음먹은 대로 된다면 무슨 걱정이 있으랴. 아침식사를 마치고 시외버스터미널을 다시 찾아가지만, 진하해변으로 가는 버스가 없단다. 해운대까지 가는 버스가 중간에 정차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물거품이 되고, 밤을 지새우며 달려온 보람도 없이 난감한 일이 벌어지고 만다.
물어물어 찾아간 곳이 공업탑로터리 버스정류장이다. 5시30분부터 운행하는 버스들이 지나간 뒤에도 20여분을 기다린 끝에 405번 버스에 오를 수가 있었다. 다행인 것이 버스가 지나는 노선이 오늘 걸어야 할 구간과 비슷하여 예행연습이라도 하는 것처럼 반갑기 그지없다. 40여 분후에 진하해변에 도착하니, 7월1일부터 개장한 해수욕장이 젊음의 함성으로 활기가 넘친다.
진하해수욕장은 해변의 길이가 2km에 폭이 100여m로 수심이 얕고 파도가 잔잔하여 많은 인파가 찾아오고, 해변에서 500여m 떨어진 해변에는 거북모양의 명선도가 있어 낚시터로도 유명하다. 서생면 진하리와 온산읍 사이 회야강을 잇는 길이145m에 높이가 17m에 이르는 명선교는 승강기가 설치된 교량으로, 밤이면 화려한 조명으로 진하해변을 수놓는다.
명선교를 건너지 않고 진하포구를 지나 회야강 제방을 따라 해파랑길이 연결된다. 강폭에 비해 수심이 깊은 회야강은 천성산에서 발원하여 울주군 서남부 5개 면을 지나며, 회야호의 물로 온산공업단지의 용수와 주민들의 식수를 공급하고 명선교 아래서 동해안으로 유입되는 강이다. 진하마을길은 승용차의 왕래가 많아 위험하지만, 서생교를 지나며 자전거도로가 개설되어 편안하게 진행한다.
슬마교를 지나며 회야강이 북쪽으로 돌아서고, 온산공업단지를 연결하는 철도 밑을 통과한다. 남창천을 건너며 자전거 도로도 끝이 나고, 하서들과 하포들을 바라보며 제방을 따라 진행한다. 지금은 온산공업단지를 조성하며 많은 농경지가 줄었지만, 회야강 주변으로 드넓은 농경지가 펼쳐지고, 부지런한 농부의 손길에서 자라온 벼이삭이 고개를 내밀어 태풍피해만 없다면 풍년을 예고하는 반가운 소식이다.
남창중학교와 C&F코리아를 지나 동해남부선 굴다리를 지나면, 온양읍사무소 옆으로 남창역이 보인다. 남창관문 숯불갈비집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舊길을 따라가면 고산교에 도착하고, 부산울산고속도로와 만나는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을 따른다. 이곳은 아침에 타고 온 405번 버스노선이라 눈에 익는다. 잠시 후 울주군이 자랑하는 외고산 옹기마을에 도착한다.
옹기박물관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큰 옹기이다. 5번 실패하고 6번째 성공한 옹기는 수직높이 223cm, 최대둘레 517.6cm 입구둘레 214cm로 2011년 6월 28일에 완성했다고 한다. 이밖에도 각 지방마다 특색 있는 옹기들이 전시되어 있고, 옹기의 역사와 만드는 과정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옹기란 우리조상들이 살아가는 가장 소중한 도구요 살림살이다. 불씨를 담아두는 화로에서부터 곡식을 담는 항아리, 된장 고추장을 담고, 음식을 보관하는 등 우리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전국 옹기 시장의 50%를 생산하는 이곳은 1950년대에 허득만 이라는 도공이 피난 중에 정착해 옹기를 빚기 시작하여, 전성기 때는 400여명의 도공이 모여 살았다고 한다.
울산에 옹기 마을이 형성하게 된 데는 1. 품질 좋은 흙과 바람소통이 좋고 2. 땔감이 풍부하며 3. 소비시장이 있다는 것. (부산의 젓갈시장을 비롯하여 해안가 포구에서 많이 사용함) 흙에 혼을 불어넣는 옹기는 열 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완공되며, 옹기의 장점은 숨구멍을 통해 노폐물을 밖으로 배출하는데 있다고 한다. 김치나 된장, 간장, 고추장등 발효식품은 묵을수록 좋다는 입증된 자료를 통해 저장고로서 옹기의 역할이 컸다고 볼 수 있다.
햇볕을 골고루 받을 수 있도록 볼록하게 만들어 옹기 사이사이에 바람이 잘 통해 음식물이 쉬 상하지 않고 흙, 물, 바람, 불이라는 자연 재료를 사용하므로 인체에 무해하며, 재를 섞어 만든 잿물로 유약을 칠해 구워낸다고 한다. 골목마다 장인들의 작품들이 고객들을 기다리고, 매년 옹기축제로 좋은 호평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울주 민속박물관을 지나면 항아리모형의 화장실이 있고, 옹기 문화공원 옆으로 해파랑 숲길이 이어지는데, 무성한 잡초가 앞을 가려 14번 국도변으로 올라선다. 왼쪽으로 동해남부선이 지나는 철로와 울창한 숲이 있지만, 도로변의 뙤약볕 아래서 화물차의 분진과 굉음소리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 구간이다.
온산삼거리, 현대풍차 주유소, 성우빌리지를 지나 회야호에서 흐르는 통천1교를 건넌다. 14번 국도를 따르던 해파랑길이 제네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덕하로를 따라 청량면소재지에 도착한다. 가마솥열가가 수은주를 끌어올리고, 심야버스로 밤잠을 설친데다 새벽부터 18km를 걸어온 터라 피로가 몰려온다. 휴식을 겸하여 추어탕 집으로 들어선다.
삼복더위에는 보신탕, 삼계탕, 추어탕이 단연 인기 식품이다. 느긋하게 점심식사를 끝내고 밖으로 나서니 몸이 한결 가뿐하다. 잠시 후 5구간이 끝나는 덕하역이다. 덕하역은 동해남부선 남창역과 태화강역(전 울산역) 사이에 있는 역이다. 부산 해운대에서 경주, 대구역을 잇는 간이역이고 멀리는 청량리역까지 이어진다.
80여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덕하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한국철도공사에서 울산 태화강역과 부산 부전역 간(65.7km) 철도를 복선전철화 하는 과정에서 직선 화를 위해 덕하역을 다른 곳(남구 두왕동)으로 옮긴다는 계획이다. 덕하역 정문 앞에 있는 해파랑길 안내판을 유심히 살펴본다. 3구간을 2일 동안 답사하기위해서는 선암호수공원까지 진행해야 한다.
현재 몸 컨디션으로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이므로, 갈 수 있는데 까지 가보자는 결심이다. 두왕사거리까지는 해파랑길 식별표가 잘 붙어있다. 하지만 정작 사거리에서는 종적이 묘연하다. 건널목을 건넌 다음 오른쪽으로 SK합성수지 앞까지 진행하여 왼쪽으로 산업로21번 길을 따라가다 고가철도 직전에서 오른쪽 갈림길로 들어서면, 비로소 해파랑길 이정표를 만날 수가 있다.
이리저리 수소문을 하면서 방황한 끝에 찾아낸 고육지책이다. 이정표를 지난 뒤로 태화강 전망대까지 10여km가 넘는 구간에서는 이정표를 발견할 수가 없다. 너무도 무심한 지역이다. 함월산 정상에 올라서며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힘겨운 고통도 끝이 나고, 편안한 오솔길을 내려서면 선암호수공원 인공암벽 연습장을 만난다.
선암호수공원은 울산시 남구 선암동에 있는 선암댐을 중심으로 조성된공원이다. 일제강점기 때 농사를 지을 목적으로 선암제(仙岩堤)를 축조했는데, 1962년 울산공업지구로 지정되면서 공업용수를 공급하기위해 선암제를 확장하여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하였으나, 이후 철조망을 철거하고 선암댐과 호수주변의 수려한 공간을 시민들에게 개방하여 2007년 1월 30일 개장하였다고 한다.
자연과 인공이 가미된 호수주변에는 소나무, 잣나무등 500여종의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야생화단지와 장미터널, 자연학습장, 연꽃단지로 조성하여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을 받고 있다. 호수공원 왼쪽으로 시계탑과 해바라기 밭이 펼쳐진다. “당신을 바라봅니다”.라는 꽃말을 가진 해바라기는 작렬하는 태양아래 멀쑥하게 큰 키에 눈이 부신 노란색 꽃이 태양을 향해 온몸을 다 바치는 열정으로 보인다.
장미터널을 지나 호숫가에 늘어진 왕 버들과 연꽃이 만발한 산책로를 지나면,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와 성베드로성 당을 지나 행운의 자물쇠가 걸려있는 다리로 내려선다. 선암공원 전망대가 있는 신선산(神仙山)정상에 올라서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호수가 펼쳐진다. 선암공원을 뒤로 하고 솔마루길을 따라 울산대공원을 찾아간다.
선암호수공원과 울산대공원은 두왕로에 걸려있는 무지개다리를 통해 연결된다. 처음의 계획은 이곳에서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지만, 시간이나 체력에 큰 무리가 없어 대공원동문까지 진행하기로 한다. 울창한 솔밭은 작렬하는 태양열을 피할 수 있어 좋고, 완만한 산책길에 부드러운 감촉이 좋아 산책하기에 아주 편하다.
1km가 넘는 솔마루길을 걸어가면 오른쪽으로 하산로가 연결된다. 현재시간이 오후 3시. 생각 같아서는 대공원 끝까지 가고 싶지만, 내일의 일정이 너무 짧을 것 같아 이쯤에서 접기로 한다. 곧바로 시내로 내려가면 날씨도 더울뿐더러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시원한 그늘에 자리를 잡고 누워보니 스르르 단잠 속으로 빠져든다. 두어 시간 오수를 즐긴 후 산책로를 내려오니 아침에 버스를 기다리던 대공원 동문이다. 근처에 있는 비너스 모텔에 여장을 풀고 하루의 일정을 정리한다.
↑공업탑 로터리 버스정류장에서 진하행 405번 버스 승차
↑ 진하해변 해당화
↑자전거와 사람만 다니는 명선교
↑화야강 포구
↑ 철길 건널목 까지만 포장길
↑ 부지런한 농부의 손길에서 벼이삭이 나오고
↑ 남창역 굴다리
↑막걸리 한잔술에 쉬어가는 정자.(재일골)
↑부산 울산 고속도로를 건너면 옹기마을
↑14번 국도를 따라 철길과 나란히 진행
↑가물에 콩나듯 나타나는 해파랑길 표찰
↑제5구간 18km가 끝나고 제6구간이 시작되는 곳
6구간
↑누왕사거리 고가차도 밑에서 오른쪽 갓길을 따른다.
↑부곡동 공업단지
↑함월산 정상 - 산불감시초소
↑ 선암공원 시작
↑세상에서 가장작은 교회 - 길이 2.9m 폭 1.4m 높이 1.8m
↑성 베드로 기도방 - 내부규모 길이 3.5m 폭 1.4m 높이 1.4m
↑축구장과 수영장
↑연꽃 정원과 조형 전시물
↑ 솔마루길 시작 - 밤이면 고래등에서 조명이 비친다.
선암공원과 울산 대공원 경계 구름다리 - 14번 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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