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2013년 4월 11일
구 간: 정자항 - 강동주상절리 - 관성해변 - 읍천항 - 나아해변 - 봉길해변 - 감은사지 - 나정해변 - 전촌항 - 감포항(32.8km)
또 문무왕이 보낸 만파식적을 건네받았다는 이견대가 그 세 번째다. 세 가지 유적지를 모두 지난 해파랑길은 해안을 따라 걷다보면 동해 남부의 중심어항인 감포항에 다다른다. 이후로도 길은 빼어난 경관을 따라 바다를 길동무 삼아 굽이굽이 이어지지만 군 해안 경계루트가 다수 포함되어 야간통행은 금지된다. - 47.6km -
제10, 11구간: 정자항 -나아해변 - 감포항(32.8km)
집안의 대소사와 유럽여행을 다녀오는 동안 “함께하는 등산클럽”의 해파랑길 본대와 많은 격차가 벌어지고 말았다. 그들과 다시 만나기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여 2박3일간의 일정으로 단독트레킹에 나선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심야우등고속버스로 예약을 하고, 울산고속터미널에 도착하니 새벽 4시30분이다.
우선 해장국집을 찾아 아침을 해결하고, 해파랑길 가이드라인에서 지시하는 대로 북구청 남문까지 왕래하는 시내버스 246번 버스정류장을 찾아가던 중, 시외버스터미널을 지나게 되어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매표소 안내원에게 문의한 결과, 감포항까지 가는 버스가 6시에 출발한다는 소식이다. 정자항에 도착하니 6시30분, 한 시간 가까이 시간을 단축하고 보니 오늘의 여정이 그만큼 수월하게 진행된다.
한 달 반 만에 찾아온 정자항은 변함이 없고, 수평선위로 떠오르는 태양이 살포시 미소 짓는다. 30여명 가까운 인원이 다정하게 걸어가던 그 길을, 나 홀로 걷는 외로움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다. 사색의 길, 고독의 길로 표현되는 나 홀로 가는 길은 나름대로의 낭만이 있어 철 석 철석 모래톱을 할퀴는 바닷가를 배경으로 연신 카메라 셧터를 눌러댄다.
정자항 번화가를 벗어나면 고즈넉하고 한적한 어촌이 지속되고, 세종하우스와 프린스호텔을 지나며 강동화암 주상절리가 펼쳐진다. 주상절리란 용암이 식으면서 기둥 모양으로 굳은 것을 말한다. 기둥의 단면이 4각~6각형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이며, 균열들이 수직으로 발달하여 현무암층이 수천 개의 기둥으로 탄생한다.
울산시 기념물 42호로 지정되어 있는 강동화암 주상절리는 울산시 북구 산하동 952번지 일원에 분포되어 있다. 화암마을 해변일대에 있는 주상절리는 신생대 제3기(약 2,000만 년 전)에 분출한 용암이 냉각하면서 열 수축작용으로 생성된 냉각절리이다. 주상체 횡단면이 꽃무늬 모양을 하고 있어, 마을의 이름을 화암(花巖)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강동화암 주상절리는 수직과 수평 방향의 절리가 동시에 일어나고, 비스듬히 누워있는 모습과 부분적으로 부채꼴 또는 꽃모양 형상을 갖는 보기 드문 사례로 꼽힌다. 특히 부채꼴 형상의 주상절리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귀한형태를 갖고 있어, 세계자연유산 등재와 지질공원으로 지정 될 수 있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장윤득 경북대학교 교수는 주장한다.
주상절리에 취해 파도소리 길을 따라 걷는 동안, 갯바위 여기저기에는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많은 낚시꾼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마을 선착장에는 청정해역에서 채취한 미역건조작업이 한창이다. 70을 바라보는 노인들의 부지런한 손놀림으로 태어나는 미역들이 자식 키워내던 학자금이요. 바다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생명줄이다.
한창시절 거친 파도를 벗 삼아 겁나는 것이 없던 그들도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고. 굽어진 잔등으로 짐수레를 밀고 당기는 노부부의 정경이 고단해 보인다. 사르르 사르르 몽돌사이를 빠져나가는 파도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수렴리 바닷가에 도착하여 대성횟집을 지나면, “코오롱휴양소”가 나타난다.
전국의 아름다운 명소마다 자리를 먼저 차지하는 곳이 종교시설이요. 다음이 기업의 휴양시설이다. 코롱연수원이 있는 이곳은 수십 길 벼랑을 배경으로 그림 같은 리조트가 자리 잡고, 푸른바다를 배경으로 잔자갈이 가지런히 깔려있는 몽돌해수욕장에는 기기묘묘한 현무암들의 집합장이다.
그중에서도 바위 꼭대기에 독야청청 천수를 누리는 소나무 한 그루가 압권이다. 코롱 측에서도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하는 소나무에 이끌려, 이곳에 휴양시설을 조성하지 않았나 싶다. 다행이도 경내를 개방하여 아름다운 산수화를 감상하며 계단을 따라 벼랑을 올라서면, “바다와 소나무” 팬션을 만난다.
신명해변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약 1Km 정도를 달려가면 이제는 행정구역이 울산시에서 경주시로 바뀌게 된다. 길가에는 경상북도 표지석이 근엄하게 자리를 잡고, 팬션 “하늘빛 바다”가 있는 관성리 해안가로 내려서면 몽돌과 모래가 뒤섞인 해수욕장이 펼쳐진다. 아름드리 해송이 군락을 이루는 그늘아래는 캠핑 나온 가족들의 모습이 정겹게 보인다.
망망대해가 바라보이는 정자 옆으로 “무장공비 격멸전적비”가 자리 잡고 있다. 1983년 8월5일 새벽, 이곳으로 침투한 무장공비 5명을 사살하여 국가안전보장에 기여한 공로를 기념하고 멸공교육현장으로 보존하기위해 해병대에서 세운기념비다. 민족의 전쟁이 발발한지 60여년이 넘었어도 남북 간의 대치는 여전하고, 호시탐탐노리는 저들의 술수에 기만당하지 않으려면 우리의 느슨한 반공이념을 새롭게 다잡아야만 할 것이다.
드디어 하서해안공원에 도착한다. 권태로운 일상에서 탈출하여 오붓하게 가족나들이 나온 오토캠핑 족들이 소나무그늘에 자리를 잡고, 이동식 보금자리에서 재잘거리는 이야기소리와 웃음소리가 행복의 신호탄으로 들려온다. 울창한 수림과 시원한 바다가 펼쳐지는 하서 공원을 뒤로하고 주상절리가 펼쳐지는 읍천리를 향해 길을 떠난다.
하서항에서 읍천항까지 약 1.4Km에 걸쳐 펼쳐지는 갖가지 형태의 주상절리들을 만나게 된다. “주상절리파도소리 길”로 命名된 산책로에는 기울어진 주상절리, 누워있는 주상절리, 위로 솟은 주상절리를 비롯해서 부채꼴 주상절리까지 다양한 주상절리들을 바라보며 관광객들의 탄성이 터져 나온다. 천연기념물 536호로 지정된 양남 주상절리군 중에서도 마그마가 다양한 방향으로 냉각되면서 생긴 부채꼴 모양의 절리(암석의 결)가 단연 으뜸이다.
아름다운 소나무와 벼랑길을 돌아가면 아름다운 현수교와 만난다. 길이는 32m에 불과하지만, 벼랑아래서 포말을 일으키는 짜릿함은 가슴속에 잡다한 생각들을 씻어주는 청량감을 맛보게 된다. 다음으로 만나는 곳이 그림벽화로 유명한 읍천 마을이다. 삭막하던 담장이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고, 섹스폰의 향연이 울려 퍼지는 골목길에는 어부들의 삶이 묻어 나온다.
나아해변에 도착하며 해파랑 길 10구간도 완주를 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문제이다. 아름다운해안가를 바라보며 더 이상 앞으로 진행할 수 없는 것은, 국가기간산업인 월성원자력 발전소가 앞길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고리원자력발전소에 이어 2번째로 건설된 월성원자력발전소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중수로형 원전과 경수로형 원전을 보유하고 있다. 약 93만평의 부지에 50만평의 발전시설을 갖추고, 4기의 원자로에서 340만kW를 생산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간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나아해변에서 봉기해변까지의 6.4km구간의 걷는 노선은 새로 난 봉길터널을 지나야 하지만 2km나 되는 터널을 따라 걷는 것이 매우 위험하므로, 해파랑 길 50구간 중에서 유일하게 차량이동 구간으로 설정해 놓은 곳이다. 하이치킹과 콜택시가 있지만, 가장 확실한 것은 노선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경주와 양남면 사이를 오가는 150번 버스가 한 시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어 버스 정류장에서 휴식을 겸하여 버스를 기다리기로 했다.
다행이도 10여분을 기다린 끝에 버스에 오를 수가 있었으니, 오늘은 이래저래 운이 따르는 날이다. 2km의 편도1차선 봉길터널이 그렇게도 좁아 보일 수가 없고, 사람이 걸어서 가기에는 너무도 위험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마의 구간을 쉽게 통과할 수 있게 되어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봄눈 녹듯 사라진다.
터널을 빠져나오면 곧바로 봉길해안가로 이어지고, 송림이 무성한 백사장을 나서면 문무대왕의 수중릉을 만나게 된다. 해파랑길을 지나오며 숱하게 들어온 대왕암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했는가. 해안가에서 200여m 떨어진 곳에 솟아있는 평범한 바위가 수중릉이란다.
안내간판이 아니라면 그대로 스쳐 지나고 만다. 노점상 할머니의 말씀으로는 이곳을 성역화 하여 공원으로 조성하고 대왕암까지 다리로 연결하려 했지만, 이곳의 지형이 낮아 해일의 피해가 크기 때문에 사업을 추진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대왕암(大王岩)은 신라 제30대 문무왕의 수중릉(水中陵)으로 사적 제158호로 지정되어있다.
죽어서도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던 문무왕의 우국충정이 서려있는 수중릉에서 경주 쪽으로 31번 국도를 따라가면 감은사지 삼층석탑을 만난다. 문무왕의 아들인 신문왕이 용이 된 아버지가 머물 수 있도록 지었다는 감은사지 삼층석탑은 우리나라 석탑의 시원이라고 전해지며 넓은 마당에 나란히 서 있는 쌍 탑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감은사는 삼국을 통일한 문무왕이 새 나라의 위엄을 세우고, 당시 틈만 나면 동해로 쳐들어오는 왜구를 부처의 힘을 빌려 나라의 안정을 도모하고자 동해 바닷가에 터를 잡은 호국불교의 본산이다. 문무왕은 생전에 절이 완성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그 아들인 신문왕이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즉위 이듬해인 682년에 완공하였다.
또한 대본리 바닷가에는 문무왕이 보낸 만파식적을 건네받았다는 이견대와 대종천이 바다와 만나는 곳을 동해구라 하여 신라가 동해로 나가는 관문이 있던 곳으로, 통일신라의 화려한 문화를 꽃피우고 국태민안의 태평성대를 구가하는 초석이 되었다. 세 가지 유적지를 모두 지난 해파랑 길은 해안을 따라 감포항 쪽으로 북상한다.
대본3리 할매 신당과 머리에 소나무화관을 눌러쓴 촛대바위를 지나면, 아직도 근무 중인 해안초소를 피해 마을의 골목길을 거슬러 오른다. 몽돌 밭을 걸어가면서 아려오는 발바닥은 초병들이 이겨내는 체험의 현장이요. 해파랑 길을 헤쳐 가는 고난의 훈장이다. 지중해 팬션을 지나 식욕을 자극하는 “돌고래 횟집” 앞에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3가지 욕구가 수면욕과 식욕 다음이 성욕이라 한다. 어느 것 하나 소홀이 할 수 없지만, 배고픔만한 고통도 없을 것이다. 새벽해장국으로 20km가 넘는 길을 걸어왔으니, 항우장사인들 견디어 내겠는가. 전망 좋은 3층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싱싱한 회덮밥으로 포식을 하고보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세월아 네월아, 배도 부르겠다. 급할 것이 무에 있는가. 만경창파를 벗 삼아 바람이 부는 대로 구름가는대로 이어가는 발걸음에 십리포구 나정해수욕장이 반겨준다. 해수욕장 중앙에 자리 잡은 노래비 “바다가 육지라면” 은 정귀문 작사, 김인권 작곡에 조미미가 불러 히트한 대중가요다.
경주현곡에서 태어난 향토음악인 정귀문은 바다가 육지라면, 마지막 잎새를 비롯하여 1.000여곡의 주옥같은 곡을 발표하며, 평생 고향을 지켜오며 고향을 소재로 서정적인 노랫말을 만들어낸 가요창작인 이다. “얼마나 멀고먼지 그리운 서울은, 파도가 길을 막아 가고파도 못 갑니다...”
거마상이 날렵하게 하늘을 날고 있는 전촌항. 신라 때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병마가 주둔했던 곳으로 알려진 이곳은, 북쪽의 산세가 말이 누워있는 형상이라 거마산으로 부른다고 전해진다. 또한 이곳 공원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화장실이 있다. 외관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홍보전시관으로 착각을 하게 된다.
해국자생지가 있는 송림 속 오솔길은 아기자기한 암초들이 별천지를 이루고, 군 초소가 있는 해안가는 야간통행이 금지되는 곳이라 일몰이후에는 군 당국의 허락을 받아야만 한다. 마침내 오늘의 목적지인 감포항이 선을 보인다. 감포항 주변으로 모텔들이 손짓하지만, 입맛대로 골라잡아 부둣가의 드림모텔에 여장을 푼다.
제10구간: 정자항 - 나아해변(13.9km)
↓관성리 해수욕장
↓세상에서 가장 작은 팬션
↓바다와 만나는 강물
↓수렴리 해수욕장
↓ 정감이 넘치는 상호
↓원형 전망대
↓끝없이 펼쳐지는 잔 자갈 해수욕장
↓멸종위기에 있는 호밀 밭
↓읍천 벽화마을
↓끈질긴 생명력
↓자연보호의 성공사례
↓ 읍천항 포토 죤에서
제11구간 : 나아해변 - 감포항(18.9km)
※ 봉길터널 버스편으로 10:50분 통과 - 1시간마다 있음
↓ 문무대왕릉이 있는 봉길리 해수욕장
↓감은사지에서 내려오는 대종천도 모래톱에 막혀 바다와 연결되지못하고있다.
↓촛대바위와 소나무
↓동해를 지키는 문무대왕의 후손들
↓사납게 짖어대던 개도 카메라 앞에선 순한양이 되고 만다.
↓돌고래 횟집에서 회덧밥(12.000원) 으로 점심을 해결. 3층 에서 보는 전망이 좋았다.
↓ 나정해수욕장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화장실
↓군인들이 경계근무하며 넘던 길을 지금은 우리가 넘고있다.
↓감포항에 도착하며 첫날의 임무를 완수했다. 32.8km에서 버스타고 온 6.9km를 빼야지
↓주말의 숙박비가 작난이 아니네. - 5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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