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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품세계/물길따라 삼천리

제3부 : 북한강

 

제3부: 북한강

 

                                                  1. 영화 촬영소

 

강변을 중심으로 조상들의 삶이 묻어나는 유적지를 돌아보면서 4대강 답사 국토대행진이 남한강 답사를 완료하고, 문경새재를 넘어 낙동강을 찾아가면서 서울에서 거리가 멀어지는 관계로 자주 찾아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북한강 답사를 시작한다.

 

 

북한강은 강원도(북한) 금강군에 있는 옥밭봉(1,241m)에서 발원하여 강원도 춘천을 지나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에서 남한강과 만나는 길이 371km의 강이다. 운길산역을 빠져나오면 곧바로 북한강 철교와 만나 남한강은 동쪽으로, 북한강은 북쪽으로 갈라진다.

 

 

산수가 수려한 북한강을 가운데 두고 좌청룡우백호의 지세를 형성하고 있으니, 왼쪽은 천마지맥이 백이십 여리를 달려온 끝에 운길산에서 기를 모으고, 오른쪽은 한강기맥이 사백여리를 달려온 끝에 용문산을 정점으로 청계산에서 끝을 맺으니, 그 기운이 양수리로 모여든다.

 

 

높은 산과 깊은 계곡을 흘러온 북한강이 양수리에 도착하여 조여 맨 앞가슴을 풀어헤치고 남한강과 얼싸 안으니, 물속에 잠겨있는 양수리는 연꽃의 향기 속에 별천지를 이룬다. 양수리는 운길산 수종사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으뜸이다. 千年古刹 수종사 은행나무 그늘에서 바라보노라면 한 폭의 산수화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절기상으로 백로인 9월9일이다. 이슬이 내리고 아침저녁으로 선들바람이 불어온다고 하지만,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터라 삼복더위가 무색하게 한낮의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린다. 운길산역을 빠져나오면, 진중리 마을회관 앞으로 자전거도로공사가 12월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갈대와 습지가 어우러진 왕 버들사이로 유선형의 교량하나가 선을 보인다. 터파기 작업이 한창이지만, 흰 백로를 연상하는 다리 하나만으로도, 자전거 도로에 대한 기대를 모은다.

 

 

경춘가도를 달려가노라면 천리 길을 달려온 북한강과 어우러지는 주변의 경치에 매료되고 만다. 운길산역을 지나온 1km지점이 송촌1리이고, 이곳부터 강변마을이 펼쳐진다. 45번 국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수 백 평씩 터를 잡은 고급별장들이 북한강을 바라보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 잡아 외국의 부자 마을을 연상시킨다.

 

 

강물 따라 십 여리를 거슬러 오르면, 지금처럼 호안공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자연그대로 강물이 흘러가던 시절, 홍수가 나면 강물이 범람하여 물을 내민다하여 내미리, 물에 받친다하여 바치리, 물이 들어 온다하여 무드리, 물이 넘친다하여 무너미로 부르다가 지금은 문호리가 되었다는 지명은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해학이 묻어나는 곳이다.

 

 

도심을 떠나 교외로 나오면 곳곳에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싱그러운 공기 속에서 머리가 맑아진다. 현호색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는 마을이 삼봉리이고 마을입구에는 유래비가 있다. 아양마을은 조선중엽에 목장형태로 양을 기르기 시작하여 효시를 이룬 곳이고, 마을 주변을 세 개의 봉우리가 감싸고 있어 삼봉리라 부른다는 설명이다.

 

 

이 마을이 남양주 영화촬영소를 찾아가는 진입로가 된다. 서북쪽으로 1km쯤 골짜기를 따라가면 문안산 기슭에 40만평의 부지를 조성하여, 영화촬영 야외세트와 규모별로 다양한 촬영스튜디오, 녹음실, 각종 제작 장비 등을 갖춘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제작 시설이 전개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공동경비구역을 촬영하면서 세운 판문점모형이다. 분단조국의 긴장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직접 찾아가지 못하는 판문점의 군사분계선을 넘어보며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볼 수 있는 안보교육장이라 할 수 있다.

 

 

자연을 배경으로 조성된 야외세트장과 각종 소품이 보관되어있는 물품창고에서는 역사적 고증을 거친 시대별 의상이 전시되어 있고, 일상용품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있다. 또한 영화의 탄생과 기술발전을 소개하는 국내최초 영화박물관에는 명예의 전당이 있어 왕년의 인기스타 김지미와 황정순, 한국영화의 전설 같은 인물 신상옥 감독과 유현목 감독의 애장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자전거도로공사도 이곳에서 끝이 나고, 차량들이 질주하는 45번 국도를 따라간다. 조약돌 하나를 힘껏 집어던지면 경쾌한 파열음으로 산산이 부서져 내릴 것만 같은 푸른 하늘과 시원한 강물. 산모퉁이를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까페와 음식점들. 숨 막히는 빌딩의 그늘 속을 탈출하여 싱그러움이 넘치는 강촌을 지난다.

 

 

강 건너 양서면 부용리 일대는 산세가 완만하고 사양 진 곳이라 이조시대 이항복 대감과 정창손 대감의 묘를 비롯하여 정승판서들의 묘가 많이 보인다. 그중에서도 목왕리 산 19번지는 十八大朝 翼元公 金士衡 할아버님의 선영이 있는 곳이다.

 

 

본관이 안동이요. 자는 평보(平甫), 호는 낙포(洛圃)이시고, 중시조 방경(方慶)의 현손으로 1390년(공양왕 2) 밀직사로 대사헌을 겸하다가 지문하부사(知門下府事)가 되셨고, 이성계를 추대하여 개국공신 1등에 봉해지고, 정종이 즉위하자 정사공신(定社功臣) 1등이 되셨다. 1401년(태종 1) 좌정승(左政丞)에 제수되시어 상락부원군으로 봉해진 뒤 관직에서 물러나신 어른으로 시호가 익원공(翼元公)이시다.

 

 

소설속의 무대로 등장하는 양수리는 언제 보아도 감회가 새롭고, 벗 고개를 넘어가면 청계산자락에 서정시가 흐르는 무대가 펼쳐진다. 아늑한 분지 속에 “황 순원” 그 분의 업적을 기린 문학관에 들어서면 우리에게 새로운 사실을 하나하나 일깨워준다. 자전거도로공사로 어수선한 가운데 문안산 자락이 단애를 이루는 협곡을 지나면 묵현천과 만난다.

 

 

이곳에 새로운 명소가 자리 잡고 있으니, 남양주 화도 하수처리장 인공폭포가 바로 그곳이다. 세계최고의 높이(92m)를 자랑하는 하수처리방류수를 이용한 인공폭포다. 남양주시 화도읍, 수동면, 조안면 일대 각 가정에서 발생하는 오폐수 43,000톤을 정화하여 인공폭포를 통해 북한강에 방류하므로 팔당호의 수질을 개선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한다.

 

 

하수처리 시설을 포함하여 인공폭포, 피아노화장실, 환경홍보관, 생태공원을 조성하여 이색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인데, 특히 피아노 화장실은 계단을 올라갈 때 신기하게도 피아노 건반소리가 나며, 화장실 내부에서 폭포를 바라보며 볼일을 볼 수 있게 만든 피아노화장실, 기발한 아이디어로 관광객의 호기심을 끌고 있다.

 

 

경춘 고속도로 밑을 지나며 연도에는 맛 집들이 즐비하여, 모처럼 나들이 길에 미각을 자극하는 장소로 적격이다. 북한강 문화마을을 지나 구운천을 건넌다. 대동여지도에 굴운천(屈雲川)으로 표기되어 있는 구운천은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내방리(內坊里) 서리산에서 발원하여 남양주시 일대를 흐르는 하천으로, 총 길이가 15km이다. 발원지에서부터 차례로 수산천, 외방천, 지둔천, 가곡천과 만나 화도읍 구암리(九岩里)에서 북한강과 합류한다.

 

 

대성리역에 도착하며 제1구간 20km를 완주한다. 짧은 거리에도 영화촬영소, 피아노 폭포와 같이 볼거리가 많아, 새로운 견문을 넓이는 것도 답사 길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제2구간. 청평 호반

 

국토대행진 낙동강 답사를 앞두고, 준비운동삼아 북한강 두 번째 답사 길에 나선다. 상봉역에서 출발하는 경춘선 전철은 언제나 만원이다. 춘천에서 20~30분 간격으로 출발하여 1시간 30분이면 서울의 상봉역에 도착하여 학생과 직장인들의 출퇴근시간이 용이하고, 경로 우대권으로 공짜 여행하는 노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노선이기 때문이다.

 

 

경춘선은 1939년 성동역(제기역 2번 출구부근)-춘천 간 개통으로 운행하다가 6.25전쟁이 끝나고 4대문 안으로 국한되던 서울이 비약적인 발전을 하면서 교통 혼잡을 피하기 위해 성동역-성북역 간 철로를 철거하고, 수도권 전철이 이어지는 성북역을 기점으로 춘천까지 87.3km의 단선철도로 운행하였다.

 

 

2010년 12월 21일 복선전철 사업이 완료되면서 시발역도 성북역에서 상봉역으로 변경되고 운행회수가 늘어나면서 우리에게 더욱 친숙해진다. 또한 itx 청춘열차가 경부선과 연결되는 용산역에서 상봉역을 경유하여 춘천까지 1시간 20분 만에 주파하는 준급행열차로 선을 보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2층 좌석이 있는 낭만열차로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나의 산행신조(山行信條)가 “일찍 출발하여 일찍 하산 한다”는 습관대로, 회룡역에서 출발하여 1시간 반 만에 대성리역에 도착하니 7시다. 동지섣달의 긴긴밤이 먼 동 트기에는 이른 시각이다. 역무원에게 진입로를 물어 경춘선 굴다리를 빠져나가면서 곧바로 자전거도로와 만난다. 지난 가을에는 없던 자전거 도로가 3개월 만에 깔끔하게 조성되어 북한강 강변길로 命名된 산책로와 함께 진행된다.

 

 

대성리역은 대학생들이 학창시절의 추억을 만들어내는 소중한 곳이다. 덜컹거리는 완행열차를 타고 북한강변을 달려가면, 대성리역을 중심으로 강변마을에 국민관광유원지가 펼쳐진다. 수십만 그루의 나무들이 푸른 숲을 이루고, 유원지 내에는 민박 촌, 텐트촌, 그늘 막, 나루터, 보트장에 번지점프 장까지 각종 숙박시설이 있어 젊음을 불사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난밤에 내린 눈이 자전거도로를 하얗게 덮고 있다. 먼동이 터오며 온 누리가 하얀 세상으로 변하고, 검은빛 강물 속에서 겨울철새들이 담방거리는 모습은 동화속의 마을처럼 평화롭게 보인다. 북한강을 거슬러 오르면 원대성 나루터가 반겨준다. 마주보는 마을끼리 왕래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던 나루터는 숱한 애환이 서려 쪽배에 몸을 싣고 건너던 그 길이, 윈드서핑 장으로 변하여 강심을 가르는 젊음의 향연장이 되고 있다.

 

 

북한강을 따라 북쪽으로 이어지는 산맥을 축령지맥 이라한다. 주금산 남쪽에서 동쪽으로 분기하여 서리산과 축령산을 솟구치고 청평까지 이어지는 길이 20여 km의 산맥이다. 그 중심부에 있는 축령산은 산악인들이 매년 시산제(始山祭)를 지내는 장소로 유명하다. 이성계가 이곳에 사냥을 왔다가 짐승을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허탈해 있는데, 몰이꾼의 말이 “이 산은 신령스러운 산이라 산신제를 지내야 한다.” 고 하여 산 정상에 올라 제(祭)를 지낸 후 멧돼지를 잡았다는 전설이 있는 산이다.

 

 

남쪽으로 솟아있는 화야산은 그 높이가 754m에 이르는 험준한 산으로 청평호를 빗어놓은 뾰루봉에서 시작하여 고동산까지 하루해가 다가도록 북한강을 바라보며 다리품을 팔아야하는 멋진 등산코스가 펼쳐진다. 또한 이곳은 벼 한포기 심을 땅이 없을 정도로 가파른 협곡을 끼고 있어 경춘가도의 절경을 더욱 아름답게 그려낸다.

 

 

新 淸平大橋밑을 지나면 청평댐이 모습을 드러내고, 북한강으로 유입되는 조종천과 만난다. 조종천은 귀목봉에서 발원하여 운악산 유원지와 녹수계곡, 돌섬유원지를 비롯한 여름철 피서지로 이름난 명소를 빗어놓고, 청평면 소재지를 지나는 길이 39km에 달하는 하천이다. 특히 조종 천 상류인 귀목고개 일대는 생태보존지역으로 반딧불이 서식하는 깨끗한 환경을 자랑하며, 축령산 기슭의 아침고요수목원은 인공적으로 조성한 야생화 단지로 유명한 곳이다.

 

 

청평대교와 청평철교, 신청평일교까지 청평입구에 걸려있는 인공구조물로도 자연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조종천 입구에서 북한강 강변길이 청평역 방향으로 돌아선다.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인 청평 호반을 버리고 우회로를 택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가능하면 강을 따라가는 것이 정석이라는 나의 생각대로 청평댐방향으로 진행한다.

 

 

육지속의 바다 청평호가 펼쳐진다. 호명산과 뾰루봉의 협곡을 가로막아 생긴 청평댐은 가슴속이 꽉 막힌 도시민들이 일상에서 탈출하여 생활의 리듬을 찾을 수 있는 청정지역이다. 때마침 물안산 위로 떠오르는 태양은 호수를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하얀 눈으로 덮여있는 겨울 산들이 신비감을 더한다.

 

 

391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는 환상의 드라이브코스는 청평댐이 자랑하는 명소로서 남이섬까지 26km에 걸쳐 물길 따라 계곡의 속살을 파고든다. 전망 좋은 산자락에는 그림 같은 팬션 들이 자리를 잡고, 수상스키를 중심으로 위락시설과 음식점에 호텔까지 호반의 경관을 더욱 아름답게 그려낸다.

 

 

청평호를 빗어놓은 발전소는 북한강 수계에서 가장먼저 건설된 댐이다. 일제시대인 1939년 착공하여, 1943년 7월 발전을 시작한 청평댐은 6.25 전쟁으로 대부분 파괴된 것을 1952년 복구하여, 수차례 증설공사로 설비용량 7만 9,600kW를 생산하고 있다. 콘크리트 중력댐으로 축조된 청평댐은 높이 31m에 제방길이 470m로, 24개의 수문을 설치하여 상류 저수지와 함께 홍수량을 조절하고, 호명호수에서 양수 발전하는 공급원이 되고 있다.

 

 

산굽이를 돌때마다 숨겨진 비경이 나타나고, 호반의 경치에 반한 승용차들이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 호수 건너편 가래골을 왕래하는 호명나루터를 지나면 속살깊이 파고든 산자락에 호명리 마을이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마을입구에서 호명산과 호명호수를 오르는 등산로가 시작되고, 등산로를 따라 팬션과 식당들이 즐비한 것을 보면 호명리를 들머리로 하는 등산객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평2경으로 선정된 호명호수는 호명산(632m)정상을 중심으로 33만평에 달하는 산정의 분지에 총사업비 176억 원을 들여 지은 양수발전을 위한 인공호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축조된 양수발전소는 전력의 소비가 가장 적은 심야에 잉여전기를 이용하여 하부저수지의 물을 높은 곳에 있는 상부저수지에 양수시켜 저장했다가, 전력수요가 가장 많은 시간이나 전력계통사고시에 발전한다.

 

 

부대시설로 조성된 관광 전망대, 하늘공원, 사계절 꽃밭단지, 자연체험시설, 호수순환도로는 호명호수와 어우러지는 관광코스로 호명정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으뜸이다. 호명산의 수려한 산세와 더불어 넓은 저수지는 백두산 천지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절경이다. 가평읍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산유리에서 하차, 또는 청평면 상천역에서 하차하여 호명호수까지 등산하며 주변경관을 즐길 수 있다.

 

 

아름다운비경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루한 느낌마저 든다. 때 마침, 고성리 양진마을을 지나며 391번 도로가 산속으로 파고든다. 완만한 산자락에 운치 있는 프랑스마을 “뿌띠 프랑스”가 반겨준다. “꽃보다 남자, 베토벤 바이러스” 촬영지로 알려진 프랑스마을은 알프스 전원마을을 옮겨놓은 듯, 이국적인 풍경이 인상적이다. 겨울 산의 스산함 때문인가? 오가는 차량도 별로 없는 적막강산에 눈발까지 날린다. 처음에는 운치 있는 날씨라고 반색을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눈발이 굵어지며 초조해진다.

 

 

우리의 과학이 비약적인 발전을 하면서 기상예측도 족집게처럼 잘도 맞는다. 금년 겨울은 눈이 많이 오고 추운겨울이 되겠다는 예보에 따라,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한파에다 11월 중순부터 시작된 눈이 벌써 여러 차례 내렸다. 오늘도 전국적으로 많은 눈이 내린다는 예보를 듣고 종주 길을 망설이다 집을 나섰는데, 영락없이 눈 세례를 받고 말았다.

 

 

고성리 산등성이에 올라서면, 좁은 협곡 속에서도 너른 분지를 이루는 곳이 홍천강 합류지점이다. 홍천군 서석면 생곡리 미약골산에서 발원하여 두촌면 남쪽에서 장남천(長南川)과 합류하여 홍천읍을 지나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과 강원도 춘천시 남면 관천리 경계에서 북한강으로 흘러드는 길이 143km의 하천이다.

 

 

홍천 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팔봉산은 327m의 낮은 높이에도 한국의 100대 명산으로 선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산이다. 여덟 폭 병풍을 둘러친 듯 산수화를 그려내는 팔봉산은 여덟 개의 봉우리마다 특색 있는 비경을 간직하고, 맑고 깨끗한 홍천 강물이 넓게 펼쳐진 백사장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절경을 간직한 곳이다.

 

 

점점 굵어지는 눈발을 맞으며 유동마을에 도착하면서 갈등이 생기고 만다. 북한강을 따라 금대리로 가야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12km나 되는 먼 길을 돌아가야 할지. 아니면 가파른 고개를 넘어가야할지 판단이 서지를 않는다. 현재시각이 12시 반. 시간상으로는 여유가 있지만, 아직도 가평까지는 10km가 남아있다.

 

 

만약의 경우 큰 길을 따라가는 것이 구원을 요청하기 좋겠다는 생각으로, 갈치고개 쪽으로 발길을 돌리고 만다. 물기를 많이 먹은 함박눈이 순식간에 천지를 하얀색으로 도배질하고, 어쩌다 지나는 차량들마저 오금이 저려오는지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다. 산유리 경로당에 들러 버스시간을 물어보니 오후 4시에 온다는 대답에 맥이 빠지고 만다.

 

 

지난번에 내린 눈이 빙판으로 변하고, 그 위에 내린 눈이 차곡차곡 쌓여가며 눈썰매장을 방불케 한다. 눈길에서는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더욱 어렵다. 힘겨운 사투 끝에 정상에 올라섰지만, 아스라이 바라보이는 가평읍이 눈 발속에서 아득하게 멀어만 보인다. 신경을 곤두세워보지만, 끝내 엉덩방아를 찧고 만다.

 

 

고된 신고식을 하고난 터라 신경이 곤두서고, 허기마저 몰려오니 雪上加霜이 따로 없다. 2시간동안 惡戰苦鬪끝에 가평역에 도착하니 마을은 온통 눈 세상으로 변하고 말았다. 청평에서 자전거 길을 답사 하는 것보다 10여 km를 돌아왔지만, 악천후 속에서도 호반을 걸어온 32km가 더욱 의미가 크다.

 

 

 

                                                  3. 경춘 가도

 

가평역에 도착한 시각이 7시 30분. 간밤에 내린 눈을 치우느라 제설작업이 한창이다. 금년겨울처럼 눈이 많이 오는 해도 드물다. 다행이 눈도 그치고 동녘하늘이 붉게 물들며 먼동이 터온다. 새로 이전한 가평역이 남이섬과 자라 섬 근처에 있어, 북한강 진입로를 찾기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자라섬 유원지가 있는 제방을 따라 올라선 가평2교는 가평 천을 가로지르는 교량이다.

 

 

경기도 최고봉인 화악산에서 발원한 가평천은 조무락골에서 물길을 내어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익근리, 명지, 백둔, 용추계곡을 차례로 만나 북한강과 합류하는 약30km에 이르는 하천이다. 북한강과 합류하는 곳에 생겨난 자라섬은 면적이 20여 만 평에 이르는 버려진 섬이었으나, 가평군에서 새롭게 조성하여 페스티벌 공연을 개최하므로 새로운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근처에 있는 남이섬은 행정구역상으로는 춘천시에 속하는 섬이지만, 가평군 달전리를 통해서 접근이 가능하므로 가평군에 속하는 줄로 알고 있다. 남이장군의 묘가 있어 붙여진 남이섬은 청평호를 축조하며 생겨난 섬으로 면적이 0.453㎢에 둘레가 약 4km에 이른다. 섬에는 밤나무와 포플러나무를 중심으로 잔디밭과 오솔길을 조성하여 전원의 풍치를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축구장과 테니스장 등 각종 레저시설을 갖추어 낭만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쾌적하고 아름다운 명소로서, 겨울 연가 촬영장으로 알려지면서 일본관광객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보납산 자락이 끝나는 지점에 북한강 자전거길 안내도와 경강교 인증센터가 있다. 내일(12월 26일)이 북한강 자전거도로준공식이라 한겨울에 너무 서두른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경기도와 강원도가 경계를 이루는 경강교를 건너면서 북쪽으로 거슬러 오던 북한강이 동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주위를 둘러보면, 산 비알을 차지하고 있는 푸른 숲의 잣나무를 많이 볼 수가 있다. 혹독한 추위와 비바람을 이겨 내는 잣나무는 숲이 울창하여 진한 향기와 함께 신선하고 깨끗한 자연 환경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지상낙원을 이룬다. 잣나무는 고도 천 미터가 넘는 압록강 변에서 많이 자라며, 경기도 가평과 강원도 춘천지방에서 질 좋은 잣이 생산된다.

 

 

1읍5개면에 6만 명이 상주하는 가평은 전체면적의 70%이상이 산으로 둘러싸인 험준한 산세로, 산 비알에 밭을 일구어 살아가는 화전민 생활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활조건이 그러하다보니 산을 의지하여 약초재배가 발달하게 되고, 자연조건에 맞는 잣을 가평의 특산물로 지정하여 전국 생산량의 33%를 차지하고 있다.

 

 

예로부터 불로장생의 먹을거리 혹은 신선의 식품으로 알려진 잣은, 비타민B가 풍부하고 호두나 땅콩에 비해 철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빈혈 치료나 예방에 좋다. 기력을 잃은 환자가 조금만 먹어도 밥 한 공기를 먹은 만큼의 열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엿이나 강정, 기름, 죽, 단자 등으로 만들어 먹거나 탕, 찜, 신선로, 약식, 편, 정과 등 입맛을 돋우는 고명으로도 다양하게 활용되어 왔다.

 

 

춘성대교를 사이에 두고 자전거 길은 양쪽으로 진행한다. 어느 쪽을 이용해도 강촌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니 상관이 없으나, 복선전철이 개통되면서 경강역도 굴봉산역으로 바뀌고 옛날에 사용하던 단선철로를 자전거 도로로 개설하여 주변에 전개되는 경관이 아주 좋다. 하지만 지금은 눈이 많이 쌓여 빙판길이라 안전한 길을 택하여 춘성대교를 건넌다.

 

 

오른쪽 다리 밑을 통과하여 강 옆으로 자전거길이 이어진다. 양지쪽이라고는 하지만 수차례 내린 눈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유리알처럼 반질거리고 엊저녁에 내린 눈이 빙판길을 덮고 있으니 잠시라도 한눈을 팔다가는 엉덩방아 찧기에 안성맞춤이다. 춘성대교를 건너면 가파른 벼랑위로 월두봉이 장엄하게 솟아있다.

 

 

한북정맥이 백운산에서 국망봉으로 진행하는 중간에 포천시, 가평군, 화천군이 경계를 이루는 도마봉(883m)에서 왼쪽으로 큰 지맥을 형성하여, 석룡산(1.147m), 화악산(1.468m), 촉대봉(1.190m), 북배산(867m), 계관산(730m)을 지나 월두봉(466m)에서 북한강으로 꼬리를 내리는 44.5km의 산줄기를 화악지맥이라 부른다.

 

 

강을 거슬러 가노라면, 강 건너 굴봉산(308m)자락에 자리 잡은 강촌컨트리클럽이 하얀 눈 속에 묻혀 동화속의 마을처럼 평화롭게 보인다. 하지만 자전거 도로 옆으로 승용차들이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으니, 그곳이 얼마나 미끄러운지 미루어 짐작을 할 수가 있다. 귀전을 때리는 회오리바람에 자전거도로에 쌓인 눈까지 말끔하게 날아가 버리니, 이래저래 즐거운 답사 길이다.

 

 

“4대강 새 물결” 표지판은 한강과 낙동강에서 수없이 보아오던 것이라 낮 설지가 않다. 북한강은 다른 강과 다르게 본격적인 치수사업을 하는 곳이 아니라, 강기슭에 자전거도로를 개설하는 수준으로 그치고 만다. 그러하기에 자연미가 그대로 남아있고, 강가에 수초들과 왕 버들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건너편의 백양역이 너무도 아름답다. 강과 산이 만나는 협곡에 아치형으로 구조물을 만들어 창공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제비처럼 날렵하게 보인다.

 

 

시퍼렇게 날이 선 검봉(530m), 어느 장수가 용맹을 떨치던 곳일까, 바라보기에도 아슬아슬한 암장이다. 그러하기에 벼랑 끝에 걸린 강촌역이 젊음을 불사르던 곳이다. 지금이야 시앗에게 자리를 물려준 퇴물기생이 되었지만, 한때는 다정한 연인들이 손에 손을 잡고 찾아와 구곡폭포로, 문배마을로 사랑을 속삭이던 낭만열차의 심벌이 아니던가.

 

 

또한 강 건너 삼악산과 등선폭포도 지나칠 수 없는 명소다. 한 여름 비가 내린 뒤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를 바라보는 것이 폭포의 매력이라 한다면, 겨울의 빙폭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장관이다. 高山登頂을 위한 전지훈련으로 이름난 곳이 구곡폭포이고, 계곡입구부터 협곡을 이루고 있는 등선폭포는, 금강굴, 신선들이 노닐던 제1폭포와 제2폭포, 신선이 학을 타고 다니던 승학폭포, 흰 비단 천을 펼쳐놓은 백련폭포, 옥녀담, 비룡폭포, 주렴폭포를 등선8경이라 한다.

 

 

북한강이 북쪽으로 몸을 틀며 의암댐이 모습을 드러낸다. 댐의 준공으로 춘천시가 호반의 도시로 명성을 얻게 되었고, 춘천을 찾아오는 관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전력부문에 민간자본이 참여한 최초의 사업이다. 하지만 자금난과 개발규모의 변동으로 전 공정의 52%를 시행한 채 1966년 4월 한국전력(주)으로 이관되고 말았다.

 

 

그 뒤 한국전력에서 완공을 보아 발전용량 4만 5,000kW를 생산하는 의암댐은 높이 23m에 길이 273m이고, 댐의 건설로 조성된 의암호는 유역면적이 7,709㎢, 총저수량 8,000만㎥에 이른다. 현재 의암호 안에는 댐이 건설되기 전에 하나의 섬이었던 중도가 하중도·중도·상중도로 분리되고, 중도와 상중도는 춘천시 서면과 중심시가지를 잇는 뱃길을 내기위해 운하를 파서 분리시켰다.

 

 

의암댐에 올라서면 일대 장관을 이룬다. 호리병 입구처럼 폭이 좁은 삼악산과 의암봉의 협곡을 가로막아 생겨난 호수는 춘천을 물의 도시로 탄생시키고, 양쪽으로 전개되는 삼악산과 의암봉은 三峽長江을 거슬러 오르는 짜릿한 맛을 느낄 수가 있다.

 

 

신앙교에서 자전거도로는 두 갈래로 갈라진다. 삼악산 벼랑 밑으로 403번 지방도로를 따라 신매대교까지 15km에 걸쳐 조성한 자전거 길과, 의암호를 건너 북한강 순환 자전거길이 공지천까지 5.5km 연결되어 춘천이 자랑하는 마라톤 코스와 함께 호수를 한 바퀴 돌아오는 춘천의 명물로 탄생하였다.

 

 

신앙교를 건너면 호수의 벼랑에 철심을 박고 나무테크로 마무리한 자전거도로가 주위 경관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김유정 시비와 까투리봉을 넘어 레포츠타운과 공지천을 지나면 의암호 나들길과 만난다. 의암호수를 돌아가는 나들길이 춘천시민들의 건강관리와 심신단련 장으로 14km에 걸쳐 이어진다.

 

 

경춘선의 종착역이요, 시발역인 춘천역에 도착하며, 영하12도의 한파 속에서도 북한강 제3구간 28km 답사를 무사히 완주하고, 춘천이 자랑하는 닭갈비에 소주한잔으로 추위를 녹인다.

 

 

 

                                         4. 호반의 도시 춘천

 

대륭산(899m) 자락에 터를 잡은 춘천은 북한강줄기가 북쪽에서 서쪽으로 흘러들며 보듬어 안고, 의암댐축조과정에서 생긴 담수호로 호반의 도시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다. 아침안개 피어오르는 춘천은 대도시에서 매연과 스모그현상으로 고통 받고 있는 현대인들이 갈망하는 이상향이다.

 

 

우리나라 도청소재지 중에서 인구가 가장적은 27만 여명이 상주하는 춘천은 북한강을 중심으로 험준한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협소한 분지를 이루고 있다. 북한강을 막아 생긴 소양호와 파라호, 춘천호, 의암호가 수도서울의 식수원을 공급하는 상수원보호구역이라, 공해를 일으키는 공장도 없고, 울창한 산림 속에서 피톤치드가 무한정 뿜어 나오는 청정지역이다.

 

 

춘천역2번 출구를 빠져나와 의암호반에 올라서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곳이 춘천대첩기념 평화공원이다. 6.25전쟁 개전 초기 춘천지구에서 국군6사단을 중심으로 애국시민, 학생, 경찰이 하나 되어 전차를 앞세우고 기습 남침하는 북괴군 6,600여명을 사살하고 전차 18대를 완파하는 등 파죽지세의 적 부대를 3일간 지연, 저지시킴으로서 수원방면으로 진출하여 국군 주력부대를 포위하려던 북괴군의 남침계획을 무산시켰다.

 

 

이에 따라 한강 방어선을 형성하고 UN군의 증원시간확보와 낙동강방어선구축을 가능케 하여 풍전등화와 같은 국가존망의 위기에서 조국을 구하였기에 '춘천대첩'으로 명명하고, 이 구국의 전승을 기념하여 6.25한국전쟁과「춘천대첩」50주년을 맞이하여「춘천대첩 기념 평화공원」을 조성하게 되었다는 춘천시장의 취지문이다.

 

 

춘천을 대표하는 호반의 축제로는 조선일보에서 주체하는 춘천마라톤대회를 꼽는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우승한 손기정선수를 기념하는 마라톤대회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국제대회로 격상하여 건강한 국민이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 축제의 마당이다. 만산홍엽으로 물든 호반에서, 원색의 물결을 이루는 2만 여명의 건각들이 저마다 실력을 뽐내며 의암 호반을 돌아오는 코스는 국제적으로도 호평 받는 환상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춘천을 대표하는 음식으로는 닭갈비와 막국수를 빼놓을 수가 없다. 복선전철이 개통된 뒤로 닭갈비와 막국수시식을 위해 몰려드는 인파로 전철은 항상 만원이다. 그만큼 춘천은 먹거리와 볼거리가 풍부한 관광도시로 부상하며, 명동골목이 오랜만에 호황을 누리고 있다.

 

 

닭갈비의 유래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춘천시에서 발표한 바에 의하면, 1959년 버스터미널 근처에서 돼지고기 등으로 영업을 하던 김영석(金永錫)씨가 돼지고기를 구하기 어렵게 되자, 닭을 토막 내어 돼지갈비처럼 발라서 닭갈비를 만든 것이 효시가 되었다고 한다. 또한 막국수는 강원도 지방의 전통 요리로서 메밀국수 면발을, 찬 김칫국물에 말아 먹는 냉면과 유사한 음식이다.

 

 

춘천의 상징인 “소양강 처녀”는, 소양강에서 민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꾸려가던 아버지가 가수희망생인 딸을 돌봐주는 '음악가님'에게 매운탕이라도 대접하겠다며 고향으로 초청을 한다. 반야월 선생을 비롯한 원로가수 몇 명이 소양강을 찾았고, 아버지와 함께 솥단지와 장작을 배에 싣고 상중도에 들어가서 어죽을 끓여 먹으며 천렵을 마치고 돌아올 무렵. 소나기가 쏟아지며 물안개가 피어나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는 일화가 있다.

 

 

소양강 처녀상을 바라보며 자전거 도로는 소양2교로 향한다. 푸른 호수위로 그림같이 걸려있는 소양2교 또한 춘천을 찾는 이들에게 오래도록 남는 인상적인 교량이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갈라지는 소양강은 170㎞를 이어가는 북한강제1지류다. 홍천군 내면 명개리 만월봉(1,281m) 남쪽에서 발원하여 계방천과 내린천, 서화천으로 이름을 달고 소양호로 흘러든다.

 

 

소양강댐은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과 동면의 협곡을 가로막아 축조된 다목적 댐이다. 1973년 10월 15일 완공된 소양강댐은 길이가 530m, 높이가 123m에 저수량이 29억 톤에 달하여, 우리나라에서 담수 량이 가장 많은 댐이다. 인제까지 배를 운항하여 강원도 내륙산간지역의 교통로뿐만 아니라 설악산국립공원과 연계한 관광자원으로도 매우 중요하고, 청평사를 오가는 유람선을 운행하여 관광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춘천이 자랑하는 세계유일의 연옥(백옥) 광산이 춘천시 동면 월곡리 금옥동(金玉洞)골짜기에 있다.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玉광산은 신비한 효능을 지니고 있어, 인간의 신체에 필요한 세 가지 광물 즉 칼슘, 철분, 마그네슘을 포함해 20여종의 원소를 함유하고 있다. 지하 500m 옥석사이에 고인 물을 끌어 올린 이 물은 한두 달 보관해도 침전물이 생기지 않고 맛이 변하지 않으며 특히 치질이나 변비, 소화불량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인형극장사거리에서 왼쪽으로 위도 유원지와 연결된 신매대교는 북한강 철교에서 시작한 북한강 자전거 도로가 끝나는 지점이다. 이곳에서 춘천역을 경유하여 의암호까지 순환하는 자전거도로가 연결 된다. 춘천역에서 진행하는 자전거도로는 신매대교와 직접 연결되지 않고, 한계울 다리까지 올라가서 시내 쪽으로 역 주행하여 인형사거리에서 접속해야만 한다.

 

 

신북읍 용산리에는 육군102보충대가 있다. 중동부전선의 예하사단에 배치될 장정들이 기초훈련을 받기위해 입소하는 장소이다. 오늘이 마침 입소하는 날이라 아침 일찍부터 정문 앞에는 많은 사람들로 부산하다. 애지중지 키워온 자식을 군에 보내는 부모님들의 애절한 표정, 사랑하는 애인을 보내는 아가씨들이 연신 눈물을 훔쳐내고, 친구의 입대를 환영하는 힘찬 구호가 메아리친다.

 

 

엄정한 직각보행과 질서정연한 위병소의 사병에게서 우리군의 기강이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자유분방한 청년들이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정예강병으로 거듭 태어나는 것을 볼 때 마음 든든하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군에 다녀올 국방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식인들이 자녀의 병역을 기피하다 망신당하는 것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한다.

 

 

신매대교에서 춘천댐 쪽으로 2km를 거슬러 가면 용산2리에서 자전거 도로도 끝이 나고, 5번 국도를 따라 화천방향으로 진행한다. 폭이 좁은 2차선 도로는 빈번하게 왕래하는 차량으로 자전거와 도보로 걷기에는 위험한곳이다. 가파른 벼랑이라 자전거도로를 만들기에 부적절하겠지만, 춘천호까지라도 호반을 이용하여 도로를 개설하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춘천댐 방면으로 진행하면 오른쪽으로 용머리 흉상이 있는 샘을 만난다. 주차시설까지 있는 용왕샘은 물이 맑기도 하지만, 그 양이 비교적 풍부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옛날 용왕샘 건너편 서상리에 힘이 센 장수가 살고 있었는데, 키가 십 여리에 이르고 한 번 뛰면 삼십 여리를 갈 수 있었다고 한다. 태평성대에 태어나 자신의 힘을 쓸 곳이 없어 심심하면 모진강에 누워 목욕을 하고, 신숭겸 산에 올라 무술을 닦는 것이 하루의 일과였다.

 

 

또한 자신과 짝을 맺을 색시가 없는 것이 한이었다. 색시 생각이 날 때마다 훈련에 정진하게 되고, 목이 마르면 모진강을 건너 뛰어 용산리에 있는 샘에서 물을 마셨다. 왼쪽 발은 서상리에 두고 오른쪽 발만 용산리에 걸치고 몸을 굽혀 물을 마셨다. 그 때문에 서상리에는 왼쪽 발자국이 용산리 샘터 위에는 오른쪽 발자국이 남아있다.

 

 

장수가 있던 당시에는 샘이 커서, 모진강까지 하나의 큰 소(沼)를 이루고 있었다. 그 소에는 용이 한 마리 살고 있었는데, 장수의 기합소리가 시끄러워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龍沼는 없어지고, 지금과 같이 산 중턱에서 솟는 샘만 남게 되었다. 이 물은 용이 승천한 곳이라, 이 물을 마시면 정신이 맑아지고 힘이 솟는다고 하여 사람들은 용왕샘터라 하고, 마을 이름도 용산리로 부른다.

 

 

춘천댐이 시야로 들어온다. 중심시가지에서 북서쪽으로 12㎞지점인 북한강 본류에 축조한 춘천댐은 시설용량 5만 7,600kW의 발전소와 공도교를 건설하여 5번국도가 지나고 있다. 국토개발5개년계획의 일환으로 한국전력에서 1961년 9월 착공하여 1965년 2월에 준공한 댐의 높이가 40m, 길이가 453m에 이른다.

 

 

금방이라도 함박눈이 펑펑 쏟아질 것처럼 하늘이 호수가로 내려 안고, 눈 덮인 호수는 산자락을 파고들며 끝없이 수묵화를 그려낸다. 길옆에 서있는 표지석하나. 무심코지나치기 십상이라, 하지만 돌비석에 새겨진 세 글자 “38선”.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강대국의 입맛대로 국토는 두 동강이 나고, 6.25라는 민족의 비극으로 비화되어 60년이 넘도록 이산의 아픔을 겪고 있는 지구촌에 남아있는 유일한 분단국이다. 염원하는 통일이 언제나 오려는지 점점 멀어만 가는 그날이 그리워진다.

 

 

                                      5. 산천어 축제

 

춘천이 호반의 도시라면, 화천은 눈의 고장이다. 춘천역에서 화천가는 버스로 갈아타고 신포리에 내려서니 사방을 둘러봐도 보이는 것이 눈뿐이다. 그나마 화천에서 산천어 축제를 하면서 제설작업을 하여 차량들이 다니는 국도만이 하얀 도화지위에 검은 크레용으로 그은 것처럼 산 고개를 넘어가고 있다.

 

 

높고 낮은 산들이 포개어 수묵화를 그려내고, 용화산에서 떠오르는 태양에 반사된 춘천호반이 눈이 부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추운 고장이 화천이라 그래서인지, 귀 볼이 떨어져 나갈 것처럼 시려오는 추위가 목덜미를 파고든다. 두툼한 털모자에 코마개까지 완전무장을 하고 보니 에스키모가 따로 없다.

 

 

사북면 사무소를 지나 논제마을 앞으로 전개되는 춘천호에서 벌어지는 얼음낚시 꾼들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영하10도가 넘는 한파 속에서 호수에 구멍을 뚫고 쪼그리고 앉아 밤을 지새우다니, 상상할 수 없는 현실이다. 낚시란 정적인 활동으로, 정신수양을 위한 참선에 가까운 취미라고 볼 수 있다. 언제 어느 때나 물이 있고, 고기가 있는 곳이라면 낚시꾼들의 활동무대가 된다.

 

 

일상의 피로를 풀고 사색을 즐기는 운동으로는 낚시만한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문외한이라도 중국의 강태공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가 초야에 있을 때, 낚시 대를 강물에 드리우고 때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세월을 낚았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낚시는 4만 년 전 구석기시대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지속되어 온 것이다.

 

 

참고로 낚시에 관한 상식을 살펴보면, 장소에 따라 민물낚시와 바다낚시로 구분하고, 잡는 방법에 따라 대낚시와, 릴낚시, 견지낚시가 있다. 낚싯대는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 유연성이 좋을수록 큰 물고기를 잡는다. 낚싯줄은 낚싯대길이보다 30cm정도 길이가 긴 나일론 줄을 사용하며, 미끼를 물 속 깊숙이 가라앉히기 위해 낚싯줄에 매다는 봉돌과 물고기가 미끼를 무는 순간 물고기의 움직임을 알려주는 찌가 있다.

 

 

미끼에는 천연미끼와 인조 미끼가 있는데, 살아 있는 작은 물고기가 가장 좋고, 죽은 물고기를 잘게 잘라 쓰거나 지렁이를 사용하며, 인조 미끼로는 천연미끼와 똑같이 생긴 것으로 색깔 또는 디자인이 다양하다. 민물낚시냐, 바다낚시냐에 따라 미끼도 달라지고, 민물낚시 중에서도 고요한 물에서 조용히 앉아 즐기는 일반 대낚시와 흐르는 물에서 즐기는 견지낚시, 저수지나 강에서 물고기들을 홀려 낚는 루어나 플라이낚시 등, 종류에 따라 미끼가 달라진다.

 

 

챙벌마을 입구에 영산불교 춘천 제1수행도량 “현지사”가 있다. 아침햇살에 비추는 현지사 경내는 엄숙한 분위기가 감돈다. 수행도량이라면 세속에서 멀리 떨어진 산속에 터를 잡는 것이 상식인데, 5번국도가 지나는 대로변에 자리를 잡는 것부터가 일반 사찰과는 다르다. 2년 전에 완공하여 2012년부터 설법을 시작했다는 영신불교는 인도 영축산 영산궁에 이어 두 번째로 설립한 현지궁이라 한다.

 

 

사찰의 중앙에 위치한 대적광전은 청정법신 비로자나불을 “원만보신 노사나불” 모습으로 모셔놓았다는 설명이다. 대적광전 앞뜰 한 단계아래는 다보탑과 석가탑이 있어 소원을 비는 탑돌이 행사가 이루어지는 곳이고, 용화산 자락을 파고드는 춘천호반과 챙벌마을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진다.

 

 

현지사를 뒤로하고 산자락을 돌아서면 5번국도와 56번 지방도로가 분기하는 지촌삼거리에 도착한다. 한쪽은 사창리로 다른 쪽은 화천으로 가는 방향이 다르다. 그쪽 세상은 어떠한지 궁금하여 힐끔 힐끔 돌아보지만, 산모롱이를 파고들며 사라지고, 달거리고개를 오르는 동안 한겨울에도 등줄기에서 흥건하게 땀이 흐른다.

 

 

달거리 고개에서 내려다보면, 북한강과 합류하는 지촌천이 태극문양을 그리며 서오지리의 산촌마을을 휘감아 흘러간다. 지촌천은 화악산에서 발원하는 삼일계곡과 광덕산에서 발원하는 광덕계곡이 합류하여 용담계곡으로 흘러내리며 진경산수화가 펼쳐진다.

 

 

조선후기 문신이자 성리 학자였던 곡운 김수증선생이 사색당파의 어지러운 세상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화천 화음동에 들어와 여생을 보내며, 용담천 상류에 화음정사를 짓고 용담천 흐르는 아홉 곳의 절경을 화폭에 담아내니 그 유명한 곡운구곡(谷雲九曲)이다.

 

 

달거리 고개가 화천으로서는 아주 귀중한곳이다. 달거리 고개를 통하지 않고는 외지로 나올 수 없고, 외지사람이 화천을 찾아갈 때도 반드시 이 고개를 넘어야 한다. 그만큼 이곳은 지리적이나 전략적으로 꼭 필요한 곳이다. 한북정맥에서 분기한 두류산 줄기가 북한강으로 연결되어 이 고개를 봉쇄당한다면 화천은 고립무원이 되고 만다.

6.25전만해도 이북의 통제를 받던 곳이니, 피아간에 얼마나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하남면 소재지가 있는 원천리에서 화천읍으로 통하는 자전거 길이 시작된다. 산자락 뒤로 숨어있던 북한강도 곁으로 돌아오고, 반가운 마음에 자전거 길로 내려서니 종아리까지 눈 속으로 빠져든다. 혹독한 추위 속에 많은 눈이 내려 개들의 발자국만 어지러울 뿐, 자전거는 고사하고 사람들의 발자국도 찾을 길이 없다. 솔아 붙은 눈 속으로 발이 빠질 때마다 걸음마 배우는 아기처럼 뒤뚱거리기 일쑤이니, 하루해가 저물도록 애써봐야 화천까지 가기는 틀린 일이다.

 

 

할 수없이 위험한 국도로 올라서고야 만다. 춘천댐에서 차오른 물이 호수를 이루고 두꺼운 얼음장위로 눈까지 덮고 있으니, 햇볕에 반사되는 설원이 장관을 이룬다. 화천읍이 가까워지며 산천어 축제 현수막이 요란하게 걸려있고, 겨울축제로는 세계4대 행사라는 문구로 자랑이 대단하다.

 

 

행사장입구에 도착하면 회전탑 광장에 있는 얼곰이 동상과 절산 끝자락의 인공폭포를 개조한 빙폭이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화천읍을 감싸고 흐르는 화천천 일대에서 벌어지는 축제는 그 규모면에서 상상을 초월하고, 다양한 프로그램과 20여일이 넘는 행사기간이 다른 축제와는 다르다.

 

 

백만 인파가 모인다는 산천어 축제는 현장을 방문하고서야 실감이 날정도로, 화천 읍내가 떠들썩하다. 행사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은 얼음낚시다. 그 넓은 얼음판위에 빼곡히 들어찬 사람들, 40cm가 넘는 두꺼운 얼음에 구멍을 뚫고 산천어를 잡아 올리는 모습도 천태만상이다. 침낭을 깔고 엎드린 사람, 벌 받는 사람처럼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 올리고 얼음구멍에 눈을 맞추는 사람, 낚시가 서툴러 옆 사람을 힐끔거리는 가족동반 참가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얼음성에서 내려다보는 행사장은 축제의 장이다. 인구2만 여명이 살고 있는 화천은,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산간오지마을에 변변히 내세울 특산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휴전선과 가까운 최전방의 열악한 고장이다. 전국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리고, 혹독한 추위로 겨울이면 아무도 찾지 않는 이곳을, 산천어라는 희귀종을 콘텐츠로 하여 지역민들의 자긍심을 높여주는 축제의 장으로 승화시켰으니, 기발한 아이디어와 진행요원들의 일사 분란한 모습에서 대회의 성공신화를 볼 수 있다.

 

 

행사의 주인공인 산천어는 바다로 나가지 않고 1급수의 깨끗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연어과의 물고기다. 바다로 나갔다가 산란기에 돌아오는 것을 연어라 하고, 바다로 나가지 않고 계곡에서 사는 송어도 연어과에 속하지만, 일반적으로 양식하는 것을 송어라 부른다.

 

 

중국 하얼빈의 빙등제, 일본 삿보로 눈축제, 캐나다 퀘백 윈터카니발과 함께 세계4대 겨울축제로 어께를 나란히 하고 있는 화천산천어 축제는, 화천군민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주는 행사라 할 수 있다. 4대강 답사 국토대행진 북한강 종주의 마지막 날 이런 훌륭한 행사를 참관하게 된 것도 120km를 완주한 보답이라 생각하면, 가슴에 훈장을 다는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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