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13년 2월 27일
경유지 : 담양댐 - 대성교인증센터 - 담양 온천 - 금성면 소재지 - 메타세퀘이아가로수 길 - 관방제림 - 죽녹원 - 담양교 - 대나무박물관 - 면앙정 - 송강정 - 생태습지공원 - 용산교 (26.5km)
1. 대나무의 고장 담양
4대강 답사도 영산강을 남겨두고 주춤거린다. 눈이 많은 호남지방이라 한 겨울에는 엄두가 나지 않아 봄이 오기를 기다리다 아내와 함께 1박2일 일정으로 담양의 자전거 도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관광코스를 답사하는 색다른 체험을 시도한다.
순창IC를 내려서 먼저 찾은 곳이 순창고추장체험마을이다. 순창이 어느 곳에 있는지 몰라도, 순창고추장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전국적으로 명성을 날리는 특산품이다. 순창고추장기능1호점인 문정희 할머니 고추장을 비롯하여 점포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호객행위가 벌어진다.
사진을 찍어주는 친절로 시선을 끄는 서영순 할머니 댁에서 매실 장아치를, 막걸리 공세를 펴는 김영순전통 집에서 된장단지를 사들고 박물관으로 향한다. 고려 말 이성계가 순창군 구림면 만일사에 기거하고 있는 무학대사를 찾아가던 중, 어느 농가에 들러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고추장맛을 잊지 못해 왕으로 등극한 뒤 진상품으로 선정된 유래가 있다고 한다.
순창고추장은 독특한 재래비법에 의해 제조되어, 혀끝에 닫는 알싸한 맛과 은은한 향기, 감미로운 맛이 다른 지방의 고추장에서 느낄 수 없는 우리민족의 고유한 음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4번 국도를 따라 담양 땅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이 메타세퀘이아가로수 길이다.
이름부터 생소한 이 나무는 1940년대에 살아 있는 나무가 발견되기 전까지 멸종된 것으로 여겨졌다. 겨우 몇 천 그루만이 중국 중부의 700~1,400m 고도지역에 살아있는 것을 씨와 삽수(揷穗)를 통해 전 세계로 옮겨 심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길가나 정원에 널리 심고 있는데, 한 여름 가로수가 만들어내는 터널이 500m에 이르러, 2002년 산림청과 유한킴벌리에서 선정한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 길이다.
금성면 농공단지를 지나 담양호 진입로를 따라가면, 담양온천과 영산강 자전거 도로종착점 인증센터가 있다. 영산강하구언에서 133km, 담양호에서 0,9km 지점이다. 영산강 발원지로 알려진 가마골 용소에서 흘러내린 물이 담양댐이 완공되며 생겨난 인공호수다. 길이 306m, 높이 46m, 저수량이 6,670만t인 담양댐주변으로 추월산과 금성산성의 경치가 수려하여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다.
자전거 인증센터에서 시작하는 영산강은 석현천의 이름을 달고 시작된다. 갈수기인 탓에 댐에서 방류하는 수량이 적어 하천이라는 이름도 무색하여 시작이 미미하다. 하지만 금성면 소재지에서 금성천과 합류하며 영산강의 이름으로 모양새를 갖춘다.
금월교차로를 지나며 시작되는 관방제림은 300여년 된 팽나무, 느티나무, 이팝나무, 개서어나무, 곰의 말채나무등이 2km에 걸쳐 아름다운 풍치림을 이루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 366호로 지정된 관방제림은 나무마다 고유번호가 부여되고, 2004년 산림청이 주체하는 아름다운 숲, 전국대상을 차지한 곳이다.
담양을 대표하는 대나무. 관방제림에서 향교교를 건너면 곧바로 죽녹원이 시작된다. 돌계단을 따라 올라서면 빽빽이 들어찬 죽림 속으로 오솔길이 펼쳐지고, 소슬바람에 실려 오는 음이온으로 정신이 맑아진다. 햇볕도 스며들지 못하는 대나무 숲은 평균 4~7도정도 낮은데 이는 산소량이 많기 때문이란다.
대나무는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소나무의 4배나 되어 저탄소 녹색성장의 대표적인 식물이다. 때문에 아토피, 스트레스 등에 효과가 있는 피톤치드발생량이 편백나무보다 2배 이상으로 현대인의 병리적인 치유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죽마고우길을 지나 일지매 촬영장이 있는 운수대통길을 올라서면 노무현 대통령이 찾아온 사색의 길로 연결된다.
정자마루에 누워 심호흡도 해보고, 야외무대에서 투호놀이도 하며, 전망대 2층 누각에 올라서면 울창한 관방제림 사이로 영산강이 흐르고 담양 읍내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1시간동안 대나무 숲 마사지로 피로를 풀고 홍살문을 나서면, 영산강 하구언 120km 이정표가 반겨준다. 관방제림 둔치로 조성된 자전거 길을 따라 담양교까지 산책을 한 뒤, 이곳의 특산품인 떡갈비정식으로 만찬을 즐기고 대나무이야기 호텔에 여장을 푼다.
다음날 가장먼저 찾은 곳이 대나무박물관이다. 1960년까지만 해도 생활필수품의 대부분이 대나무로 만든 제품들이다. 정월초하루 돌리는 복조리부터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즐기는 죽부인까지, 지천으로 깔려있는 대나무로 만든 제품들이 전국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갈 때, 서울사람 부럽지 않은 풍요를 누리던 시절이 있었다.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인가. 80년대 프라스틱 제품이 개발되며, 죽세품도 사양길로 접어들어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골동품이 되고 말았다. 때문인지 담양은 읍 소재지 이면서도 세락의 길을 걷는 죽세품과 함께 80년대의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산강을 따라 봉산면 제월리에 도착하면, 오례천을 굽어보는 산언덕에 자리 잡은 면앙정을 만난다.
면앙정은 송순(1493∼1582)선생이 관직을 떠나 선비들을 가르치며 여생을 보내던 정자로, 퇴계 이황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과 학문을 토론하며 “면앙정가”를 비롯하여 시조 22수와 한시 520여 수를 남긴 유서 깊은 곳이다. 면앙정 주변의 빼어난 경치와 그곳에서 유유자적하며 내면의 심정을 수양하는 내용을 노래한 것으로, 강호가도의 선구적 모습을 보여준 가사문학의 태두(泰斗)이다.
창평천을 바라보는 야산의 송림 속에 자리 잡은 송강정은 정철(1536∼1593)의 호인 송강에서 지은 이름이다. 정철은 조선 중기 학자이자 정치가로 명종 16년(1561)에 27세의 나이로 과거에 급제하여 많은 벼슬을 지내다가 정권다툼으로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와 글을 지으며 조용히 지냈다. 그가 송강정에 머물면서 지었다고 하는 “사미인곡”은 조정에서 물러나 왕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인이 남편과 이별하여 사모하는 마음에 빗대어 표현한 노래이다.
봉산면 소재지가 있는 신학리에서 유구천과, 삼지리에서 증암천이 합류하며 영산강도 제법 그럴듯한 강으로서의 면모를 일신한다. 증암천을 거슬러 오르면 상류에 광주호가 자리 잡고 있다. 담양군 고서면 분향리의 증암천 상류를 가로지른 댐으로 1976년에 완공한 광주호가 생기기전에는 자미탄으로 부르던 하천가에 많은 선비들이 낙향하여 가사문학(歌辭文學)의 꽃을 피웠다.
광주호 상류에 있는 소쇄원은 조선중기 양산보가 조성한 민간별서 정원이다. 스승인 조광조가 기묘사화로 유배되어 죽임을 당하자, 세속의 뜻을 버리고 낙향하여 송순, 김인후의 도움을 받아 그의 아들 자징과 손자 천운 등 삼대에 걸쳐 완성하여 후손들의 노력으로 오늘에 이르렀다.
소쇄원은 크게 내원과 외원으로 구분하고, 비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이라는 뜻의 제월당은 주인이 거처하면서 학문에 몰두하는 공간이며, 비갠 뒤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이라는 뜻의 광풍각은 손님을 위한사랑방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초정(草亭)과 대봉대(待鳳臺)는 양산보가 꿈꾸는 염원이 담겨있으며, 애양단(愛養檀)담장에는 하서 김인후의 소쇄원사십팔영이 걸려있었다고 한다.
대나무의 고장 담양에 가사문학이 꽃을 피우게 된 것은 중국의 竹林七賢의 고사처럼, 의리와 명분을 중시하던 조선시대의 유림들이 세상에 염증을 느낀 뒤, 현실정치를 피해 따듯한 기후와 풍부한 물산으로 넉넉한 인심 좋은 호남지방, 특히 담양으로 내려와 누정을 건립하고 인재양성은 물론 시단(詩壇)의결성과 詩會를 통해 훌륭한 가사문학을 창작하였다.
임억령의 식영정이 있는 부근의 너른 부지에 건립된 가사문학관을 찾아가면, 가사문학에 관련된 고문서와 전적 자료를 전시하여 송순의 면앙정(시호장, 사령장, 분재기)과 정철의 송강정(은배옥배, 저술과유묵))을 제1전시실에, 규방가사와 허난설원의 규원가, 기타 전시물이 제2전시실에, 석천 임억령, 소쇄처사 양산보, 하서 김인후, 서하당 김성원의 가사집이 제3전시실에 진열돼 있다.
영산강 자전거 종주노선 개발이 차질을 빚고 있다. 논란이 된 곳은 담양댐 인근 금월교에서 용산교 20.34㎞ 구간이다. 도로 포장 방식을 둘러싼 자치단체 간 이견으로 도는 당초 계획대로 콘크리트 공법을 주장한 반면 담양군은 친환경적 흙 포장을 요구하면서, 결국 일부구간이 자갈길로 남아 자전거 도로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국책사업인 4대강 살리기의 완성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자전거길이 일부 지자체간의 독선적인 고집으로 주민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으니, 하루빨리 타협하여 불미스러운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 이다.
'금강 - 영산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산강 : 제3구간 (0) | 2013.03.09 |
---|---|
영산강 : 제2구간 (0) | 2013.03.09 |
제5구간: 금강하구언 (0) | 2012.11.16 |
제4구간: 백제의 한 (0) | 2012.09.14 |
제3구간: 백제의 발자취 (0) | 2012.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