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2012년 1월 17일
경유지: 김포 선착장 - 굴포천 - 목양교 - 시천 가람터 - 인천 선착장 - 유람선으로 김포선착장 - 방화대교
1.경인 아라 뱃길 (21.5km)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아라 뱃길. 정부정책의 당위성과 환경론자들의 첨예한 대립으로 공사가 중단되기를 수차례. 우리나라 최초의 운하로 기록되는 아라 뱃길은, 각 지방의 조세를 한양으로 운반하기위해서는 꼭 필요한 물길이라 800여 년 전인 고려 고종 시절부터 항로를 개척하기위해 실권자인 최충헌이 인천 앞바다와 한강을 직접 연결하는 공사를 시작했다는 기록이 있다.
근세에 들어와서도 운하의 필요성을 절감한 정부에서 1966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사를 추진하여 45년 만에 개통을 본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과 연계하여 추진한 사업이 결실을 보아 자연환경(한남정맥)의 파괴와 경제성논란을 잠재우지는 못했지만, 우리의 관문인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연도에 고속도로와 지하철에 운하까지 구색을 갖추어 외국 관광객들에게 우리의 위상을 보여줄 수 있는 상징성이 크다고 하겠다.
나의 야심찬 목표가 4대강을 이어가는 국토대행진으로 정해진 만큼. 시발점을 아라 뱃길의 인천 선착장으로 정하고 답사 길에 나선다. 김포에서 인천 쪽으로 답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유람선을 승선한다는 계획으로 개화산역에 내렸지만, 터미널까지 운행한다는 셔틀버스를 찾을 길이 없어 행주대교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한강이 가까워질수록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고속도로가 앞길을 가로막는다.
빤히 건너다보이는 선착장을 바라보면서도 접근을 할 수가 없다. 큰 장벽을 바라보며 고속도로 갓길을 따라 전호리 수송도로 삼거리까지 진행하여 39번 국도를 넘어서며 큰 고비를 넘긴다. 부대시설 공사로 어수선한 강변길을 더듬어 가면 비로소 아라 뱃길 터미널 건물과 자전거도로가 반겨준다.
예정보다 많은 시간을 소비하였지만 서해와 한강을 이어주는 운하를 바라보는 순간, 모든 근심이 봄눈 녹듯 사라진다. 바둑판처럼 조성된 운하의 길이가 18km에 폭이 80m, 깊이6.3m의 뱃길이 열린 것이다. 운하를 가운데 두고 조성된 자전거 길은 갈색 아스콘으로 단장을 하고 초록색의 보도와 어울려 고속도로처럼 거침이 없다.
전호대교를 시작으로 16개의 다리가 걸려있는 수로는 두꺼운 빙판으로 변하여 철새들도 몸을 움츠리는 동토의 세계가 펼쳐진다. “천년 뱃길의 꿈, 미래를 타고 흐른다.” 오랜 세월의 염원이 이루어진 아라 뱃길에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시작된다. 백운교와 나래교를 지나면 풀라잉 가든과 만난다.
풀라잉 가든은 김포공항에서 이착륙하는 비행기를 근거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사진을 직접 찍을 수 있도록 전망대를 겸하여 휴식공간으로 조성하였다. 서쪽으로 인천의 진산인 계양산이 멋진 모습을 선보이고, 인천시 계양구의 아파트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두리나루에 도착하면 대형형광판에서 아라 뱃길을 소개하는 영상물이 상영되고 잠시 후 등대 공원에 도착한다.
등대공원은 아라 뱃길과 굴포천이 만나는 곳에 등대를 형상화한 조형물과 전망 테크를 설치하였다. 굴포천(掘浦川)은 인천광역시 부평구 만월산 칠성약수터에서 발원하여 부천시를 거쳐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태리에서 한강과 합류하는 총 길이가 17.8km에 이르는 하천이다.
굴포천과 경인운하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니, 87년 굴포천 유역의 대홍수로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하면서 방수로를 신설하여 홍수량 일부를 서해로 방류하는 내용의 굴포천 치수대책을 수립하게 된다. 굴포천 유역(인천 계양, 부평. 경기 부천. 김포 등)의 40%가 한강 홍수위 이하의 저지대로, 평상시에는 하천물이 한강으로 흐르다가 홍수가 나면 한강수위가 굴포천 수위 보다 4m 이상(100년 빈도) 높아 자연배수가 불가능하므로 홍수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서해로 직접 방류하는 방수로건설이 필수적이었던 것이다.
아라 뱃길에는 수향 8경을 선정하여 아름다운 휴식공간으로 조성하였다. 수향이란 물길이 아름다운 지역이나 하천 주변의 마을을 의미하며, 그 중에 6경이 두리 생태공원이다. 굴포천이 만나는 곳에 조성한 두리 생태공원은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친환경 놀이터다. 평상시에는 생태학습장으로 활용하다가 홍수가 나면 저류지로 수위를 조절하게 된다. 운하에 걸려있는 16개의 다리 중에 가장 아름다운 계양대교는 수향5경인 수향원과 어우러진 조형미를 자랑한다. 다리를 상징하는 네 개의 교각에는 승강기가 설치되어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전망대로 활용하고 있다.
인근에는 공항철도와 인천지하철을 환승할 수 있는 계양역이 있어 아라 뱃길로 진입하는 접근성이 뛰어난 곳이다. 다음에 도착하는 곳이 목상교다. 아라 뱃길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수향4경이 있는 곳으로, 국내 제일의 인공폭포와 원형전망대가 있어 강심을 타고 흐르는 유람선에서 가장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심혈을 기울여 조성한 시설물이 영하의 기온 속에 가동이 중단되어 을씨년스럽지만, 지하수가 흘러나온 응달 편으로 수 십 길 빙벽이 생겨난 것도 겨울이 아니면 볼 수없는 진풍경이다.
하지만 이곳은 환경론자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곳이다. 안성시 칠장산에서 김포시 문수산으로 이어지는 한남정맥이 지나는 원통이 고개로 178km를 이어오는 정맥이 이곳에서 깊은 운하로 단절되고 말았으니 애석한일이다. 고려시대 운하공사 중에 원통현 구간 400m의 암석층을 뚫지 못해 결국 운하건설이 실패한 곳도 바로 이곳이다.
양쪽으로 수십 길 단애를 이룬 아라 협곡을 빠져나가면 수향3경인 시천 나루에 도착한다. 인천시 서구 검암동과 백석동을 가운데 두고 펼쳐지는 시천 공원은 바닥을 흐르는 물길과 바닥에서 솟아나는 바닥 분수, 봉수마당, 매화동산, 가족소풍마당 등 테마별로 놀이공간이 조성되고 강 건너 드림파크 야생화단지가 있어 볼거리,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
계양대교와 함께 전망대를 갖추고 있는 시천 대교는 아름다운 외형과 함께 다양한 조명을 연출한다. 공항철도의 검암역에서 하차하여 셔틀버스를 이용한다면 인천터미널로 연결이 된다. 또한 인천지하철 2호선 예정지역이라 아라 뱃길의 랜드 마크로서 시천 나루의 장래성이 기대되며, 관광객들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의 쉼터로 활용이 가능한 지역이다.
신공항 요금소가 있는 백석교를 지나며 수도권 매립지 관리공사 건물이 시선을 끈다. 2천만 수도 시민들이 사용하고 버린 쓰레기들을 실어 나르는 트럭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안일한 생각으로 쓰레기를 마구 버린다면 머지않아 우리는 쓰레기더미 속에 묻혀 신음 하는 날이 올 것이니, 생활쓰레기를 배출할 수밖에 없다면 그 양을 줄여서라도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18km를 이어온 자전거 길도 청운교아래서 끝이 나고 인천터미널 전망 탑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지만 육중한 철조망이 앞길을 가로막는다. 터미널을 지척에 두고 부대시설 공사로 분주한 벌판을 가로질러 1km가 넘는 길을 돌아 터미널에 도착한다. 아라 뱃길의 홍보관을 겸하고 있는 아라리움에는 뱃길의 역사 및 문화와 선조들의 이야기를 모아 홍보물을 전시하고, 15분짜리 만화입체영화를 상영하여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아라 뱃길의 필요성을 홍보하고 있다.
유람선 출발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므로 터미널의 꽃이라 할 수 있는 23층(71m)의 아라타워에 올라간다. 사방으로 탁 트인 전망대는 인천앞 바다와 영종대교, 서해바다와 운하를 연결하는 갑문이 발밑으로 내려다보이고, 수향2경으로 명명된 공원의 아름다운 조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인천 연안 부두에서 출발한 유람선이 갑문을 통해 운하로 들어오는 모습이다. 바다안쪽과 바깥쪽을 구분해주는 2개의 갑문이 있어 바다에서 운하 쪽으로 배가 들어올 경우, 바다와 갑문의 수위가 같아지기를 기다려 배가 들어온 다음 바다 쪽의 갑문을 닫는다. 그다음 갑문의 수위와 운하의 수위가 같아지기를 기다린 다음 운하 쪽의 갑문을 열어 배가 운하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황포돛배모양의 통제소에서 지시를 받는 갑문의 규모는 길이가 31m에 높이가 19m, 갑문의 무게가 무려 1,500여 톤에 이르는 육중한 문으로, 갑실의 길이가 210m에 폭이 28m에 이른다. 우리가 타고 갈 현대유람선 하모니호는 길이가 60m에 700톤급으로 650여명이 승선할 수 있는 규모로, 동절기라 관광객이 적은 탓에 하루에 한번 씩만 운행하고 있다.
동장군의 기세로 아라 뱃길도 결빙이 되었지만, 유람선의 뱃고동 소리에 부서지는 얼음조각. 둔탁한 굉음소리에 뱃길이 열리니, 마치 북극해를 찾아가는 탐험선과 같이 겨울이 아니면 체험할 수 없는 스릴을 맛본다. 선상에서는 러시아 무용수들의 공연이 무르익고, 조금 전에 걸어왔던 그 길을 유람선으로 되돌아가는 기분은 직접 체험하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자기만족이요 자아실현이다.
인천 앞바다에서 시작한 국토대행진이 한강과 낙동강, 금강, 영산강으로 이어지는 나라사랑의 징표로서, 백두대간 종주가 우리 몸의 뼈대를 이루는 등줄기를 따라가는 것이라면 4대강 답사는 혈관을 따라 온몸의 구석구석까지 찾아가는 답사 길이라 하겠다. 내 나이 69세 로 늦은 감이 있지만, 무사히 완주할 수 있기를 다시 한 번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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