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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무의도 여행길

 

무의도 여행길

호룡곡산(244m), 국사봉(230m),  당산 (  ?   )

 

 

 

2008년 6월 11일

연록색 여린 잎들이 햇볕의 보살핌속에 진초록으로 변하고, 개울가 언덕으로 밤꽃향기가 진동하는 6월 중순이다. 난생 처음 병원 신세를지며 자만심과 방심이 부른 사고에 대해 수없이 자책하며 반성의 시간을 보냈다.

 

 

 

배낭메고 수락산과 도봉산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볼 때 마다 부러움속에 한숨 지으며, 하루에 2시간씩 평지 걷기로 재활의 의지를 불태운다.  불암산에서 사고를 당한지 두 달 만에 완만한 산책 길을 다니는데는 큰 지장이 없겠다는 원장님의 말씀에 다시 태어난 기쁨으로 찾아낸 곳이 서해안 무의도에 있는 호룡곡산 이다.

 

 

 

 

이곳은 진작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산의 고도가 낮고 산행거리가 짧아  힘이 부족할 때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미루어 오던 곳이라 워밍업을 하는 히든카드로 뽑아들었다.

 


 

 

인천공항이 완공되기 전에는 하루에 2번씩 오가는 연락선을 이용하는 불편함으로 관광객들도 찾지 않는 외로운 섬이었다. 영종도와 삼목도. 영흥도까지 매립하여 동북아시아 중심지역을 꿈꾸는 우리나라의 관문으로 발전하면서, 여객선으로 10분 거리의 명소로 탈바꿈한 무의도.

 

특히 실미도라는 영화가 상영된 이후로 국민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30분마다 운행하는 배편으로 봄 가을에는 관광버스가 70여대씩이나 몰려든다고 하니 격세지감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산을 오르고 관광을 겸비한 명소로 우리 주위에 이만한 곳도 찾아보기가 힘든 곳이다.

 

  

 

의정부역 버스 정류장에서 공항버스로 1시간 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관내 버스로 용유도 거잠포에 내려 점진도 여객선 터미널까지 1km 가 넘는 길을 걸어가며 새로운 감회에 젖는다. 

 

 

갯마을 연도에는 먹거리 음식점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소금 끼를 흠뻑 먹은 소나무 그늘속으로 해풍이 시원하게 불어온다. 썰물의 간조 때라 광활한 갯벌이 속살을 드러내고, 바다로 향하는 어선들의 힘찬 고동소리로 활기가 넘치는 여객선 갑판위에서 오랜만에 행복에 젖는다.

 

 

 

 

여객선을 마중 나온 마을버스 편으로 남쪽 끝자락에 있는 광명선착장으로 이동을 하면 호룡곡산 입간판 옆으로 등산로가 열린다. 아직까지도 몸이 완전치 못한 탓에 어린아기 걸음마 처럼 조심조심 마을 길을 올라선다.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정든 고향집을 버리고 객지로 떠난 빈집에는 문짝이 떨어지고 마당가에 잡풀이 무성한데, 그 뒤편으로 양지바른 언덕위에 그림 같은 팬션이 자리 잡고 있으니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현장에서 세월의 무상함을 되돌아본다. 

  

 

  

마을을 벗어나면 곧 바로 키 작은 잡목들이 숲을 이루고, 오가는 인적도 없이 호젓한 산책로가 열린다. 두달간의 병원생활이 나에게는 지울 수 없는 잔인한 시간들이다. 어찌보면 자만심에서 오는 반성의 시간이요.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속제의 시간이고 무모한 짓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의 시간이었다.

 


  

 

듬성듬성 나타나는 바위들을 건너뛰며 숲길을 오르면 인기척에 놀란 산 까치가 허공으로 날아 오른다. 전망대 바위에 올라서면 상큼한 해풍이 전신을 파고든다. 소 무의도와 해녀도가 연무속에 몸을 숨기고  뱃고동 소리가 긴 여운을 남긴다. 

  

                                                  전위봉에서 바라본 호룡곡산

 

 

호룡곡산을 지척에둔 전위봉에 올라서면 앞 뒤를 분간할 수 없는 숲속의 터널로 빠져든다. 200여m의  낮은 산이라 얕보다가 길을 잃고 헤메기 쉬운곳이다. 나의 분신과도 같은 리본을  오른쪽 진행방향으로  달아맨다.

 

다시 산을 찾았다는 자신감에  그동안의 마음고생도 봄눈 녹듯 사라지고  주위에 펼쳐지는 사물들을 보듬어 안으며 내딛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   『八百山의 꿈은 이루어진다. 의정부의 산 꾼 풍운아 김완묵』

  

 

 

내려서는 계단 길에 날아오르는 나비 떼들.

엄동설한의 온갖 시련을 이겨내고 갑옷보다도 두꺼운 껍질을 벗어 던지고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는 수 백 마리의 나비들.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동식물들의 천국이 무의도다.

 

 

   

                                                           하나개해수욕장

 

 

  

광명선착장에서 한 시간이면 여유있게 오를 수 있는 호룡곡산(244m).  무의도에서 가장 높은산이다.  맑은 날이면 인천항과 인천국제공항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남으로 서산반도에서 북으로 교동도 넘어 연백평야와 웅진반도 까지 수평선 너머로 가물거리는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다. 정상에는 지적 삼각점과 안내도 그리고 서쪽으로 펼쳐지는 조망도가 있다. 

 

 

                                                                  국사봉 전경

  

 

  

정상에서 국사봉 가는 길은 오른쪽으로 사면 길을 내려서야 한다. 왼쪽의 등산로는 하나개 유원지로 가는 길이다. 하나개 유원지는 무의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수욕장으로 드라마 「천국의 계단」을 찍은 세트장이 있어 연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국사봉으로 향하는 등산 로도 무성한 숲 속의 터널을 지난다. 그래도 중요한 지점마다 전망대 바위들이 있어 지루한 산객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조망터를 안겨주니, 이래저래 무의도 등산은 바다와 숲, 바위가 어우러지는 전망 좋은 산책 길이다.

 

 

 

 

 


숲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안내간판을 지나면 철도 침목으로 만든 계단이 이어지고, 건너편으로 국사봉을 바라보며 분지로 내려서면 구름다리가 나타난다. 구름다리를 중심으로 왼쪽은 하나개유원지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호룡곡산 삼림욕장 간판이 있는 개안 마을이다.

 

보건소와 무의지소가 있어 행정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곳이다. 국사봉 오르는 절터에서 바라보는 마을은  섬에서 유일하게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논농사까지 경작을 하고, 여름에는 태풍을 피할 수 있는  평화로운 마을이다.

 

  

                                               분지를 이루고있는 개안마을

 

                                                              하나개 해수욕장

 

                                                    지나온  호룡산 연봉들

 

 

전망대 바위를 두루 거치며 그림 같은 하나개 해수욕장을 바라보는 재미로 힘 드는 줄 모른다. 계단을 올라 갈림길에 이르면 국사봉을 오르는 턱밑에서 노약자들을 위해 돌아가는 길과 질러가는 길로 나뉜다. 봄가을 주말이면 수 백 명씩 찾아오는 명소가 되다보니 널찍한 등산로 갈림길마다 이정표를 세우고 조망이 좋은 전망대 바위에는 섬들을 조망해보는 조감도까지 설치하여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친절한 안내를 하고 있으니 즐거움이 배가된다.

 

 

 

 

  

 

난이도가 약한 암릉길에 밧줄이 걸리고 거뜬하게 올라서면 국사봉정상이다. 지적 삼각점에 정상석까지 고루 갖춘 국사봉은 230m로 서해의 알프스라 칭할 만큼 고래바위, 마당바위, 부처바위 등, 기암절벽의 비경이 숨어있는 곳이다.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마다 국태민안을 비는 제사를 지냈다는 전설이 있으며, 1950년대 말 이곳 정상 부근에서 금동불상을 비롯한 수 백점의 토우들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부유물 처럼 떠 있는 실미도

 

정상에서 서쪽의 안부로 내려서면, 사통팔달의 갈림길에는 친절한 이정표가 가는 방향을 알려준다. 큰 무리 선착장과 실미유원지쪽으로 방향을 잡아 내려서는 비알 길은 호룡곡산에서 가장 경사가 심한곳이다. 완전치 못한 몸이라 조심스럽게 급사면을 내려서면 실미도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 바위가 반겨준다.

 

잔잔한 바다위에 떠 있는 실미도. 조용하고 평화로운 작은 섬에서 무슨일이 있었길래, 천만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았는가? 분단 조국이 낳은 불행의 씨앗이 잉태한 곳. 큰 무리와 산막개를 오가는 고개 마루에서 이정표를 따라 건너편의 헬기장에 오르면 국사봉을 비롯한 무의도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조망 터가 반겨준다.

  

  

  

 

 

실미고개에서 왼쪽으로 실미도 0.8km의 이정표에 이끌려 실미유원지로 내려선다. 울창한 소나무가 모래 톱을 뒤덮고 시원한 그늘속에 유원지가 펼쳐진다. 건너다 보이는 실미도는 특수부대원들이 김일성의 목을 따 오기위해 지옥같은 훈련을 받던 현장이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현장을 보기위해서는 썰물때를 맞추어 건너갈 수가 있지만,  오후 3시가 넘어야 바닷길이 열린다는 설명에 아쉬움을 뒤로한 채 발길을 되돌리고 만다.

 

 

 

 

 

당산으로 오르는 오솔 길.  이곳은 무의도 등산로 중에서도 가장 조용하고 호젓한 곳이다. 호룡곡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실미고개에서 산행을 끝내고 실미도로 내려가는 바람에 종주 꾼이 아니면 찾는 사람이 없다.  이곳은 전망도 좋아 광명선착장을 내려설때까지 바다와 실미도를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다. 

 

광명선착장에서 큰 무리 선착장까지 8km를 이어주는 산행은 넉넉하게 잡아도 3시간이면 족하고 위험한곳이 없으니 가족 등산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하나개 유원지와 실미도유원지에서 휴식을 하고, 조개구이를 비롯한 먹 거리가 풍부하여 서해안 갯벌에서 자연학습장으로도 유익한 곳이다.

 

                                                              당산 정상

 

 

 

전국의 산을 내 집 드나들듯 헤집고 다니기를 수 십 년. 700여산을 오르며 자신감과 자만심으로 등반사고를 당하고 2개월 동안 실의에 빠진 적도 있었지만, 이렇게 다시 산의 품으로 돌아왔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자중자애하며 건강을 지켜주는 산속으로 포근히 안겨본다.     

  

 

 

                                                          공사중인 인천대교

 

 

                                                        영종도 백운산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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