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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절반을 알바한 오두지맥 3 구간

 

절반을 알바 한 오두지맥 3구간

월롱산(229m),  기간봉(245m),  오두산(119m)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조강

 

2008년 2월 14일   산행시간: 5시간 50분     날씨 : 쾌청

소 재 지: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탄현면    산행거리; 17km

 

                                                             강 건너 북녁땅


지난주 한북정맥의 대미를 장식하는 장명산에 오르는 기쁨으로 건너다보이는 오두지맥의 매력에 푹 빠진다. 한북정맥이 남으로 내려오며 한강봉에 이르면 기산저수지를 품에 안고 서쪽으로 줄기를 이어가는 산맥이 있으니 이름 하여 오두지맥이라 부른다. 80여 km의 긴 여정을 고양시와 파주시의 너른 들판을 굽어보며 통일의 동산으로 조성된 오두산까지 한북정맥과는 곡릉천을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주능선을 일컫는다.

 

 

                                                   남쪽으로 심학산과 한강 하구언

 

3년 전 제1구간을 답사하며 공군부대가 있는 계명산을 통과하며 혼이 난적이 있어 포기했던 곳이다. 군부대가 있는 박달산 구간은 별 특징이 없으므로 다음으로 미루고, 오두산에서 바라보는 임진강과 한강이 모여드는 두 물머리의 낙조를 상상하며 두 날개를 활짝 펼친다. 

 

 

지난번 장명산의 마지막 구간에서 탄약중대를 찾아가는 대중교통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여 이번에는 돌다리도 두드리는 심정으로 회룡역에서- 종로 3가 - 불광역 - 문산가는 909번 좌석버스를 이용하다보니 2시간 반이나 걸리는 지루함속에 월롱면의 신성레미콘 공장앞에 도착한다. (9시 10분)

 

 

 

 

위전리로 표시되어 있는 버스정류장을 인근 주민들은 신성레미콘으로 부른다. 횡단보도를 건너 경의선 철길을 지나는 벼랑은 복선공사가 한창이라 무단횡단하기에는 너무도 위험하다.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100여m  내려선 지점으로 건널목을 지나 초계탕 막국수 집 뒤편으로 올라서면 마루 금이 연결된다.

 

 

 

아침기온이 영하 8도라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온도 올라가고 쾌청한 날씨에 멀리까지도 시원하게 펼쳐지는 조망으로 산행하기에는 아주 좋은 아침이다.

 

 

 

100여 m를 진행하면 VTC 건물이 자리 잡고 안마당을 가로질러 마을길로 내려서면, 건강을 책임지는 한 바람 주식회사의 공장을 뒤로하고  잠시 후 방호벽이 자리 잡은 삼거리 길에 이른다. 

 

 

 

 

선 답 자들의 산행기와 일치하는 종주 길에 자신감을 갖고 다락고개에서 남쪽으로  2차선 아스팔트길로 진행한다. 파주시 예비군 훈련장표시가 있는 삼거리 길에 이르고 *월계단 청사 문화의 요람* 기념비를 둘러보며 예비군 훈련장 진입로를 따라간다.

 

 

 

차선도 없는 포장길을 따르면 충격방지라 쓴 방호벽이 나타나고 커브 길의 반사경에 자신의 모습을 찍어 보는 여유를 부린다. 신일무역이 있는 공장지대에서 직진하면 부대정문이 나타나고 날카로운 눈초리로 바라보는 초병들을 뒤로한 채, 왼쪽으로 철조망을 따라 폐가 앞마당을 지나 곧바로 송림 속으로 들어서면 훈련장이 전개된다. -9시 45분-

 

 

 

빽빽이 들어선 송림 속에는 훈련장의 시설들이 자리를 잡고 아침산책을 나온 주민들과의 가벼운 인사를 나누며 거미줄같이 얽혀있는 미로 속을 헤집고 주능선에 올라선다. 탄탄대로 등산로가 열리고 장뇌삼 재배지도 나타난다.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경고문을 바라보며 왼쪽으로 전주이공의 가족 묘지를 지나 본격적인 월롱산 오름길이 시작된다.

 

 

 

 

갈림길마다 깔끔하게 세워놓은 이정표와 벤치가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고도가 높아질수록 시원하게 트이는 시야로 가슴속이 활짝 열린다. 멋드러진 노송의 그늘아래 펼쳐지는 암능이 지루한 산행 길에 활력소가 되고 월롱산 정상이 모습을 드러내는 양지바른 산기슭에 자리 잡은 용상사가 눈 길을 사로잡는다.

 

 

 

 

길손들의 정성으로 돌탑이 모아지고, 상큼한 바람이 불어와 송글송글 맺힌 땀바울을 매만지는  쉼터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수 만평의 대지위에 펼쳐지는  LG필립스 LCD단지가 장관을 이룬다. 디지털 한국의 위상을 부각시켜주는 현장을 바라보며 마음도 한 껒 부풀어 오른다. 완만한 오름길에는 벙커와 나무계단 이 있고, 너른  헬기장에 산불 감시초소가 있는 정상에 올라선다. - 10시 25분- 

 

 

 

 

정상에서 산불감시 초소가 있는 곳으로 내려서면 월롱 산성지 표지판이 있다.  4세기경 백제가 한강 유역을 기반으로 건국하면서 한강과 임진강이 합류하는 전략적 요충지인 이곳을 통제하며 쌓은 주성이다. 백제의 전성기인 근초고왕때 주로 활용하였으며 삼국의 격전장으로 많은 유물이 출토되었다고 한다. 수직단애를 이룬 기암절벽을 보기위해 남쪽의 중계탑이 있는 임도를 따르면 잠시 후 간단한 운동기구들이 있는 체육공원이 나오고 남쪽으로 수백 척의 단애를 이룬 절벽위에 올라선다.

 

  

              『月籠山城址  경기도 기념물 제196호 /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 산138

월롱산은 삼국시대 백제가 한강유역을 중심으로 국가를 건국한 4세기 전반 경에 임진강과 한강의 하구 지역을 통제하던 초기 백제의 주성이다. 월롱산이 위치한 곳은 북쪽으로는 임진강과 내륙지역, 서쪽으로는 임진강과 한강이 합류하여 서해로 흘러들어가는 요충지로 성의 외벽은 수직의 절벽을 이루고 있으며 성의 내부는 평지성처럼 가용 면적이 매우 넓어 천연의 요새라 할 수 있다.

 

월롱산의 지표조사 결과 3세기에서 4세기 중반의 회청색 격자문자문 토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역사적으로 백제의 전성기인 근초고왕 때 이 산성이 주로 활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산성의 형태는 월롱산 정상부의 내성과 동쪽으로 뻗은 능선을 따라 가위모양으로 둘러진 외성으로 구성되고 있는 전형적인 테뫼식 산성으로 성곽의 길이는 1,315m, 면적은 33,232㎡에 달한다. 월롱산성은 삼국시대 한강유역을 중심으로 영토분쟁을 벌였던 시기에 한성백제의 전략적 기능과 문화상을 살펴 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높은 산이 없는 평야지대에 이런 천연요새가 자리 잡고 있으니 호각을 이루던 삼국시대에 훌륭한 전진기지로 활용되었으리라 짐작해본다. 남쪽으로 한북정맥의 끝자락인 장명산을 중심으로 유유히 흐르는 곡릉천이 파주평야를 휘감아 돌고, 금촌 읍내의 아파트들이 빌딩숲을 이루는 가운데일산 신시가지들이 아련히 바라보인다.

 

 

 

오두지맥을 답사하며 이런 절경을 구경하지 않고 어찌 월롱산을 올랐다고 할 수 있으리. 지적인식표가 있는 벼랑 끝에서 사진 한 장으로 추억을 만든다. 서쪽의 기간산을 바라보며 벼랑길을 타고 북쪽으로 틔워진 오솔길을 따라가면 조금 전의 월롱 산성지 표지판 앞에 이르고 널찍한 임도를 따라 서쪽으로 내려선다.

 

 

                                        『 지적삼각점 인식표

1.소재지: 경기도 파주시 검산동 산1(월롱산)                   2.명칭 및 번호: 경기 321                       3.표고: 218.54m

4.유의사항 - 지적삼각점은 지적측량을 하기위한 가장 기준이 되는 점으로 훼손되지 않도록 선량한 국민의 보호 의무를 다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5.관리청: 경기도 건설지적과 (031-870-2319)                      6.설치년월일: 1999. 11. 1   

 


 

응달 편으로 겨우내 내린 눈이 빙판을 이루고, 널널하게 이어지는 하산로를 따라 헬기장을 지나 사거리 안부에서 시멘트 포장도로와 작별을 하고 산길로 들어선다. 푹신한 갈피들이 피곤한 발길을 어루만지고 양지바른 잔디밭에서 간식을 들며 막걸리 한잔도 곁들인다.(11시 10분)

 

                                    월롱산 정상의 치성단

 

 

가는 길도 시원하게 펼쳐지고 얼근하게 오른 술기운에 휘적휘적 걸어가는 발걸음에 거칠 것이 없으니 한 세상 좋을 씨고. 잠시 후 내려선 2차선 포장도로는 탄현 택지개발지구와 금촌동을 오가는 363번 도로다. 이곳에도 방호벽이 있고 왼쪽으로 하이마트 물류센터와 레미콘 공장의 굉음소리와 개들의 울부짖음에 주늑이 들어 방호벽 남쪽기슭으로 비포장 임도를 따라 오른다.

 

                               기간산에서 바라본 월롱산

 

 

 

늘 산행중에 가장 가파른 오름길이다. 경사가 급해지고 가는 길이 거칠어진다. 등줄기로 땀방울이 흥건히 흘러내리고, 밭은 숨소리와 무뎌지는 발 걸음에 멈추는 시간이 많아지는 비알 길을 10여분간 올라서면 군부대 철조망이앞 길을 가로막는다.

 

앙살 맞은 삽살개 2마리가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핏대를 올리고, 주위를 살필 겨를도 없이 왼쪽으로 철조망을 따라가면 조명지뢰 경고판 앞에서 간이 콩알만 해진다. 벙커의 둔덕을 따라 5분여 진행하면 왼쪽으로 낮 익은 리본들이 손짓을 한다. -11시 45분-

 

 

                              마루금이 잘려나간 절개지

 

 

 기간산의 군부대를 무사히 지나왔다는 안도감에 한숨을 돌리고 서쪽을 바라보니 앞으로 진행할 주능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교통호 봉우리에서 남서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소나무와 노간주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안부에서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진행하면 동해물산이 있는 포장도로에 내려선다.

 

 


 

 

이곳에도 전차 저지선인 방호벽이 있어 날 등위로 올라선다. 푹신한 소나무의 갈비들이 지친 몸을 어루만지고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농산물 물류 센타의 거대한 건물들이 앞을 가로 막는다. 잠시 휴식을 한 다음 절개지를 따라 북쪽능선으로 올라서면 왼쪽으로 마루 금이 열리고 물류 센타를 왼쪽에 두고 낮은 구릉을 몇구비 돌아가면 산불의 흔적이 있는 벌목의 현장에 이른다. -12시 40분-

 

 

 

이곳까지는 자로 잰 듯이 정상코스로 마루 금을 밟아 왔지만 이제부터 어처구니없는 알바가 시작된다. 힐긋 뒤돌아보는 눈길에 소나무 가지에 걸려있는 노란 리본들. 대간 길과 정맥 길에서 수없이 보아온 낮 익은 리본들이라 조금도 의심없이 리본들이 손짓하는 대로 무심코 발길을 돌린다. 남쪽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키 높이로 무성한 잡목들이 앞을 가려 주위를 판단하기도 어렵고 리본들의 마력에 이끌려 내려선 곳이 릉성구씨의 묘소 앞으로 졸졸 흐르는 도랑을 건너면 동리 입구가 아닌가?

 

                                    건너편의 기간산


아 아니 이럴 수가?

마루금은 실종되고 "닭 쫒던 개 지붕 처다 보는" 격으로 갈 길을 잃고 허망하게 바라보는 주능선이 모두가 생소한 곳이다. 이럴 때를 대비하여 지도가 필요한 것인데. 새벽잠 설치며 서두르는 바람에 집에 두고 온 것을 후회해 봐야 기차 떠난 뒤의 일이고, 주위를 조망할 수 있는 높은 곳이 없다보니 잡목 속에서 살길을 찾아 허둥대기 시작한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판단이 흐려지고 리본이 달려있는 곳에서 사방을 둘러봐도 막연하기만 하다. 지금에서야 확신이 서지만 지맥의 구간을 이어가는 도중에 마루금을 찾아가며 일행들을 위해 달아 놓은 것으로, 벌목현장에서 서쪽으로 진행해야 할 것을 역으로 들머리 쪽으로 내려온 것이 화근이 아니었나? 싶다.

 

                             맥금동 상골 버스정류장 앞


30여 분간 동분서주하며 부지런히 살길을 찾다 보니, 저 멀리 바구니고개를 지나 이어지는 공원묘지가 서북쪽으로 아련히 바라보인다. 현재 시간이 13시 30분 그곳으로 찾아가기에는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있고. 한 겨울의 짧은 해가 옷깃을 파고드는데, 오두산까지 그 먼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자신이 없어 스스로 포기하고 만다. 양지바른 뫼 잔등에 앉아 자책을 하며 남아있는 막걸리 잔을 기울인다.

 

                                  오두산 오르는 길

 

                             멀리 고려 사적관 전경


산골짜기의 다락논을 가로질러 임도를 따라 1km 쯤 내려오니 마을이 나타나고 경로당의 노인들에게서 맥금동 상골이라는 위치를 확인한다. 버스 정류장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처량한 모습을 어찌 대간을 누비는 산 꾼이라 하겠는가? 가까스로 마을버스에 올랐지만 찜찜하기 그지없어 망설이던 끝에 갈현사거리에서 내리고 만다. -14시 10분 -

 

 

 

 


마루 금에서 이탈은 했지만, 두 물머리의 환상에서 벗어날 수 없어 서쪽으로 펼쳐지는 4차선 도로를 따라 오두산을 향해 발걸음을 시작한다. 2-3km 거리에 있다는 오두산은 가도 가도 끝이 없고 보도 불럭 위를 걷는 피로함으로 발바닥에 불이 난다. 장릉입구 - 통일초등학교 입구 - 영어마을 입구까지 6km를 걸어온 뒤에야 성동사거리에 도착하며 통일동산으로 오가는 셔틀버스 주차장에 도착한다. -15시 30분-

 

 

                                  강 건너 김포반도


심신이 피곤하여 편안히 버스를 이용할까 망설이지만, 산 꾼의 체면이 용납하지 않아 그대로 철대문의 쪽문을 통해 아스팔트 포장길을 오른다. 고가도로 아래는 자유로를 오가는 차량 행렬들이 꼬리를 물고, 시원하게 펼쳐지는 두 물머리와 북녘 땅이 정겹게 다가온다.

 

                                                                강 건너 북녁의 개풍군

 

 

 

맥 빠지는 종주 길. 조국의 마루 금을 이어간다는 자긍심으로 한강의 벼랑위에 솟아있는 오두산(119m)정상에 올라선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가히 선경이다. 북녘의 백두대간에서 발원한 임진강과 강원도 대덕산 기슭의 검룡소에서 발원한 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오두산 앞에서 한강이 끝나는 머머리섬까지를 조강이라 부른다.

 

김포반도를 휘돌아 강화만을 빠져 나가는 저 강물이 한반도의 중심부를 흘러내리며 우리민족의 뿌리를 적시고 무한한 저력을 키워내며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 내지 않는가. 지금은 비록 휴전선의 철책이 가로 놓여 있지만 언젠가는 남북이 하나 되어 꽃을 피우리라.

 

 

 

 


두 물머리의 조강위로 낙조를 드리우는 황금빛 물결. 시원하게 펼쳐지는 한강의 기적은 우리가 일구어낸 훌륭한 유산으로, 세계로 향하는 관문이요. 21세기를 열어가는 희망이 아닌가?

 

 

 

우리 민족의 역사와 조상들의 삶이 녹아 흐르는 장강의 물결 속에 수 천 수 만 년을 이어 온 어머니의 강, 무릇 이 나라 산천의 기백과 정신이 백두대간과 그 품안에 깃든 크고 작은 강줄기에 어리고 서렸으니, 오늘도 내일도 걷고 또 걸으며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마음껏 사랑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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