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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해금강 품에 안은 노자산과 가라산

                                        

 
                                                     

 
                                해금강을 품고 있는 노자산과 가라산.

노자산(565m), 가라산(585m)

 


산행일시: 2007년 7월 17일 12시 30분 - 16시 30분  산행시간: 4시간

소 재 지: 경남 거제시 - 남부면, 동부면    안전산악회   산행거리: 약 9km

참여인원: 60명    날   씨 : 흐린 뒤 맑음




장마 한복판에 제헌절이 들어있고

모처럼 쉬는 날 인터넷에 들어가니

한 눈에 쏘옥 들어오는 산행지가 있으니

거제도의 남쪽 끝자락에 노자산과 가라산.




월척을 낚은 기쁨으로 일찌감치 예약을 하고

양파 껍질 벗기듯 조 금씩 조 금씩

신비의 베일을 찾아 자료 찾기에 분주한데

주간 예보에는 전날부터 전국적으로 비 소식을 알린다.




다된 밥에 코 빠트리는 격으로 한 아름 실망을 안고

기상대의 예보가 빗나가기를 빌어보지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16일 아침부터 폭우 성 강우가 계속된다.




숯 검댕이 처 럼 타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산악회에 문의를 하니

태연하게도 5대의 버스에 예약을 받아 준비 중이며

내일은 거제도에 비가 오지 않는 다는 자신에 찬 대답에

새로운 용기를 얻는다. 


차창에 스치는 통영시

불원천리 머나먼 길에

한려수도의 그림 같은 쪽빛 바다를 바라보며 

산을 오른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기쁨이 넘쳐 나는데

그 아름다운 풍광을 비속에 오른다는 것은 맥 빠지는 일이 아닌가?


바위산 뒤로 가라산 정상

이번이 아니면 다시 찾아오는 기회를 잡기 어려워

내키지 않는 일이지만 주섬주섬 배낭을 꾸리며

스피치에 판초우의 덧옷까지 챙기며

비를 멈추게 해달라고 간절한 소망으로 빌어본다.




새벽 4시 베란다에 나가보니 먹장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어도

 가늘어진 빗줄기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집을 나서 창동역에서 환승을 하여

6시 30분 집결지인 사당역 1번 출구 공영 주차장에 올라서니

휴일을 맞아 산을 찾아 모여드는 인파로 파시를 이루며

흩날리는 빗줄기에도 아랑곳없이 함박웃음에 활기가 넘쳐흐른다.




6시 50분 정시에 출발한 버스는 양재역으로 복정역으로 순례를 하며

5대의 버스도 모자라 봉고차까지 동원하는 행사로 질서 잡기에

여념이 없는데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외도관광객을

모집하며 모처럼 제헌절과 맞물려 200여명이 몰려드니

가뭄 속에 대박을 터트리는 행사가 아닌가?




서울에서 가장 멀리 있는 도시가 장승포라면

거제도 또한 멀기는 매한 가지로 천리가 넘는

머나먼 길을 달려가는 버스는 차안에서 김밥 한 줄씩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산청 휴게소에서 10분간의 여유를 주며 줄기차게 달려간다.


망골 입구

산악대장의 호언장담이 현실로 이어 지는 듯

대전 지방을 지나며 먹장구름도 아침햇살에 녹아들며

푸른 하늘이 열리고 우리의 마음도 활짝 열린다.




거제도는 10여 년 전 아내와 함께 다녀간 곳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드라이브 코스에 매료되고

꿈속에서나 볼 수 있는 외도의 아름다움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곳이다.




신바람 나게 달려온 버스는 예상시간 보다도 빠른 12시 30분

다대 초등학교 앞에 도착하며 곧 바로 산행이 시작된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하는 머나 먼 곳으로 당일 산행이 가능해 젖으니

이래저래 산으로 향하는 마음에는 무한한 행복이 만개한다.




동리 어구에서 시작된 산행은 60여명의 대 이동으로 장사진을 이루고

양계 농장을 지나 망골로 들어서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데

키 작은 아열대 식물들이 빽빽이 들어찬 밀림 속에는

비온 뒤 끝에 쏟아지는 태양열로 산자락에  들어서기도 전에

 등줄기가 땀방울로 흥건히 젖어온다.




섬의 규모에 비해 높은 산이 별로 없는 거제도에서

585m의 가라산이 가장 높은 곳이라 만만하게 보았다가는 큰코다칠 일.

시작이 해 수면과 같으니 700m가 넘는 도봉산보다도

오르기에 힘이 든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곳으로

500m급의 산이 10여개나 산재하고 

중부지방에서는 소나무와 참나무가 주종을 이루지만

이곳에는 아열대 식물인 자작나무와 박달나무 동백나무에 후박나무까지

600여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고 한다.



 

고도가 높아지며 경사도 가파르고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불볕더위 속에서 40여 분간 줄줄 흐르는 땀을 주체 못하며

안간힘으로 안부에 올라 한숨을 돌리고

10여 분간을 더 오른 후에야 전망대 바위에 올라선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해풍에 가슴을 열어젖히고 뒤돌아보는

저구리만과 다대만 그 너머로 한려수도의 푸른 물결이 파도에 밀려오는

그곳에 점점이 떠있는 섬들이 우리의 마음을 유혹한다.






바다와 섬들의 유혹으로 발걸음도 느려지고 쉬엄쉬엄

 망등에 이르면 다대마을 2.1km 가라산 0.4km의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고

곧이어 헬기장에서 가파른 비알 길을 치고 오르면 가라산 정상이다.

- 13시 45분 -








가라산 정상이 보인다.

가라산은 서기 503년 가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금관가야의 국경이 북으로는 해인사의 뒷산(가야산)에서 남으로

거제도의 끝까지 였는데 가야산이 가라산으로 변음이 되어 구전되고 있다고 한다.








가라산에서 내려다보는 해금강은 용이 여의주를 물고 동해로 날아가는

형상이라고 하지만 짙은 해무로 윤곽조차 그려볼 수 없으니 

안타까운 마음으로 정상석을 부여잡고 사진 한 장 누르고

서둘러 발길을 돌리는데 잠시 후 헬기장에 내려서면

북쪽으로 뫼 바위, 마늘바위 그 뒤로 하늘 금에 노자산이 파노라마를 이루며

 동쪽으로는 다대포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열린다. 


 

아름다운 산행길 조릿대 사이로

 



한낮의 폭염을 피해 나무그늘로 들어가 점심요기를 하고  

진마이재로 내려가는 비알 길은 지난밤에 내린 빗물로 질퍽거리고

물먹은 바위를 넘을 때는 오금이 저려오는 15분간의 긴장 속에

억새풀이 무성한 진마이재에 이른다.  - 14시 16분 -




뿌리 드러낸 비알길

뫼바위와 마늘바위 그뒤에 노자산







뒤 돌아보는 가라산

우측으로는 대밭 골을 거쳐 내촐로 내려가는 길이고

직진을 하면 노자 산으로 가는 종주길이지만

내려온 만큼 올라가야하는 뫼 바위가 장벽처럼 높아 보이고

거친 숨소리에 물먹은 솜처럼 무거운 몸놀림은 한증막의 열기 속에 흐느적거린다.




밀림속엔 싸리꽃이 만발하고

뒤 돌아보는 가라산

고도가 높아지면서 스릴 넘치는 암 릉길

뫼 바위에 올라서면 시원한 조망 터로 통영앞바다와 학동의 해수욕장이

자리 잡고 있지만 짙어지는 해무는 우리의 소망을 송두리째 앗아간다.


뫼 바위

외도 앞 바다의 유람선이 포말을 일으키며

실망스런 눈초리로 발걸음을 재촉하면

돌무더기 무너진 성터를 따라 산행길이 이어진다.

노자산 까지 이어지는 거제도 제일의 조망 터를 가슴속에 묻어두고

그래도 비가 내리지 않는 것을 위안삼아 무거운 발걸음을 이어간다.




 

노자산의 정상이 저멀리에

뫼 바위

가파른 비알 길을 내려서면

가라산과 노자산의 중간지점인 뫼 바위 쉼터에 이른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서둘러 자리를 뜨지만 또 다시 오르막길.

 망산에서 시작하는 노자지맥의 종주길이 한려수도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거제도를 일주한다니 그 멋진 산행 길은 상상만으로도

구미가 당기는 일이 아닌가?  -14시 30분-




길섶의 어린묘목

마늘 바위

우뚝 솟은 마늘바위 미끈하게 잘생긴 암봉의 벼랑길에

샛노란 원추리가 무리지어 피어나고

이름 모를 야생화가 천국을 이루지만 갈 길 바쁜 나그네의 발걸음이

벼랑길을 오르지 못하고 우회로를 지나면서 곁눈질로 흘끔거린다.


발아래는 학동 마을이

 





마늘바위 쉼터에 도착하면 노자산이 지척이라.

전망대만 지나면 곧바로 정상인데 공사 중이라는 말 한마디에

벼랑길로 내몰리고 수 백 미터의 비알 길을 내려선 뒤에야

좌측으로 뚤 린 우회로를 따라 정상으로 향한다. - 14시 45분 -


마늘 바위

해무속의 선경



멀어만 보이던 노자산 정상 너른 공터에 산불 감시 초소

커다란 정상석이 중심을 잡고 사방팔방 막힘없이

조망이 터지는 거제도 제일의 전망대에서

막힌 가슴 활짝 열고 사자후를 토한다. - 15시 55분 -


지나온 마늘바위

전망대 공사로 학동고개로 애려서야 한다.

불로초와 절경이 어우러져 늙지 않고

오래오래 사는 신선이 된 산이라 하여 老 子 山으로 불리는

이산은 거제도의 동남쪽에 자리 잡고 동부면 구천, 부춘, 학동을 끼고 있는

천하절경이지만 야속하게도 끝내 속살을 감추고 마니

안타갑기 그지없다.








너른 헬기장에서 북쪽으로 직진을 하면 종주길이고

우리의 행선지는 우측의 자연 휴양림이다.

가파른 벼랑길엔 왕 사토, 돌 자갈이 발길에 채이고

나무 등걸 뿌리 채 앞길을 가로막아

지친 몸에 두 다리가 후들 거린다.


거제도의 고봉들

하산로의 고목나무 이끼

20여분의 고생 끝에 휴양림에 도착하며 오늘의 산행도 마감을 하고

거제도가 자랑하는 자연산 회를 안주로 소주잔을 기울이며

불원천리 귀경길에 행복의 나래를 편다.










산 도사  오익근 선생님

바다도 해무속에 잠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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