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6 호
발 행 일: 2005년 3월 25일
문호리의 숨은 진주 매곡산을 찾아서
풋대봉(354m), 매곡산(500m), 가마봉(440m)
저녁에 이 춘길씨 내외와 약속이 있어 장거리 산행은 하지 못하고 서울 근교의 산을 물색 하던 중 평소에 눈여겨 두었던 풋대봉과 매곡산으로 마음을 정하고 교통편이 열악하여 망설이다가 지난 가을 통방산과 삼태봉 중미산을 다녀오며 이용했던 청량리 발 2228번이나 8번 버스의 신세를 지기로 했다.
주위의 이름 있는 산들의 명성에 가려 그 존재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산이기에 자료도 빈곤하여 손치석씨의 거기 산이 있었네의 자료를 참고로 진행을 하게 되는데 산행시간이 짧은 관계로 양수리의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가도 둘러보고 시간이 되면 두 물 머리 정자나무도 답사할 계획으로 된 새벽에 일어나 청량리 위생병원 정류장에서 2228번 버스를 타고 조안면 능내리에서 내려 정약용 선생의 생가를 찾아가는 길은 차도에서 1,2km 떨어진 풍양나루의 경안천이 합류하는 경관좋은 야산에 묘가 임산배수의 명당에 자리 잡고 그 아래 분지에 새로 단장한 문화재 건물이 정돈되어 있는데 그 분의 철학이 담겨있는 거중기는 도르래를 이용하여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기중기의 효시로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발굴하고 연구한 업적이 돗보이며, 때마침 떠오르는 태양이 팔당호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환상 속에 서둘러 능내리 정류장으로 되돌아 나온다. (08시 30분)
8번 버스로 문호리에 도착하여 들머리인 문호교회를 찾아가 가파른 절개지를 가로질러 참나무가 무성한 숲으로 들어서니 완만한 능선에는 그 흔한 리본하나 없이 낙엽만 수북히 쌓여 산 꾼들도 외면하는 호젓한 산길에 표지기 五百山으로 향하는 발걸음, 의정부의 산꾼 풍운아 김완묵 를 달아가며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사색을 즐긴다.( 09시 )
전형적인 육산으로 키 작은 갈참나무와 자작나무들이 주종을 이루고 능선에는 팔뚝보다도 굵은 싸리나무와 잡목들이 앞길을 가로막는데 가파른 무명봉에 올라서니 모든 잎새 떨군 앙상한 가지 사이로 북한강의 물줄기가 도도히 흐르고 호안으로 화려한 모텔들이 자태를 뽐내며 건너편에는 영화 촬영소가 양지바른 산 비알에 빠알간 지붕 머리에 이고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다.( 09시 40분)
굽이굽이 능선 길을 돌아 오를 때 인심 좋은 약초꾼들 가파른 정수리를 비껴서서 사면 길로 돌아서니 수월한 산행 길에 발걸음도 가벼운데 잡목이 무성한 풋대봉 정상에는 낙락장송의 비닐 표지판이 나뭇가지에 걸려있고 1988년 복구한 삼각점이 선명한데, 아름드리 참나무에 대못 질로 경고판을 달아놓고 본 임야는 특수작물 재배지역으로 산 더덕, 고사리, 산채를 무단 채취하다 발각되면 형사처벌과 손해배상을 하게 되니 접근을 금한다는 양평군 특수작물 영농조합의 서슬 퍼런 엄포는 소득증대의 일환으로 이해가 가지만 수십년된 거목들을 벌채하여 민둥산을 만들고 가파른 경사면에 계단식 임도로 마구 파헤치는 것이 잘하는 짓인지, 숲이 없어지면 산채도 약초도 사라지고 만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애꿎은 산 꾼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며 잘려진 나무들로 산길을 가로 막으니 답답한 심사를 어이할 꺼나.(09시 55분 . 10분 휴식)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을 뛰어 넘으며 가파른 능선을 치고 오르니 매곡산 정상이 지척인데 이번에는 가파른 산허리를 계단식으로 만들어 온갖 석물로 조성된 양지공원 묘지가 자리 잡고 있다.
질서정연하게 자리 잡고 있는 망자들이여 그대들의 육신은 후손들 잘둔 공덕으로 양지바른 언덕아래 편안이 잠들고 시시 때로 찾아와 문안드리는 자손들이 있어 외롭지 않겠지만, 쇠 음달 한 귀통이 손바닥만한 패찰 가슴에 달고 봉분은커녕 어깨가 비길 정도로 총총히 세워 편히 쉴 자리
하나 없이 구천을 떠돌고 있을 영혼을 생각하면 그들도 자손 키워 낼 때 애지중지 하였건만 살아서도 죽어서도 있는 자와 없는 자의 빈부차가 극명하게 갈렸으니 우리의 인생살이 애닯다 어이하리.
오늘의 산행 길에 가장 가파른 매곡산 오름길, 영하 10도가 넘는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 송글 맺히고 거친 숨결 몰아쉬며 올라선 정수리엔 1988년 복구된 양수 434호인 삼각점만이 외롭게 자리 지키고 삭풍에 나부끼는 우정산악회 리본 옆에 풍운아의 표지기도 함께 매달아 사진 한장 누르며 위로를 하고 잡목이 무성한 숲길을 빠져 나오니 산불 감시초소 바로 옆에 헬기장에 도착한다.( 11시 30분)
오늘의 산행 중에 가장 조망이 좋은 곳으로 키 작은 억새풀밭 바람결에 흩날리고 하늘까지 맑게 개여 수 백리 산들도 마루금을 이루는데 시계방향으로 북쪽의 경기2봉 명지산이 연인산을 아우르고 한북정맥 국망산이 남쪽으로 내 다를때, 화악산의 높은 정상 하늘아래 우뚝한데 북배, 가덕, 계관산이 줄기 이뤄 북한강에 발 담그고, 천마산 솟은 고봉 남양주를 품에 안고 건너편에 화야산이 쥘부채를 활짝 펴고, 통방산, 삼태봉, 중미산이 노문리, 명달리, 정배리를 품에 안고 높디높은 한강기맥 청계산, 옥산, 소구니산, 유명산이 하늘 금을 달려 갈때 철 모자 눌러쓴 용문산이 선명하니 많고 많은 저 산줄기 내 발자취 뭍어 있어 어느 하나 소홀할까?
산불 감시초소를 지나면 우측으로 울울 창창 잣 나무숲, 좌측으로 능선 따라 아름드리 참 나무숲, 인적 없는 산등성이 낙엽만 무성한데 무심한 겨울가뭄으로 먼지만 펄펄 날고, 내친김에 달려간 봉우리는 가마봉이 분명한데 사방을 둘러봐도 정상흔적 찾지 못해 풍운아의 표지기로 나뭇가지에 표시하고 남쪽으로 능선 따라 내려오니 정배리와 노문리에서 넘어오는 포장도로에는 노문리 갈림길이 200m전방이라는 입간판이 나를 반기고 3시간 40분간의 산행을 마감하고 문호리로 걸어오다 인심 좋은 젊은 새댁 승용차를 태워주어 1시간 넘는 산길 수월하게 도착했네.( 12시 40분)
때 마침 오후1시에 출발하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으니 이런 횡재가 어디 있나.
사전의 예정대로 양수리에 도착하여 두 물머리 찾아가는 길은 터미널 건너편의 골목으로 접어들어 1km 남짓 되는 거리지만 매서운 강바람에 몸을 움츠리며 걷는 발길 고난의 길이지만 두 물머리 정자나무 모든 잎 새 떨 구고 앙상한 가지로 반겨 주지만 400년의 세월 속에 높이 30m, 둘레 8m의 거목으로 자란 준수한 외모로 뭍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양평군에서 보호수로 지정을 하여 관리하고 있다.
발원지를 떠난 실개천이 시냇물을 이루고 394.25km흘러내린 남한강과 325.5km의 북한강이 한곳으로 합궁하는 두 물머리 나루터는 강이 아니라 도도히 흐르는 넓은 바다를 이루고 정자나무 그늘에서 바라보는 물결은 평화로움이 감도는 어머니의 품속과도 같이 거친 세파를 가라앉히는 안식처로 한강기맥을 종주 하는 날 다시 한번 찾아보리라.
붉게 타오르는 내설악 가리봉 (1,519m)
산행일시 : 2004년 10월 3읠 소 재 지 :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 북면 (설악산 국립공원 )
설악산의 그 어느 계곡과 능선 중에 만만한 곳이 있으랴만 특히 내설악의 가리봉 능선이야 말로 산 꾼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으로 서북능선에서 바라보는 가리봉과 주걱봉이 하늘로 향해 치솟은 첨봉으로 아슬아슬하게 단애를 이룬 능선이야말로 용아장성의 명성에 버금가는 곳으로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언젠가는 꼭 넘어야할 대상이기에 산정산악회와 함께 대장정에 오르게 되었다.
10월의 싸늘한 기온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이른 아침 구름 한점 없이 청명한 날씨는 우리의 산행 길에 내려주신 축복이요. 두 물 머리 호수위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수초사이를 맴돌고 정대장의 자세한 산행설명으로 다시 한번 긴장을 하게 되며 전국의 350산을 오르내린 산 꾼을 자처하면서도 4m 직벽 코스의 난이도를 생각하면 오금이 저려온다.
아직은 단풍의 절정기가 아니라 도로의 정체현상도 없고 시원하게 뚤린 44번 국도를 따라 예정시간대로 10시 30분 출발지점인 자양천 상류, 한계령 1,7km 못 미친 지점에 도착하여 1m가 넘는 옹벽을 넘어서며 하늘을 가린 무성한 밀림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처음부터 가파른 벼랑길을 기어오르며 싱그러운 아침공기에 흠뻑 취해 땀을 드리울 시간도 없이 5분 만에 천연기념물 보호비가 세워진 안부에 올라서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게 되는데 생각보다 편안하고 완만한 능선 길에 한여름 짙푸른 나뭇잎들도 연록색으로, 노란색으로 갈아입고 길가에는 조릿대의 무리가 군락을 이룬 가운데 무성한 싸리나무와 철쭉나무 사이로 서북능선의 상투바위와 귀때기청봉이 화려한 조경을 연출하고 한계령 남쪽으로 백두대간 길 따라 날카로운 침봉들이 불꽃을 피워 올리며 그 뒤로 넉넉한 인심을 품고 있는 점봉산이 하늘 금을 긋고 있다.
위험한 등산로로 소문이 난 탓인지 이곳을 찾는 등산객도 그리 많지 않고 자연의 생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주위로는 앙상한 고사목 사이로 단 단풍이 붉은 핏빛을 토해내며 물들이고 언뜻 언뜻 막아서는 암릉 길에 눈이 시리도록 청명한 가을하늘, 그 아래 펼쳐지는 조물주의 걸작품으로 연속되는 암봉들에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오니 세파에 찌든 때를 훌훌 날려버리고 순진무구한 동심의 세계에서 날고 싶어라.
안내 표지판도 없는 필례령을 바람결에 스치고 1,186봉 오름길에서 쉬어가는 일행들을 앞질러 1,410봉 넘는 길에 비지땀을 흘리며 지척에 보이는 가리봉 정상이 우뚝한데 본색을 드러내는 암릉길에 가슴이 서늘하지만 큰 어려움 없이 솟을 바람 불어오는 가리봉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설악산 국립공원이 다 그러하지만 대청봉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정상석을 세워놓은 곳이 없으니 이곳도 2m남짓한 비목에 가리봉 정상이란 표지로 확인을 시킬 뿐 푸대접을 하고 있으니 야박한 인심 속에 연약한 비목을 부여잡고 추억을 만들며 사방을 휘둘러보니, 세상에 이럴 수가 화등잔 만하게 커진 눈동자에 경련이 일고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지근거리에 있는 주걱봉의 거대한 몸체는 하나의 돌덩어리로 수백 수천 길의 단애를 이루고 날카로운 기암절벽 사이로 형형색색의 광채로 피어나는 화려한 불꽃은 그 뒤편의 이름모를 송곳바위로 옮겨 붙고 삼형제봉으로 삼각구도를 이루는 입체감은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진풍경으로 힘들여 올라온 정성에 펼쳐 보이는 귀중한 선물이다.
사방을 둘러봐도 막힘이 없는 조망으로 시선을 거둘수 없고 넓찍한 암반위에 자리를 펴고 점심상을 마련하는데 정상주가 배낭 속에서 울고 있는 것은 험준한 암릉길이 주걱봉으로 이어지고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4m직벽의 환상 속에 언감생심 그 누구도 입밖으로 꺼내지를 못하고 꿈같은 30분의 휴식시간으로 배부른 포만감속에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정상에서 주걱봉 가는 길은 양쪽으로 단애를 이루어 숲 사이로 드러나는 암릉길이 오금을 저리게 하고 도저히 건너지 못할 난공불락의 요새로 보이지만 두 주먹 불끈 쥐고 앙살 맞은 철쭉을 헤치며 벼랑을 내려서니 신기하게도 길이 열리고 스릴 넘치는 암릉길에 계곡에서 불어오는 음풍이 간담을 서늘하게 하지만 조심조심 걷는 발길 숨은 비경을 찾아내고 절로 나는 감탄사에 발걸음도 가벼 웁다.
40여 분만에 하늘로 치솟은 주걱봉 밑에 도착하니 왼쪽으로 우회로가 이어지고 단풍나무 숲을 헤치며 나아가는데 직벽이 앞을 가리고 두 가닥 로프가 벼랑길에 매여 있는데 그리 위험해 보이지는 않고 조심조심 통과를 하며 일행들에게 이제부터 암릉 구간의 진수를 펼쳐 보이는 맛보기 구간이 아니겠느냐고 너스레를 떨며 이제나 저제나 4m직벽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며 걷다보니 어느덧 주걱봉의 우회로도 끝이 나고 깔딱 고개를 넘어 갈림길 안부에 내려오니 바닥에 깔려있는 산정 산악회의 표지기가 우측방향으로 안내를 하고 이곳이 느아우골로 내려가는 길목으로 직진을 하면 삼형제봉으로 연결이 되는 것이다. (표지기는 어제 산행에서 깔아놓은 것 )
이런 허망할 때가〝이름난 잔치 집에 먹을 것이 없다고〞 인터넷과 안내 책자마다 통과하기 어려운 난코스로 침이 마르도록 극찬을 하여 초조한 긴장 속에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기다려왔는데 맛보기로 통과한곳이 4m 직벽 이라니 사기당한 기분으로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삼형제봉까지 다녀오자는 제의로 시간을 보니 14시 30분, 삼형제봉까지는 왕복으로 1시간 30분을 계산한다고 해도 얼추 후미그룹과 비슷하게 만날 것으로 예상은 되지만 초행길에 변고라도 생기면 여러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게 되며 가파른 느아우골이 5km나되어 안전산행을 원칙으로 할 때 무리하지 말자는 생각에 권대현 씨만 삼형제봉으로 향하고 또 한사람은 다리가 불편하다며 뒤로 처지고 나 홀로 느아우골의 험한 너덜지대로 들어섰다.
너덜지대 급경사 길에는 희미한 발자국이 계곡으로 빨려 들어가고 자연 그대로 비경을 간직하고 있는 느아우골은 햇볕도 들지 않는 음습한곳으로 널 부러진 바위와 쓰러진 고사목에 푸른 이끼 돋아나고 나는 새도 넘지 못할 벼랑사이로 끝없는 너덜지대 이어지는데 다래넝쿨 우거진 그늘 속에는 월동준비에 분주한 다람쥐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50여 분만에 계곡을 빠져나오며 오늘의 산행도 마감을 하게 되는데 시원한 옥녀탕에 발을 담그고 배낭속의 정상주로 목을 축이며 5시간 만에 완주한 가리산의 비경을 가슴에 안고 행복의 나래를 활짝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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